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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01화 (101/156)

〈 101화 〉 즉위식

* * *

걸음을 멈추고 알현실의 거대한 문을 올려다본다.

선대가 사망하고 오늘.

더 이상 비공식마왕이 아닌 정식 마왕이 된다.

'많은 사람이 며느리를 마왕으로 생각해도, 일단 '왕'으로서 정식으로 즉위하는 것이 좋다.'

벨제부브의 말이었다.

그 사람이 진지하게 충고할 때는 정말로 참고가 되는 이야기니 받아들여서 나쁠 것은 없다.

사유도 분명하다.

정식으로 즉위하면 마왕군은 '마왕국'의 군대가 되는 것이고, '국민'에 대한 방패도 되는 것이라고.

'역대 마왕들도 정식으로 즉위한 적도 없고, 건국을 하지도 않았지.'

사람들끼리 레비아탄을 '마수의 왕'으로 부르는 것이 고착되어 '마왕'이 됐다.

인족들끼리 선대를 '마족들의 왕'으로 부르는 것이 고착되어 '마왕'이 됐다.

선대는 본인이 참칭한 것도 있지만, 개국은 하지 않았다. 거기에 인족의 어느 나라도 '마왕국'을 인정한 적도 없었다.

'얼마 전까지는...'

개전을 알렸을 때, 마법국의 국왕 이반이 전쟁을 늦추는 '삼국회담'을 요청했으니까.

그가 이곳을.

마왕국 크라이스를 하나의 국가로 인정했다.

'그렇기에 더욱 정식으로 개국할 필요가 있고.'

나는 문 양측에 서 있는 기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신혁과 프레디.

그들이 이 역할을 맡는 것을 자처했다.

'프레디야 원래부터 기사였으니 그럴 수 있지만...'

신혁은 왜...

끼이이익.

중후한 문이 열렸다.

☆☆☆

"소피아 드 리 크라이스 님이 입장하십니다!"

아슈키의 호령과 함께 알현실의 길을 걸었다.

또각.

아직 즉위하지 않기에 전하가 아닌 존칭으로.

또각.

길 양측에는 익숙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내 걸음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또각.

리우스와 메티스.

또각.

각 수인들의 족장과 사투르.

또각.

리노와 라나.

또각.

그들을 따라온 거인족 대표들과 삼손.

또각.

벨제부브와 루시퍼.

또각.

악마족의 귀족들과 데카라비아.

또각.

[다형체]로 인족으로 변화한 용족들.

또각.

아버지.

또각.

맨 마지막을 지키는 나의 네 아내.

또각.

리리스.

또각.

미네르바.

또각.

시연.

또각.

닉스.

또각.

왕의 옥좌로 올라가는 계단.

그 앞에서 레이나가 관을 들고 서 있었다.

왕에게 관 씌우는 역할을 누가 맡게 되는지에 말이 많았다.

특히 네 아내들은 피만 안튀는 전쟁을 벌였고, 보다 못한 다른 사람들이 대신하려고 나섰지만.

시선끝에 있는 리우스와 벨제부브처럼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아끼는 딸에게 두들겨 맞고, 대화조차 받아 주지 않는 패륜을 당해서.

거기에 그 둘을 힘으로 제압한 메티스가 시연을 꺽고, 닉스와 대전을 펼쳤다.

그건 말 그대로 니드호그와 펜릴의 종말대전이었다.

메티스도 리우스에게만 보여주겠다던 본신을 들어내서 싸우는데 그 여파만으로 중심 숲의 일부가 사라졌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고, 숲에서 잘 살아가던 '연약한' 초월급 마수들은 진짜로 터져 죽었다.

'가름하고 내가 말려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지...'

불쌍한 마수들이.

겨우 말리고 다시 숲 중앙으로 돌아가는 가름에게 <언제 올="" 것이냐?="">라고 들었던 건 덤이다.

너도 미안... 잊었어...

그렇게 고착상태에 빠진 역할은 메티스가 데려온 레이나로 인해 종말을 맞이 했다.

'저... 저도 소피아 언니야 한테 왕관 씌워주고 싶어요!'라는 한 마디 덕에.

어린 레이나에게는 힘들다면서 독기에 대한 보호마법을 덕지덕지 바르고 데려온 메티스의 패착이었다.

'장모님, 그러게 왜 장모님도 하고 싶다고 나오셔서...'

사위 사랑은 장모가 최고라지만, 두 번 사랑했다가는 세상이 괴멸하겠다.

"소피아 언니, 어.. 으...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거야?"

"하하."

욕심에 눈이 먼 어른들은 아이의 순수한 눈망울을 이길 수 없다.

나는 한쪽 다리를 꿇고, 고개를 숙이면서 레이나의 신장에 머리를 맞춰줬다.

"레이나는 내가 어떤 왕이 되어 주길 바라니? 그걸 말하면서 관을 씌워주면 된단다."

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걸로 알지만, 건국의 왕에게 하는 일이다.

