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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04화 (104/156)

〈 104화 〉 일탈의 끝

* * *

"어머나? 다시 한번 말해주실래요?"

오랜 고민 끝에 마왕의 일탈을 전하러 갔다.

때마침 식사 시간과 겹쳐서 마왕비들은 모두 모여 있었고.

"소피아가 어디를 갔다고?"

분노했다.

"야.. 야! 대머리! 빨리 말해 나 무서워!"

내 통역으로 데려온 라나는 저들의 분노에 내 뒤로 숨어 버렸다.

정확하게는 방패로 사용하는 거다.

'위대한 거인족의 사자라고 할 때는 언제고, 자신의 오라비를 방패로 사용하네.'

하지만 어쩌겠는가, 뒤쪽에 있는 어머니의 두 번째 자손보다 연약한 자신이 방패가 돼야지.

"마왕, 훈련, 전이."

"그래서 어디로? 오빠가 어디로 갔다고?"

'흐이익! 뭐야, 저 손에 들려 있는 건?!'

바늘이 달린 자그마한 원통이었다.

끝을 누르고 있자, 바늘에서 물줄기가 뻗어 나왔다.

"잘 모르..."

"남편 냄새를 추적할게."

"오빠가 갈 만한 위치는 내가 파악할게, 지도를 줘."

"여기, 지도. 언니는 한곳에 오래 머물지는 않을 거야."

"지역의 생태와 마수들은 내가 알려줄게, 소피아랑 술래잡기라... 기대되네."

공포로 인해서 자신도 모르게 정상적인 말투가 나올 뻔했지만, 말이 끊어진 덕분에 라나에게는 들키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나를 방패로 사용하는 라나는 공포로 집중도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후후후... 언니, 우리 '귀여우신' 언니."

'마왕이여, 어찌 이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나.'

"소피아가 요즘 일이 많았나 보네?"

"지친 오빠를 밤에 푸우욱 쉬게 해주자."

<모두들, 타.=""/>

'어떻게 감당하려고...'

☆☆☆

마왕령 어느 깊은 숲속.

그곳에서 수십 마리의 늑대들과 대치했다.

무리를 짓는 마수들은 우두머리를 기점으로 연계공격을 하는 만큼, 우두머리만 치면 그 연계는 깔끔하게 무너진다.

'다만 무리의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치기도 힘들고, 연계도 다양해지지.'

프레디가 돌진했다.

빠른 속도로 한 마리씩 처리해 나간다.

마수들의 공격이 프레디에게로 몰리고, 그 틈을 타서 올리비아가 마법을 시전한다.

대지를 들어 올려서 마수들의 움직임을 교란시키면서, 프레디의 경로만은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헤에... 어떠한 대화도 없이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고 있네.'

그리고 신혁은...

"우두머리 처치! 남은 마수는 요격, 도망치는 마수는 쫓지마!"

다른 마수보다 커다란 마수의 머리가 날아오름과 동시에 그의 모습이 들어났다.

그다음에 떨어지는 지시.

이 파티의 리더는 확실하게 누구인가를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명목상의 리더인 줄 알았지만, 사람을 운용하는 기술은 신혁이가 더 뛰어나.'

거기에 나조차 쉽게 눈치 못 채는 [은신].

그 활용성이 무궁무진할 정도로 훌륭한 능력이었다.

설마, 그의 고유능력이 모습은 물론이고 냄새까지 지울 줄이야.

그가 용사가 아닌 암살자였으면 최고의 암살자로 대성했을 것이다.

'마수가 아닌, 사람을 상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

아공간에서 열다섯 개의 무기를 꺼냈다.

'한 사람에 다섯 개씩.'

열다섯의 마력실을 뽑고, 각 무기를 쥐었다.

'승표, 구절편등의 연병기로 구분되는 건 프레디에게.'

"소피아의 공격이다!"

변칙적인 공격들이 프레디에게 쏟아졌고, 그는 사방에서 들어는 공격을 처내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검, 창등의 날 무기는 올리비아에게.'

"꺄아악! 사장님! 엿먹일 거야! 사장놈 머리에 물약병 던질 거야!!"

...

근접해서 들어오는 무기들을 방어 마법과 시전이 빠른 낮은 위계의 마법으로 요격에 들어갔다.

위력이 약해 보이는 건, 근접전투에 약한 올리비아를 배려 한 것이다, 절대로 물약병을 맞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메이스나 해머는 신혁에게.'

"커헉! 왜 난 직접 때리는 건데?! 으헉!"

아닌데? 네가 못막는 건데?

'감히 형한테 암컷 타락같은 소리를 해서 그런 게 아니란다.'

"크학! 명치..! 명치맞았어..! 우웨에엑."

그놈 참, 튼튼하다.

시연이 그의 맷집을 열심히 키워준 것 같다.

