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 외전:옛 용사와 성녀의 이야기 3
* * *
소피아의 휴일 마지막날.
소피아는 리리스를 끌어안으면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휴일의 마지막날은 잠만자면서 지내는 것이 제일.'이라는 말과 함께 리리스의 허벅지를 베개삼아, 리리스의 배를 안고자는 인형삼아서 꿀과도 같은 오후 한때의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하윽.. 하아... 츄릅."
'입에서 침 떨어진다.'
소피아를 위해서 허벅지를 내어 준 리리스의 눈이 가 버렸다.
자신이 허벅지를 내어 줘도 똑같을 것 같아서 굳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리리스, 한 번만 나랑 바꾸면 안 돼?"
"안 돼 미네르바. 아직 내가 독점하는 날이잖아, 후후후. 아.. 언니, 주무시는 모습도 너무 귀여워요."
한 번만 리리스랑 바꾸고 싶다는 거다.
'나도 독점하는 날에는 내 몸으로 재워 줄 거야!'
그때 가서 바꿔 달라고 해도 안 바꿔 줄 거다.
"으..."
조금 소란스러워졌는지, 소피아가 불편한 듯한 표정으로 신음했다.
"어머, 죄송해요. 언니."
리리스가 작게 속삭이면서, 흘러내린 소피아의 머리를 정리했다.
<그나저나, 소피아님.="" 기껏="" 리리스님이="" 소피아님을="" 위해서="" 독점하는="" 날에="" 쉬도록="" 해줬는데,="" 잠만="" 자네요.=""/>
로자리아가 나타나, 소피아의 자는 얼굴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면서 중얼거렸다.
"으으..."
으드득.
물론 닉스에 의해서 손가락이 옳지 못한 방향으로 꺾였고, 외마디 비명조차 시연이 입을 막아 버려서 흘러나오지 못했다.
<쯧쯧, 멍청이.="" 그녀들은="" 소피아에="" 관련된="" 건,="" 절대로="" 용서가="" 없거늘..=""/>
카르마가 고개를 흔들면서 로자리아를 비난했다.
<뭐, 소피아가="" 쉬는="" 날에="" 잠만="" 잔다는="" 건="" 동의한다.="" 예전에도="" 여행="" 도중에="" 도시에="" 도착하면="" 마지막날은="" 잠만자면서="" 지냈지.=""/>
"맞아, 오빠가 지구에 있을 때도 일요일은 잠만 잤어."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소피아의 자는 모습을 구경 할 수 있는 거지만...
<허윽.. 아파..="" 그런데="" 리리스님.="" 정말로="" 독점하는="" 날을="" 이런="" 식으로="" 보내도="" 상관없나요?=""/>
손가락을 문지르며 질문하는 로자리아에게 리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했다.
"네, 언니가 미안하다면서 이렇게 붙어서 주무시기도 했고, 귀엽게 주무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거든요. 후후후."
<아! 알=""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용사님에게="" 무릎베개를="" 해주면서,="" 주무시는="" 모습을="" 볼="" 때도="" 행복했어요!=""/>
둘의 이야기는 모두가 동의했다.
"나도나도! 오빠가 제대로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지, 그래서 일요일은 소파에서 자는 오빠 얼굴만 지그시 보면서 지냈어."
"맞아, 남편은 남편이 제일 늦게 일어나는 걸 모를 거야."
"소피아는 우리가 먼저 일어나서 보고 있는 줄 모르더라."
덕분에 아침은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용사님도 주무실때는..="" 아!="" 이참에="" 옛날이야기나="" 해볼까요?=""/>
옛날이야기.
모두가 눈을 빛냈다.
'재미있지, 옛날이야기.'
카르마와 로자리아가 해주는 진짜 옛날 용사의 이야기는 항상 듣는 재미가 있었다.
끝은 안타까워도 어린 시절에 듣던 동화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가 옛날에 들려줬던 동화도 그 시절의 이야기일 수도...'
