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내통자
* * *
"이야~ 옛날 생각나네? 이 세 명에 넷이 추가되면, 용사 이성재의 파티잖아. 그렇지?"
나는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솔직히 파충류라 표정을 모르겠다.
이를 들어내고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경계심 가득한 표정이겠지.
나를 경계하는 용족들에게 다가가면서, 같이 온 두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그중에서 둘은 죽었지만.'
"그런데 우리가 마왕성에 왔을 때랑은 상황이 많이 달라, 그때는 이런 식으로 우리를 마중나와 주는 존재들이 없었지."
비어 있던 마왕성.
누군가의 의지가 담긴 것처럼, 어떠한 함정도, 적도 존재하지 않고, 마왕만이 홀로 고요하게 기다리던 그날.
그 고요한 마왕성은 누구의 짓인가.
로젤리아, 용왕, 또는 그 외의 누군가.
천천히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너희는 알고 있어? 마왕군의 내통자가 정확하게 누군지를, 혹시 알아? 사실을 조리 있게 전달하면, 내가 어느 정도의 관용을 보일지?"
뒤에서 굳은 표정으로 따라오던 둘에게 미소를 지어줬다.
<건방진! 적을="" 앞에="" 두고="" 뒤를="" 돌아보다니!=""/>
나에게 돌진하는 한 마리의 용족.
아마도 가장 가까이에 있던, 날개가 없던 지룡족일 것이다.
그들은 날개를 포기한 만큼 땅에서의 높은 기동력을 기반으로한 전투를 선호했다.
정면으로 뻗어 있는 세 개의 뿔에 투력을 두르고 돌진하는 지룡족.
콰아앙!
"정신사납게... 대화하는 거 안 보여? 원래 말할때나 필살기명을 외칠 때는 공격하는 거 아닌데, 이 도마뱀은 선을 넘네?"
<으그그극!/>
하지만 그 지룡족의 돌진은 나에게 막혔다.
발을 구르면서 앞으로 나가려 했지만, 그의 코에 나 있는 뿔을 잡고 있는 나로 인해서 제자리에만 머무를 뿐이었다.
"매너없는 도마뱀은."
지룡족의 육중한 몸이 들어 올려진다.
<고작 왕을="" 참칭하는="" 가짜에게!=""/>
"쳐 자고 있어!"
들어 올려진 지룡족을 야구선수처럼 벽을 향해 내던졌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악!/>
벽으로 던져진 지룡족은 그대로 기절을 했고, 그 지룡족은 제법 서열이 높은 용족이었는 지, 다른 용족들이 주춤거리면서 다가오기를 꺼려했다.
"후우... 이제는 좀 대화할 상황이 만들어졌네, 자 그러면 다시 대답해 봐."
평소처럼 부드럽고, 따듯한 말투가 아닌, 한없이 차갑고 날카로운 말투.
이곳에는 리리스도, 미네르바도, 시연도, 닉스도 없다.
내가 어떤 식으로 말하고 행동해도 걱정해주는 사람이 없는 공간.
나를 온화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없는 곳.
저들에게 끝없는 분노를 표현해도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장소.
"파니아? 앨리스? 내 말이 어려워? 어려우면 딱히 말안 해도 돼, 파보면 언젠가는 나올 일이고 용왕이 내통자라는 것은 거의 확정사항이니까."
"주인님, 저는...!"
"응, 그래. 로젤리아가 너에게는 말하지 않았겠지, 그러면 앨리스는? 응?"
<소피아, 진정하거라.="" 그대는="" 예전처럼="" [정신력]으로="" 이성적인="" 사고를="" 유지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맞아요, 소피아="" 님!="" 자,="" 따라="" 해보세요.="" 히!히!후!=""/>
'있었구나,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나의 계약 무구들.
소중한 가족.
"하하! 미안해, 그리고 로자리아. 그거는 출산할 때 하는 호흡법아니야?"
