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87화 (87/156)

〈 87화 〉 광인

* * *

"하하하하! 프라이드 이 친구야! 자네 너무 쉬었구만!"

한 명의 사람의 베어넘긴 알렉스가 외쳤다.

사람? 사람이야 불러야 할까?

'그건' 마치, 언데드 계통의 마수와 비슷했다.

좀비나 구울, 머리를 터트리거나 행동 불능으로 만들지 않으면 어떤 공격을 해도 고통을 느끼지 않고, 돌진해 오는 그런 마수와도 같은 사람.

그래, '사람'이었다.

언데드라고 하기에는 흘리는 피가 너무 신선했다.

어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알 수 없는 신음만 흘리는 '광인', 그 광인을 공격하면서 잘난 듯이 웃는 알렉스.

"이상하군, 복장을 보면, 어디 빈민가의 부랑자로 보여. 이상하지 않나? 체형도 이렇게 말랐고, 광인이었다고 해도 전투에 어떠한 습관도 없이 드잡이질 수준의 공격만 했네."

오래도록 무기를 잡은 자는 무의식적으로 어떠한 습관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이 광인이 보인 건 뒷골목 막싸움 수준의 드잡이질.

"무얼, 드잡이질 일수도 있지. 타고난 투력일 수도 있지 않나?"

"최소, 상급의 투력을 가진 자가 부랑자 같은 복장을 할 거 같은가?"

"하하하! 그런 거는 일일이 신경 쓰는 거 아닐세, 요즘 이런 광인이 자주 출몰한다고 하지. 투력은 높지만 수준은 좀비같은 수준이라, 상급을 중심으로 중급이상의 기본파티가 방심만 하지 않으면 잡을 수 있으니까, 기사단도 길드도 가볍게 토벌의뢰를 내고 있어."

알렉스는 의족으로 광인의 사체를 툭툭 치면서 말을 이었다.

"쉽게 생각해, 쉽게. 이건 마수야, 좀비, 구울. 그런 인간이랑 유사한 형태의 마수들... 누가 이런 광증에 걸린 부랑자를 신경 쓴다고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드리는 건가?"

툭.

툭.

퍽!

"애초에 부랑자는 뒤져도 아무도 신경 안 써, 뒷골목 빈민가에서 뒤져도 신경 안쓰는데, 이런 도시랑 떨어진 길이면 더더욱. 어디 위대하신 귀족 나리들이 아니면 '아, 그냥 혼자서 나갔다가 죽었구나.' 할걸세."

가볍게 툭툭치던 것은 어느새, 발길질이 되고, 철제로 된 그의 의족에 사체가 심각하게 손상되어 갔다.

"...그만하게, 자네."

"음? 왜 명령인가? 프라이드, 자네가 뭐라고. 아직도 자네가 젊은 시절의 리더라고 생각하나? 어이가 없구만. 이봐, 은퇴하신 용병 나리. 나는 지부장. 자네는 그냥 마을 사람. 급이 달라, 급이."

이 나라는, 인족은 원래부터 이랬다.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사람이 광증을 앓고 있으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어째서 사람들이 광증을 앓고 있는지, 전염이 되는 것인지.

치료가 가능한지.

'치료할 시도조차 안하지.'

처음에는 조사정도는 했겠지, 조사후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으니 이런 식으로 마수취급하면서 '사냥'하는 것이다.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무분별하게 사람을 공격하기에, 제압하기가 힘들기에,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당하기에.

이유를 만들면 그 무엇이든 이유가 되고, 변명거리가 된다.

단지.

"적어도, 사람을 해한 거라는 자각을 가져야지, 알렉스."

그런 사람들을 '사냥'하고, 사체를 저렇게 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그건 모독이며, 정당방위의 범주를 넘어 섰으니까.

"싫다네, 이 친구야. 음... 이 정도면 큰 문제 없겠군. 이거는 어떤가? 자네도 광증환자고 지부장은 자신을 공격한 광인을 '둘'을 토벌했다. 음! 좋군."

"..."

"자네도, 프라이드 네놈도 네 딸년이나, 그년 곁으로 보내주지. 크흐흐흐! 멍청한 새끼. 나를 친구로 알고, 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따라오고 말이야, '나 죽여 주세요~'라고 말하는 거랑 같지."

그의 표정이 변화했다.

