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 역할바꾸기 by역전의 연속
* * *
"하아... 흐윽.. 하앙!"
신체의 자유를 잃었다.
"하윽! 오빠..!"
시연이.
'조금, 아니 상황이 많이 이해가 안 되는데?'
자신의 원하는 걸 들어주길 바라던 시연은 어디서 꺼낸 것인지 모를 밧줄을 가져 왔고.
'분명히 나를 묶으려고 들고 온 줄 알았는데...'
돌연 자신을 묶어달라고 부탁을 해 왔다.
매우 거친 숨을 쉬면서.
"시연아?"
"쓰으읍!"
그녀의 강압에 한숨을 쉬면서 시연의 턱을 들어 올렸다.
"요즘 건방진 걸 보니까, 교육이 부족한 거 같아? 오늘 듬뿍 교육시켜 줄게. 후우..."
"하윽! 잘못했어요. 오빠아, 흐아아."
그리고 시연을 가늘게 뜬 눈으로 내려다보면서 낮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어흑! 언니!"
"리리스! 안 돼! 코피를 너무 쏟았어! 자면 안 돼! 그러면 이 좋은 걸 못 보잖아!"
"하아.. 남편.."
효과가 다른 사람에게까지 들어갔지만, 시연이 해온 요구는 하나였다.
'오빠, 전에 술 마셨을 때, 그날의 오빠를 맨정신으로 보고 싶어.'
거침없고 어떤 두려움도 없는 가학적이던 내가 보고 싶다나?
특이했다.
가만히 보면 시연도 피학적인 성향을 조금은 가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흐아.. 나만의 오빠다, 흐흐흐..."
물론 자신만의 나를 보고 싶었던 것이 더욱 컸을 지도 모른다.
"시연아? 아~ 하렴."
"아.. 아~ 하읍!"
내 명령을 듣는 시연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으음.. 하음.. 읍하... 흐음..."
손가락에 얽혀 오는 그녀의 혀가, 미끌거리면서도 따듯한 온도가 내 손가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만."
"흐아? 오빠?"
입속에서 빠져나온 손가락은 한줄기의 실을 만들면서 아랫입술에 닿았고.
"읏."
턱을 향해서 천천히 쓸어나간다.
입속에서 입술로.
입술에서 턱으로.
턱에서 쇄골로.
쇄골에서 가슴으로.
여유롭게 주말 오전의 산책길을 거닐고 있는 것처럼.
천천히.
여유롭게 쓸어간다.
"흐아앗..."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관리를 했을까?"
"오빠.."
그 어떠한 군살조차 보기 힘든 몸.
그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왜?"
"오빠한테 사랑받고 싶어서.."
부드러운 피부, 그녀에게 풍겨 오는 향긋한 냄새.
단단하면서 가슴과 둔부만은 부드러운 감촉을 가진 시연의 몸.
오직 한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에 관리한 몸.
"그래? 열심히 했네, 그런데 오늘은 그 노력이 무안해질 정도로 괴롭혀질 거야."
"아흑!"
가슴에서 내려온 손은 어느새 그녀의 둔부에 도착했고, 나는 시연의 둔부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고통스럽지만 않도록.
딱 그정도의 힘을 쥐면서 괴롭혀갔다.
"시연아, 오늘은 오빠의 괴롭힘을 듬뿍받아보렴."
무엇이든 당해봤던 사람이 잘한다고, 오늘은 강제로 배워왔던 괴롭힘을 시연에게 보여 줄 생각이다.
'무슨 생각을 가지고, 괴롭혀달라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확실하게 가르쳐 줄 거야.'
끝에가면 실수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도록, 그동안의 한을 담아서.
"하으윽... 오빠아, 좋아.."
...
아닌가? 더 좋아하려나?
☆☆☆
시연의 등 뒤로 돌아간 나는 그녀의 어깨에 턱을 얹은 상태로 신체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허벅지를 쓸어올리면서 음부를 향했고, 남은 손으로는 배부터 가슴까지 쓸어올렸다.
"시연아? 지금 오빠의 손이 닿는 부분을 뭐라고 부르지?"