내 공격으로 파티가 수세에 몰리자, 마수들은 그들에게 공격을 감행했지만.

"우리가 소피아가 힘들지, 마수가 힘드냐?!"

내 공격들을 피하면서 느리지만 한 마리씩 확실하게 마수들을 처치했다.

잠시뒤, 그들을 이기기 무리라고 판단한 마수들이 모조리 도망을 선택했고, 나도 공격을 마무리 지었다.

철그럭!

"크흑!"

콩.

"아야!"

퍽퍽퍽퍽퍽.

"그... 그만! 그만!"

☆☆☆

"모두들 대인전에는 약한 것 같아."

"'대인전'이 아니라 '대마왕전'아닙니까?"

병기에 묶여 있는 프레디가 이야기했지만, 그들에게 한 건 기껏 해야 '인간'수준의 공격이었다.

그렇기에 프레디에게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답을 해주었다.

"방금정도면 영웅급 열다섯이야, 영약빨 광전사가 그 정도는 하겠지."

인족령은 지금도 영웅급 광전사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한 번에 최소 수십의 광전사들과 전투를 벌여야 할 수도 있을 때에 고작 열다섯으로 이러면 안 된다.

"특히, 신혁아. 너는 더욱 노력해야 돼, 능력 자체는 출중해 잘 이용했다면 나도 쥐도 새도 모르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그의 [은신]은 그만큼 위협적이다.

다행히 그가 숨기에만 그 능력을 사용해서, 로젤리아가 능력의 효율을 몰라 봤지만, 그건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는 능력이다.

'한 명을 목표로 한다면 구할은 신혁에게 목숨을 잃을 수 있어.'

나머지 일할은 항상 경계를 끊지 않는 사람들이고, 그들도 휴식은 필요하니, 이 절대적인 암살자의 존재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는 소식만 전해도 피로로 죽일 수도 있다.

"...내가?"

"그래, 거기에 넌 탱커 타입이야, 맷집을 더욱 늘려서 파티의 방패가 될 수 있도록."

내가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줄게.

"프레디, 너는 아직 경험 부족. 방금 같은 공격이면 방어보단 회피를 중요하게 생각하렴."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쪽은 생각보다 쉽게 수긍했다.

"다음은 올리비아, 올리비아의 대처는 합격점이야. 네 피해를 막으면서 근접계의 파티원이 올 때까지 방어에 전념해."

화력은 한참 떨어졌지만, 그건 마법의 응용법을 조금만 가르치면 금세 해결될 것이다.

"예, 사장님."

"자! 휴식 끝! 이제 다음 훈련으로 가 볼까?"

☆☆☆

질척이는 늡지에서 곤충형 마수와 파충류형 마수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독으로 공격하는 마수들이 많은 이곳에서는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니 훈련에도 적절한 곳이다.

'기동력도 줄어드니까, 프레디보단 신혁이의 방어력이 더 중요시 되는 곳이지.'

<소.. 소피아,=""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본녀="" 무서워..=""/>

<소피아 님,="" 저도="" 무서워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일을="" 저지르신="" 건가요..?=""/>

실체화한 카르마와 로자리아는 서로를 부둥켜 안으면서 떨고 있었다.

"무슨 일?"

'내가 또 뭔 사고를 쳤나? 아니, 딱히 뭐 한 거는 없는데..?'

<어머, 큰일="" 났어요.="" 카르마,="" 어떡해요?="" 소피아가="" 눈치="" 못="" 챈="" 것="" 같아요.=""/>

<아니다, 아닐="" 거다,="" 로자리아.="" 아무리="" 소피아라도="" 다가올="" 운명을="" 이리도="" 눈치="" 못="" 채기는="" 힘들="" 것이다.=""/>

"아니, 아까부터 무슨 소리하는 거야?"

세 사람을 훈련시킨지 사흘째이다.

나오기 전, 일에도 문제는 없었고, 문제가 있었으면 가지고 있는 통신구에 연락이 왔을 것이다.

통신구에 연락이 없다는 소리는 별로 문제가 없다는 소리다.

<어흐억..! 큰일이다.="" 로자리아,="" 정말로="" 큰일이다..="" 본녀는="" 이제="" 모른다!=""/>

<우리는... 우리는="" 잘못="" 없어요!="" 전부="" 소피아="" 잘못이에요!=""/>

아까부터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뭐에 겁이 질려서 저렇게 떨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아니, 솔직하게 잘 안다.

이해하기 싫은 뿐이다.

'조... 좃됐어! 사흘이나 아무 말 안 하고 가출했어! 오히려 연락하는 편이 덜 무섭겠어!'

내가 연락하기는 무섭고, 연락이 안 오니 더 무섭다.

좃돼도 심하게 좃된 상황이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통신구를 만지작거린다.

'지금이라도 연락을 해야하나?'

갈 땐 가더라도 일단 잘못했다고 빌자, 혹시 모른다. 우리 착한 아내님들은 용서해 줄지도.

