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역할바꾸기 by수인 소피아
* * *
"소피아, 일단 [다형체]로 토인족으로 변해 줘!"
"엣?!"
내 양손을 쥐고 있는 미네르바는 두 눈을 빛내면서 부탁을 했다.
그녀의 기대어린 눈에 나는 도저히 거절의 의사를 말할 수가 없었고, 어차피 거절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을 했다.
"응... [POLYMORPH]."
'그... 아마도 바니걸에 열광하는 아저씨들 그런 거겠지?'
어쩌면 [다형체]를 만든 인물도 다양한 모습을 즐기기 위해서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이 세계의 마법사들은 지금도 옛날도 어딘가 한 부분이 돌아버린 인물들이 많았으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올바르게 돌면 상관은 없지.'
이 시대의 마법사는 이상한 처돌이가 많아서 문제였으니까.
머리 위로 귀가 자라나고, 둔부에 동그란 꼬리가 생겼다.
'느낌이 조금 이상하네...'
쫑긋거리는 귀를 흔들어 본다.
어째서인지 본능적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귀끄트머리를 살짝 만져 보니, 조금은 부드러우면서도 간지러운 미묘한 감촉이 느껴졌다.
"소피아, 히히. 이리로와."
"?"
그녀의 부름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고.
"흐얏!"
"히히히."
재주좋게 나를 붙잡고 자신의 무릎 위에 아이를 안고 있듯이 올렸다.
당황한 나는 그녀의 무릎 위에서 올려다보았고, 미네르바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내 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흐으응?!"
"히히, 어때 소피아? 간지럽지?"
"어?! 응?!"
그리고.
"묘하게 기분이 좋을 거야, 나도 그러니까. 히히히."
'어... 그러면...'
"오늘은 수인족의 민감한 부위를 저어언부 알려줄게, 히히히."
장모님한테 들어서 알고 있는데요...
☆☆☆
"흐아아..."
귀 뒤를 간지리고 있다.
턱밑 다음으로 귀뒤, 그다음이 어디가 될지 궁금할 정도로 잘 쓰다듬고 있다.
마치 한 마리의 고양이가 된 기분이다.
'엄밀히 말하면 토끼쪽일 텐데.'
"하아.. 하으..."
손기술이 보통이 아니다.
그저 몽롱하게 미네르바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싶은 이 기분은 토인족이 아닌, 묘인족이나 견인족이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어때, 소피아?"
"흐으응? 좀 더... 헛!"
최면인가? 손길을 통한 최면인 것인가?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을 뻔했다.
"아니, 이건 그러니까.."
"히히히, 다음은 꼬리 위쪽이야. 아! 그리고 소피아, 꼬리는 잘못건드리면 기분 나쁘니까,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 자, 뒤로 돌자."
부드러운 손길에 중독되어 버린 나는 얌전하게 뒤로 돌면서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녀들이 내가 쓰다듬던 손길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던 것이 이해된다.
부드럽고 사랑이 담긴 손길.
그 손길을 한 마리의 토끼는 고양이처럼 골골거리면서 받아들인다.
'어? 그런데 야한 건 안하려는 건가?'
이럴 사람이 아닌데?
단순한 내 착각인 것인가하고 미네르바를 바라보았다.
나와 시선을 마주친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순수한 눈망울로 미소를 지어 주었다.
'내가 오해했네, 다들 야한 것만 생각하지는 않을 텐데.'
"아직은 전위야, 너무 하는 것만 하면 소피아가 힘들잖아? 조금 쉬어야지. 히히히, 조금만 기다리면 시작할 거야."
'내가 오해했네, 다들 야한 것만 생각하는데.'
뭐야, 제 오해 돌려줘요.
☆☆☆
툭.
"흣!"
둔부를 가볍게 두드리는 미네르바.
그녀는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손길을 멈추고, 자극적인 손으로 변화를 주었다.
툭툭.
"하윽.."
간절하게 만들면서 절대로 정도를 넘지 않는 자극적인 손으로.
단계를 밟아가 듯이, 오직 적당한 자극만 받을 수 있도록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히히, 어때 소피아?"
둔부에서 꼬리로 손이 옮겨 갔다.
"히잇! 하아... 흐윽! 하응!"
"많이 민감하지?"
"흐응..! 하아... 하아.. 흐읍!"
"그러게, 전에 왜 그렇게 괴롭혔던 거야? 소피아, 오늘은 꼬리가 만져지는 게 얼마나 민감한 일인지 알아봐. 히히히."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이는 말에 짓궂은 한이 담겨 있다는 것을 잘알았다.
"하읏! 미.. 미안해 잘못.."