"흐앗! 보... 보지?"
"후후, 그러면 다른 곳은?"
"가스으음!"
가슴을 애무하던 손을 내리고, 허리를 끌어안았다.
"정답, 다음은 어디로 할까? 응?"
"하아앗, 그러니까, 그러니까... 꺄앗!"
다음부위를 고민하는 시연을 내 쪽으로 끌어 당기면서 대답을 막는다.
나는 질문을 했던 게 아닌, 내 고민을 입 밖으로 내뱉은 거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언제, 시연이에게 선택권을 줬을까?"
"하아아, 잘못했어요. 오빠."
귓가에 간드러지게 맴도는 내 목소리에 시연은 몽롱하게 빠져들면서 대답했다.
마치 최면을 걸듯이 그녀를 유혹한다.
"오늘은 누가 이런 부탁을 했지?"
"제가요. 하앙!"
"그러면 선택권을 줘야 하나? 시연이가 선택권이 없기를 바란 거 잖니?"
"네에.. 으앙!"
음부를 손가락으로 자극하면서.
말을 이어 나갈 때마다 더욱 자극적이게.
어떨 때는 간지러울 정도만.
"하으.. 하아... 으응..."
또 어떨 때는 빠르게.
"흣! 항! 하읏! 흐앗!"
오롯이 자극만을 위해서 말과 행동을 이어갔다.
"하음."
"흐걋!"
목을 물었다.
신음을 울리면서, 움찔거리고 있던 시연의 목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는 목이 물리자 허리를 튕기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신음을 흘렸고, 나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흘리면서 그녀의 목을 혀로 핥아갔다.
'후후후... 오늘따라 많이 귀엽네.'
더욱 괴롭히고 싶어지게.
스륵.
등에 입맞춤을.
목을 물고 입을 맞추던 나는 조금 더 밑으로 내려오고, 움푹 들어간 그녀의 척수부분에 이마를 기대고 등허리에 입을 맞추었다.
아주 오랫동안 숨소리만을 흘리면서.
'이제...'
시연의 팔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었다.
☆☆☆
"어? 오빠?"
결박되있던 손이 풀리자 시연은 앞쪽으로 쓰러졌고.
"꺄앗!"
엎드린 그녀를 앞으로 뒤집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내 무릎을 집어넣은 상태로 위를 차지했다.
그런 와중에도 머리가 다치지 않도록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감싸면서 부드럽게 내려 주었다.
"오빠아.."
양손을 모으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반짝거렸다.
'이런걸 기다렸다는 눈빛이네...'
천천히 허리를 낮춘다.
그리고.
"흐..아?"
내 음부와 그녀의 음부를 맞대면서, 입맞춤을 하는 듯한 행위를 시작했다.
"오빠.. 잠.. 읍!"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말을 허락하지 않고, 위쪽도 내 입으로 막았다.
"하음! 흐읍! 파하..! 흠! 으응..."
거부하는 듯한 혀를 괴롭히면서,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거칠게 입을 빼앗아버렸다.
"흐응! 음! 아.. 흡! 하아... 오빠합..! 응..!"
몸이 겹쳐지면서 울리는 살소리와 서로의 입속을 오가는 혀와 숨소리.
소리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청각만이 아닌 촉각까지 느껴가면서 둘만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갔다.
"흐읍! 하응..! 오빠.. 하앗! 잠시만...!"
"후후... 시연아? 지금은 쉬게 해주지 않을 거야."
"하응!"
고개를 가슴에 가져다대면서, 아이처럼 그녀의 가슴을 탐했다.
"아앙! 오빠..!"
시연은 나의 머리를 끌어안으면서, 절대로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듯이 가슴으로 밀어 넣었고.
나는 거기에 맞춰서 더욱 탐욕스럽게 괴롭혀갔다.
뿐만 아니라, 신체의 여러부위를 사용해서 각자의 민감한 부위를 자극했고, 우리는 그 자극에 거친 숨소리와 신음을 흘리면서 넓은 세상에 우리의 소리를 채워 넣는다.
"하윽! 오빠! 이제..! 하앙!"
"흐읏! 시연아! 하읏!"
