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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85화 (85/156)

〈 85화 〉 균열

* * *

"버틀러? 자세하게 말해 보세요, 누구라구요?"

<우후후후! 예,="" 왕녀전하.="" 마왕과="" 습격자의="" 정체가="" 용사="" 이성재였습니다.="" 덤으로="" 행방불명된="" 앨리스="" 님도="" 그의="" 손아귀에="" 떨어졌습니다.=""/>

"확신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마왕성을="" 탈출한="" 후에=""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감시수정으로="" 무기,="" 방어구등을="" 확인했습니다.="" 전부="" 그의="" 장비들이었죠.="" 거기에...=""/>

버틀러는 평소의 사람신경을 긁는 말투를 지우고, 매우 진중한 분위기로 말을 이었다.

<용왕 님을="" 죽인="" 기술은="" 검무.="" '무기들의="" 무도회'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기술을="" 이런="" 식으로="" 부르는="" 걸="" 매우="" 싫어했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름이니,="" 그리="" 부르겠습니다.="" 전하="" 그가="" 돌아왔습니다.=""/>

"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로젤리아 님."

한 개의 테이블과 여섯 개의 의자만이 있는 공간에 웃음소리가 메아리 치고 있다.

여섯 중에 남아 있는 단 두 사람.

왕녀 로젤리아의 웃음소리만이 텅 비어 버린 공간을 가득매우고 있었다.

"아...하하하... 들으셨나요, 라인하르트? 이성재라네요, 이성재. 하하하하, 정말 웃기는 일이네요. 앨리스가 그의 죽음을 확인한 것 아니었나요? 그녀와 그가 우리를 속인 건가요? 사망을 위조해서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의 목이 떨어지는 것을 모두가 확인했었다.

[부활]은 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그야말로 새로운 종교가 탄생할 일이니까.

'어떻게 된 건가요!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일이..!'

<참고로 그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후후후!="" 꽤나="" 귀여운="" 여성으로="" 변했더군요!="" 아...="" 그래요.="" 마치,="" 말로만="" 들었던="" 사망한="" 성녀와도="" 같은="" 외모였습니다.="" 보란="" 듯이="" 자신의="" 기술을="" 사용한="" 것을="" 보면,="" 정체를="" 전하께="" 알리라는="" 뜻="" 같았습니다.=""/>

'성녀! 설마?!'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지저국과 교국.

프로그와 마리아.

파니아의 변절과 앨리스의 실종.

모든 일이 그의 행동이라면, 너무 쉽게 이해가 가는 일.

[부활]이 아니다, 그 정신 나간 자가 또 미친방법으로 세상의 법칙을 비틀어서 살아난 것이다.

'그것도 모든 힘을 보유한 상태로요.'

설사 힘을 잃었다고 해도 최후보다는 못할 뿐이고, 최강이라 불리던 시절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

무기들의 무도회.

그 괴물이 최강이라고 불리게 해준 힘중에 하나.

'그 상태로 융합까지 사용하면 더 끔찍한 괴물이 돼요.'

"...리아 님. 로젤리아 님!"

"?!"

'이런, 저도 모르게 또.'

손톱이 물어뜯겨서 엉망이었다.

"후우... 감사해요, 라인하르트. 그렇다고 해도 그가 돌아왔다면 일을 빨리 진행시킬 필요가 있어요."

[대비하는 자]의 효과가 더 이상의 전력손실을 일으키기 전에.

"로마노프 백작과 마법국에 연락하세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영웅의 영약을 많이 생산하라구요. 사형수에게라도 먹여서, 인원수가 부족하면 중범죄자부터 경범죄자까지 먹여서라도 전력을 늘려야 해요."

'이성재, 이 세계는 당신이 어지럽힐 곳이 아니에요. 이세계의 괴물은 그날 죽었어야 했음을 알려드리죠.'

☆☆☆

"로마노프 백작,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 게냐. 아직 왕녀인 주제에 감히 한 나라의 군주인 짐에게 명령을 하는 것이냐?"

마법국의 알현실.

그 옥좌에 앉아있는 왜소한 체형의 남자.

마법국의 국왕.

이반 메드로 드 디퍼루드 3세.

왕자 시절에 계승서열이 낮은 4왕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치력과 마탑에서도 인정받은 마법실력으로 제 형제들을 모조리 도륙해 버리고 왕좌를 차지한 잔혹한 군주.

"어디 입이 있으면 설명해 보거라, 자네는 요즘 번번이 실패만하고 있어 짐의 물건인 백성을 사용해서, 짐에게 숨기고 영약을 제작하거나, 앨리스를 에고웨폰으로 만든다고 말하면서 실패하지 않나..."

