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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07화 (107/156)

〈 107화 〉 외전:옛 용사와 성녀의 이야기 1

* * *

"크크크... 하하하하..! 그래서, 사위며느리..! 크흡! 말없이 나갔다가 외박한 게 무서워져서 더 못 들어갔다고..? 푸훗! 심지어 도망을 결심한지 하루도 안 돼서 잡히고? 크흐흐흐!"

웃지 마라, 리우스.

당신은 메티스의 소중한 화분을 깨먹고 도망친 걸 알고 있으니까.

'장모님에게 들어 봤는데, 그거 프러포즈 반지급으로 소중한 화분이더만.'

아직까지 멀쩡한 게 용할 정도다.

"그래서 리우스씨가 보고를 대신하러 왔다구요? 미네르바가 상관없다고 했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

뭔가 음탕한 음모가 있지 않고서야 나랑 만나는 일을 양보할 네 명이 아니다.

그 네 명중, 한 명인 미네르바가 아버지라고 해도 양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아까까지 실컷 비웃던 리우스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설마...

"말 안 하고 온 거예요?"

"제대로.. 제대로 편지는 남겼어... 이제 도망치려고..."

재빨리 도망쳐서 미네르바에게 숨기를 기원합니다.

그쪽도 그쪽 나름대로 위험하지만.

<남자들은 다="" 똑같네요.="" 제="" 용사님도="" 저런="" 식="" 이었는데..=""/>

제 용사님.

여전히 로자리아의 유일한 용사인 초대용사.

초대용사이야기를 꺼낼 때면 그녀의 눈에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담긴다.

한없이 그리워 떠올리고 싶지도 않지만, 떠올리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기억.

'에고웨폰인 그녀는 더하겠지... 유일하게 남았던 기억이라지만,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있을 거야.'

거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져 버린자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용사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을 것이다.

'음... 가름도 오라고 보채고 있으니...'

"리리스..."

"안 돼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남편, 가름이 불렀다고 간다는 거지? 아쉬운 놈이 직접오라고 해."

저도 조금 아쉬운데요?

그 개가 궁금하면 찾아오라는 말만 하고 가는 바람에 내 궁금증은 증폭 되었다.

중요한 걸 전하지 않고 도망치다니, 사악한 견종이 아닐 수가 없다.

분명히, 그의 조상에는 비글이 있을 것이다.

끼이익.

"소피아, 기다리면 오겠지. 아니면 닉스보고 데려오라고 하던지."

미네르바는 손에 들려 있는 종이 쪼가리 구긴 채로 누군가를 찾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다는 듯이 종이를 버리고 나에게 다가왔다.

"오빠, 오빠가 말했던 약물을 올리비아에게 전하고 왔... 어? 다 모였네?"

우리가 전부 모여 있는 걸 본, 시연도 이쪽으로 걸어와, 한 자리에서 다 같이 휴식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이네, 밤이 아니면 다 같이 모이는 일이 줄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

"목걸아?"

<예? 무슨="" 일있나요?=""/>

<분명 소피아는="" 그대가="" 어제="" 두="" 개나="" 먹은="" 간식을="" 혼내려="" 하는="" 것이다.=""/>

<엣! 잘못했어요,="" 소피아="" 님!=""/>

두 개나 먹었구나? 그게 잘못까지는 아닌데.

"로자리아."

<어머나? 중요한="" 일인가="" 보내요.="" 어떤="" 일인가요="" 소피아="" 님?=""/>

"네 이야기도 듣고 싶어지네? 원래는 가름에게 찾아가면서 들으려고 했는데..."

허락을 안 해주네?

<어? 제="" 이야기요?="" 음..="" 후후후,="" 알겠어요.="" 소피아="" 님.="" 우선="" 제가="" 용사님과="" 만났을="" 때부터="" 시작해요.=""/>

그녀의 그리운 과거이야기도 들어보자.

☆☆☆

"성녀님, 이번에 제국에서 소환된 용사를 만나야지 않겠습니까?"

제국의 여제가 이계의 용사를 소환했다는 소문은 대륙 이곳저곳에 퍼져 있었다.

마왕 레비아탄과 맞서기 위해 소환된 희망.

우리의 제멋대로인 사정으로 이계에서 소환한 것은 미안하지만...

"미안하지만 직접오라고 하세요, 지금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더 급합니다."

내가 그를 만나러 간 사이에 죽어 나갈 생명을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직접 만나러 왔어요, 성녀님. 하하..."

"엇.."

"음하하핫! 본녀가 그대의 사정을 알고 끌고 왔느니라!"

자랑스럽게 웃고 있는 여제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명의 남성.

용사가 직접 찾아왔다.

☆☆☆

"흠흠... 그러니까, 제게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한 동행을 요청하려고 찾아오셨다는 말씀이신가요?"

"예, 성녀님. 부탁하겠습니다."

"본녀도 요청하는 바이니라, 부디 동행해다오."

용사와 여제는 고개를 숙이면서 매우 정중하게 요청을 해 왔다.

무려 제국의 여제와 대륙의 희망이란 존재의 고개였다.

두 사람이 숙인 고개의 무게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것이다.

다만.

