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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35화 (135/156)

〈 135화 〉 엘프노예

* * *

<소피아, 이런="" 일들이="" 있었어.=""/>

내가 쉬고 있는 동안 신혁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뭔 파엘? 라파엘? 스피어? 에고스태프인 스피어?'

뭔가 수상한 기분이 들어, 동행을 하면서 조사를 했더니, 이게 웬걸... 라파엘 당첨이다.

심지어 본인이 나불거렸다고 했다.

<소피아?/>

"어? 응? 뭐라고?"

간단한 인족의 동태를 조사하러 보낸 신혁이 예상을 뛰어넘은 월척을 물고와서 정신을 못 차리겠다.

<우리는 이제="" 엘프들의="" 나라로="" 가겠다고,="" 그리고="" 라파엘은="" 뭔가...="" 조금="" 세상을="" 다="" 살았다고="" 해야="" 하나?="" 삶에="" 미련이="" 전혀="" 없어="" 보였어.=""/>

확실히 내가 신혁에게서 들었던 보고에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기적을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기적을 핑계로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느낌.

'누군가가 죽여 주었으면 해서 정보를 뿌리고 있다고 생각 됐지.'

그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모든 정보를 주었다.

거의 초반부터 신혁이 누구인지 안다는 듯이 말했고, 그런 이계의 존재에게 정보를 푼다는 건 우리 쪽으로 넘어올 생각이거나, 정보가 있다고 해서 진다는 생각이 없거나.

'아니면 정보를 줄 테니, 제발 좀 죽여달라는 거나...'

그냥 자신감이 넘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다만 마왕이라면 해칠 수가 없다니, 그냥 도발에 가까워 보였다.

로자리아의 기적이 있다면 귀찮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라파엘만을 전력으로 상대하면 못 이길 것도 없어 보인다.

'방어특화인가? 확실하지는 않아, 그래도 방어마법의 수준이 높다는 건 확실해.'

그리고 마왕이라는 존재, 자체를 용서하지 못한다면, 내가 등장하기 전까지 조용했던 것도 이상했다.

'그때는 마왕의 존재를 몰랐던 건가? 아니면 차마 전 동료에게는 자신을 죽이라고는 못하겠다는 건가...'

아니, 내가 선대의 정체가 초대 용사라는 사실을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라파엘이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보장은 없으니, 확신할 수 없다.

'목걸이에게 많이 미안 했지, 알았을 때는.'

지금도 로자리아는 놀라고 있었다.

그녀도 전혀 예상을 못 한 동료의 생존소식에 적지 않게 놀란 것처럼 보였다.

"목걸아."

<.../>

"로자리아."

<어.. 예?="" 죄송해요,="" 소피아님="" 잠깐="" 생각에="" 잠겨="" 있어서요.=""/>

나는 가볍게 미소 지으면서 로자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괜찮아. 보고 싶은 거지?"

<소피아, 본녀도="" 라파엘이="" 보고="" 싶구나.="" 설마="" 그녀가="" 아직까지도="" 살아="" 있을="" 줄은="" 몰랐느니라.=""/>

우리 집 말썽쟁이 에고웨폰들도 옛친구의 소식에 많이 당황한 것 같다.

"그래, 카르마도 그녀와는 친분이 있겠네."

라파엘이 나를 적대시 한다는 것은 설사 만남을 가지더라도 태평하게 대화나 나눌 만한 상황은 쉽사리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그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만나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인연이었다는 뜻이겠지.

"만나도 대화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장담은 못한다? 그 사람이 죽자고 달려들면 나도 봐주기는 힘드니까."

제압가능한 인물이라면 모를까, 아직까지 확신이 안서는 인물에게 내 목숨을 걸고 제압할 생각은 둘의 부탁이 있더라도 힘들다.

'스피어의 변수가 너무 심해서...'

<알았어요./>

<알겠느니라, 생각만="" 해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 소피아.=""/>

"그래, 신혁아. 고생했어, 조금만 더 고생해."

둘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고 신혁에게도 다음일들을 부탁했다.

"그리고, 신혁아. 앞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은 하지 말자? 세상에 네가 호감간다는 소리를 듣다니, 그거 너 벗겨 먹으려는 거니까, 속지말고 이 형은 순진한 네가 너무 걱정이다."

<뭐?! 아니,="" 진짜라니까..!=""/>

<맞아요, 신혁님!="" 라파엘도="" 보는="" 눈이라는="" 것이="" 있다구요!=""/>

음음, 사람이 멀쩡하면 신혁에게 호감을 느낄리가 없다.

<아니, 신혁=""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너무="" 오래="" 살아서="" 스스로를="" 버리는="" 감각으로="" 호감을="" 느끼는="" 걸="" 수도..=""/>

<너무들 하네!=""/>

'너무하기는.'