왕은 옥좌에서 일어나서, 로마노프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한쪽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낮게 속삭였다.

"이제는 타국의 왕녀의 심부름꾼 노릇까지, 짐이 백작을 어디까지 용서해 줘야 하는지, 설명해 보거라. 짐의 인내심이 남아 있을 때말이야."

잔혹군주 이반.

적어도 인족지상주의인 로젤리아 왕녀와는 다르게, 자신 이외에는 철저하게 도구로 생각하는 존재.

마른침을 삼킨다.

이 왕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살육을 벌이는 폭군이니까.

'호... 호호호... 여전히 위화감이 넘치시는군요. 로젤리아 왕녀는 최후의 상황이 아니면 인족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아도, 이분은 전혀 다른 사고를 가지신 분...'

왕자시절에 들어내지 않았던 잔학한 성정은 왕좌를 차지한 이후부터 들어나기 시작했으니, 오늘 자신이 그 잔학의 제물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저의 왕이시여, 왕녀가 인족까지 이용하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여론전이 아닌 영약까지 이용하려는 것이면 말입니다."

"호오, 과연 그 심각한 일이 무엇인고."

어깨에 얹어진 이반의 손에서 마법진이 생성되고 있다.

그가 즐겨 이용하는 바람계통의 마법.

'이거... 잘못하면 어깨 밑으로 가벼워 질 수도 있겠네요.'

"용사 이성재. 그가 마왕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음? 크흐흐, 크하하하하하하! 용사의 귀환이라, 그것도 마왕으로! 재미있구나, 허나 짐에게 명령한 것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영약의 지원을 받고 싶으면, 왕녀가 직접오라고 전해라. 몇 번 부탁을 들어 주었더니, 아주 대륙의 지배자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구나."

"예, 왕이시여. 전하의 자비에 소인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반은 다시 뒤로 돌아서 옥좌로 향했고, 로마노프는 고개를 깊이 숙이면서 부복했다.

'영약은 제가 개발한 거지만, 어느새 전하의 것이 된 것인지...'

"아..! 그러고 보니, 백작. 자네가 조금 착각하는 것이 있네."

알현실을 벗어나려던 로마노프를 불러세우면서 정정했다.

"글리아스의 왕녀, 그녀도 집이랑 별반 차이없는 인간일세. 아니, 오히려 똑같이 잔학을 행해도 변명을 하면서, 스스로를 정당화 시키는 그 여자가 더욱 쓰레기라고 할 수 있지."

'적어도 짐은 잔학을 인지하고, 짐이 죽어서 윤회에도 못 들어갈 악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거든.'이라고 덧붙이면서 옥좌로 돌아갔다.

"크흑! 그래, 백작의 팔은 잠시 맡아두는 것이네. 언제고 팔 이상의 것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예, 명심하겠습니다. 저의 왕이시여."

☆☆☆

"웃기지 마!"

챙그랑!

"하아... 하아..."

로젤리아와 통신을 한 신혁은, 그녀에게 들은 내용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통신구를 던져서 부셔버렸다.

그녀가 전달한 이야기는 마왕과 성녀가 동일 인물이라고 추정된다는 것과 그녀에게 실종된 앨리스가 잡혀 있다는 것, 그리고.

"소피아가 니드호그를 이용해서 시연누나를 죽였을 거라리...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상하지 않은가,왜 그녀가 시연을.

그것도 언제 니드호그를 자신의 부하로 만들어서 말인가.

"신혁, 로젤리아 님의 사람이 그 소피아? 그 사람으로 보인다는 마왕 하고, 니드호그가 날아오르는 걸 멀리서 목격했다니까..!"

"그걸 믿으라고?! 디아블로의 말도 있잖아!"

"흐윽!"

신혁의 분노어린 일갈에 올리비아가 겁을 먹고 어깨를 움츠러트렸다.

"후우.. 화내서 미안해 올리비아. 하지만 디아블로의 말도 있어, 로젤리아를 있는 그대로 믿기도 힘들어."

겁을 먹은 올리비아를 보면서, 조금은 진정하게 되었지만, 신혁은 로젤리아를 믿지 못하는 것은 그대로 였다.

디아블로에게 들었던 진실.

소환되었던 용사의 최후와 인마전쟁이 시작된 이유.

'성재 형을 죽인 것이 로젤리아인데 믿으라고?'

디아블로의 말을 모두 신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로젤리아를 신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녀가 자신도 도구처럼 이용하는 것인지 모르는 이상, 그녀의 말을 따를 수는 없다.

