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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86화 (86/156)

〈 86화 〉 복수의 방법

* * *

앞서가던 소리들을 찢고, 빠르게 바뀌는 시야를 뒤로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어떠한 장애물도 없이 그저 일직선으로 뻗어가는 닉스의 신형은 지상으로부터 공포를 불러일으킬만한 굉음과 속도로 마법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말해 봐,="" 뭘="" 더="" 설명하겠다는="" 거지?=""/>

<어? 남편,="" 저거="" 죽으려고="" 하는데?=""/>

앨리스는 급격하게 느껴지는 중력과 바람에 의해서 숨조차 쉬지 못하고 창백하게 변해 갔다.

소리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닉스로 인해, 마력이 모이지 않고 흩어지는 그녀가 버티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환경이다.

'뭐하러 따라와서...'

마법으로 앨리스 주변의 중력을 완하하고, 바람으로 공기를 모아 주었다.

크게 심호흡을 하는 걸로 봐서는 버틸 만한 수준은 된 것 같다.

<뭐라고, 하는="" 거야.="" 염화로="" 안="" 하면="" 못="" 듣는="" 다니까.=""/>

내 말에 손목에 걸려 있는 마도구를 가르키는 앨리스.

'아, 맞다.'

나는 즉시 나와 닉스, 그리고 앨리스에게 연결되는 염화 마법을 걸고, 다시 질문을 했다.

<그래서, 거기서="" 얼마나="" 더="" 말할게="" 있다고="" 따라온="" 거야?=""/>

<영약병의 인체실험을="" 한="" 사람.="" 그="" 사람은="" 내="" 제자,="" 로마노프야.=""/>

로마노프, 스승과 제자가 서로 인체를 가지고 실험하고,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그 스승에 그 제자, 이보다 어울리는 말은 없을 거다.

<그래, 그래서?=""/>

<...양산이 가능하게="" 되고,="" 그="" 아이가="" 나와="" 국왕에게="" 알렸어.="" 나는="" 로젤리아와="" 정보를="" 공유했고.=""/>

앨리스는 매우 후회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내 잘못이야,="" 내가="" 그="" 아이를="" 잘못="" 키웠어.="" 연구를="" 위해서="" 미친="" 듯이="" 행동하는="" 것.="" 결과를="" 위해서라면="" 방법을="" 안="" 가리고="" 전부="" 나를="" 보고="" 배운="" 거야...=""/>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후회인가, 이 수일 동안 그것에 대해서 고민 했던 것인가. 그렇다고 해서, 후회한다고 해서 그녀가 해왔던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후회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

<어이없구나, 앨리스.="" 그대는=""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할="" 것을="" 잘못="" 잡은="" 것="" 같구나.=""/>

카르마의 말이 맞다.

그녀가 행한 일의 피해자 앞이었다.

거짓이라도 제자를 잘못 키운 것에 대한 후회가 아닌, 다른 것을 후회했어야 했다.

'아니, 거짓으로 후회하는 척했다면 더 역겨웠겠지.'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니더라? 전부="" 현실이었고,="" 그="" 아이에게="" 산="" 채로="" 에고웨폰의="" 재료로="" 가공="" 될="" 뻔한="" 것도,="" 제자가="" 미친="" 듯이="" 웃으면서="" 내게="" '인간을="" 실험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던="" 것도="" 전부...=""/>

고개까지 숙여가며 울고 있었지만, 그 어떠한 동정심도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앨리스 님?="" 존중해주는="" 것도="" 아깝네요.="" 당신,="" 당신이="" 만든="" 일이에요.="" 사람을="" 재료로="" 실험을="" 해요?!="" 정말="" 사람인가요?!="" 그러고도="" 당신이..!=""/>

<로자리아, 잠시만.=""/>

<소피아 님!="" 소피아="" 님도="" 피해자잖아요!="" 님이..!=""/>

조용하게 로자리아를 바라보았다.

자리를 위해 실체화를 하지 않고, 본신으로만 있는 그녀를.

<...하아, 알겠어요.="" 소피아="" 님이="" 이야기하세요.=""/>

<고마워, 신경="" 써="" 줘서.=""/>

<흥!/>

조금 화가 난 로자리아에게 미소를 지어 주면서 다시 한번 사과를 전했다.

<앨리스./>

내 차가워진 말투에 어깨를 떨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일그러진 얼굴, 마법을 영구적으로 정착시킨 건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도 변화가 없는 앳되어 보이는 외모.