그동안 신혁이 쌓아온 이미지 탓이다.

감수해라.

"신혁아. 파니아를 그곳에 보낼 거니까, 세계수한테 이것 좀 물어봐 줘."

<...뭔데?/>

"네 말에 조금 이상한 부분을 느껴서, 그게 뭐냐면..."

☆☆☆

"소피아..."

파니아를 신혁에게 보내고 나는 다시 전쟁지를 돌고 있었다.

그중에서 미네르바와 수인들의 담당구역으로 왔고, 미네르바에게 잡혀서 착취 당해 버렸다.

'그래도 건전하네..'

"크흠! 사위며느리, 여기 인족에게 잡혀 있던 수인족들 명단이네, 구출한 인원들이고 이들은 미네르바가 호위하면서 마을로 보낼생각이야."

"네, 한번 볼게요."

꾸우우욱...

리우스가 준 명단을 볼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미네르바? 허리 좀 놓아주면 안 돼?"

"응, 안 돼."

"...그렇다네요."

내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미네르바만 아니었으면.

리우스도 미네르바를 흘겨보면서 내게 직접와서 명단을 주었다.

"허허... 거참.. 내 딸이지만, 누구를 닮은 건지.."

"하하.. 그래도 귀엽잖아요."

나는 쓰게 웃으며, 미네르바의 머리와 목을 쓰다듬었다.

그녀도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면서 골골거린다.

이런 성향은 아비인 리우스를 닮은 것일 수도 있다.

'한쪽은 고양이가 아니시니까.'

이 검은 고양이는 밤중에 늑대가 되니까.

수인족의 가장 큰 목적은 역시, 인족령에 잡혀 있는 수인족들의 해방인 것 같다.

그들은 이런 전투지역 말고도 인족령의 일부에도 유격대를 보내서 일부의 수인들을 구출해냈다.

'대부분 돈 많은 상인이나, 귀족들에게 잡혀 있군.'

역시 있는 놈들이 더 한다.

"어..? 어린 엘프들? 리우스씨, 엘프들도 구하셨어요?"

"미네르바가 궁시렁대면서도 구해왔더군, 숲밖에 나온 어린엘프가 노예사냥꾼에게 납치되는 건 흔한 일이니까."

"헤에..."

파니아가 인족령에 있을 때는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숫자가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로젤리아의 암묵적인 허락이 생긴 것이겠지.

그런 노예사냥꾼들도 숲 깊숙한 곳으로는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나보다.

'특출난 레인저가 아니라면 길을 잃어 버리고 아사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소피아, 엘프들이 노예로 잡히는 경우가 늘어났어."

"호기심으로 숲밖에 나온 엘프들을 붙잡는 거 아닐까?"

예전에도 숲밖에 나오는 엘프들은 자주 있었다.

당시에는 보호가 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지금은 보호조치가 사라진 지 오래다.

'반쯤은 내 탓인가...'

미네르바가 수인족 말고도 구하는 이유가 있었다.

"비아 말로는 숲 근처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했어, 뭔가.. 그래! 사냥꾼들을 모집하는 걸 보면 숲속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어."

"데카라비아가?"

사냥꾼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는 함부로 미로 같은 숲속을 향하지 않는다.

명색의 천연요새가 뚫릴리는 없고, 인원을 대단위로 끌고 가더라도 숲속의 전투에 익숙한 엘프들에게 요격 될 뿐이니까.

'뭔 생각이지? 생각이 많이 짧네..'

나도 안내 없이는 돌아다닐 생각조차 안 하는 곳이 세계수의 숲이다.

'그러니까, 신혁파티에게 파니아를 보낸 거고.'

안내도 없이 그린우드로 도착하기란 운에 거는 도박에 가까웠고, 도박과 엘프노예들은 타산이 맞지가 안았다.

숲을 벌목하면서 나가도 하루 이틀로서는 불가능한 영역.

그게 가능했으면 숲은 이미 닉스의 뱃속에서 전부 소화가 됐을 거다.

"설마... 숲을 안내할 엘프를 잡은 건가?"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엘프들을 도와줄 이유는...

'없지는 않네...'

망할 놈의 제국선언.

그리고 내 허리를 안고 있는 아내님도 납치, 사냥으로 노예가 된 경우를 매우 싫어 했다.

"하아... 미네르바가 기분이 나빴던 이유가 이거였네.."

"소피아, 가만히 둘 거야?"

미네르바가 나를 치켜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안 된다고 말하기가 힘들어진다.

"일단, 신혁이를 보냈으니까, 상황을 조금 지켜보자. 미네르바."

"...응."