특히나 돌아다니길 좋아했다니까, 알고 있는 이야기도 많았을 것이다.
"응, 해 줘."
<좋아요. 음...="" 옛날에="" 용사님이요..=""/>
☆☆☆
나른한 오후의 한때.
"거미형태의 마수다! 놈이 뿜어내는 거미줄을 조심해!"
그리고 나른하지는 못한 사람들.
"끼에에에엑!"
"크하하하! 미안하다! 이미 늦었다! 거미줄이란 게 주먹으로는 끊어 지지 않는군!"
무왕이 주먹을 내질렀지만, 거미줄은 그의 몸을 더욱 끈끈하게 감겨졌고, 무왕은 더욱 힘을 주면서 거미줄을 끊으려고 노력했다.
"거미줄이 얼마나 단단한데..!"
거미줄은 끊어지지 않았지만.
콰아앙!
거미줄과 무왕을 구속시켜려고 고정되어 있던 땅은 부서졌다.
"음? 아하하핫! 땅이 단련이 부족하구나! 자, 거미야! 네가 만든 철퇴.. 아니, '지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거미줄째로 들여올려진 땅을 신나게 휘두르는 무왕이 한 마리의 거미형 마물을 땅덩어리로 내리찍었다.
콰직.
"용사여! 한 마리를 처리했다!"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었다.
<용사여! 우측에="" 한="" 마리가="" 더="" 있다!=""/>
"끼에에엑!"
카르마의 지시에 따라서 즉시 우측을 공격했다.
쿵.
그리고 쓰러지는 거대한 거미의 마수.
"용사님!"
"용사!"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마수들을 처리하는데 성공한 두 사람이 다가왔다.
"후우... 오늘 밤은 조용해야 할 텐데..."
여전히 마수들은 들끓었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도 밤에는 안심할 수가 없었다.
"야행성 마수중에는 독을 품은 것이 많으니까요."
야영중인 파티를 노리는 마수중에 그 크기가 작아서 눈치채지 힘든 마수들도 있었다.
조용하게 사람을 공격하고 독으로 죽인 뒤에 포식하는 마수들.
직접적인 전투에는 약하지만, 그 조용한 암살자들이 가진 독들은 치사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치사독이 아닌, 마비독이어도 문제는 크다, 이 아름다운 근육을 뚫기는 힘들지만, 뚫려서 마비라도 되는 날에는 다음날 다른 마수의 아침이 되니까."
무왕은 '마수의 이빨이 못 뚫을 정도로 단련해야 하나..'라고 중얼거린다.
...그게 되면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거 아닐까...
"크흐흐흐... 크하하핫! 이제 밤중에 벌레새끼들 걱정은 없닷!"
우리 중에 털의 비중이 가장 높은 천사족.
라파엘이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크헤헤헤, 이 방어막은 아무리 작은 생물이라도 감지하는 방어막일지니, 이제 짜증 나는 벌레들이 날개속에 기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쿠후후..."
"어라? 라파엘님. 혹시 마수랑 일반생물은 구분하는 건가요?"
멈칫.
안 하는 것 같다.
"하.. 하지만 요격은 아니고 경보니까..."
"잠깐, 그러면 정말로 무해한 생물이 들어와도 경보가 울린다는 소리 아니야?"
용사의 말에 두 눈이 퀭하게 충혈된 라파엘이 절망했다.
날개속에 기생충이 파고들어서 고생하는 건 알지만, 모든 생물을 감지하는 건 너무 했다.
"어차피 불침번은 있어야 하니까, 평소처럼 하자."
"크흑..! 날개를 잘라..."
가려움에 위험한 생각을 하는 라파엘의 머리를 한대 정도 쥐어 밖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야심한 밤.
모닥불이 타오르면서 우리의 시야를 밝혀주고 있다.
"그러면 오늘은 저희가 먼저 잘게요."
바르게 앉은 무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파엘이 살충마법을 날개에 시전하면서 날개를 털고 먼저 자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후후후, 용사님은 편히 주무세요. 용사님이 피로하면 전투에도 지장이 생기니까요."
