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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88화 (88/156)

〈 88화 〉 천재

* * *

일격.

직선으로 그어지는 알렉스의 검로를 미세하게 틀어지게 만들면서 그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비어 있는 옆.

그 비어 버린 왼쪽 허벅지에 단검을 박아 넣는다.

'깊이 들어가진 못했군.'

그렇게 판단한 즉시, 옆으로 빠져나가면서 그의 손목에 볼라를 던졌다.

의수와 손목을 잠깐동안 구속했지만, 초월급 투력을 가진 자에게는 사냥용 볼라 따위는 정말로 매우 잠깐의 구속만을 이루고서 끊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도 가까워진 품에서 벗어나기에는 충분하도록 긴 시간이었다.

"그르르르..."

"허어. 이제는 말도 못하나? 그래, 자네 말대로 그냥 짐승이나 다르바 없구만. 원래 하던 짓도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으니, 오히려 신분상승일세. 기뻐하게나."

돌진.

빠르다.

허벅지에 부상을 주어, 기동력을 줄이려 한 것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빠른 속도를 유지 중이었다.

'고통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공격본능으로만 움직이고 있어.'

의족에 쇠 구슬을 던졌다.

노린 것은 의족과 다리의 연결 부분.

피슝.

손가락에서 던져진 쇠 구슬이 알렉스의 다리에 도달했지만, 이 역시도 효과는 미비.

아니, 오히려 의족부분은 더욱 두껍게 둘러진 투력으로 인해서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공격본능만 남은 광전사가, 오직 저 부분만은 강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의족을 노리는 건 포기한다.'

장기전으로 가는 것은 압도적으로 자신이 불리하다.

투력은 초월급에 도달했다고는 하나, 검술실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초월급 투력을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응용했을 터인데, 지금의 그는 오로지 돌진과 공격.

투력을 담은 공격에 경로를 알기 쉬운 공격 뿐이었다.

'나를 단련시켜 주던 리우스와는 천지차이군.'

마치, 사냥을 하는 호랑이 같던 그와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합!"

입에 구슬을 던져 넣고 씹었다.

"후우욱!"

독무.

암살자의 그것처럼, 입에서는 붉은색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크아아아악!"

"흐으... 여전히 맵구만!"

진짜 암살자처럼 독을 뿜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개량하고 연습해 본 시야를 뺏는 기술.

마수전에서도, 대인전에서도 효과적인 기술이었다.

구슬 속에는 아주 매운 고추를 매우 곱게 갈아서 넣은, 일품의 도구였다.

시야를 빼았고, 즉시 던진 세 개의 비수.

그리고 검 끝을 정면으로 한 채로 돌진하는 자신.

푹.

푹.

푹.

푹.

총 네 번의 울림이 퍼졌다.

"크윽! 의수에 칼을..!"

"크아아악!"

시야를 뺏아았다.

흰 부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붉게 충혈된 눈은, 보는 이조차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어깨와 눈, 허벅지, 복부에 둘.

그에 비해서 자신은 복부 한 곳.

부상의 차이는 이쪽이 더 적었지만.

"정말로 부상따윈 신경도 안쓰는 것이냐?!"

의수에 찔려서, 미쳐 박아넣지 못한 검을 찌르려 했다.

퍽.

"쿨럭!"

이번에는 의족이었다.

의족으로 차인 복부.

부상부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고, 투력이 두껍게 둘러진 철제 의족 탓에 바닥을 구르면서 피를 쏟았다.

'젠장!'

부상으로 인한 전력손실은 절단 밖에는 없어 보였다.

'정녕 언데드란 말인가?!'

그 누구도 부상에 의한 전력손실은 피할 수는 없었다.

자잘한 상처가 아니고서야, 출혈과 통증, 찢어진 근육등 전력을 감소 시킬만한 것은 차고 넘쳤으니까.

언데드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

그 있을 수 없는 일을 눈앞의 광전사는 해내고 있었다.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만들던가!'

챙!

'아니면 절단!'

챙!

'내가 먼저 죽기전에 빨리!'

챙!

몇 차례 더 공방이 이어졌다.

자그마한 석궁으로 가슴을 노리거나, 단도로 힘줄을 잘라보려고도 했다.

'큰 위협이 될 만한 것은 막힌다. 아직까지는 완전하게 정신을 잃지 않은 건가? 아니면 본능적으로 방어한 것?'

이유가 어떻게 되었건, 저 영약의 효과는 무서울 정도였다.

