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 긴급회담
* * *
"바... 방금 그건...!"
"뭐야?! 저런 건 듣지도 못했다고?!"
"여신이시여..! 여신이시여!"
병사들이 동요하고 있었다.
니드호그의 위치를 듣고 수많은 병사와 함께 출정, 인마대전에 참여했던 병사들 이었지만 그들도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무력한 어린아이 마냥 떨고만 있었다.
아무리 사선을 넘나든 병사라 할지라도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눈앞에 있는 건 신화급 괴물이다.
"궁정마법사, 방금 전의 빛의 기둥은 무엇이냐, 짐이 보기에는 과거의 마왕도 몇 번 사용한적 없는 10위계의 마법으로 보이네만..."
"예, 전하. 정확하십니다. 10위계 뇌마법, [천벌]로 추정 됩니다."
"뇌마법이라..."
그 거대한 기둥이 '번개'란 소리인가. 굉음에 놀라서 사망해 버린 병사들도 있었다. 빛의 기둥을 목격하고 눈이 멀어 버린 병사도 있었다.
자신의 손끝도 떨리고 있었다.
'하하... 짐이 떨고 있다고? 잔혹한 군주라고 불린 짐이?'
마왕, 용사 이성재가 약해졌다고 누가 생각했는가, 그는 아직도 건재하다.
죽음이라는 공포를 떨처내려는 듯이 강하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짐조차 공포에 잠식되면 이 군대는 끝난다.'
자신만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이 병사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야 한다.
"궁정마법사, 확성마법을 시전해라."
"예, 전하."
궁정마법사는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들고서 영창을 했고, 자신에게 확성마법을 걸었다.
<병사들은 짐의="" 말을="" 들어라!=""/>
"전하..?"
"흐윽! 살려 줘... 살려 줘... 살려주십시오, 전하..."
"괴물이... 괴물이 되살아났다..!"
<짐의!/>
아직 동요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다시 호통을 쳤다.
소란이 잦아들고 병사들은 자신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겁을 먹고 있었지만, 소란이 잦아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말을 들어라,="" 병사들이여.="" 두려운가?=""/>
두려울 것이다.
<무력함, 저="" 강대한="" 힘이="" 두려운가?=""/>
눈앞에 존재하는 신화의 괴물, 그 강대함이 두려울 것이다.
그 존재 앞에서의 무력함이 두려울 것이다.
<죽음이 두려운가?=""/>
하지만.
<자네들은 언제나="" 죽음을="" 옆에="" 두고="" 살았다.="" 짐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죽음이="" 두려운가?=""/>
어제는 웃고 떠들던 동료가 이튿날에는 이 잔혹한 군주에게 처형당하는 것은 어느의미로 그들에게는 일상이었다.
<자네들에게 저="" 마왕이="" 짐보다="" 두려운가?="" 매일="" 같이="" 이어지던="" 죽음이=""/>
자신에게는 수많은 암살자가 왔고, 역모를 꾸미던 이들도 가볍게 몰아내서 처형을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연설을 해도 병사들에게 노려지지 않는 이유.
이미 병사들도 절대적인 공포로 자리 잡은 자신이기에 할 수 있는 연설.
<다시 한번="" 묻지,="" 병사들이여.="" 저="" 마왕이="" 짐보다="" 두려운가.=""/>
☆☆☆
"헤에... 저런 식으로도 사람의 공포를 떨처내게 할 수 있구나."
거의 세뇌에 가까웠다.
손대고 싶지 않은 방법.
새로운 공포가 자리 잡기에는 이미 뿌리깊게 밖혀 있는 더욱 공포가 굳건했다.
그들에게는 나에게 죽으나, 이반에게 죽으나 똑같은 죽음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잔혹한 처형방법이 기다리는 저 왕이 더 두려울지도 모른다.
<마왕은 들어라!=""/>
아직까지 병사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지만, 아까같은 패닉상태에 빠져 있는 이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반은 자신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짐은 이반="" 메드로="" 드="" 디퍼루드="" 3세!="" 이="" 마법국="" 디퍼루드의="" 절대군주이다.=""/>
비웃듯한 표정이었다.
'봐라, 자네의 봉화는 공포는 주었을지 몰라도, 동요를 주지는 못했다.' 그리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네가 올린="" 선포한="" 신호는="" 잘="" 보았다.="" 참으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개전신호였어.=""/>
그렇겠지, 어느 누가 10위계 마법을 개전신호로 사용하겠는가.
만년을 산 용족에게 허가되는 위계고, 거기까지 도달한 용족도 손에 꼽는다.