<네, 제가="" 볼="" 때="" 소피아="" 님이면="" 이,삼="" 년="" 안으로="" 2세를="" 출산="" 할="" 거="" 같으니까,="" 미리="" 배워놔도="" 상관없죠.="" 히히.=""/>
그렇게나 빨리?
<로자리아는 그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농담을="" 섞어서="" 이야기="" 한="" 것이다.="" 어떠냐?="" 진정되었느냐?=""/>
'그렇구나, 고맙네.'
"응, 카르마. 진정됐어, 고마워 로자리아."
<다행이에요. 그리고="" 반은="" 진담이랍니다?="" 후후후.=""/>
"..."
조금도 방심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후우... 그래, 앨리스. 너는 알고 있어?"
이번에는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나는, 자세하게 누구인지는 몰라. 로젤리아가 라인하르트에게만 말했을 거야."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한 앨리스.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면, 로젤리아는 앨리스에게 조차 모든 것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소리가 된다.
앨리스를 믿을 건지, 아닌지는 넘어가더라도 말이다.
'일이 쉽게 풀리면 좋겠지만, 마냥 그럴 수는 없지.'
"에잇! 어쩔 수 없지! 일단, 보스용가리 한테 가 보자!"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자! 우리 파충류 무리중에서 먼저 뚝배기가 깨지고 싶은 분은 이쪽으로!"
물리적으로.
☆☆☆
<크아아악!/>
하나씩.
<아아악!/>
이빨을.
<그.. 그만!=""/>
뽑는다.
"어허. 아저씨. 이빨에 충치가 많아서 뽑아야 한다니까, 그리고 내가 말했지? 아프면 손들라고."
그 말에 눈두덩이가 부은 화룡이 손은 번쩍 들었다.
"에이, 그건 앞발이지, 손이 아니잖아?"
그의 이는 이미 반 정도가 사라졌다.
여기서 더 사라진다면 안 된다는 듯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천천히 앞 발을 내린 화룡은 울먹이면서 대답했다.
<왜... 크흡!="" 왜="" 공격하는="" 거예요?="" 그리고="" 저,="" 아저씨="" 아닌데요?="" 흑!=""/>
'억울하네, 공격은 너희가 먼저했지.'
"난 대화하러 왔다고 몇 번을 말해? 느그 용왕이 시키드나?"
내가 용족이 아저씨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 모르면 그냥 다 아저씨지.
"주인님, 여기 손수건입니다. 마님들이 보시면 놀라셔요."
역시 프로 수발러 파니아.
손에 묻은 피를 보더니 알아서 닦을 것들을 챙겨 준다.
나는 손수건을 받아들고,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경계중이군. 항복할 생각은 없어 보여.'
조금 겁을 먹은 것 같지만, 그들의 눈에는 전의를 잃지 않았다.
아마, 뒤에 용왕이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겠지.
'하지만 나를 적극적으로 공격할 생각도 안 드는 것 같군.'
내가 걸어온 길에 펼쳐진 용족의 잔해들.
전투 불능이 된 용족들만 해도 여러 마리였다.
그들은 이쯤 되면 지칠법도 한데, 아직까지 압도적인 힘으로 괴롭히고 있으니, 선뜻나서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서열이 높은 용족을 이기면 쉬운데, 첫 놈이외에는 그다지 높은 용족이 안 나오는 것 같네.'
<크하하하하! 나는="" 용족="" 서열="" 35위!="" 수룡="" 기ㄱ...=""/>
"오케이! 당첨! 갯지렁이! 엑스트라는 이름을 말할 자격이 없다! 덤벼!"
<뭐라! 어리석은="" 인족이="" 감히!=""/>
푸르고 긴 몸을 가진 수룡은, 제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왔다.
쾅! 쾅! 쾅! 쾅!
다양한 방향에서 공격이 들어온다.
뱀과 같은 몸을 짧은 네 개의 다리로 고정을 시킨 다음에 하는 공격.
'채찍이나 사복검 같은 경우는 예측하기 힘든 공격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지.'