고통을 없애주고 복용자의 힘을 대폭 상승시켜준다. 만약 저 영약에 적합한 인물이라도 나온다면.

'사고가 가능한 광전사가 탄생하겠군. 아니, 사고가 가능하니 광전사라고 부를 수 없는 무언가가 탄생한다.'

"크르르..."

"그렇군, 이제야 완전히 먹혔어, 조금이라도 남아 있던 것이 완전히 먹혔어."

방금 마지막까지 저 힘에 저항하던 힘이 사라졌다.

더 이상은 강해질 수 없다.

이제는 급소를 노린 공격을 한다고 해도 막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이제는 내가 글렀어.'

배의 출혈, 손상된 장기, 그 외의 자잘한 상처로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한 번만 남은 건가...'

검을 고쳐쥔다.

세상이 느려지는 건만 같았다.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오는 알렉스를 보면서.

천천히.

높게.

휘두른다.

촤아아악!

"크아악!"

"커헉!"

'빗겨나갔나... 마지막 깨달음이라고 생각했건만, 정신이 몽롱한 탓에 눈앞의 초점이 맞지 않았어... 기껏해야 베어낸 것은 의수가 달린 팔인가...'

조금만 옆으로 베었으면 베어진 것은 팔이 아니라 몸통이었을 거다.

그에 비해서 자신이 베인 것은 어깨부터 골반까지.

주저앉아버린 자신과 다시 달려오는 알렉스.

마지막 승자는 알렉스였다.

'미안하오 레이나, 내 당신을 죽인자의 복수를 다짐했는데... 이룰 수 없게 되었소.'

세상이 더욱 느려졌다.

'허어... 죽을 때나 되어서야 이러는군... 소피아, 우리 막내 레이나를 부탁한다... 아빠가 없으면 많이 울건데... 이거, 걱정돼서 눈을 감을 수가 있나...'

걷는 것보다도 느리게 달려오는 알렉스, 그도 결국에는 출혈로 사망을 할 것이다.

마지막 한이라면 그것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

그걸 보지 못하고, 알레스보다 먼저 죽음에 이르는 것이 마지막 한이었다.

'우..리집 장녀도... 보기보다.. 정이... 많...은... 아이인데...'

눈꺼풀이 무거웠다.

감기는 눈이 무거워서, 도저히 들 수가 없었다.

'미..안.. 소..피아..'

알렉스의 검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

'약속... 못.. 지켰다...'

챙!

"프라이드 님!"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프레디! 저 눈 돌아가고, 입에 침흘리고 있는 사람, 네 스승이라는 사람 아니야?!"

"그래... 나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상이 아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렉스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크르륵..."

"꺄아악! 이 사람은 상처가..?! 일단 치료부터...!"

뒤 늦게 도착한 올리비아가 물약을 꺼내서 프라이드에게 들이 부었고, 회복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알렉스의 상처도 매우 심각했지만,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던 프라이드보다는 나은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저 상태로 서 있다고? 뭐야, 프레디. 네 스승은 괴물이냐? 어떻게 저게 가능한데?"

일단은 서 있고, 자신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으니까.

"모르겠다. 이상해, 지금 스승님의 상태가 정상은 아니야."

"누가 봐도 그래. 무슨 광견병걸린 개마냥 저러고 있는데, 정상이라면 그게 이상한 거지."

멀리서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달려오던 중에, 힘없이 쓰러지고 있던 프라이드까지 보자, 다른 두 사람을 던져 놓고 더욱 빠르게 달렸다.

그 결과,아슬아슬하게 프라이드를 향해서 떨어지던 알렉스의 검을 막을 수가 있었다.

"크아아악!"

자신과 신혁에게 달려들어서 미치도록 휘둘러지는 검.

"으아악! 이런 미친! 프레디, 네 스승 좀 말려 봐!"

"나도 스승님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니까!"

'무슨 힘이!!'

본래, 스승의 경지를 압도적으로 뛰어 넘었다.

영웅급으로의 복귀.

아니, 이건 그 이상의 경지.

'초월급...'

사람의 경지인 영웅급을 초월한 초월자들의 경지였다.

'나랑 신혁은 막는 것조차 힘에 붙여..!'

영웅급에 올라선 자신도 자잘한 부상을 당하고 있는데, 아직 자신보다 약한 신혁은 더했다.

"끄아악!"

"신혁!"

알렉스의 검격이 신혁의 팔뚝을 조금 깊게 베어들어 갔다.