'물론 허가된다고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서열 1위 부터 마지막까지 서열을 정리하며, 제 동족끼리 치열한 서열 쟁탈전을 벌이는 용족이 만년을 산다는 건, 그만큼 용족내에서도 상대할 만한 적이 없어야 가능한 일이고, 그 정도가 되면 더는 힘에 대한 갈망이 사라진다.
바실리스크 만큼의 별종이 아니고서야, '아... 이제 10위계 쓸 수 있네.', '이게 투력과 마력이 같이 있는 기분인가?'하고 끝난다.
'그리고 그 노란 도마뱀도 자신의 적이 없다고 생각한 오만함 때문에 힘을 안키웠지.'
그냥 뿜어내기만 했다.
그렇기에 여신이 허락한 마법의 끝이라고 불리는 것은 9위계.
앨리스가 마지막으로 시전한 [지옥의 업화]같은 9위계가 끝이다.
'그걸로도 개전을 알리지는 않지.'
아마도 이 인마대전이 역사서에 기록되면 '10위계를 개전의 봉화로 올린 마왕.'으로 기록될 것이다.
<허나, 당장="" 전투를="" 벌이기에는="" 자네도="" 우리도="" 힘들="" 거야,="" 그렇지?=""/>
"..."
<아직 수확의="" 시기가="" 오지="" 않았다.="" 지금="" 농사를="" 저버리고="" 전쟁에="" 나서면="" 내년이나,="" 내후년은="" 모두="" 굶어="" 죽겠지.="" 누가="" 이기든지="" 말이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진군중에도 군량이 떨어질 가능성까지 있다.
약탈을 벌이기에는 마왕군의 성향도 맞지 않을 것이다.
'인족은 어떨지 몰라도, 거기는 저주받은 대지에 먹을 만한 게 많지 않다는 걸로 알고 있으니까. 약탈할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
<자네들이나 우리나="" 민중을="" 버리고="" 전쟁을="" 하기에는="" 명분도="" 안="" 설="" 뿐="" 더러,="" 일손도="" 떨어지는="" 최악의="" 참사가="" 일어난다.=""/>
<그래서 이반,="" 원하는="" 건?=""/>
나도 확성마법을 시전하고 그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크흐흐! 알지="" 않는="" 가?="" 이렇게까지="" 말하였는데="" 모른다면="" 왕이라="" 말할="" 자격이="" 없지.=""/>
이반은 폭소를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았고, 나는 그의 진위를 파악하려고 했다.
'원하는 건, 전면전을 미루는 거겠지. 그 사이에 국가들의 분위기는 불안한 상태로 접어들겠지, 아마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 긴장도 풀려.'
그때 전면전이 벌어지면 지금 이상의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건 국경지역의 소규모 전투.
대전은 아니었다.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고, 그 마저도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했다.
하지만 대전이 시작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선에만 있던 긴장감이 대륙 전체에 퍼지고 몇 년단위로 전쟁이 지속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필요한 식량과 인력.
'그리고 전쟁의 우위를 누가 점하냐지, 지금 전면전을 벌이면 우위에서는 것은 나다.'
대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내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전쟁을 빠르게 시작한 것이다.
<나의 이득은?="" 딱히="" 전면전을="" 미루더라도="" 큰이익은="" 없는="" 것="" 같은데?=""/>
있다.
군의 안전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전쟁의 우위를 버릴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10위계 마법을 사용하고 나서 마력이 대량으로 빠져나갔다. 원래는 즉시 돌아가려고 했지만, 잘하면 무언가를 얻어 갈 수도 있어 보인다.
'하나 더있지. 나는 마왕군 하나지만, 저들은 연합군. 얼핏 보면 저들이 더 위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서로 연합을 이끌 장이 되고 싶어 하고 전쟁 후에는 대륙의 패권을 누가 쥐냐로 제대로ㅍ된 연합이 안 이루어 질거야.'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연합. 서로가 칼을 겨누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연합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자네의 이득이라...="" 확실히!="" 지금,="" 전면전이="" 시작되면="" 마왕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겠지.="" 그걸="" 포기하는="" 것은="" 아까울="" 거고,="" 좋다!="" 저장된="" 군량의="" 2할을="" 넘기겠다.="" 수확의="" 시기를="" 기다려달라고는="" 하나,="" 군량은="" 많이="" 있지.="" 인족령의="" 군량.="" 그="" 2할이라고?="" 파격적이지="" 않나?=""/>
확실히 파격적이다.