저 마법에도 오랜 실험이 일었을 것이다.

큰 위험이 없을지라도, 저런 자잘한 실험부터 죄책감을 덜어 간 것이겠지.

<네가 여태까지="" 실험을="" 위해서="" 죽인="" 사람들은="" 기억해?="" 인족="" 뿐만="" 아니라,="" 모든="" 종족을.=""/>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했다.

<알아, 기억해.="" 네가="" 지운="" 20년="" 치의="" 기억을="" 제외하면,="" 그거="" 꿈이="" 아니었지?="" 나="" 몇="" 번이나="" 도망간="" 거야?="" 말한="" 건="" 네="" 번째="" 까지였어.="" 그런데="" 기억이="" 없네?=""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는="" 못="" 하겠어,="" 하지만="" 이후라면="" 전부=""/>

그리고 손을 들어서 나를 가르켰다.

<단 한="" 명,="" 실제로="" 죽인="" 것은="" 성재,="" 소피아="" 너="" 하나야.=""/>

<어디서 거짓말을!=""/>

순간, 로자리아를 진정시킨 것이 무색할 정도로 분노를 이기지 못해서 그녀의 멱살을 잡고 노려보았다.

<아니.. 거짓말이="" 아니야..!="" 실험은="" 수도="" 없이="" 했어,="" 인체실험도="" 몇="" 번="" 있었어.="" 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하는="" 아니야!="" 난="" 마법연구를="" 더="" 선호="" 했으니까!="" 그런="" 실험을="" 할="" 이유가="" 없잖아!="" 입="" 밖으로="" 하고="" 싶다는="" 말만은="" 자주해서="" 많이="" 오해하지만="" 실제로="" 내가="" 죽인="" 것은="" 너="" 하나야!=""/>

내가 그녀를 내려 놓자, 그녀는 목을 잡고 거친숨을 몰아쉬었다.

하나?

실제로 죽인 것은 나 하나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 절대로 그럴 리가 없었다.

<이미 죽은="" 자의="" 신체를="" 일부="" 가져와서="" 재료로="" 사용한적도="" 있어.="" 그래,="" 이것도="" 충분히="" 잘못된="" 일이고="" 용서받지="" 못="" 할="" 일이야,="" 너를="" 죽인="" 사건="" 이후로="" 이계인을="" '도구'로="" 보게="" 된="" 것도="" 사실이야.=""/>

거짓이다.

전부 살아남기 위한 발악이다.

그저 거짓을 말하고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소피아, 흥분해="" 있다.="" 그렇게="" 흥분하면="" 정상적인="" 판단을="" 못="" 한다.="" 소피아,="" 이곳에는="" 본녀가="" 있고,="" 닉스가="" 또="" 로자리아도="" 있느니라.="" 그러니="" 마음을="" 가라앉히거라.=""/>

'!!'

조금씩 심호흡을 한다.

앨리스의 말이 거짓인지는 둘째치고 흥분해 버리면 앞으로의 일에도 실수를 할 수 있다.

<남편, 우리가="" 있으니까.="" 남편의="" 화도="" 나누어="" 받을게.=""/>

<흐흥! 소피아="" 님은="" 저="" 사람들에="" 한해서는="" 정말="" 달라진다니까요.="" 이해하는="" 부분이라="" 너무="" 뭐라고는="" 안="" 할게요!="" 히힛.=""/>

<그래, 고마워.="" 앨리스의="" 말="" 때문에="" 자꾸="" 그러네,="" 미안해.=""/>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계속 내가 비추고 있었다.

<난 네="" 기억을="" 모두="" 지울="" 거야.=""/>

<응./>

<완전히 머리가="" 비어="" 버린="" 시체같은="" 인간이="" 되겠지.=""/>

<알겠어./>

<결과적으로는 '앨리스'라는="" 존재가="" 사라질="" 거야.="" 이="" 세상에서="" 영원히.=""/>

<그것이 내="" 죄의="" 대가라면="" 받아드릴게,="" 그래도.=""/>

그녀는 다시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래도 기회가="" 있다면,="" 속죄하게="" 해주세요.="" 후회하게="" 이제서야="" 제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인지="" 깨달은="" 것에="" 대한="" 후회를,="" 당신에게도="" 설사="" 신체의="" 일부만을="" 실험에="" 이용했다고="" 해도="" 그것에="" 희생된="" 사람들에게도...=""/>

그녀의 등이 들썩이고 있었다.

