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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23화 (123/156)

〈 123화 〉 인어공주가 말을 못하는 이유

* * *

"아휴... 마황님, 딸내미가 어떠냐면요. 음... 그... 죄송해요, 장점이 너무 생각이 안 나요."

자신의 딸에 대해 설명하려던 로렐라이의 말문이 초장부터 막혔다.

"아! 인어족은 물밖에 나와도 피부의 수분이 유지돼요, 크게는 다르지 않는데, 그래도 부드럽고 매끈거리는 색다른 느낌일 거예요."

그건 인어족 공통 아닌가?

"다리도 만들 수 있으니까, 지상생활에는 문제가 전혀 없어요. 그리고 그 아이가 노래를 매우 잘해요!"

그래, 지상생활에는 문제가 없겠지.

"로렐라이씨,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만나는 본다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더 늘렸다가는 저 큰일 나요."

내 가정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 집에는 무서운 사람이 넷이나 있다.

거기에 필수 조건중 하나.

"그 딸이라는 분은 피만 안튀기는 전투에도 버틸 수 있어요?"

매일 같이 나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에서 버틸 수가 있나.

"네? 마황님의 가정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

내가 먼저 알고 싶다.

왜 그런 식으로 경쟁을 하는지 모르겠다.

'도박인가? 돈은 안 걸려 있으니까, 도박은 아닌가?'

걸려 있는 것이 사람이니까, 더 위험한 도박일 수도 있다.

도박중독 신고는 136..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꼭 마황님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어요. 물론 마황님에게 시집가면 좋겠지만, 마황님이 소개주는 사람이라면 믿을 만한 인물이겠죠."

로렐라이도 자신의 딸이 아무나하고 결혼시킬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가장 훌륭한 미모를 물려 받은 아이가 남들 앞에만 서면 말도 못하고, 심지어 공주라는 직함 때문에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혼자서 이상한 망상 속에 빠져서는 늘 걱정만 시키는 아이입니다."

'음... 여왕이란 이름을 달고 있어도 부모는 부모라는 건가?'

"결혼까지는 아니어도 외부 활동도 하고 사람들도 조금씩 만났으면 해요. 여기라면 직함 때문에 따돌려지는 일은 없을 거니까요."

땅속으로 기어들어가게 생겼다.

결혼은 명목상의 이유일 뿐이고, 딸이 외향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일 것이다.

언제까지 인어성에 있으면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딸을 이곳에 데려온다는 결단을 내렸지만, 어떻게 보면 그 딸의 의사는 확인해 보았느냐고 물어보고 싶어졌다.

"자식은 자식만의 걸음이 있으니까요. 걱정은 되시더라도 아이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행동하신 건 잘못됐어요."

내 말에 눈이 커진 로렐라이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그러네요. 세이렌에게는 사과하고, 잘 말해 보겠어요."

다행히도 그녀는 꽉 막힌 부모는 아닌 거 같다.

세이렌이라는 사람이 원한다면 이곳에서 지내도록 하자.

시간이 지난다면 대화할 사람도 생길 것이고, 연인도 생길 것이다.

'무조건이라고는 말 못 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

나도 관계가 극단적으로 적어서 소개시켜줄 만한 사람은 없지만..

'리노, 프레디, 신혁이 또...'

...어라?

인어공주님을 걱정할게 아니고 나부터 걱정해야 하나?

☆☆☆

인어공주가 있다고 하는 곳으로 갔다.

식당을 겸 해서 휴식처로 만든 곳이었다.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라는 내 질문에 로렐라이는 확신에 찬 답변을 해주었다.

"절대로요, 길도 모르는 세이렌이 방으로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어요."

'노리고 이곳에 놔둔 거구나.'

다만 이런 식으로 사람이 몰리는 곳은 굉장히 가혹한 환경이라는 것을 몰랐나보다.

'하하... 나중에 알려 줘야지, 잘못하면 트라우마 생긴다...'

그녀의 말대로 세이렌이라고 추정되는 인물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하게 앉아 있었다.

다만.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그 주위에는 내게는 너무도 익숙한 여성들도 같이 있다는 거였다.

"이 사람이 인어족 공주님?"

"...!"

"음... 로렐라이님이랑 닮은 걸 보면 맞을 거야."

".."

그 모습은 마치 무서운 누나들에게 걸려서 돈을 뜯기는 안타까운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양손을 무릎에 공손히 올려 놓은 채, 시선을 아래로 내리 깐 모습.

그러면서도 입은 꼭 다물면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 마리의 소동물.

로렐라이를 빼닮았어도, 그녀를 조금 더 귀엽게 줄인 인상을 가진 소동물이 우리 집 맹수의 눈에 걸려 들었다.

"도대체 왜..."

왜 모여 있는 걸까?

"모두들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되지..."

내 말에 모두가 굉장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빠, 우린 그냥 인사만 하려고 했어."

그게 괴롭히는 거다.

낯선이가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괴로워 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에 한 사람이 저 인어공주일 것이다.

'우리 아내들 같이 타인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조금만 더 있다가는 울게 생겼다.

빨리 무서운 사람들을 치워주자.

☆☆☆

"안녕하세요, 로렐라이씨에게 들었어요."

꾸벅.