<역시..! 소피아는="" 단순하게="" 현실="" 도피한="" 것이다!=""/>

<휴우... 전="" 또="" 달려="" 있지도="" 않은="" 사람이="" '남자는="" 해야="" 할="" 때가="" 있다.'라고="" 생각="" 하고=""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마음 아프게 그런 말은 하지 말아다오, 목걸아.'

"히!히!후우! 연결돼라..!"

.

.

.

<어? 오빠,="" 우리="" 귀여운="" 오빠.="" 술래잡기에서="" 도망치는="" 사람이="" 나오려면,="" 술래가="" 불러야지.="" 우린="" 아직="" 안="" 불렀어.=""/>

<우후후. 언니,="" 열심히="" 도망치세요.=""/>

<소피아가 어디="" 있을까?="" 헤헤헤.=""/>

<못 찾겠다,="" 꾀꼬리?="" 이거="" 맞아?="" 아직="" 안="" 했어,="" 기다려="" 남편.=""/>

뚝.

"힉!힉!훅!"

<소피아 님!="" 심호흡!="" 진정하세요!=""/>

<망했어! 소피아,="" 그대는="" 망했어!=""/>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오래 도망치는 거다.

☆☆☆

"저기, 카르마야. 소피아는 왜 저렇게 떨고 있는 거야?"

<그건 말이다,="" 신혁...=""/>

카르마는 다리를 끌어안고 떨고 있는 나를 흘겨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죄를 짓고="" 도망치는="" 도망자의="" 공포이니라.=""/>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가벼운 일탈로 생각했지만, 그녀들을 단단히 화나게 만든 것 같다.

리우스가 잘못하고 도망쳤을 때도 자신은 절대로 안저러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내가 그 상황이 되니까,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어..!'

"밤에 활동하는 마수도 있는데, 저렇게 떨고 있으면 위험한 거 아닙니까?"

<소피아 님은="" 저렇게="" 보여도="" 경계는="" 다="" 하고="" 있어요.=""/>

그래도 할 거는 해야지.

위험한 상황이 나만 위험한 상황이지, 이 사람들도 위험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흠칫.

'강력한 기운이..!'

근처에서 이곳을 노리는 강력한 기운이 느껴진다.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에게 알렸다.

"다들 무기 잡아, 이곳을 노리는 기운은 최소 초월급에서 전설급이야."

내 말에 모두가 즉시 전투 준비를 마쳤다.

'하나는 아니야, 셋? 아니 넷이다.'

어? 넷?

설마... 벌써? 사흘 밤만에?

아니겠지.

'아닐 거야, 위치 추적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다리가 떨려온다.

마음은 아니라고 하는데, 적의는 없는 기운에 몸은 맞다고 알려 준다.

"사장님이 이렇게 겁을 먹는 다구요?! 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아마도 아내요.

"소피아! 당장 [전이]를! 위험한 존재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하면 더 위험해질 거 같은데요.

"내가..! 내가 미끼가 될 테니까, 소피아가 모두를 데리고 도망쳐!"

도망치면 더 위험해진다니까.

몸을 감아오는 손길.

평소라면 피할 수 있었지만, 다리가 떨리는 지금은 피할 수 없다.

"찾았다~ 우리의 귀여운 언니. 후후후."

심지어 힘이 풀렸다.

"히.. 히에에...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소피아가 다신 안 그런다고 했을 때 안 그런적 있어?"

없.. 없었어요...

갑자기 등장한 그녀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긴장이 풀렸고, 난 다리가 풀렸다.

"남편이랑 훈련은 끝났어, 전부다 마왕성으로 돌아가자."

닉스는 조용하게 돌아갈 것을 권했다, 그리고 시연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주사를 들고서 다가왔다.

"오빠? 잠깐동안 자고 일어나면 마왕성이야, 환자분? 주사 맞을 시간이에요. 후후후."

수면제였다.

"어으... 시연아, 나 다리가 풀렸는데, 그냥 가면 안 돼?"

그거 맞고 갔다가 깨면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응, 안 돼."

"...네."

안 되는 거였네요.

눈을 질끈 감고, 팔을 내밀었다.

혈관을 찌르는 주사바늘의 감촉.

이 수면제가 들어온 뒤에 눈을 뜨면, 아마도 침대겠지.

아니, 어쩌면 화난 그녀들이 다른 곳에 둘 수도 있다.

'목마라든지, 어디 십자가라던지... 데카라비아에게서 쇼핑해 오면 되니까.'

보거라, 카르마도 로자리아도 공포로 핏기를 잃어버리지 않았나.

다른 셋도 차가운 넷에게 겁을 먹은 듯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앗... 들어온다. 아앗.. 아...'

그렇게 내 일탈은 사흘밤만에 분노한 아내들에게 끝을 맞이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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