"아으윽... 괜찮아..! 한눈 팔지마! 네가 우리 중에 제일 강한데, 한눈 팔다가 당하면 우린 다죽어!"

"큭...!"

적어도 올리비아가 프라이드를 회복시키기 전까지는 버텨야 한다.

그녀까지 참전해서 알렉스를 제압하지 않으면,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었다.

'왜 싸운 건지는 프라이드 님이 깨어나면 듣고, 일단 제압이 우선이다.'

솔직히 제압할 수는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건 상대보다 실력이 한참은 위에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행위였으니까.

검을 막을 때마다, 하나의 생체기가 생긴다.

"아니 진짜..! 저 아저씨는 네 스승이랑 어떻게 이 정도로 싸운 건데?!"

챙!

하나.

"스승님의 상태 때문이거나..!"

챙!

하나.

"아니면, 프라이드 님이 초월의 문을 열었거나..."

챙!

그렇게 하나씩 우리의 부상이 늘어가고 있었다.

오래버티지는 못한다.

올리비아가 우리까지 회복을 시켜 주고 마법으로 견제를 하거나, 신체능력을 높여주는 것뿐.

'그 방법말고는 답이 없지만, 솔직히 지금도 속도와 힘을 상승시켜 주는 마법들이 걸려 있으니...'

프라이드가 일어나면 그 상황은 반드시 달라진다.

프라이드가 쓰러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알렉스와 나누었던 검격은, 현재의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따라 하지 못 할 검격이었으니까.

나중에라도 그의 검로와 검격을 보고 싶지만, 지금은 알렉스가 우선이다.

"[MAGIC MISSILE]!"

"크르륵!"

뒤쪽에서 날아온 [매직 미사일]에 알렉스의 검이 멈추었다.

"내가 마법실력과 물약 하나 만큼은 뛰어나지! 그러니까 온갓 사고를 쳐도 마탑에서 안 쫓겨나는 거야!"

"크아악!"

올리비아에게 달려드는 알렉스를 막으면서 물어보았다.

"올리비아 프라이드 님의 회복은..!"

"위기는 넘겼어! 출혈이 많아서 당장은 깨어 나기는 힘들지만, 그거까지 해결하려면 성직자를 데려오거나, 다른 물약이 필요해!"

'큭! 이러면 셋이서 어떻게든 버티는 수 말고는 없나?!'

"올리비아는 우리에게 회복마법을! 신혁은 올리비아를 지키면서 스승님을 견제해 줘!"

"뭐?! 너 혼자서 어쩌게?! 저 아저씨도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데?!"

"나는..!"

자신이 보아왔던 검술 중에 가장 강하고 완성에 가까웠던 검술을 떠올린다.

방어는 부드럽고 유연하게.

끼기기긱.

공격은 빠르고 자유롭게.

챙!

"그륵?!"

'아니야..! 그때 그 검은 좀 더...!'

검로를 그려 나간다.

검이라는 한 개의 붓으로 그림을 그려 나가 듯이.

한 선이 끊어지지 않게.

오직 한 선으로 세기의 명작을 그려내는 것처럼.

검로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름답고 잔인한 붉은 꽃잎이 흩날리는 검.

'검무...!'

마왕이 보여주었던 그 검이 자신이 봐 왔던 검중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검이었다.

본의는 아니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따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검.

은연중에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그 검을 오늘 실전에 사용해 본다.

언제나 마왕의 검이라며, 그 학살자의 검이라며 거부했던 검을.

디아블로에게 듣고, 신혁에게 설득당한 덕에 편견에서 벗어나서 오늘.

그 검로를 그려본다.

'아니야?! 그때는 좀더 부드러웠어!'

챙.

'이것도 아니야. 부드럽지만 약한 검은 아니었어.'

챙!

'직선적이지도 않았어, 그건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호수에 퍼지는 물결처럼.'

자유롭게.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처럼.'

강하게.

'봄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게.

춤을 춘다.

"크...크아아아악!"

"프레디! 할 수 있을 것 같아! 막을 수 있어!"

스승을 뛰어넘고, 자신이 그려왔던 가장 아름다운 검로를 그려 나간다.

춤과 같이.

검을 흘려보내고, 상대에게는 내 검을 보내준다.

나에게만 허락되는 무대에서 홀로 춤을 추고 있다.

"크르르륵..."

"허억..! 허억...!"

"프레디?! 왜 벌써?! 일단 회복마법을..."

'지친다. 한번이 신경 써야하는 게 너무 많아...!'

"크아아악!"

'이런.. 큰일...'