소리의 세상에 종말이 찾아오고.
"흐아아앙!"
"하으으읏!"
세상이 깨져나가면서 절정을 맞이했다.
☆☆☆
빡!
"악!"
순간적으로 주먹을 내지른 시연을 보면서 왜 그러냐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어째선지 그녀는 분노한 상태로 나를 바라보았다.
"후우... 야, 오빠."
"왜... 왜 그러는.."
"왜 기회를 줘도 못 먹어?"
"으.. 응?"
"아니, 이건 우리가 그렇게 만든 거겠지. 역시 오빠는 괴롭혀지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
왜 그러시나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코피를 흘리며 쓰러진 리리스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것을 보았다는 듯이 누워 있다.
술에 힘을 빌리지 않고,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달라기에 노력했건만.
한대 얻어맞은 것은 정말 억울한 처사였다.
"오빠, 왜 오빠는 넣는 게 없는 거야?"
"어.. 엇?"
'그러게?'
기껏 배운 그 마법을 사용해 본적은 딱 두 명밖에는 없어서 그런가, 본능적으로 사용할 생각을 못 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아하하하... 그러니까... 막상 만들라고 안했더니, 생각을 못 했네? 하하하..."
"하아..."
움찔.
요즘 한숨이 잦은 것 같지만, 이번 건 정말로 내 탓은 아니다.
'전부 조ㄱ... 아니, 밤일에 익숙한 밤일이 있다 보니까, 습관이 된 거야. 응.'
분명 그렇다.
"오빠, 내가 분명히 말하려고 했는데. 막았지?"
내 탓이었다.
내 흔들리는 눈은 그녀를 피하면서 바닥에 고정을 시켰다.
"오빠?"
"네.. 네!"
"묶이자?"
자신을 묶었던 밧줄을 들고서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했다.
눈은 웃지 않은 채로.
"네..."
☆☆☆
"흐앗.. 아흥!"
관계가 다시 역전되었다.
괴롭히는 입장에서 철저하게 괴롭혀지는 입장으로.
나보다 더욱 능숙하고 부드럽게 묶는 시연은 내게 자유를 빼앗았고, 억지로 벌려진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도구'를 꺼내면서 온몸을 훑고 있었다.
'아니..! 붓은 어디서 꺼낸 거야?!'
마법은 어렵다면서 철저하게 무투파로 있어오던 시연도 이런부분에서는 철저하게 마법을 이용한다.
"꺄앗!"
"오빠? 어때? 응? 후후후... 간지럽지? 그리고 뜨겁지?"
붓이 지나간 자리는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조금만 건드려도 느껴질 정도로 민감해졌다.
"하필이면 가버리는 바람에 순서가 끝났거든? 오빠탓이지? 그래도 닉스가 조금은 양보해준 덕에 이렇게 괴롭힐 수가 있네?"
"하앙! 이거.. 뭐 바르고 있는 거야?! 아앙!"
"후후... 미약인 게 당연하잖아? 닉스랑 할 때는 최고로 민감해진 몸으로 끝없는 절정을 맞이 할 거야."
'화났...'
"히얏!"
이번에는 발끝이었다.
내 몸으로 예술작품을 그리 듯이 붓으로 미약을 칠해나간다.
자신의 고유능력을 이런 식으로 응용하고,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방식으로 몸을 자극시킨다.
"하윽..! 하아아앙!"
발끝을 간지리는 그녀로 인해서 절정을 맞이한다.
"허윽... 맨날 나만 괴롭혀..."
조금씩 서러워지기 시작한 감정에 원망을 담아서 중얼거렸지만.
"응? 오빠도 충분히 괴롭혔잖아?"
"하으읏..!"
전혀 듣지 않고 괴롭힌다.
"시연."
"응? 닉스? 벌써?"
"응, 해결법 찾았어."
'무슨 해결법을..!'
닉스는 내게 묶여 있던 밧줄을 풀어 주고 쓰러지는 몸을 붙잡았다.
"해결법이라는 게..."
내가 본 그녀의 눈은 평소와 다르게 매우 밝게 빛나고 있었다.
불안하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