그만큼 단점도 명확했다.
"갯지렁이! 채찍의 시작점을 알면 예상하기 쉬워진다고?!"
수룡의 꼬리에 올라타서, 비늘을 잡고 돌진했다.
길게 이어진 '길'은 그의 약점이며, 채찍의 시작점인 '몸통'으로 안내해주는 표지판 같은 것이다.
채찍과 사복검의 변칙성이 시작되는 곳이 '손'인 만큼, 수룡의 변칙적인 공격도 '몸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용족의 공격이="" 한="" 가지만="" 있는="" 줄="" 아느냐?!="" 아쿠아="" 브레스!=""/>
제 몸을 타고 달려오는 나를 향해서 수룡은 브레스를 쏘았다.
그의 몸을 박차고 공중으로 회피를 했고.
<크하하하! 공중에서는="" 못="" 피하겠지!=""/>
높이 떠오른 나를 향해서 수룡의 '채찍'이 날아왔다.
"누가."
발끝에 모이는 투력.
쾅!
"못 피한다고 했어?!"
로켓처럼 쏘아진 몸은 수룡의 안면을 향해서 직행한다.
"소오오피이이이아아아아."
놀라서 당황한 수룡의 인중에, 작고 단단한 주먹을 꽂았다.
"펀치!"
<아악!/>
쿵!
눈을 뒤집고 쓰러진 수룡, 눈 뒤집고 혀를 내민 것이 사망한 것처럼 보였지만, 움찔거리고 있는 것을 보니 살아는 있는 것 같다.
<소피아, 신난구나.=""/>
<평소에는 저런="" 식으로="" 놀았다가는="" 다른="" 분한테="" 혼나니까요.=""/>
원래 모든 남편들은 아내가 없을 때에 제일 신나게 놀수 있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지 않으면, 또 언제쯤 즐길지 모른다.
"저, 로자리아? 저는 그 다른 분에 포함이 안 되는 건가요?"
당연한 소리를.
<어머, 파니아="" 님.="" 가서="" 소피아="" 님에게="" 부탁해="" 보세요.=""/>
"...아닙니다. 시녀장 님에게 던져지지만 않으면 다행이죠..."
말 안 듣는 노예는 데카라비아가 잡아간다.
우리 집 시녀장은 '교육'에 능숙하니까, 적당하게 던져 주면 데카라비아도 좋고, 나도 좋고, 파니아만 안 좋은 최고의 공생관계가 완성된다.
'우수한 비서의 단 하나만 있는 단점을 해결해 주면 완벽하게 일하겠지.'
어떠한 불만도 없이.
그녀의 가학성을 해결해 줄 것도 있으니, 열심히한 포상으로 던져 주면 좋아할 것이다.
'...어? 그러고 보니, 앨리스가 여기 있다는 거, 말했나?'
안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지금쯤 열심히 앨리스의 정보를 모으고 있을 데카라비아에게 애도를 표하면서, 윗 서열의 용족이 있는지를 찾아본다.
"제물로 파니아를 던져 주면 되겠지! 자! 다음!"
"뭔가, 방금 무서운 소리를 하신 것 같은데요?!"
☆☆☆
고요한 알현실.
그 끝에서 금빛 안광을 빛내고 있는 한 마리의 황금룡.
<소란스럽구나./>
"예, 용왕 님. 밑에서 침입자를 처리하느라 소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용왕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집사 복을 입고 있는 노년의 인족.
<어찌 용족이라는="" 것들이="" 침입자를="" 처리="" 못해서,="" 아직까지="" 이="" 소란인="" 것이냐?=""/>
고요하게 분노하는 용왕은 새롭게 얻은 마력을 갈무리하지 않고 주위에 흩뿌리고 있었다.
요동치고 있는 대기.
고룡에 접어든 용의 왕에게 세상이 머리를 숙이듯이 대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멍청한 드래곤이... 제 힘하나 주체 못 하고...'
그를 지켜보는 인족.
