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82화 (82/156)

〈 82화 〉 환영받지 못한자들

* * *

끼에에에엑.

보랏빛 하늘.

절벽끝에 세워진, 칠흑같이 어두운 성 하나.

하늘로 향해서 솟아오른 첨탑과도 같은 성.

쿵!

성 뒤쪽 절벽에는 광할한 숲이 펼쳐져 있고,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쪽으로 돌아가면 그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저 성을 보지 못하고 숲쪽으로 향해서, 숲 중심에 먼저 도달했지만, 한 번 와본 경험이 있고, 이 성에서 간부로 있던 두 아내가 있어서 길을 틀릴 일은 없다.

"후우... 대화를 하자니까, 이 파충류들은 선빵부터 날리네.."

이곳은 마왕성.

한때는 이곳에서 나의 최후의 결전이 펼쳐졌으며, 모든 것의 시작점 같은 장소.

이곳에 도착하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시연, 그 근육이완제? 라고 하는 거, 그거 나 같은 근접전투계열에는 최악의 독 아니야?"

"그렇지!"

퍽!

고양감.

"정확하게는 독은 아니지만!"

퍽!

불쾌함.

"헤헤, 시연이 우리편이여서 다행이야!"

"맞아, 미네르바. 만약 적이었다면, 우리도 언니도 힘든 상대였을 거 같아."

"응. 시연이 저 용족을 주먹으로 때리는 거, 나는 조금 무서워.."

퍽!

칼에 찔리고 목이 베였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불쾌하면서도 서글프고, 마왕이 된 후에 이곳에 오니, 두근거리면서 고양된 여러 감정들이 내 안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닉스도 어떻게 보면, 이 파충류하고 친척뻘 되니까. 감정이입이 되는 거 아닐까!"

퍽!

그중에서 가장 큰 감정은 공포.

<시연, 닉스는="" 단지,="" 용족의="" 뿔을="" 잡고서="" 피떡으로="" 만드는="" 네="" 모습이="" 무서운="" 것이니라.=""/>

<저도, 시연="" 님은="" 비전투계열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샤트룩스="" 님="" 같은="" 무투계열이셨네요.=""/>

"하하하... 내가 왕국에서 배운 검술은 거의 기본 수준이라고, 오빠가 그랬어. 그러니까 오빠의 검무? 그걸 봐도 이해 못한 것 같아. 난 검을 드는 것보다, 이렇게 주먹으로 때리는 걸 좋아하니까!"

퍽!!

주로 이 파티에서 가장 연약한 줄 알았던 시연. 그녀가 만들어내는 폭력의 잔인함에 대한 공포였다.

She is be 폭력주의.

'우와... 저 용족, 눈이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어. 지구에서 나한테 접근하는 여자들을 저런 식으로 만들었다는 건가? ...무서워.'

나는 그래도 용족과 대화를 하려고 했다.

일단, 용왕같이 내통자로 의심 되는 자만 아니면, 그들을 내 산하로 이끌어가려고 했으니까.

단지, 말을 걸려고 하면 '용왕님이 말씀하신 적이냐?! 리리스! 미네르바! 이 배신자년들!' 하고 공격해 왔다.

말 좀 들어보라고 공격을 피하면서 대화했지만, 그들은 가짜 마왕에게 굴복한 수인과 악마, 거인들을 전부 없애버린다면서 공격을 이어나갔다.

그 말에 화가 난 미네르바와 리리스를 시작으로, 덤벼오는 용족을 하나씩 다양한 방법으로 제압하는 중이었다.

나 말고 다른사람들이.

"히야! 요즘 싸움을 못해서 스트레스 좀 받았는데, 이렇게 누굴 때리니까 좀 풀리는 거 같아!"

상쾌한 표정으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는 시연.

우선 뺨에 묻은 피와 한 손에 들려 있는 용족의 머리 좀 내려 놓고 했으면 좋겠다.

저러니까, 조금 무섭잖아.

우리가 왔던 길에 펼쳐진, 시체들... 아니, 기절한 용족들.

죽이지는 말라는 내 부탁에 정말 죽이지만 않았던 아내님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친목을 다지는 중이었다.

'리리스와 미네르바도 간부였고, 어중이떠중이 용족은 두 사람한테 못 이기는 것이 당연해. 닉스는 말할 것도 없고. 시연이는 예상외였네.'

각종 약물의 힘도 있다지만, 벌써 용족을 때려잡을 수준까지 왔을 줄은 몰랐다.

말 그대로 때려서 잡고 있으니까.

"앨리스, 내 말 맞지? 여기서는 주인님 보다 마님들이 훨씬 무섭다고?"