정말로 같은 일을 당하게 돼서 깨달은 것인가, 한참을 들썩이던 등이 조금 잦아들고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전부 속죄하게="" 해주세요.="" 제게="" 그럴="" 자격조차="" 없다면,="" 당신이="" 주는="" 죗값을="" 받겠어요.="" 그래도="" 기회를="" 주시면="" 평생을="" 후회하고="" 속죄하면서="" 살겠어요.=""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잘못을="" 알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과연 네게 그런 자격이 있을까.

<우선 네가="" 잘못="" 키운="" 제자는="" 네="" 스스로="" 거두어드려.=""/>

자신을 산 채로 무기를 제작하려던 제자에게 아직까지 '아이'라고 부를 정도면, 내가 모를 정도의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복수의 방향을 변경하자.

우선은 첫 번째,네게 가장 소중한 존재의 목숨을 네 스스로 거두어 드리게 만든다.

두 번째는 평민으로서 수많은 방법으로 이루어낸 대마법사에게 마법을 빼았자.

<넌 이제부터="" 마법을="" 사용할="" 수="" 없을="" 거야.=""/>

주종 계약서를 생성했다.

단 하나의 명령만을 수행시킬 계약서.

<넌 이제="" 제자도="" 만들지="" 못해,="" 네가="" 만든="" 기록도="" 네="" 스스로="" 불태워,="" 속죄와="" 후회에="" 한="" 번이라도="" 거짓이="" 섞이고,="" 전에="" 말에="" 조금의="" 있으면,="" 그="" 즉시="" 두="" 번의="" 기회는="" 없이="" 기억은="" 소멸해="" 갈="" 거야.=""/>

그 최후에는 마지막 기억과 함께 그녀의 심장을 멈추게 할 계약.

<계약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러면="" 네가="" 거짓을="" 말했다는="" 걸로="" 알고="" 하던="" 기억="" 소거를="" 그대로="" 진행할="" 뿐이니까.=""/>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제자의="" 목숨을="" 거두는="" 것은="" '명령'이="" 아니야.="" 그건="" 오직="" 네="" 의지로="" 해야="" 하는="" 거니까.=""/>

그렇지 않으면 복수의 의미가 사라진다.

내가 그녀에게준 단 한 번의 기회가 아니게 된다.

이건.

<자비가 아니야,="" 용서가="" 아니야.="" 난="" 그렇게=""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니까.="" 이야기를="" 들어="" 보면="" 너한테="" 로마노프라는="" 존재가="" 꽤="" 큰거="" 같더라고,="" 그런="" 존재를="" 스스로="" 죽이고="" 평생을="" 기억하라는="" 의미야.=""/>

난 너희에게 그 어떤 용서도 하지 않을 거니까.

오직 너희가 고통 받을 것만을 생각하며, 가능하면 더욱 오래도록 고통받고, 고통이 무뎌질 존재라면 목숨을 취할 뿐.

<로젤리아에게는 인족지상주의의="" 멸망을,="" 라인하르트에게는="" 그렇게="" 아끼는="" 왕녀의="" 죽음을,="" 프로그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한="" 욕망을,="" 마리아에게는="" 믿고="" 따르는="" 종교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파니아에게는="" 드높다고="" 생각한="" 제="" 존재와="" 세계수의="" 추락을.=""/>

너에게는.

"너에게는 네 소중한 제자와 마법을 그 지식을."

<남편! 이제="" 마법국이야.="" 밑에서="" 인간들이="" 자꾸="" 공격하려고="" 해,="" 어디로="" 가면="" 돼?="" 나라도="" 여기서는="" 아버님의="" 냄새는="" 못="" 맡아!=""/>

"다이너 영지, 그 뒤에는 마탑."

너희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는 것과 그것으로 인한 고통.

'단순하게 목숨을 가져가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지, 필요하면 수정 좀 하고.'

"속죄할 기회를 주는 것은 자비가 아니야, 어디 영원히 용서 받지 못할 속죄를 해 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흐윽! 소피아,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당신한테 너무... 흑! 너무 끔찍한 짓을..!"

이제 앨리스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없애러 갈 시간이다.

<남편! 거기가="" 어디인데?!="" 마법국도="" 남편이="" 방향을="" 알려="" 줘서="" 찾은="" 거잖아!="" 나="" 숲에서만="" 있어서="" 지리="" 같은="" 건="" 잘="" 모른다고!=""/>

...

"저.. 저기야, 닉스! 하하.. 빨리 가자? 근처에 오면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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