아직은 불만이 있는 듯싶다.

"하하... 리우스씨, 미네르바 좀 부탁드려요."

"응? 사위며느리, 미네르바가 내 말을 안 들은지는 한참지났다고? 자네가 알아서 해야지."

'이 아저씨가 도망을 치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이 정도로 기분이 나빠진 미네르바는 어지간해서는 말을 안 들으니까.

"미네르바, 내일은 구출한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고, 오늘은 같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밤에도?"

...만성 발정기인가?

"미네ㄹ..."

"소피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리 나라도 때는 구분한다고."

미네르바가 불을 부풀리면서 불만을 표했다.

"딸아, 네가 때와 장소를.."

"하아아악!"

불쌍한 리우스는 딸의 명백한 적대표시에 당장에 울 것처럼 시무룩해졌다.

"리우스씨 설마 아직도 즉위식 건으로 용서 못 받았어요?"

"사위며느리.. 미네르바는 한번 삐지면 오래간다, 사위며느리도 조심해."

미네르바가 삐졌다는 말에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언짢아 했다.

가만히 보면 리우스가 미네르바의 화를 돋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화는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으어억..! 미네르바, 허리! 허리!"

부녀싸움에 억울한 내 허리만 터지게 생겼다, 제발 화해좀 해라.

☆☆☆

언니가 미네르바에게서 허리가 터질 시점, 마왕성에서는.

"이거 놔, 앨리스! 난 가야 한다고!"

"안 돼! 파니아! 나 혼자서 시녀장의 괴롭힘을 어떻게 감당하라고..!"

앨리스가 파니아를 붙잡고 떠나지 못하도록 막는 중이었다.

"못보네! 죽어도 못보네!"

그것도 이를 악물고서.

"후우... 언니도 없는 이 바쁜 와중에 저따위 장면을..."

파니아에게 그린우드행을 전하자마자, 신나서 짐을 싸서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혼자서 데카라비아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에 공포를 느끼면서 파니아를 붙잡는 거였다.

"세계수의 숲은 꼭 네가 아니어도 안내할 수 있잖아! 아무 엘프한테 시켜서 안내하라고 해!"

"싫..어! 주인님이 장작한테 할 말이 있다고 했단말이야!"

보다 보니 이것도 나름 재미있다.

'시간 때우기에는 적당하네..'

"리리스, 오빠가 귀쟁이를 왜 보내는 거야?"

시연의 의문도 타당했다.

앨리스의 말처럼 숲의 안내 따위는 딱히 파니아가 아니어도 상관은 없었고, 세계수에게 당장 들어야 할 말이 아니면 저렇게 파니아가 기를 쓰면서 갈 필요도 없다.

'반은 비아를 피하려고 저러는 거겠지.'

"세계수가 언니를 속였다던데? 듣기로는 에고스태프인 스피어의 위치를 안다고 했으면서, 그게 이미 사용자가 있는 스피어의 위치였냐고 해명하라던데?"

이상하게 들떠 있는 것이, 기분이 상당히 나빠 보였다.

"제대로 설명 안 하면, 전부 닉스의 식사로 만든다고 했어."

"아.. 어쩐지.. 닉스가 신나서 날아가더라."

아무렴, 그녀가 가장 맛있어 하는 언니고, 둘째는 세계수였다.

'맛있다'의 개념이 조금은 다르지만, 바로 뜯어 먹는 세계수의 뿌리가 그렇게 맛있다니까, 그런 거겠지.

"파니아, 제발..! 요즘 시녀장의 기분이 안 좋아! 혼자서는 분명히 죽을 거라고!"

"모... 몰라! 난 갈 거야!"

'비아는 죽이는 것보다,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만드는걸 좋아하는데...'

자매 비슷한 주종관계로 자라면서도 그녀의 특이한 성욕만큼은 이해를 못하겠다.

'아닌가? 나도 언니를 괴롭힐 때마다 찌릿찌릿하니까, 비슷한 건가?'

그래도 광물성애자는 조금 아니다.

"하아.. 언니보고 싶다.."

"나도.. 오빠를 위한 신작 흥분제가 완성 됐는데.."

언니랑 붙어 있을 미네르바가 너무나 부럽다.

"앗.. 파니아! 돌봐 준다며! 나 돌봐 준다고..! 히익! 시녀장!"

☆☆☆

"으읏!"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다.

"날이 많이 추워진 건가?"

"소피아! 그러면 더 붙어서 따듯하게 있자! 히히히."

내 가슴골에 이마를 비비는 미네르바를 안으면서 이 알 수 없는 소름이 무엇인지 고민을 했다.

"..그냥 날이 추워진 거겠지, 앗! 미네르바, 잠깐만 간지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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