"두 분 고개를 들어 주세요, 저는 당신들이 고개를 숙일 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두 사람의 요청은 들어줄 수 없다.

들어주고는 싶다.

자신도 용사와 합류해서 마왕을 쓰러뜨리고 대륙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싶었다.

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치료를 바라는 이들을 내버려 둘 수가 없습니다."

용사와 떠나면 더욱 많은 사람이 고통 받지 않을 것이다.

피해를 미리 차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신도 그것을 바라고 자신의 성녀로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눈앞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이들을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제발 살려달라는 이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이기적이다.

너무나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당장 손에 닿는 이들부터 구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제 힘으로 구할 수 있는 세계였지만, 이기적인 자신에게는 외면할 수 없는 존재들이 너무 많았다.

이 '자그마한 두 손'에 담기에는 너무 '큰 세계'였다.

"그러니 저는 동행할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부디 이기적인 선택을 한 제 자신을 용서해주세요."

"엇?! 아니다. 고개를 들어다오, 성녀여. 우리는 그대에게 강요를 하러 온 게 아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아 주게."

"우리 꼬마 말이 맞아요, 성녀님 사정도 있는데 저희가 무리한 부탁을 드린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오히려 이 세계가 그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방관을 선택했다.

오히려 사과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다.

자신일 진데...

'왜 당신이 사과하시는 건가요?'

"그러면 저희는 가 보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사는 끝까지 고개를 숙이면서 자리를 떠났다.

강하게 깨문 입술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

어째서 자신은 저들과 같지 못한 것일까.

어린 여제조차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힘을 내고 있는데, 자신은 어째서...

"성녀님..."

옆에서 대화를 듣던 노신관이 자신의 손을 쥐었다.

손을 보니,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 손도...'

"성녀님, 뜻대로 하세요."

"..."

"성녀님의 뜻대로 용사님이랑 같이 세상을 구하러 나서세요, 이곳에는 저희도 있습니다."

다른 여신의 신관들.

"당신만이 고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신님은 저희에게도 힘을 나누어 주셨어요."

노신관은 내게 전하고 있다.

"성녀님의 손이 닿지 못한 곳은 저희가 가겠습니다. 당신이 구하지 못한 생명은 저희가 구하겠습니다."

세상을 치유하는 건 자신만의 사명이 아니라고.

"그러니 성녀님은 성녀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세요."

가서 세상을 구하라고.

잠시동안 고민에 빠졌다.

"제가... 제가 정말 그런 욕심을 부려도 되는 건가요..?"

"허허허, 욕심이라니요. 성녀님, 그건 욕심이 아닙니다."

"부탁.. 드리겠습니다."

뛰었다.

문을 박차고 복도를 뛰었다.

어서 그들을 따라가려고, 같이 여행을 하면서 세상을 구하려고 뛰었다.

멀리서 신전을 나서려는 두 사람이 보였다.

제국에서 준비된 마차에 오르려는 것을 붙잡아야 한다.

어째선지 저 마차에 오르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잠시..! 잠시만요!"

"응? 성녀님?"

그가 되돌아보았다.

"저도... 하아..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그날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여행길에 오른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

"닉스, 아까 전에는 가름에게 직접오라고 전달한다고 하지 않았어?"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닉스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몰라, 기다리면 오겠지."

버터로 조리한 팝콘은 채식주의인 그녀에게는 맞지 않을 텐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잘 뜯고 있었다.

'눈이 반짝거려서 뭐라고 못하겠네...'

어쩔 수가 없다.

'그' 여신교가 과거에는 질서선 집단이었다니, 믿을 수 없는 일에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함냠, 그="" 당시="" 신관들은="" 전부="" 로자리아="" 같은="" 사람들만="" 모여="" 있었다.="" 여신이="" 직접="" 선택한="" 선한="" 인물들만="" 신관이="" 되었으니까.=""/>

지금의 신관들이 타락한 건 전부 여신탓이었나?

참으로 민폐인 여신이 아닐 수 없다.

"그런대 로자리아 같은 인물이 모였으면... 다들 어딘가 이상할 거 같은데?"

로자리아는 발끈했지만 카르마는 코웃음을 치며 반박했다.

<하! 웃기시네,="" 성녀(??)에서="" 성녀(??)로="" 진화한="" 주제에..="" 다른="" 이야기는="" 건너뛰고="" 그="" 이야기부터="" 하거라="" 같은="" 이야기도="" 여러="" 번="" 들으면="" 질리는="" 법이니라.=""/>

<크흠! 제가="" 마왕전="" 이전에="" 사망한="" 이야기는요?=""/>

<좋지, 그="" 이야기는="" 한="" 적이="" 없으니까.=""/>

좋지 않다.

남이 어떻게 성교를 나누었다는 건, 연애를 했건 내 알바는 아니었다.

"네가 용사랑 어떻게 성생활을 했다는 건 관심이 전혀 없어, 안 해도 ㄷ..."

"쓰으읍! 오빠 그러다 혼나."

...나만 관심이 없었나 보다.

다들 지금까지의 이야기중에서 가장 눈을 빛내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누가="" 먼저="" 덮..="" 손을="" 내밀었냐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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