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 북유럽에서 온 마왕 님
* * *
"그래, 일단 나는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그만 돌아갈게 좀 더 쉬고 있어라 신혁아."
"아아... 여신 님에게 맹세코."
어째서인지 신혁은 매우 경건한 광신도가 되어 있었다, 그 '선물'이 도대체 어떠한 것이기에 신혁을 구워삶은 것일까.
"프레디, 올리비아. 두 사람은 남아서 파티원끼리 이야기나 더 나누고 있어. 무슨 일이 있으면 이 통신구로 찾고."
"예, 소피아."
"저기, 마왕씨. 저는 연구할 것이 있으면 하고 싶은데요."
올리비아는 소피아에게 혹시 연구거리가 있다면 달라면서 같이 자리를 벗어났다.
혹시 마탑의 말단들 처럼이 자연스럽게 일을 하는 것이 몸에 익숙해져 버린 것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연구가 좋은 것인지 휴식을 권해도 일을 하기위해서 떠났다.
사람들이 떠나고 신혁과 둘 만 남은 상황.
"신혁 아까는.."
"흐윽..! 살아 있었어..! 정말...! 정말로 두 사람 다 살아 있었어! 크흑!"
"..."
신혁은 소리 없이 오열했다.
밖에서 들리지 않도록.
조용하게.
"다행이야..! 다행이야..."
☆☆☆
수 분 후, 신혁은 조금 진정된 것 같았다.
"하하, 미안하다. 프레디 다른 사람에게는 이런 모습을 보이기 힘든데, 너에게만은 버티기가 힘드네."
살짝 소름 돋았다.
"야, 오해하지 마. 내가 아무리 가능한 사람이어도 남자는 아니야. 단지..."
문 너머를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두 사람에게는 여전히 '암신혁'으로 남아서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거야. 너는 단지 날 믿어 준 은인이기에 있는 그대로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뿐이고."
"그랬군.. 하하하, 미안 신혁. 나까지 오해할 뻔했잖아."
오열하여 갈라진 목으로 말하기에 물을 건네주면서 대답해주었다.
신혁은 단지 그 사람들에게 자신은 멀쩡하니, 절대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말라는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
그것이 로젤리아를 속이기 위해서였을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신혁도 같이 속게 된 것이니까.
'거기에 소피아는 한번 믿었던 이들에게 속고 살해 당하였으니, 마음 한구석에는 계속 미안하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겠지.'
그는 그날 이후로 확실하게 성장했다.
"하하, 미안하다. 하지만 신혁 아까같은 표현은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으니까, 자제하는 것이 좋아 보여."
획.
순간 신혁이 시선을 회피했다.
"너, 설마..."
그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다.
"너... 너희 같이 인기 있는 사람은 내 마음을 몰라! 거기에 성재 형, 소피아는 뭐, 네 명?! 네에에에 명?!"
분노인가, 오열인가.
그의 눈에서는 첫사랑과 두 번째 사랑이 연인이 된 슬픔이 눈물이 되어서 떨어졌다.
"너는, 너는 모를 거야... 아무리 바뀌려고 노력해도 받게 되는 충격이 있다는 것을..."
그에게는 두 사람이 사망을 속인 충격보다, 연인이 된 것이 더 충격적인 듯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이해해, 신혁. 나도 리리스가 첫사랑이었으니까..."
한때 누님이라 불리며, 모두가 그녀를 생각하며 밤을 지세웠다.
'나도 꿈에서 많이 신세를 졌지.'
어떻게 보면 우리는 진정한 동료라고 할 수 있다.
"야 너두?"
"야 나두."
첫사랑이 모두 한 사람의 연인이 되었으니까.
같은 슬픔을 겪은 마음의 동료.
우리는 더욱 강한 우정을 싹틔웠다.
"어? 그런데 프레디는 올리비아가 있잖아."
"..."
삼 초 동안은.
☆☆☆
"저기, 올리비아?"
"왜요, 마왕 씨?"
"회복약 잘만든다고 했지? 그러면 두통약도 만들 수 있어?"
중요하다.
어째선지 나에게만 두통을 주는 신혁 때문이라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속에서부터 끌어오르는 만성 두통.
이 만성 두통은 일반적인 약으로는 소용없다.
확실하게 예전보다는 좋아 보인다, 말에서 그치고 행동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으니까.
"신혁이요? 아주 가끔 이상한 말을 하는 것만 아니면 나름 좋다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을 텐데..."
아주 가끔도 많이 호전된 것이에요.
"거기에 가만히보면 정말로 관심이 있는 것인가 생각될 정도로 여성관계에서는 적당한 선을 유지하던데요? 전에 들었던 세계수의 숲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이상한 짓은 안해요."
'아니, 관심은 확실히 있지만. 다음을 못 가는 건가?'라고 덧붙이는 것도 있지 않았다.
"음... 혹시 동료의 변호중?"
"그렇죠, 바보 같은 말은 해도 동료니까요. 신혁은 그 뒤로 엄청 노력했어요. 특히, 동료가 위험에 빠질만한 일에는 더욱이요."
