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훈련
* * *
마왕성 옆 공터.
그곳에서 다섯의 남녀가 대화를 하고 있다.
아니, 셋은 훈련을 하고 둘은 시찰하러 왔다.
"그러니까, 나보고 훈련을 시켜달라고?"
"응, 소피아가 투력도 마력도 전부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잖아? 거기에 가장 뛰어나지."
신혁의 말도 맞는 말이다.
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도 있지만, 그 둘을 모두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
신혁의 경우는 나에게 훈련을 받는 것이 더욱 적절한 방법일 수도 있다.
"라떼는 말이야! 으이! 나 혼자서 둘을 운용할 방법을 찾았어!"
"뭐라구요, 사장님?"
"어... 아니, 그냥 해 본말이야, 하하하..."
마왕씨에서 어느새 사장님이 되었다.
"방금 말했던 것처럼, 운용법은 스스로 찾는 것이 좋아. 내 전투는 솔직히 말하면 보고 배울게 못되거든."
"어째서 입니까?"
프레디의 말에 가볍게 시범을 보였다.
"미네르바, 내려 줘."
"응? 싫어, 소피아."
일단 소피아 공주를 안고 있는 미네르바에게서 내리고.
저렇게 순수한 표정으로 싫다고 할 줄은 몰랐다.
신혁 좀 봐라, 죽창을 찾고 있잖아. 그거면 너도나도 한 방이다.
올리비아도 프레디에게 안아달라는 눈치다.
신혁만 혼자서 커플들 사이에 끼인 솔로.
정말로 죽창이 마려울 거다.
결국에는 쓰다듬을 요구하는 미네르바의 부탁을 들어 준 후에야 내려 올 수 있었다.
"크흡!"
시범을 보여 주었다.
우선은 미네르바의 고유능력을 보고 만든 '하늘 걷기'부터.
"이거는 단순하게 투력으로 공기를 차는 거야, 그런 식으로 보면 투력만으로도 가능해 보이지만..."
[역중력]을 약하게 사용해서, 내가 받고 있는 중력을 영향을 줄인다.
투력을 두르고 몸에 받는 자극을 줄인다.
발 끝에 투력을 뭉쳐서 찬다.
"이 세 개를 사용해서 공중에서도 움직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거지."
그 뒤, 굉음을 내면서 공중을 활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혁은 떪은 감을 먹은 것 같은 표정으로 한 손을 들었다.
탁.
땅에 부드럽게 착지한 나는 그에게 질문하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하늘을 날 방법이 그거 말고는 없는 거야? 왜, 만화 같은데서 나오는 '플라이' 이런 거."
"좋은 질문이야, 정답은 '없다.'지만, 만들면 돼. 상위 마법은 하위의 응용과 복합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거든."
"만드는 건 쉽고?"
어리석은 질문을...
"쉽겠니?"
그리고 단순하게 공중을 나는 것이 더 힘들다.
그 마법은 질량을 공기보다 줄이는 것과 바람 마법을 실시간으로 사용해서 이동하는 것, 몸에 받는 부담을 [역중력]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
그냥 봐도 이 세 개는 필요하다, 제대로 사용하려면 더욱 필요하겠지.
"..."
이런 것처럼 내 전투는 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새로운 마법을 만든다는 것은 마법진을 그려 넣고, 거기에 적절한 위계의 마법을 적용하는 거다.
말만 쉽지, 괜히 연구소 리치들이 탈모가 온 게 아니고, 마법사들이 영창을 하는 게 아니다.
'영창을 하면, 그만큼 마법진과 효과를 연상하기 쉬워지니까.'
"그리고 방금 신혁이 네가 의문을 느낀 것처럼 너만의 방법이 있을 거야, 거기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 답을 주지는 못해."
오랜 시간 동안 전투를 하면서 찾아온 나만의 방법이다. 이걸 따라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소피아. 저도 좀 봐주십시오."
☆☆☆
검무.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그건 검무였다.
'어? 저거 삼대 버프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래서 완벽하지 못하는 것이지, 버프와 마력의 운용을 할 줄 알면 그도 검무를 완벽하게 다루리라.
거기에.
"아.. 아○스토랏슈!"
신혁의 말대로 마탑문을 열 때 사용했던 기술을 시전했다.
투력만을 사용해서 약하지만, 분명하게 뭉쳐진 투력을 쏜 것이다.
"어떻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직 모자라서, 창시자인 소피아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네가 그걸 왜 쓰는 거야?"
'확, 물어 버릴까 보다.'
"네?"
"아니, 그게 아니고... 음... 역시, 네가 그걸 왜 쓰는 거야?!"
분명 그가 직접 목격한 것은 한 번.
심지어 검무는 사선을 넘나들고, 사람들을 모으러 돌아다녔기에 제대로 본 것도 아니었다.
'뭐야, 이 미친놈은! 네가 그걸 왜 사용하고 그러는 데?!'