제 전력손실을 일으키지만, 우위를 주지 않을 만큼은 된다.
<싫어 5할.=""/>
'그냥 받고 넘어가면 멍청이지.'
<안 된다.="" 3할.=""/>
<이야기가 통하지="" 않네="" 선심썻다.="" 4할.=""/>
<쯧! 3할="" 5푼.="" 이="" 이상은="" 못준다.="" 그="" 이상="" 가져갈="" 거면="" 그냥="" 전쟁하자.=""/>
<좋아 3할="" 5푼.="" 기간은?=""/>
<한 달="" 뒤에="" 주도록="" 하지,="" 나도="" 인족령="" 국가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거든.="" 한="" 대표로="" 디퍼루드,="" 글리아스,="" 마왕국...="" 자네="" 국호가="" 뭔가?=""/>
'어? 안 정했다.'
역시 정해야겠지?
'음... 복수? 리벤지? 아니 그걸로 하면 이불이 남아나지 않을 거 같아. 그러면 소피아 리벤지가 되는데 그럴 바에는 그냥 마왕국이라 하겠어.'
<소피아, 본녀는="" 카르마를="" 추천하겠다.=""/>
<저는 로자리아요.=""/>
'뭐가 좋을까...'
<저거 또="" 무시한다.=""/>
<아주 무시가="" 습관이="" 되었어요.=""/>
'저주받은 대지... 마왕령... 마족의 땅... 이이! 좋은 게 안떠올라! 그거냐?! 지금 혼란스럽게 하는 정신공격을 한 것이냐?! 이반 무서운 아이!'
<뭐냐? 아직="" 없는="" 것이냐?=""/>
이반의 말에 뜨끔했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 회담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빨리 정해요!="" 소피아="" 님="" 이러다가="" 더="" 쪽팔리시="" 전에="" 빨리!=""/>
<아서라 로자리아.="" 소피아에게="" 이름짓기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니.="" 그러니까="" 본녀="" 이름="" 쓰라니까!=""/>
'아흑! 머리아파... 게○린? 안 돼. 이름을 부를 때마다 검열 될 거 같은 이름이야.'
<크라이스, 우리의="" 국호는="" 크라이스다.=""/>
어떤 이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그저 박해받는 서러움에서 시작된 종족연합국. 그렇기에 크라이스가 좋을 것 같다.
<그래, 한="" 달="" 뒤에="" 디퍼루드,="" 글리아스,="" 크라이스의="" 회담을="" 열지.="" 군량은="" 그날="" 넘기고="" 장소는="" 자네가="" 정해라.="" 전쟁이="" 시작되는="" 시기에="" 대한="" 회담이다.=""/>
<좋다, 대신="" 장소는="" 일주일="" 전에="" 말하겠다.="" 군량도="" 제대로="" 가져오라고?="" 우리의="" 세작들은="" 우수해서="" 인족의="" 저장군량="" 따위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틀리거나="" 장난질하면="" 그="" 즉시="" 전쟁이야.=""/>
힘내라 데카라비아!
<크흐흐! 그거="" 무섭군.="" 상관없다.="" 어차피="" 나도="" 글리아스만은="" 설득해야="" 한다.="" 회담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에="" 자네="" 세작들을="" 통해서="" 알려주게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직 전쟁의 회담뿐이지만, 저들도 전쟁을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서 시간을 끄는 것이겠지.'
이득이 있다면 조금 정도는 기다릴 생각은 있다.
'우리 군사들 배불리 먹여야지, 안 그래도 많이 먹는 사람들인데.'
<아! 그전에="" 인질.="" 마냥="" 한="" 달을="" 기다렸는데="" 뒤통수="" 맞으면="" 나만="" 바보가="" 되는="" 거니까.="" 내가="" 인정할="" 만한="" 담보나="" 인질을="" 가져와.=""/>
<이런, 크흐흐.=""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알차게="" 챙겨="" 가는="" 군.="" 크크!="" 가져="" 왔네,="" 가져가게.=""/>
'즉시 전면전이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서 직접온 거 였네, 처음부터 준비해 놓은 걸 보면.'
자신의 나라에서 시작될 전쟁을 최소화하고 인족에게 준비할 시간을 만든다.
'로젤리아... 네 정적은 너보다 우수한 것 같구나, 인족의 연합은 로젤리아보다 이반이 더 잘 이끌것 같네. 잔혹한 점만 없으면 훌륭한 왕이 되었을 인간이야. 그래도 폭군은 언제나 일찍 사망해.'
<좋아, 뭔지="" 일단은="" 들어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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