"그리고 엄마한테 들었지? 다른 민감한 곳."
"히익!"
"오늘은 그냥 안끝나, 리리스뿐만 아니라 나도, 각오해 소피아."
그 말을 시작으로 왼손은 꼬리를 쓰다듬고, 오른손은 귀 안쪽을 간지리기 시작했다.
"하앗! 간지러! 흐앙..! 하읏! 미네르바..! 아흥..!"
순간 몸에 힘이 풀리면서 미네르바의 곁으로 쓰러졌고, 그녀는 나를 받아들면서 더욱 괴롭힘을 가하고 있었다.
"어때? 소피아,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쩌려고 그래."
"하아.. 읏! 잠깐만..! 흐으읏!"
미세한 전류가 귀를 통해서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그녀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니, 파고들어졌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품에서 벗어나려 하면 좀 더 강한 자극을 가하고, 힘들어 하면 부드럽게 자극을 한다.
미네르바가 가하는 자극의 줄타기에 괴롭혀지면서 몸이 달아올랐고, 그녀는 그런 나를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소피아,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야?"
오렌지를 연상하게 만드는 그녀의 짓궂은 두 눈동자는 한 가지의 답을 원하고 있었다.
"왜 전부 이러는 거야?! 흐윽! 짓궂잖아, 하응!"
"히히히, 그거야. 소피아가 귀여우니까?"
이런부분은 아내들이 전부 똑같이 닮아 있다.
나를 괴롭히는 부분이 매우 똑같이.
"그리고 소피아는 이렇게 해야만 솔직해 지니까, 우리가 더 그러는 거지. 항상 솔직하면 좋잖아."
"흐으으... 애태우게 하지 마, 힘들어.."
"흐읏!"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부탁하자, 미네르바는 나를 꽈악 끌어안으면서 이야기했다.
"후우... 역시, 애원하는 소피아는 너무 귀여워서 참기 힘들어."
"그런! 다들 자꾸 괴롭히니까... 하윽!"
찌걱.
빠르게 내 안을 파고드는 미네르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네르바는 내 안으로 들어왔다.
"항상 소피아한테도 우리의 처음을 주려고 생각은 하는데, 볼 때마다 이쪽이 참기가 힘들어서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흐앙! 내 탓?! 으응! 그거 내 탓이었어?! 아흥!"
"응, 소피아 탓. 다음에는 꼭 줄 테니까, 오늘은 계속 괴롭혀지자? 히히."
"그다음이 언제인... 흐읍!"
미네르바가 내 입을 막았다.
그녀의 입이 내 입을 막고, 혀를 집어넣으면서 입속을 간지리고 있었다.
"으읍... 흐읍.. 읍! 흐음.. 하아... 하읍..."
위와 아래, 꼬리와 등, 귀와 가슴.
어느 한 부분도 가리지 않고 괴롭히는 미네르바를 받아들이면서, 그녀의 넓은 가슴에 기대었다.
"...에잇!"
"흐갹! 왜 그래 미네르바?!"
어째서인지 내 유두를 꼬집는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소피아,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흐윽! 하아... 알.. 알았어! 하윽!"
빈약하지 않고, 풍만한 가슴에 기대었다.
"옳지 잘했어 소피아."
'이럴 때는 생각 좀 읽지 말아 줬으면...'
"하응!"
내게 생각을 허락하지 않는 그녀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강한 자극을 가하기 시작했다.
음부에서 시작된 전류는 척추를 타고 흐르면서 머리에 도달한다.
"아흑! 하앙!"
그 자극을 견디다 못해서 미네르바의 목을 끌어안았고, 그녀는 그런 나를 부드럽게 안아 주면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리 소피아, 나의 귀여운 토끼. 우리 집 토끼는 왜 이렇게 귀여운걸까?"
여전히 짓궂었지만, 말투는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상냥함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꼬리가 내 둥그른 꼬리를 감싼다.
엉키고 설킨 실타래처럼 감싸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따듯한 그녀의 체온이 나의 몸을 대우고 있었다.
"하아.. 흐응! 아앙!"
"후우."
대워진 몸을 그녀의 시원한 입김이 식히고, 다시 몸으로 대우기를 반복하면서 이 행위의 끝에 도달해 간다.
"하윽! 미.. 미네르바! 나.. 나!"
"응, 하아.. 나도 소피아."
대화는 잦아 들고, 우리의 신음 소리와 살이 부딪치는 소리만이 이 넓은 마왕성을 가득채워 간다.
"흐음..! 흐응..! 아앙!"
"헤헤... 소피아?"
"흐아앗.."