"히이엑!"

나는 화목하면서도 참혹한 이중성을 가진 현장에서 눈을 돌리고, 아까부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용족을 바라보았다.

"어때? 이제는 대화할 생각이 들었어?"

<아..알겠다! 아니,="" 알겠습니다!="" 살려주세요!=""/>

안 죽인다니까...

☆☆☆

용은 앞발을 가지런히 모은 채, 턱을 발위에 올렸고, 둔부쪽은 들어 올려서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이른바 고양이가 공격전에 하는 행동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용족은 이것이 복종의 자세였다.

<그러니까, 습격자이신="" 가짜마왕="" 님은...=""/>

"쓰읍!"

<히익! 친히="" 행차해주신="" 위대하시고=""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한="" 곳에="" 모은="" 것="" 같은="" 여신과도="" 같으신="" 마왕님께서="" 저희="" 같이="" 날기만="" 하는="" 파충류에게="" 영접의="" 기회를="" 주신="" 건,="" 미의="" 여신="" 마왕="" 님의="" 발아래에서="" 일할="" 수="" 있는="" 영광을="" 하사하시기="" 위함이라는="" 거죠?!=""/>

...뭐지, 이 간신배는?

은근히 마음에드네.

<오! 용족이여,="" 그대는="" 아부="" 좀="" 칠줄="" 아는="" 구나.=""/>

<에헤! 감사합니다.="" 날개="" 비비기가="" 제="" 특기예요.=""/>

손바닥 비비기를 용족은 날개 비비기라고 하나?

별 이상한 특기가 다 있다.

"그래, 대충은 맞아. 그러니까 용왕에게 안내해, 아니면 이곳에 끌고 오던지."

<음... 미마왕="" 님의="" 아내분들이="" 강하다고는="" 해도,="" 용왕님에게는="" 조금...="" 아!="" 물론="" 리리스="" 님과="" 미네르바="" 님은="" 아시겠죠.="" 저희="" 용족의="" 최강자만이="" 용왕의="" 이름을="" 달="" 수="" 있는="" 것을요.="" 그분은=""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신="" 분입니다.="" 곧="" 고룡의="" 반열에도="" 드실="" 분이니,="" 과거의="" 용사들이나="" 마왕="" 님들이="" 오시는="" 것이="" 아니면...=""/>

"그래서 왔잖아?"

<예?/>

"...아니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의문을 표하는 용족.

...조금 귀엽다.

딴생각이 들어갔지만, 아직 이 용족은 모르는 것 같다.

그 부분을 눈치채지는 못했으니, 용족 전체가 내통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필사적으로 싸웠으니, 모르는 이들도 많이 있겠지.

"일단 안내하면 알 거야, 그리고 내가 여기서 제일 강하다?"

<에이~ 미왕="" 님은="" 전혀="" 안="" 싸우셨="" 잖아요.="" 하하,="" 저분들이="" 더="" 강하실="" 거="" 같은데...="" 에?=""/>

나는 용족의 말에 자신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힘을 끌어 올렸다.

'섞지는 말고..'

쿠구구구구...

왼손에서 요동치는 마력.

오른손에서 폭주하는 투력.

<어... 음...="" 미왕="" 님?="" 아니,="" 마왕="" 그쯤="" 이면="" 충분할="" 거="" 같은데요?="" 살려주세요.=""/>

"옳지, 착하네. 이름이 뭐니? 용가리나 파충류로 부를 수는 없잖아?"

나는 무해하다는 듯한 미소를 보여 주었지만, 소용없었던 것 같다.

꼬리를 말고 앞발로 머리를 막으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용족을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아아아 아슈키!="" 아슈키라고="" 합니다!=""/>

겁먹지 좀 말라니까.

☆☆☆

"그런데, 아슈키? 너 [다형체] 써 본 적 있어? 마력형 용족?"

<예, 마력형이요.="" [다형체]라...="" 예,="" 자주="" 사용했어요.=""/>

아슈키는 우리를 올려다 보면서 긍정했다.

"오빠, 용족은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거야?"

"아니, 음... 유독 아슈키 님이 그런 거 같아, 시연."

시연과 리리스의 칭찬 아닌 칭찬에 아슈키는 꼬리끝을 흔들면서 기뻐했다.

저러니까 정말로 개나 고양이 처럼 보였다.

"...하하하, 아슈키 그러면 [다형체] 좀 써봐, 마왕성 안에서 그 크기면 불편 할 거 아니야?"

<상관없어요, 그곳에="" 워낙="" 넓어서요.="" 용족이="" 크기를="" 안="" 줄여도="" 돌아다닐="" 수="" 있거든요.=""/>

보는 우리가 불편해서 그렇다, 이 외모로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마치 우리가 괴롭히는 거 같지 않은가.