그저 호탕하면서도 사람이 좋아 보이는 표정에서 길가의 도적때와 같은 표정으로.

"내가 특별히, 죽이기 전에 알려주지. 네 아내를 죽인건 나와 바론이지! 크흐흐! 야 네 아내 맛있더라? 그런 걸 혼자만 처먹고 있었네? 끝까지 노려보길래 눈을 후벼 파주니까, 이제는 아주 저주를 퍼붓더군. '내 남편이 너희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라고 했던가?"

검을 뽑으면서 알렉스에게 향했다.

광인을 해치고 검집에 보관했던 검은, 아직도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음? 크하하하! 멍청한 놈이. 아내를 죽인 것이 나라니까, 복수라도 하려는 것이냐? 내가 네놈 밑으로 보이나? 어리석은 놈이, 아직도 젊은 시절로 아는 구만. 크크크."

그가 벗어던진 가면에 분노할 법 했지만, 심장은 고요하기만 했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여지 것 복용한 영약의 수가 몇인데! 심지어 마지막에 먹은 '용사의 피'는 아주 대단해! 크크크... 아직도 강해지는 것이 느껴지는군! 그 영약으로 나는..."

'다른 기운을 잡아먹던, 그 강대한 기운이 소피아의 피였나? ...위험하군.'

알렉스가 투력을 끌어 올리자, 기운들이 더욱 빠른 속도로 잡아먹히기 시작했다.

"나는 영웅을 초월했다! 크륵... 흐흐흐! 초월의 경지에 올라서면 장애같은 건, 그 어떤 방해도 못 된다고 들었는데, 크크크... 정말인가 보네? 마치, 예전처럼 팔다리가 있는 기분이야! 카흑! 리리스년. 이제 그년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아하아... 그년도 범하고 죽여주지! 내 다리를 잘라갔으니까, 가운데 다리로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박아주고 앙앙 울 때쯤에 머리에 박아서 죽여주마 크하하하하!"

점점 이지를 잃어가는 눈.

다른 기운을 잡아먹고, 그 덩치를 불려갈 때마다 알렉스의 눈은 이지를 상실해 갔다.

"크흑! 흐흐흐흐... 프라으디? 히히히히! 내가 하나 더 알려주지, 니그호그에게 잡아먹혀서 뒤져 버린 성녀가 네놈의 딸년이다! 크히히히! 아주 잘근 잘근 씹어 먹혔을 거야? 아히히히!"

"몇 개를 정정해주지."

"으에?"

"천 번째, 아내를 살해한 것은 자네라는 걸 알고 찾아온 것일세."

한 걸음.

"두 번째, 닉스... 니드호그, 우리 며느리는 채식주의자네, 육류는 비린내 때문에 입에도 못대. 딸은 다른 식으로 잡아 먹히고 있지만."

한 걸음.

"세 번째, 이제는 며느리까지 자네 더러운 손길을 뻗치겠다고? 소피아가 그렇게 안둘거고, 내가 그렇게 안둘거야. 착한 며느리도 더 이상은 안 봐주겠지."

한 걸음.

알렉스에게 걸어 나아갔다.

"그륵... 뭐라고? 기으륵... 네 아내가 뭐? 크륵.."

'이런, 슬슬 다 잡아먹히겠구만. 약으로만 강해지면 저런 식으로 언젠가는 탈이 나기 시작하지. 설마 광증이 영약 때문인가?'

부작용이 큰만큼 효과는 좋을 것이다.

본디 깨달음이나, 피나는 노력 끝에 도달하는 경지를 쉽게 올려줄 정도로.

'검 조차 들어 본적 없어 보이는 부랑자에게도 최소 상급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 적어도 그 부랑자는 실험을 위해 납치되고, 효과가 떨어졌기에 버려진 거지.'

설사, 제대로 된 효과를 본다해도 광증은 해결을 못할 것이다.

"프레디가 이런걸 봐야 영약 같은 건 손도 안댈 텐데... 쉽게 얻은 힘은 언젠가 화를 부르니까, 저런 식으로. 그 친구라면 능히 도달하고 뛰어넘을 수 있으니. 그런 건 손대지 말라고."

과분한 힘을 얻은 자의 말로.