그냥 이걸 우리나라 전통 즉위식으로 삼아버리자.

관 씌워주기 쟁탈전만 빼고.

'해도 되도록이면 안전한 경쟁으로.'

"이.. 임금님! 부디 상냥하고 똑똑한 임금님이 되어 주세요!"

'자비롭고 어진 왕인가...'

어렵지만 노력은 해보자.

백금으로 만들어진 관에는 루비가 수놓아 져 있었다.

그 생김새는 내 회색머리와 잘어울렸고, 붉은색의 루비는 내 눈동자 같았다.

그 왕관은 레이나에게서 내게로 씌워진다.

"자비롭고 어진 임금이 되도록 노력하마."

낮춘 몸을 일으키면서 내 즉위식을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을 바라보았다.

"나, 소피아 드 리 크라이스 건국왕은 오늘 이 순간!"

우리들을 지켜 주고, 더 이상 핍박 받지 않기 위해서.

누군가의 통곡으로 시작된.

"마왕국, 크라이스의 건국을 선언한다!"

건국을 선언했다.

☆☆☆

즉위식과 건국식이 끝나고, 데카라비아의 말에 의해서 축제가 벌어졌다.

"소피아 님, 나라가 건국이 됐는데 건국제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런가? 하하하..."

"육류는 메티스 님과 닉스 마님이 날뛰신 덕분에 넘쳐납니다. 각 지역에 풀고, 부족한 부분은 전부 소피아 님의 지갑에서 충당하면 됩니다."

...제 지갑이요?

어흑! 내 돈... 내 돈..!

안 쓰고 열심히 모아온 내 돈이 텅텅 빈 텅장이 되어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내 지갑에서..? 정말..?"

"예, 벨제부브 님이나 리우스 님도 보탰으니 무리는 없습니다."

확인 사살에 도움까지 받았다니 할 말을 없었다.

바이바이 내 예쁜 지갑아..

멀리서 연구소 리치들이 살을 찌워가는 걸 보니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언제 입힌 것인지 모를 시녀복을 입은 앨리스도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 다니고 있으니까, 행복한 건국제가 아니면 뭐라고 하겠는가.

"언니, 나중에 나라가 안정되고 전쟁이 끝나면 일주일씩해요, 보통은 그러니까요. 후후후."

"히히, 소피아. 나라의 축제는 국민들이 즐겁게 쉴 수 있고, 나라가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증거 중에 하나니까, 쉽게 미뤄서는 안 돼."

"...미네르바? 리리스는 몰라도 미네르바가?"

살짝 무시당한 것이 기분이 나빴던 것인지, 그녀는 볼을 부풀리면서 대답했다.

"나도 대족장의 딸이야, 차기 대족장은 몰라도 족장은 당연히 달 사람이었고, 이런 공부도 한다고."

"하하... 미안해, 미네르바. 평소에는 그런 티를 안내니까 몰랐어."

"응! 사과를 받아줄게! 히히."

부드럽게 이마를 비벼오는 그녀는 여전히 해맑은 미소를 짖고 있었다.

"아무리 수능만점 오빠도 제왕학은 안하지 않았어? 다시 공부해야겠네."

앗..! 아앗...

또 떠올랐다.

만점받고 면접도 합격해서 대학합격통보 받고 불려온 거.

"어흐엉..! 내 합겨어어억!"

"...누가 소피아한테 또 술 먹였어?"

"아니, 남편은 술 마시면 안 된다고 해서 아무도 안 먹였어. 잔에서 술 냄새도 안나."

냄새한정 절대적인 보증수표, 닉스가 선언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취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단지.

"아니야, 오빠는 울만해. 대학합격이 사라졌으면 충분히."

아무리 놀 거 다 놀고 합격했다지만, 물거품처럼 사라진 합격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언니, 그래도 우리를 만났잖아요? 혹시 그래도 슬프신가요?"

리리스가 조심스럽게 질문하자, 나는 도리질을 치면서 아니라고 답해주었다.

그래, 모두를 만났으니까, 결과적으로는 슬프지 않다.

"소피아 언니야, 수능이라는 게 힘든 거야?"

"응, 한 해에 약 50만 명이 시험을 치르고, 그 중에 만점자는 한 줌도 안 돼. 오빠 때는 양손에 꼽았지."

"... 시연, 언니는 그런 시험에 만점을 받은 거야?! 언니가?!"

"그건, 확실히 소환자를 죽이고 싶을 거야, 응, 소피아가 이해돼."

복수심이 불타오른다, 기대해라 ○머프 블루.

"주변에서 오빠보고 배우라는 아주머니들이 많았디, 대표적으로 김신혁네 아주머니가 오빠보고 배우라고 했어, 하지만 노는 것만 배우고 심화 과정까지 거치면서 저렇게 변했고."

'오빠의 교육덕에 조금은 자제를 배운 것 같네, 하하하...'라고 매우 어두운 눈을 하고서 중얼거렸다.