꽤나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헤에... 신혁이도 이런 사람들을 얻은 건가?'
아마도 이 셋은 나와 내 가족이랑 비슷한 유대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
절대로 깨지지 않는 유대관계가.
"그래, 알았어. 올리비아, 마왕성에 방하나 내줄 거니까. 원하는 데로 써, 원하는 연구를 해도 좋아. 아! 마탑놈들 같은 건 하면 안 된다?"
"당연하죠! 임상시험도 제대로 허락을 맞고 해야 한다구요! 저는 약을 만드는 것을 제일 좋아하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올리비아도 감정표현이 매우 다양한 것 같다.
"혹시 내가 부탁하는 약이 있으면 만들어 줘, 물론 나쁜 건 아니야. 음... 쉽게 말하면 작게는 감기약부터, 크게는 불치병 치료제까지. 이건 오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난 올리비아가 마왕군의 약사로 일해줬으면 해."
그녀는 엘리트 연구원이다.
마탑의 깊숙한 곳에 들어가진 않았어도, 마탑에 들어갔던 것부터가 엘리트의 증명이니까.
그런 그녀에게 의학적인 부분을 맡기고 싶다.
'약을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약사요? 연구까지 같이하는? 흠... 저, 다른 두 사람이 전투에 나가면 같이 따라갈 거예요."
"응, 그렇게 해. 셋에 대한 건 내가 멋대로 막을 만한 것이 아니니까. 셋이 상의해서 보고만 올려 줘. 하고 싶으면 마법연구도 하고."
"아! 이것도요! 하루에 네 시간은 자게 해주세요!"
네? 네 시간이요? 그것만요?
"어으... 알겠어요... 세 시간이요..."
'왜 또 그걸 줄이지?'
어깨가 쪼그라든 올리비아는 '확실히 네 시간은 너무 과한요구 였어..'라며 중얼거렸다.
"두 시간?"
그만, 그만...
☆☆☆
"마왕 씨? 아니, 마왕 님?"
올리비아로 부터의 호칭이 극존칭으로 바뀌었다.
"뭐라구요? 하루 여덟시간 근무요? 휴게시간 포함에 휴가라는 미지의 것이 존재한다구요?"
내가 생각한 마왕성의 근무 환경을 듣고서.
"응, 밥은 당연히 주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최대한 들어줄 거야. 주말에도 쉬어, 물론 연구하는 사람이라 그러기는 힘들어도 나중에 믿을 만한 사람을 붙여줄게."
이 불쌍한 말단연구원에게.
"마왕성 복지로는 아직 생각하는 것들만 말하면."
복지를.
"출산휴가, 남편과 같이 예정일 전후로 150일 씩 보낼 거고."
매우 중요하다.
필요하면 더 보낼생각도 있다.
아이가 생기면 쉬게 해줘야지, 일을 시킨다면 사탄도 진도가 너무 빠르다며 대나무숲에 올릴 거다.
"유급휴가는 30일정도 줄 거고, 한 번에 몰아서 쉬든 나눠서 쉬든 알아서해. 원하는 데로 써."
자신의 휴가는 마음대로 사용해야지, 윗 사람이 함부로 건들면 안 된다.
"사람이 없어서 휴가를 쓰기가 힘들어? 그럼 더 뽑아줄게."
사람이 많으면 덜 힘들다, 예비인력이 있으면 만약의 사태가 터져도 다른 사람이 고통받지 않으니까.
"흠흠, 역시 복지가 좋아야 회사가.. 아니, 사람들 일하는데 좋지, 윗사람은 이런 거를 신경 써야 돼. 뭐 더 복지로 줄 거 없나?"
"마.. 마왕 님?"
내가 한 나라의 왕이 된 이상에 살기 좋은 나라로 이끌 것이다.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사람들을 당황시킬 뿐이니까, 하나씩 천천히 바꿔나갈 거다.
그 시작은 마왕성에서부터 할 것이다.
"혹시 더 원하는 것은 없어? 복지는 시연이에게 물어봐야 하나? 음... 난 솔직히 이곳에 왔을 때는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많이는 모르겠네."
적어도.
"적어도 일상생활은 보장될 거야, 사람이 쉬면서 일해야지 어떻게 일만 하고 살아?"
살기 좋은나라를 목표로 하고 싶다.
"그러면, 마왕 님. 제가 조금 모자라지만 일 잘하는 착한 사람을 네 명 정도는 알고 있는데요."
☆☆☆
수일후.
"여... 여기는 어디야?!"
"마왕?! 어흐억! 우리 납치된 거야?!"
"마탑이 사라져서 밀린 월급도 못 받았는데..!"
"우리가 언제 월급을 따졌어?"
올리비아가 말한 착한 모지리들.
"당신들 전에 마탑에서 나 봤지?"
마탑의 말단 사인방.
"습겨자분?"
"으휴! 멍청아. 습격자 아니었잖아."
"근대 마탑은 사라졌잖아. 나 오랜만에 잠이란 걸 잤어."
"나도 잤어, 씻고 오니까 마탑이 사라졌길래 신나게 자러 갔지."
리치 같은 외모를 지녔던 그날의 사인방이었다.