"소피아랑 레이나가 보고 싶군.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어찌 아비가 딸을 방해할 수 있나. 그 아이에게는 전혀 안 위험해도 걱정은 되니까."

"크르르륵... 안ㄴ 위ㅎㅎㅎ험... 위험! 크륵.. 프프프프라이드 죽일 크르륵."

싸우던 도중 깨달음을 얻고 초월을 하면 좋겠지만.

"그런 편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 얼마나 버티려나? 소피아가 준 이 검. 이것 덕에 조금 더 오래 버티겠구만... 운 좋아서 살아나면 몇 개 더 달라고 해 봐야지..."

"아크크큭 죽일꺼다ㅋ 그그극.. 나나나.. 개개개"

"이제 우리는 그만하지, 마지막일세 오랜 원수여.."

☆☆☆

"호오. [전이]라 어지간히 급했느냐, 그리도 영웅의 영약이 필요 했느냐?"

이반은 턱을 괸채로 나른하게, 알현실로 찾아온 이를 내려다보았다.

"이반 왕이여, 지금 무슨 짓인가요?! 인족이 단결하여 맞서 싸워야 할 때에!"

"크하하하! 인족이 단결이라... 이 사태를 왕녀가 만들어 놓고 뻔뻔하기 짝이 없구나."

"뭐라구요?! 이반 왕, 말을 함부로...!"

"왕녀야말로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게나, 이곳은 짐의 앞이다. 언성을 높이려면 지금 당장 왕위를 받아와라. 왕과 왕의 대화는 돼야, 언성을 높일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

이반의 말은 매우 나른하고 평온했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날카롭고 차가운 말투였다.

'이반 왕... 잔혹한 군주라도, 군주라는 건가요? 나름 수많은 전장을 돌았던 저도 긴장하게 만드네요.'

군주의 위압.

이미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자신의 아비와 달리, 그는 형제를 모조리 도륙하고 수많은 잔학행위를 벌여가며 지킨 왕좌이다.

평온하게 왕좌를 계승한 아비와는 다른, 피로 물든 왕좌의 주인.

"제가 무례했습니다. 이반 왕, 그 괴물을 상대하려면 인족의 전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즉시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전쟁을 하려면 군량이나, 병사를 훈련시킬 기간, 병사의 모집등 신경 써야 할게 많으니까요."

'전쟁의 불씨가 완전하게 피어오르기까지 적어도 1년, 길게는 3년이 필요하겠죠.'

저주받은 대지에 사는 이종족들은 하나하나가 싸움에 익숙한 종족들이라고 해도 전쟁이 되면 달라진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만까지 참전하는 전장에서 개인의 무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아요.'

그 괴물 같은 예외는 있지만, 그는 단 한 명. 그에게 있는 걸로 보이는 니드호그도 포함해봤자 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존재들이기에 이쪽의 무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군량은 반드시 필요해요, 병사들을 먹일 군량이 없으면 아군을 죽이는 건, 적이 아닌 공복이니까요.'

"적어도 적이 군량을 모을 시간까지. 저희는 전력을 모아야 합니다. 이반 왕, 인족의 승리와 영원한 패자로 남기 위해서..."

날카로워진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이반을 올려다보았다.

'인족의 영원한 번영을 위해서.'

인족이 영원한 대륙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

"동맹을 맺어요. 이종족과 이계인 따위가 설치게 둘 대륙이 아니니까요. 후후."

"큭... 크크크크.. 크하하하하! 역시 너는 짐과 똑같은 인간이다. 좋다! 당장 공식적으로 회담을 열지, 동맹이라도 주도권을 그쪽에게 뺏기긴 싫으니까. 짐은 언제나 빼았는 쪽이었다. 잘 방어해 보라고? '왕녀'..."

"후후후, 저도 자신은 있어요. 이반 왕. 이참에 돌아가면 왕위도 계승해서 동등한 위치의 '왕'으로서 대륙의 패권도 논해 보아요. 대륙의 주인은 인족이지만, 과거의 제국 이후로는 패자가 나오질 않았으니까요."

이 회담에서 우위를 점한자가 대륙의 패자가 된다.

"크흐흐... 좋아, 일단 '예비' 왕으로 대우하지. 왕녀는 인류가 패자가 되는 것도 관심있어 보이지만, 왕으로서의 패자가 되는 것도 관심 있어 보이니까."

"우후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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