미네르바의 손가락이 목에서부터 턱까지를 쓸어올리면서, 내 턱을 위로 들어 올렸고 내 입을 빼앗아 버렸다.
"흐음... 하음... 음하아... 음.. 하아... 으읍!"
두 눈을 감은 채, 피부와 입술에서 느껴지는 감각에만 집중을 하고, 음부에서 울리고 있는 미네르바의 것이 내 자궁에 쏟아져 간다.
"으흐으읍!"
"흐읍!"
그녀의 씨앗은 내 안속을 채워가면서, 2세를 남기겠다는 듯이 자궁을 빈틈 없이 자신의 색으로 칠해나갔다.
우리가 맞이한 절정.
그 전류와 같으면서 자극적인 여운을 느끼면서,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는 침대에 쓰러졌다.
☆☆☆
"흐윽! 허엉! 전부 내 탓이지! 우리 집 일은 전부 내 탓이야! 흐엉!"
미네르바의 괴롭힘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렸다.
요즘 눈물이 많아진 것 같지만, 그것도 침대 위에서만이다. 그러니 남자의 자존심은 지킨 것이다.
"흐어엉!"
아무튼 지켰다.
"소... 소피아?! 그러니까.. 하하하..."
"미네르바, 그러게 적당히 괴롭혔어야지."
"리리스도 똑같아.. 히익! 리리스 언니도 똑같아요! 또 괴롭히려고 하고! 흐엉!"
"아하하하..."
먼저 괴롭힌 사람이 말이 많다.
물론 내 탓도 있지만 전부 내 탓으로 몰아 넣은 것에, 행위 끝에는 서러움을 느끼면서 부끄러움도 모르고 세상이 떠나갈 듯이 울어 버렸다.
이른바 현자 타임이 왔다.
'나만 괴롭혀, 나만!'
"으허어엉!"
생각하니 또 서러워졌다.
새삼스럽게 괴롭혀지는 것도 좋다지만, 이건 의외로 자괴감이 심하게 오는 것이 문제다.
"소피아, 뚝."
"흐윽, 뚝!"
'유... 유아취급은 아니겠지..?'
유아취급을 의심하자, 다시 눈물이 글썽거렸지만, 두 눈을 닦아주는 미네르바 덕에 조금은 참을 수가 있었다.
"우리도 적당히 하고 싶은데, 이게 그러기가 은근히 힘들더라. 미안해."
"응응! 솔직히 이상하게 과해지는 매력이 있지, 속에 있는 가학심을 자극시킨다고 할까? 아마 비아가 알면 미쳐 날뛸 거야."
"히익!"
미네르바의 말에 리리스가 맞장구 치면서 긍정했고, 나는 리리스가 말한 데카라비아의 가학심을 상상하면서 공포에 질려 버렸다.
그 결과는 눈물이 그대로 후퇴를 선언할 정도로 피가 차게 식었으니, 어떻게 보면 나를 달래는 데에 성공한 건지도 모른다.
파니아를 제물로 던져 줘서 정말 다행이다.
"들어보니까, 오빠가 준 세계수의 줄기로 새로운 채찍을 만들었다면서 기뻐하던데?"
'에?'
식물을 좋아한다기에 뜯어다 준 것인데...
그걸 자신의 취미와 성향을 동시에 해결할 물건으로 제작한 데카라비아에게 감탄밖에는 안 나온다.
'그런데, 채찍은 가죽을 주재료로 만드는 거 아닌가?'
어째서 나무줄기로...
물론 세계수의 줄기 정도면 가죽보다 튼튼하고 부드럽기는 하다.
"그리고 뭐라고 했더라? 끝에는 자기가 제일 아끼는 광물을 밖아 넣었다는데 뭐였지? 아다.. 아다..."
"아다만트?"
"응, 아다만트라고 보여주던데?"
'호.. 홀리...'
상당히 희귀한 광물에 단단하기로는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광물중, 으뜸에 가까운 광물이다.
매우 특별하게 만들어진 카르마 같은 경우가 아니면 아다만트는 무기나 방어구의 재료 중에 최고로 치고 있으니,그걸 채찍에 밖아 넣는 것은 미친짓에 가까웠다.
'우리 아내들이 그런 짓을 안 하는 거에 감사를 했어야 됐네.'
죄송합니다, 어리광부려서.
'어?'
"그런데, 시연아. 왜 갑자기 다가온 거야?"
"싫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이제, 내 차례니까. 오빠, 이제는 내가 원하는 걸 들어줄 차례지?"
어... 정말 제 의견은 신경 안쓰네요.
또 서러워지려고 하네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