성녀가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리면서 이야기했다.
"크흠! 아녜스, 그..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슨 상관이 있나요?"
성녀는 정말로 '그 정도'가 뭔 상관이냐는 듯이 용사에게 물었고, 용사도 딱히 변명할 말이 없어서 입만 우물거리고 있었다.
<본녀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러니="" 둘이="" 열심히="" 애정행각을="" 벌여라.=""/>
라파엘도 무왕도 별로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면 실례할게 아녜스."
"후후, 실례까지야."
용사는 피로가 쌓였던 것인지, 성녀의 무릎에 머리를 묻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잠이 들었다.
"많이 피곤하셨나 보네요."
"용사는 무왕과 같이 파티의 근접전투원이니까."
라파엘의 말에 동의하는 것인지, 조용히 앉아 있던 무왕도 입을 열었다.
"거기에 마법도 사용하면서 중거리, 장거리 공격도 하고 있지, 회복이나 마법은 둘이 있으니까 큰신경을 안 써도 상관없다지만, 척후직은 새로 뽑아야 할 것이다."
화력과 회복위주인 이 파티의 고질병이었다.
마수가 해제가 필요한 함정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척후직을 뽑지 않았다.
문제는 그런 마수들이 있었다는 거다.
낮에 있던 거미형태의 마수중에는 잠복해서 공격을 가하는 마수들도 다수 존재했다.
당장은 모두가 파악을 하고 있어도, 역시 전문가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색적에도 능통하고 오늘 같이 야영을 하는 날에 함정을 설치해서 부담을 덜어 줄 존재가 필요하지."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마땅한 사람이 찾을 수가 없었다.
마수와의 싸움에 최전선을 뛰는 사람들이니만큼 실력도 필요했고, 소수의 파티와 함께하면서 고된 임무를 버틸 체력을 가진사람이 필요했다.
"새로운 하이엘프는 어때? 전대 하이엘프가 사망하고 새로운 하이엘프가 생겼다는데."
하이엘프의 궁수라면 정령마법도 훌륭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 하이엘프는 큰 문제가 있었다.
"어리다, 너무 어리다. 인간으로 따져도 어린 나이야, 우리 파티를 버티기에는 현재 하이엘프에게는 힘들다."
라파엘의 말에 무왕이 고개를 저으면서 반박했다.
확실히 현 하이엘프의 나이가 열 살도 채 되지 않았다고 했으니, 어린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한 여행길이 될 것이다.
"하아... 한동안은 계속 이대로 갈 거 같네요."
"너도 그만 자거라, 성녀. 밤은 짧다, 지금 자두지 않으면 나중에 피곤해질 거다."
"예, 그러면 먼저 자겠습니다."
성녀가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
<결국에는 여행의="" 끝까지="" 척후직을="" 못="" 구했지?=""/>
카르마의 말에 로자리아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한탄했다.
<힘들었어요, 척후로서="" 가장="" 어울리는="" 하이엘프는="" 너무="" 어리지,="" 그렇다고="" 파티를="" 따라="" 올="" 만한="" 척후는="" 보이지="" 않지..="" 어흑..!=""/>
끝까지 네 명이서.. 아니, 중간에 사망자가 나왔으니까, 마지막에는 더 적은 인원이서 여행을 했을 것이다.
"소피아도 일곱이서 다녔는데..."
그 부분에 한하여, 소피아가 초대 용사보다는 나아 보인다.
"으.. 파니아 이 귀쟁이 새끼야.. 앨리스 쇼타콘 변태년이..."
파티원의 질은 쓰레기였지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 슬슬 마지막이지?"
<으... 더="" 있기는="" 한데..="" 예,="" 다음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하죠.="" 결국="" 척후직을="" 구하지="" 못핸채로="" 마왕의="" 함정에="" 빠져서="" 무왕="" 샤트룩스님을="" 잃었죠,=""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