어이가 없다 못해서 놀랍다.
그리고 억울하다.
'내가 그거 만드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걸 홀라당 뺏어 먹냐?!'
한입만은 말하는 사람에게 맛있게 끓인 라면을 전부 빼앗긴 기분이다.
"소피아. 아니, 형! 형님아! 막, 나도 노력하거나 하면 저런 거 쓸 수 있는 거야?!"
신혁이 흥분했다.
이 녀석, 아직 병이 완치 된 게 아니구나.
"응, 에네○기파도 쏠 수 있어."
"오오오!!!"
'정확하게는 [원소광선]을 무영창으로 사용하면서 자세를 그럴듯하게 꾸민거지만.'
당당하게 영창 하는 것보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적을 당황하게 만드는 데에는 효과적이다.
생각해 보거라, 워터볼을 외친 적이 라이트닝을 날리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를.
"아○겐은! ○도겐은?!"
"가능하지, 아따따○겐도 가능하다."
물론 적을 교란하는 효과만 있지 빈틈 투성이의 기술이다.
실전에서 응용했다가는 반격당하기 쉬운 미친 짓이다.
<어흑! 허엉!=""/>
<엇! 카르마,="" 왜="" 그러시나요?=""/>
<소피아가 미친놈처럼="" 날뛰던="" 시절이="" 생각나서..!="" 허엉!="" 미네르바,="" 그대들이="" 못하게="" 말리거라,="" 본녀는="" 못="" 말려!=""/>
<미친 사람이="" 둘인데,="" 심지어="" 하나는="" 미친짓을="" 실현가능한="" 미친사람이라니...="" 너무해요,="" 우리의="" 처지가...=""/>
나빼고.
'그냥 그럴듯하게 기술만든 다음에 기술명 외치는 거라니까.'
[원소광선]을 [원소구슬]로 변화를 주고 바람 마법을 이용해서 날리면 그게 응용력이다.
오히려 같은 마법의 응용인지 파악도 못하고, 지속적으로 쏘아내는 게 아니어서 시전도 빠르다.
"소피아."
흠칫!
나 역시 흥분해서 긴 설명을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허리를 끌어안은 미네르바의 손길에 정신을 차렸다.
"혼나."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속삭임.
"밤에."
"... 신혁아 노력이 중요한 거야, 동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돼. 그리고 기술을 만들면 동료에게 설명해야 돼, 안 그러면 동료도 놀라잖니?"
어휴, 식겁했네.
밤에 또 혼날 뻔했어.
그런데 안 해도 혼나지 않나?
"저기 미네르바?"
"강도의 차이야, 강도의 차이. 헤헤, 겪어볼래?"
도리질로 대답해주었다.
유아 퇴행 당하기는 싫다.
'그러니까, 아쉬워 하지 마 미네르바.'
"신혁아, 어떤 식으로 만화 속 기술을 따라 하든 상관없지만, 그건 네 실력이 뒷바침 되어야 해. 실력도 없고 응용력도 부족하면 단순한 객기에 불과하니까."
무엇을 실현하려거든 실력부터 올리고 와라.
"소피아, 제가 해 본 검무는 어떻습니까? 말 좀 해주십시오."
"시끄러! 도동놈! 넌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잘하겠지!"
프레디는 알아서 잘하겠지.
☆☆☆
"마왕, 약속, 마법."
고개 숙여서 부탁하는 프레디를 못 이겨서, 문제점을 조금씩 알려 주던 중에 리노와 라나가 찾아왔다.
라나의 옆이라서 그런지 정상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약속?"
"마왕님, 이 대머리가 그러는 데, 마왕님이 탈모치료마법을 찾아준다고 약속했다는데?"
'아... 그거?'
나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쿵.
역시 거인, 주저앉는 소리도 남다르다.
"미안, 리노... 나도 해 보려고는 했는데..."
안 되더라.
우리 연구원들에게 이야기는 꺼내 보았다.
숨 넘어가 듯이 꺽꺽대면서 울어 버린 것을 보면 무리인 듯싶다.
라나도 머리털을 다 뽑아버린 것은 미안한지, 시선을 피하면서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마왕, 잘못, 없다, 범인, 근육, 돼지."
"저기 라나씨, 저는 리노랑 이 셋이랑 훈련을 할게요, 미네르바랑 같이 마왕성에서 쉬고 있을래요?"
"음... 알겠어, 마왕님. 마왕비님 갑시다."
"어?! 마왕비?! 응! 가자, 히히히."
미네르바도 비로 불리게 된 게, 기분이 좋은 것인지 라나에게 길을 알려주면서 성으로 돌아갔다.
"갔나?"
"응, 이제는 안 들리겠다."
"크윽! 저 근육돼지! 내 머리가! 머리가!!!"
이 집안은 형제끼리가 사이가 매운 안 좋다.