며칠 지난사이에 때깔이 상당히 고와져서 못 알아볼 뻔했다.
"선배 님들, 저한테 감사하세요."
"응? 올리비아? 너 용사파티로 들어가서 마탑탈주의 꿈을 이룬 거 아니었어?"
"설마, 벌써 마탑이 복구 된 거야?"
"안 되는데! 나 아직 못 먹어 본 것도 많은데!"
"편하게 생각해, 우리에게 자유란 없어..."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는 말단 사인방에게 올리비아는 내가 이야기했던 것과 이곳이 어디인지등등을 이야기했다.
그 결과.
"뭐? 정말로 마왕성이라고?"
"뭐? 여기서 일하면 잠을 잘 수가 있다고?!"
"뭐?! 휴가라는 미지의 것이 존재한다고?!"
"뭐?! 매일 씻는 것이 가능하다고?!"
매우 놀라서 수군거리고 있다.
심지어 순진한 자신들을 속이는 사기꾼이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속고만 살았나?"
"예, 선배들은 속고만 살았어요."
...그래, 그러면 그럴 수도 있지.
"저기, 당신들. 곧 전쟁이 날 것은 알고 있지?"
"전쟁? 나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몰라서..."
"날짜감각도 사라졌지?"
"마탑 말단의 기본이지, 일단 밖을 못 보니까 날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고."
"마탑이 사라지고 나서 잠만자고 일어나서 식사를 했지. 참으로 알찬 나날이었어."
정말 이 사람들 괜찮은 것이 맞냐고, 올리비아를 보면서 물었지만.
그녀도 쓴웃음을 지으면서 '사람은 착해요...'하고 볼을 긁적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못 나서 최하층을 못 벗어난 게 아니에요. 아마, 윗사람들이 보기에는 자신들에게 어울리지 않아서 겠죠."
"음... 쓰레기들과는 어울리지 않고, 모자라지만 우수한 사람들... 이거 말이 조금 이상한데, 아무튼 우수한 마법사이자 연구원이라는 거지?"
"예, 하하.."
인증된 사람이라면 상관없다.
거기에 이 사람들이라면 이상한 짓을 할 거 같지도 않다.
그전에 딴 짓을 하기에는 너무 순수해 보였다.
"당신들 내 밑에서 일할래? 아까 말했던 것처럼 해줄 거고, 당장 살 곳이 없으면 마왕성 안의 방도 줄게, 남아도니까."
"저기, 정말로 밥도 주고 잠도 재워주고 쉬게 해주는 겁니까?"
나름 대표격으로 보이는 인물이 질문했다.
'질문이 참 단순하지만.'
"맞아, 거기에 현재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야. 엄밀히 따지면 이미 개전했지."
이 사람들도 늦게라도 소식을 듣게 됐을 것이다.
"인족측에 있으면 전장에 던져질 수도 있어, 여기 있으면 원하는 것만 아니면 필수적으로 참여시키지 않을 거야. 비전투원을 왜 전장에 투입해?"
물론 전장에서도 우수하겠지만, 우수한 연구원이 부족한 시기에 연구원을 전장으로 보낼 수는 없다.
"밖에서 안자도 됩니까?"
"...당신들 밖에서 잤어?"
에이 설마.
"예, 뭐 마탑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잘 곳이 없었거든요."
"몇 년 전이었지? 아 날짜감각.. 오래전에 하도 안 들어가니까 쫓겨 났습니다."
"나중에 찾아가니까, 집주인이 죽은 줄 알았다 했지?"
"내가 살던 곳은 마탑에 들어가면 방부터 빼라고 하던데? 어차피 못 온다고."
아잇! 미안해라, 이 불쌍한 리치들을 노숙시켜 버렸네.
그런데 왜 노숙마저도 행복했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건데?
"에휴, 난 당신들의 새로운 고용주. 마왕국 크라이스의 왕, 소피아. 마왕국의 복지는 앞으로도 발전할 거야. 여기서 일할래?"
"우리는 적어도 마약같은 건 연구하지 않습니다. 위험한 마법도 마찬가지고."
"나도 안해. 거기에 조금 위험한 마법들도 내가 개발하면 했지, 당신들에게는 안시켜."
사용하는 것도 한정된 인물에게만 한다.
"...로이드요."
"노스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마왕 전하?"
"모스키라고 합니다."
"가단이라 불러 주세요."
"그래, 잘 부탁해. 아! 여기서는 올리비아가 선임자야. 그녀의 지시를 잘 따르도록."
""""엣?""""
전원이 놀라면서 올리비아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선후배가 역전된 관계에 소리를 질렀다.
"아자! 청소당번 탈출이다!"
...그건 앨리스를 쓰면 될 일이다.
"그럼 난 알현실로 갈게, 각 부족의 대표들이 모였다고 하니까, 정식으로 즉위식도 해야된다고 하네."
"예, 마왕 님. 저도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금방 갈게요."
"응."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 대지에 있는 전 마왕군들을 모두 받아들이고, 마왕으로 인정 받았다.
이제는 정식으로 그들을 대표하는자가 될 일만 남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