잠시동안 숨을 몰아쉬고 있는 틈을타서 알렉스가 달려왔다.

그의 검이 실려 있는 투력은, 흘리지 않고서는 지금의 자신으로는 절대로 막지 못한다.

하물며 지금은 잠깐의 검무로 지치지 않았나.

'못 피한다..!'

촤아아악!

알렉스가 휘두른 검에 피가 솟구친다.

"신...혁?"

내게 휘둘러지는 검을 신혁이 가로막으면서.

그의 피가.

"아씨... 크흐흐흐... 아프네.. 소리도 못 지르겠어..."

"왜?!"

"다시는 내 주변 사람이 죽는 거.. 못 견딜 거 같아서... 쿨럭!"

신혁의 몸을 사선으로 가로지른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입에서 대량의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야... 너만 주인공처럼 있는 건... 뭔가 못 참겠더라? 쿨럭! 그런데... 이런...건... 주인공 각성시키는 조연 역할인데... 쿨럭! 그래도... 친구 살리는 건 나쁘지 않네..."

털썩.

"신혁... 신혁!!!"

"아직! 아직 살릴 수.."

올리비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렉스가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콰드득.

그의 목을 물어뜯고, 씹어 삼켰다.

☆☆☆

"스...스승님.. 알렉스!!!"

검무가 휘몰아친다.

분노에 이성을 잃고, 자신의 스승이었던 자에게.

이성을 상실한 짐승에게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공격한다.

"크크크크, 하하하하하! 아... 완벽하다! 신선한 영약을 통째로 먹으니 정신도 돌아오는군!"

"알렉스!!!"

"이런, 멍청하고 속이기 쉬운 제자님 아니신가? 그런데 스승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좀 맞아야겠어. 크크큭."

"죽여 버리겠다! 알렉스!"

"죽여? 자네가? 음... 이게 '마력'인가? [MANA BULLET]."

"크헉!"

투력을 가진 자인 알렉스에게서 '마법'이 시전 되었다.

가장 기초적인 마력의 탄환.

그저 마력을 모아서 쏘는 '마법'같지 않은 '마법'.

그 마법을 알렉스가 시전했다.

"역시, 신선해서 그런가? 아니면 희석한 피를 한 방울만 먹은 게 아니라서? 대량으로 먹어서?"

'어떻게.. 투력을 가진 자가 마법을..!'

"일단, 다 먹어봐야겠군. 저런 아까운 영약을 누구에게 나눠줘? 내가 혼자 남김없이 먹어야지."

"프레디... 신혁의 심장이... 뛰지 않아.. 어.. 어떻..."

"!! 알렉스 반드시 죽이겠다! 내 친구를..!"

"허... 죽이겠다라... 아까 전에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도 아닌, 정신 멀쩡한 초월급을? 그것도 마력을 가지게 된 나를? 하하하하! 재미있구나, 프레디. 이제 속일 필요도 없겠지. 정의로운 제자야, 자네 스승은 영약을 위해서 온갓 악행을 저지른 악인 이란다? 크크큭!"

악인이라니... 무슨 소리를..

"바론과 더불어서 민간인도 죽이고, 죄 없는 시민을 납치하고, 또... 없는 죄도 만들고, 강간하고... 에휴. 너무 많아서 다 기억 안난다. 프레디, 자네도 일일이 죽인 마수나, 먹은 음식 같은 건 안 세고 다니지 않나? 그러니 이해해야지."

당연한 것을 이야기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알렉스는 악인이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악인.

"저어어기. 뒤에서 기절한 놈도, 자기 아내를 강간하고 죽인 내 복수를 하러 왔다고 했지. 크크큭. 약해 빠졌지, 한때 천재라고 불린 놈이면 뭐 해? 마지막에 이긴 건 나인데."

"알렉스으으으!!!"

"멍청한놈. 못 이긴다니까.."

알렉스에게 달려가면서 검을 휘둘렀지만,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알렉스의 검이 더 빨랐다.

알렉스의 검은 다시 한번 눈앞에 당도했다.

'젠...장...'

"[BLINK]."

그 소리가 들리고 눈앞에 있는 건, 알렉스의 검이 아닌, 회색머리를 가진 소녀와 허공에서 회전하는 알렉스의 팔이었다.

"음? 어째서 내 팔이.."

"'나는 로자리아의 사용자, 로자리아를 빌려 너에게 여신의 기적을 한 가지 선사한다.' 죽음에서 돌아와라, 신혁아."

마왕의 강림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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