로젤리아와 용왕 바실리스크의 연락책이자, 그녀의 또 한 명의 심복.
버틀러 그레이니.
"제 아무리 용족이어도, 위대하신 용왕 님의 발밑에도 못 미치지요."
<크하하하! 그렇지,="" 감히="" 이="" 바실리스크="" 님에게="" 대적하려면,="" 죽어="" 버린="" 마왕이나,="" 용사가="" 와야겠지.="" 허나...=""/>
용왕은 거대한 몸을 일으키고, 두 쌍의 날개를 활짝 폈다.
<이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종족이,="" 습격자를="" 처리="" 못해서="" 쓰나.=""/>
"습격자는 마왕을 참칭하는 자 입니다, 용왕 님."
<마왕이라... 이="" 용왕을="" 두고,="" 왕이라="" 자칭할="" 정도는="" 되는="" 구나.="" 버틀러여,="" 네놈은="" 그="" 건방진="" 년에게="" 가서="" 전해라.="" 무능한="" 네년이="" 처리="" 못하는="" 것은="" 바실리스크="" 님께서="" 대신="" 처리해="" 주겠다고.=""/>
버틀러는 가슴에 손을 얻고 조용하게 물러났다.
"예, 용왕 님의 말씀을 전달하겠습니다."
'과연... 당신이 '그'를 이길 수 있을까요?'
버틀러는 '마왕'과 '습격자'가 동일 인물 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마왕이 이곳에서 일으킨 전투로 그에 대한 확신도 끝맞쳤다.
투력과 마력, 검무, 그의 말투와 행동까지.
이곳에서의 지식이나, 행동들을 가르친 자신이기에 확신 할 수 있다.
용왕이 눈치 못 채도록, 숨겨 놓은 감시수정에 비친 여성을 바라보았다.
'꽤나 재미있는 모습이 됐군, 성재. 이거 왕녀 님께 최고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겠어.'
실종된 앨리스의 행방과 괴물의 귀환이면, 자신의 주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후후후! 그가 있다면 앨리스 님의 구출은 포기해야겠지만, 왕녀 님은 대비할 시간을 버는 것이니까, 값진 희생이라 할 수 있겠지요.'
빠르게 마왕성을 빠져나간 버틀러는 속으로 크게 웃었다.
☆☆☆
<소피아, 지금="" 그대를="" 감시하던="" 마력의="" 흐름이="" 사그라들었다.=""/>
"용왕을 조종하던 놈이 사라진 것이겠지."
방금까지 뺨을 때리고 있던, 전룡.
서열 13위라고 말했던 전룡의 뿔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언제까지 버티나를 실험했던 전룡은 양쪽의 뿔에서 전기를 쏘아내며 대적했고, 나는 한쪽 뿔을 부신 다음에 남은 뿔을 부여 잡고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서열 13위 답게, 전룡은 열세 대까지는 버티다가 그다음부터 울음을 터트리고 잘못했다고 비는 중이었다.
'이쯤 되면 대충 정리는 된 거 같은데? 더 올 만한 용족은 없는 거 같고.'
<소피아 님,="" 그런데="" 감시하던="" 자를="" 도망치게="" 내버려="" 두어도="" 괜찮나요?=""/>
"응, 내 정보를 전달하라고 일부러 이 기술, 저 기술 다 보인 거니까."
이런 곳에서 극을 이루는 보안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라인하르트나 버틀러일 것이다.
로젤리아의 충신이며, 그녀의 명령이라면 죽음도 달게 받아들이는 심복들.
'라인하르트라면 로젤리아의 호위를 맡을 거고, 그렇다면 감시자는 버틀러 영감이겠지. 그 만능 집사.'
그 집사에게 시달리던 과거가 떠오른다.
'우후후후! 성재 님? 이 국경이 마왕군과 싸우는 최전선입니다. 지도를 들고 다닐 수는 없냐구요? 그냥 머리에 때려 박으세요. 어딜 대외비를.'