"만약 디아블로의 말이 진실이고, 로젤리아가 우리를, 나를 도구로 이용하는 거면? 그녀가 반앙적인 누나를 죽이고 니드호그와 같이 죽인 소피아에게 덮어 씌우는 거면?"

혼란스러웠다.

그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할 정도로.

이제 무엇이 진실인지, 자신들이 정말로 마왕을 죽이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인족이 정의가 맞는 것인지.

그 무엇도.

믿지 못하겠다.

"으.. 아! 너희 둘 다 왜 그러는데?! 프레디도 디아블로의 말을 듣고 며칠 전부터 혼자 틀어밖혀서 안 나오질 않나, 신혁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겠다며 이러질 않나! 나보고 어쩌라고! 도대체 이 파티는 어떻게 되려고..."

프레디는 디아블로에게 진실을 듣고,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늘어진 상태로 두문분출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믿고 있었던 진실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해 오던 일이 결코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절망할 수밖에.

거기에 그처럼 올곧고, 상냥한 사람일수록 더욱더.

'하하... 마치, '대를 위한 소의 희생'같은 일이니까, 그 '소'마저 지키고 싶어 하는 바보 같은 녀석에게는 충격적인 말이었겠지.'

그 결과로 파티는 정체된 상태로 수일 동안 그 어떤 업무도 수행하지 않고 있었다.

"하아... 난 이제 모르겠어, 둘이 알아서해. 너희 둘을 정신 차리게 하는 것보다, 멀쩡해질 때까지 나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이 나아 보이니까."

지친 올리비아가 이마에 손을 얹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파티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한 명씩.

한 명씩.

한 명씩.

자그마한 균열이 파티 전체에 거대한 균열로 발전할 것이다.

'암묵적인 리더같은 놈이 저러고 있으니, 파티가 굴러가지를 않네... 역시 나한테 이런 건 어울리지 않는 건가?'

"지키는 것을 신념으로 가지고 사는 놈이 저런 상태니까... 어? 신념?"

신혁은 순간 스친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고 프레디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에? 신혁? 왜 갑자기..."

갑작스러운 신혁의 행동에 올리비아는 당황하면서 그를 불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방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매우 강하게, 반드시 들으라는 식으로.

"프레디, 네가 전에 그랬지? 프라이드 라는 사람인가? 그 사람이 전해준 말이라고, 후회하고 속죄하되 신념이 있다면 검을 들라고 말이야."

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에게는 책임이 따르며, 그 책임을 회피하면 사람으로서 멀어지는 것이라고.

"내가 할 소리가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은 그냥 도망치는 것 말고는 안 보여."

절망했던 자신을 믿어 주고, 기다려 주었던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

'이 파티 원들 말고는 없지만, 그중에서 프레디한테 도움받은 것이 제일 많고 지낸 시간도 기니까.'

은혜를 갚...

벌컥!

"아악!"

갑작스럽게 열린 문에 코를 박고 쓰러졌다.

"아.. 미안, 신혁. 그리고 생각의 정리는 끝났어. 나갈 준비를 하느라 조금 늦은 거지."

피가 흐르는 코를 부여잡고, 프레디를 보았다.

완벽하게 부활한 상태로 당장 전투에 나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프레디!"

"아? 하하. 미안, 올리비아. 걱정시켰네..."

프레디의 등장에 화색을 띄우면서 달려가 그에게 안겼다.

신혁에게 하던 것과는 태도가 조금... 아니, 많이 달랐다.

"시이이팔, 외모지상주의..."

"고마워, 신혁."

"응? 뭐가?"

한 폭의 배경이 된 거?

"걱정해 준 것. 네 말이 맞아, 이 상태로는 도망치는 것 말고는 안 돼. 그러니까..."

"..."

"우린, 우리의 신념에 따라서 앞으로 나아간다."

"하하하... 그래."

'네가 진짜 주인공 같은 놈이라니까...'

단 셋 밖에 없는 파티에 균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세계에서 가장 신뢰하고, 의지해야 하는 사람들.

'성재 형을 죽인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이야, 진정으로 세상을 구하고 싶은 사람들.'

"흐으응! 아 피... 조금 모양 떨어지지만, 그래도 용사파티니까. 내가 선창해야겠지? 용사파티 부활이다! 우리는 누구의 말보다 우리를 믿는다!"

"다행이야, 프레디!"

"잠깐만, 올리비아? 신혁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이 세계에는 죽창은 없나? 그거면 누구나 한 방인데.

"저기? 연애는 나 없는 곳이나, 일이 끝나고 해주면 안 될까?"

"?! 신혁! 나는 연애 같은 거는 생각한 적 없어!"

그쪽말고 저쪽은 있는 것 같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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