옆집의 고생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미안...

'내가 있었을 때는 초등학생이었는데, 초등학생을 데리고 공부할 수는 없잖아. 그러니 내 뽀롱뽀롱한 기질만 배운 거지.'

흑역사 방지교육은 시켰어도, 흑역사를 길게 작성한 신혁의 잘못이지 난 잘못없다.

그렇게 내 책임을 회피하던 중에 올리비아와 리치 사인방이 나에게 와서 인사를 했다.

""""평안하십니까! 마왕님!""""

허리를 180도로 숙이면서.

"하하... 전부 마왕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해서요..."

올리비아도 당황스러운지 쓴웃음을 지으면서 답했다.

"마왕님의 하늘 같은 은혜와 올리비아 선임연구원의 구제에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대표리치, 로이드가 말했다.

'근무 하루 만에 저렇게 변한다고?'

"저희는 살면서 처음 겪어본 정시 퇴근입니다..! 크흡! 심지어 연구실에 창문이 달려 있다니..! 이제 해를 보면서 일할 수 있습니다..!"

네 명의 리치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으면서 울고 있는 모습이 퍽 징그럽다.

'원래는 리치가 아니고, 사람이니까. 살좀 찌워야지.'

저대로 두면 악덕고용주로 보인다. 내 목표는 우주의 부동산 사장님인데, 그렇게 보여서는 안 된다.

"음, 잘 들 먹고 적당히 쉬다가."

""""네, 알겠습니다!""""

고개 숙인 채로 돌아가는 사인방과 올리비아, 올리비아는 자신의 파티로 가서 그들과 즐겁게 떠들기 시작했다.

"특이하네요."

"응? 뭐가 리리스?"

"친한 사람이 아니면 존대하는 언니가 말을 놓은 것이요. 벌써 친해지신 건가요?"

'엇! 그러네.'

왜지? 본능인가?! 나로 하여금 저들에게 하대하게 만드는 본능인가?!

"역시, 리치. 무서운 사람들..."

☆☆☆

"건국이라... 어이없네요. 자신이 정말 왕이라도 된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나 보네요."

<오호호호! 이="" 버틀러,="" 마왕령에="" 잘="" 숨어서="" 관찰했다구요?="" 로젤리아="" 여왕="" 전하.=""/>

"아직은 아니에요. 그렇죠? 아바마마."

"커흑! 로젤리아! 감히! 지금 네가하는 건 반역이다!"

'어리석게도...'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에요."

라인하르트가 왕에게 박혀 있는 검을 뽑아냈다.

"커헉!"

"아바마마, 제가 왕위를 양도하라고 하셨을 때 들었으면, 목숨은 부지했을 것인데... 이렇게 저에게 아비를 죽인 패륜을 씌우시다니, 너무하시는군요."

어조는 매우 슬퍼하는 듯했지만, 눈가에는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피로물든 왕궁.

자신의 결정에 반대한 우왕과 형제들을 모조리 도륙한 결과다.

'어찌도 이리 어리석은지... 썩어도 최전선에서 사선을 넘은 우리예요. 제 아무리 우왕의 측근이어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죠.'

"라인하르트, 버틀러."

<예, 여왕="" 전하.=""/>

"하명하십시오, 로젤리아 님."

"이반 왕의 약조는 아바마마가 한일로 조작하세요. 그리고 영약건도요. 저는 그거에 반발하여, 아바마마를 끌어내렸다. 이미 이반 왕과의 약조는 양국의 관계와 현재의 정세 탓으로 어쩔 수가 없이 이루어졌다 라고 세간에 뿌리면 될 듯하네요."

<오호호, 정보조작도="" 전문분야입니다.=""/>

"로젤리아 님의 명이라면, 그게 무엇이든지 따르겠습니다."

부복한 라인하르트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에게 미소를 지어줬다.

"후후후, 그래요. 라인하르트. 이제 이 나라에서 제 결정에 반박할 인물은 없어요. 모든 건 인류의 승리를 위해서니까요."

'이반 왕, 뭐가 제 전략을 이룰 압도적인 말이 없다는 것인가요. 없으면 만드는 것이 군주예요.'

"당장 즉위식을 준비하세요. 그리고 국민들에게 연설을 할 것이니, 날짜도 잡아 놓으세요."

'자신과 닮은 폭군이라 하셨나요, 저는 당신과 달라요. 이반 왕.'

인류를 위해서 움직이는 자신이 뒤집어쓴 피는 그와는 다른 피다.

'우왕, 암군에게 나라를 구한 사람은 폭군이라 부르지 않아요.'

자신은 성군이 될지언정, 폭군이 되지 않는다.

"한 달 후에, 그와의 회담에서는 제가 주도하지 않으면 이 전쟁은 전부 이반 왕에게 끌려다닐 거예요. 회담을 이끌어 나갈 준비를 하죠."

그렇게 자신은 피로 물든 옥좌를 벗어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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