'우후후후! 성재 님? 인사의 각도가 0.2도 정도 더 내려갔습니다. 그래서는 비웃음 당하기 십상입니다. 0.2도 차이가 뭔 상관이냐구요? 그 차이가 진정한 신사를 판가름하는 지침입니다.'
'우후후후! 성재 님? 대륙의 귀족 명단을 아직도 못 외우셨습니까? 분명 머리는 좋다고 하셨는데, 이 정도도 못 외우나요? 예? 받은지 한 시간도 안 된 명단과 신상정보를 어떻게 외우냐구요? 잘이요 잘, 잘 외우셔야지요.'
'우후후후! 성재 님? 성재 님? 성재 님? 성재 님?'
"우웩. PTSD도진다. 그 수능 암기과목 같은 영감이라면, 용왕을 미끼로 나한테 던지고, 저는 탈출했을 거야."
로젤리아의 어린 시절 교육도 맡았다는 자 였다.
그녀도 혐오스러워하지만, 일 처리 하나만큼은 확실하고, 제 보신은 엄청나게 챙겨도 충성심 하나는 알아주는 영감이니까.
그러니 버틀러는 용왕을 잘 구슬려서 나한테 보냈을 것이다.
살아돌아온 내 정보를 특급으로 전달하고, 나에 대해서 대비하기 위해서.
<소피아! 설마="" 그="" 영감이라면,="" 짜증나는="" 버틀러="" 말하는="" 것이냐?!="" 본녀는="" 영감="" 싫어!="" 본녀의="" 행동을="" 하나하나="" 고치려="" 든단="" 말이다!=""/>
응, 나도 싫어.
"주인님, 버틀러요? 그 늙어서 말라버린 호박같은 영감탱이요?! 그 영감도 죽이는 거죠? 그때는 부디 저도 껴주세요. 그 시발 늙은이가 저한테 '우후후후! 파니아 님? 인족령에 왔으면 인족령의 예절을 따르시죠?'하면서 가르치려 들 때부터 주옥 같았어요."
오랜만에 분노하면서 걸걸한 입담을 펼치는 파니아.
"성... 소피아, 염치없지만. 나도 좀. 그 유통기한 지나도 한참은 지난 놈이 '우후후후! 앨리스 님? 어린남자가 좋으시다구요? 이런, 나잇값도 못하시고... 저보다 연상 아니신가요?' 할 때, 로젤리아의 부하만 아니었어도 태웠어."
제 상황에서도 버틀러에게만은 꿋꿋이 짜증을 내는 앨리스.
그간 얼마나 많은 적을 만든 것인지, 나에게 저항하면서 기억을 잃어가는 앨리스조차 동참의사를 밝혔다.
'안 그래도 말수가 적었던, 앨리스가 나에게 오고 더 적어졌는데...'
그렇게는 못해주겠다, 누구 좋으라고.
<크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순간 천장이 무너지면서, 웃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떨어졌다.
<나는 위대한="" 용족의="" 왕!="" 황금룡="" 바실리스크="" 님이시다!="" 크하하하!="" 모두들="" 내="" 모습에="" 경배하라!=""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서="" 찬양하라!="" 너희="" 같은="" 우매한="" 잡="" 것들에게="" 친히="" 모습을="" 보일지니!=""/>
"나왔다."
나를 내려다보는 황금빛의 눈.
<세상이 이="" 바실리스크="" 님="" 발아래에="" 있을지니!="" 감히="" 용왕을="" 두고="" 왕을="" 참칭하는="" 자여!="" 내="" 찬란한="" 존안을="" 영접하고="" 두려워해라!="" 네="" 어리석음을="" 깨닫고="" 수치스러워="" 해라!=""/>
멍청한 노란 도마뱀.
쫄리면 도망치는 겁쟁이.
마왕에게 짓눌려 있던 오만한 이인자.
오만한 황금룡.
용왕 바실리스크.
<바실리스크 님의="" 행차이니라,="" 어리석은="" 인족이여...=""/>
그가 등장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