세이렌을 따로 불러서 단둘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로렐라이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녀의 눈치를 보면서 대화하는 것보다는 속 편하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어림도 없지.'

나랑 한참은 떨어진 곳에서 고개만 끄덕이는 그녀를 보면 알 수 있다.

"..."

그리고 나도 말을 잃었다.

대화의 주제도 없이 떠들라니, 무리다.

중요하지 않은 일, 이성, 큰 감정이 없는 사람, 낯선 사람.

'지금은 동성이고, 한쪽이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다르겠지.'

그런데 아니다.

심지어 저쪽은 나보다 심하다.

나야 여행을 다니면서 어느 정도는 극복했다지만, 세이렌은 아니었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 대화는 극도로 어려운 일이란 말이야! 낯선 사람과 스스럼없이 대화라니!'

대화의 주제를 찾기 힘든 사람은 정말로 어림없는 소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로렐라이가 세이렌의 정보를 미리 말해 준 이유가 이거였다.

'어떻게든 대화의 주제를 찾으라고.'

자리가 어색해 질 것을 미리 예상했나보다.

"그.. 노래를 잘하신다고 들었어요."

일하거라 나의 카뮤니티 능력아, 너라면 할 수 있다.

비록 [정신력] 봉인 당해서 실시간으로 멘탈이 부서지고 있지만, 할 수는 있을 거다.

끄덕.

'제에엔장! 제에에엔장! 살려 줘! 이 어색한 공간에서 좀 꺼내줘!'

혹시 그건가?! 동화 속의 인어공주는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그냥 커뮤니티 능력에 문제가 있었던 건가?!

"친구! 저희 친구 하실래요? 저도 친구가 적어서요, 어디 보자..."

나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을 세어 갔다.

'쓰레기들은 빼고...'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그리고 다섯?"

리노, 라나, 프레디, 그리고 관계가 조금 애매하지만 올리비아, 백번양보해서 신혁.

...조금 슬퍼졌다.

아내 네 명과 카르마, 로자리아는 가족에 들어가니 제외하자.

표정이 어두워진 나와 다르게 세이렌은 두 눈을 크게 뜨고서 놀라고 있었다.

"많으신 거 같은데요..?"

"예?"

다시 기어들어갔다.

'그건 그렇고 목소리가...'

굉장히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잠깐이었지만, 어딘가 청량하면서도 편안하게 해주는 목소리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안정감을 주는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좋으시네요, 하..하."

끄덕.

...

"저.. 저기! 엄마... 그러니까, 어마마마가 맞선이라굿! 흐윽.."

'혀 깨물었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저는 혼자가 더 좋아요! 죄송하지만 맞선은..."

도리도리.

그래서 나도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친구요, 친구. 여기서 더 늘렸다가는 아까 그 무서운 분들에게 죽어요, 제가요."

구체적으로는 기가 빨려서.

"정말로 아닌가요?"

"예, 그냥 친구로 지내요."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그녀에게 살며시 미소를 지어 주며 답했다.

"여기는 세이렌이 공주라고 해서 따돌릴 사람은 없어요, 인어왕국도 아니니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구요."

눈치를 줄 사람도 없다.

"그냥 지내시다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말씀해주세요. 세이렌."

"그러면! 그러면 마음껏 노래할 수도 있나요? 그리고 친구가 생기면 편하게 대화하고 싶었어요."

순간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다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역시, 하고 싶은 건 있었네.'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주면서 대답했다.

"얼마든지."

☆☆☆

<그래서 말이다,="" 친구="" 사이라고="" 못을="" 박기는="" 했어도="" 여전히="" 페로몬을="" 뿌리고="" 다녔느니라.=""/>

'어째서 내 일을 아내들이 잘 아는지 궁금했는데, 내게 스파이가 있었네.'

나는 조용히 무릎부터 꿇었고, 세이렌은 기둥뒤에 숨어서 혼나고 있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언니? 정말로 친구인가요?"

말은 나에게 걸고 있지만, 시선은 세이렌에게로 향했다.

세이렌도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말로 친구일 뿐이라고 답한다.

'목 부러질라...'

"음... 확실히 오빠를 노리는 느낌은 안 들어."

그러면 저는 왜 무릎을 꿇고 있나요?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꿇고 본 거지만, 이제 슬슬 일어나도 될 거 같다.

"쓰읍! 남편은 그대로 있어."

"어? 어.. 왜..."

정말로 왜?

<소피아님, 앞으로는="" 생각은="" 해="" 보고="" 행동하세요.="" 세이렌님이="" 친구로="" 끝나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내 잘못인가?

잘은 모르겠어도, 내 잘못이라니까 계속 무릎 꿇고 있어야겠다.

"흐윽! 친구라고? 그래, 그래 다행이야.. 네가 드디어 친구가 생겼구나. 평생 친구도 없이 살 거 같았는데.. 어흑!"

로렐라이는 지금 감동의 오열 중이었다.

그녀가 바라던 시집은 아니었어도 단순하게 딸의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 기쁜 모양이었다.

'나도 친구가 늘어서 좋기는 한데...'

"소피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주의, 또 주의해야 돼. 응? 내 말 들어야지."

왜 나는 계속 혼나고 있는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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