"저기 있는 닉스. 그러니까 암청색 머리를 한 어딘가 지루해 보이는 여자아이 있지?"

<아, 저="" 강하신="" 분이요?="" 아까="" 입에서="" 브레스="" 비슷한="" 거="" 쏘시던데...=""/>

"응, 내 아내야."

"후훗."

내 말에 닉스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허리에 손을 얹고 가슴을 폈다.

<어.. 음..="" 자랑이신가요?="" 갑자기요?=""/>

"그리고 드래곤이야."

<예? 하지만="" [다형체]같은="" 마법은="" 아닌="" 거="" 같은...="" 데...="" 요?=""/>

아슈키의 말 중간에 본신으로 돌아가는 닉스.

족히 아슈키의 수 배는 넘어가는 크기에 놀란 듯이 입을 벌리고, 닉스를 올려다보는 아슈키.

"보는 우리가 불편해서, 당장 인족이나 다른 모습으로 변해. 알았지? 헤헤."

<남편이 말하잖아,="" 헤츨링.=""/>

<하하하... 이="" 분들은="" 대체...="" [POLYMORPH].=""/>

닉스와 아슈키의 크기가 줄어들고, 닉스는 평소 모습대로, 아슈키는 인족 소년의 모습으로 변했다.

"아으... 방금 그 니드호그 맞죠? 닉스 님이 니드호그.. 흐으... 히잇! 마왕 님. 도대체 뭐 하시는 분인가요?"

이 모습으로 저러니까, 더 죄책감이 드는 것 같다.

'하하... [다형체]는 자율적으로 변형이 가능한 거로 아는데, 혹시 아슈키도...'

"저기 말이야? 혹시 너 어린 남자아이 모습으로 변한 거.."

"예? 아아... 마.. 마왕 누나?"

글썽거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아슈키.

여러 번 해 본 솜씨였다.

역시 아슈키도 삼손과 였다.

어린 모습으로 누나를 낚으려는 남자.

'앨리스랑 그 둘이랑 붙여 놓으면 합이 잘 맞을 거 같네, 봐바 앨리스도 코피를 싸면서 행복해 보이잖아.'

양손으로 코를 막고 있지만 흘리는 수준이 아닌 싸는 수준은 막을 수가 없었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앨리스는 진정한 변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슈키야?"

"응? 마왕 누나?"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누나라고 부르고.

"흐읍! 그만..! 나, 죽어..!"

그냥 좋아 죽는 앨리스와 달리, 아슈키는 진짜로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

"아슈키야? 너는 선택을 잘못했어, 작업걸 사람을."

"응? 왜에 마왕 누나아으헉!"

나이스 레프트 스트레이트!

시원한 주먹을 꽂은 시연.

주먹을 만지면서 천천히 아슈키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얼굴은 마치 호러영화에 나오는 크리쳐와 같은 형상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하아아악!"

"크헉!"

"[GIGA ELECTRO]."

"갸가가가가!"

"헤츨링!"

"악!"

지금까지 이상의 분노를 보이면서 공격에 들어간 우리 아내님들.

<아슈키는 머리가="" 파충류="" 수준이냐?="" 무슨="" 생각으로="" 저="" 네="" 명앞에서="" 소피아한테="" 꼬리를="" 치는="" 것이냐?=""/>

<저 모습이면,="" 괴롭히지는="" 않겠다고="" 생각한="" 거죠.="" 어리석게도...="" 저분들은="" 겉모습이="" 아닌,="" 소피아="" 님에게="" 접근한="" 놈팽이라는="" 것이="" 더="" 중요한="" 지를="" 모르고...=""/>

'저 상태면 마왕성은 내가 열어야겠군...'

"가자, 파니아."

"예! 주인님!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 마왕성으로 걸어갔다.

"아.. 아슈키! 누나가! 누나가!!"

"정신 차려 앨리스! 저기에 갔다간 뼈도 못추린다고! 주인님이 빼주실 때 빨리 빠져나가야 해!"

"누나가아아아!"

아... 기억 전소 마렵다...

빠르게 자리를 피하면서 다다른 입구.

나는 그 마왕성 입구를.

"이리 오너라!!!"

콰아앙!!

부셨다.

용족의 환영을 못 받으면 아예 습격자로 변하자.

밖에서 우리를 공격했던, 비교적 약한 용족들과 다르게 이곳은 조금 강한 용족들.

역시 눈을 붉히며 경계하고 있다.

"신병 받아라, 히힛."

그 신병이 가장 높으신 분이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