특히 리노는 라나탓으로 소중한 머리카락을 잃어버렸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혹시 찾아온 이유는 그것뿐?"
"후우... 그건 아니다. 용족과 나누어서 거인족의 전선배치는 끝났다고 알리러 왔다."
"응, 그래. 경계는 필요하니까, 긴장을 풀지말고 언제든지 적에게 대응 할 수 있도록 해 줘, 또 용족이 말 안 들으면 말하고."
우두머리가 사라진 용족은 서열 2위를 중심으로 재편성하려고 했지만 수가 너무 적었다.
수가 적은 용족은 마찬가지로 수가 적은 거인족과 병합해서 리노에게 지휘를 맡겼다.
리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그러지, 그런데 훈련 중이었나?"
새로운 목표를 잡은 신혁과 내 검무를 자신의 검무로 만들고 있는 프레디를 바라보았다.
올리비아도 그들과 연계해서 싸울 수 있도록 훈련 중이었다.
"그렇지, 저 셋은 군보다는 특수요격대로 운용할 생각이야."
소수로 운용되는 특전사들.
그들의 파티는 셋으로만 이루어진 특수한 소대이다.
마수전 뿐만 아니라, 대인전에도 능하고 난전이 되는 전장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파티.
"최대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필요가 있겠군."
그의 말이 맞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상황과 환경에서 전투를 경험해야 한다.
싸우는 상대가 무엇이든지 대처가 가능하고, 어떠한 환경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전투가 가능한 인물들.
'그런 건 최대한으로 적은 인원만을 운용하는 것이 좋지.'
세 개의 지역은 나와 닉스, 메티스 셋이 막는다고 치면, 다른 곳은 다수의 파티가 있을 필요가 있다.
삼손과 리노형제, 리우스가 있는 곳에 리리스같은 실력 있는 마법사를.
벨제부브와 루시퍼가 있는 곳은 미네르바같은 곡예 전투를 할 수 있는 전사를.
'그리고 이 셋은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해서 싸우는 자들.'
"마왕령 이곳저곳에 던져놓고 살아남도록 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실력도 아직은 부족하지..."
상급이나, 최상급은 처리가 가능해도 깊숙한 곳에 들어가면 초월급도 나온다.
심지어 마왕성 옆에 있는 중심숲은 전설급도 존재한다.
심지어 아무리 지혜가 없는 마수라도 그 등급이 높고 오랜 시간을 살면 처리가 힘들어지는 법이다.
'저쪽으로는 못 보내도 다른 곳도 위험한 감이 있지, 독으로 공격하는 마수도 있고.'
화력에 편중된 저 파티는 힐러가 없다.
올리비아의 회복마법은 성직자보다 떨어지고, 물약도 중독된 사람이 먹지를 않으면 의미도 없다.
'심지어 해독은 어떤독인지 정확하게 판단 못하면 먹는다고 해도 효과는 없다.'
실력은 있고, 미래도 출중하다만 경험이 모자라는 파티.
'그게 이 셋의 최대의 단점이지, 나처럼 수 년 동안의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네가 따라가면 되지 않나, 마왕이 감독으로 최악의 상황만 도움을 주는 형식으로."
"어? 그러네?"
요즘 밀려오는 보고로 정신도 없으니 도망을... 아니, 이들의 감독명목으로 도망을...
'도망이 아니라 교육이야, 이런 기회가 어디 있어? 신화속 마왕이 직접 훈련시켜 주겠다는데.'
대인전이 필요하면 내가 상대하면 된다.
장비들을 갖추면 수백의 인원으로 싸우는 것 같은 짓도 할 수 있다.
장비가 없어도 단순한 동작이라면 가능하고, 무기의 수를 줄이면 장비가 없어도 가능하다.
"아내들한테 말하고 가면 허락 안해 줄 거 같은니까, 리노 네가 대신 말해줘."
"...나보고 죽으라는 것이냐?"
"그럼 부탁할게! '사랑하는 아내님들, 일 좀 부탁드려용. 여러분의 귀여운 소피아가.'라고 말하면 죽지는 않겠지, 하하하!"
나는 빠르게 셋을 잡고 [전이]를 사용했다.
"멈춰! 나 맞아 죽어..!"
"하하하! 아디오스!"
☆☆☆
자신은 마왕이 사라진 텅 빈 공터를 바라보았다.
마왕성을 바라본다.
그곳에서 마왕을 기다리며 일하고 있을 마왕비들도 생각한다.
미네르바 마왕비는 자신이 이쪽으로 보고한 탓에 마왕과 떨어진 것이다.
어쩌면 마왕비들이 돌아가면서 마왕과 붙어 있는 것도 일하다 탈출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건국한 직후고, 할 일은 넘쳐흐른다.
선대 마왕이 완전하게 병합하지 않은 마왕령의 소수 민족도 평화롭게 병합중이니까.
'아마도 구할은 사심이겠지만...'
"하아... 나도 도망칠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