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선택
* * *
"하아! 하아! 큭!"
모두가 잠이든 숲속, 나무로 인해서 한층더 어두워진 숲의 밤은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젠장...!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해!"
그 숲을 한 명의 마법사가 달리고 있었다.
어두워서 그 무엇도 식별할 수 없었지만, 마법사에게는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목적이라는 듯이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아악!"
마법사는 어두운 숲속에서 나무의 뿌리를 보지 못해, 그것에 다리가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다.
'하아...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그자가 쫓아온다.
남은 두 사람은 습격자의 정체를 몰랐다.
그자가 자신들을 죽이려고 한다.
'알려야 해, 소피아를.. 성재를 대비하지 않으면 모두 죽어!'
"못 찾겠다, 꾀꼬리♪신발 벗고 나와라♪ 우리 앨리스가 어디 숨었을까?"
흠칫!
그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치 재미난 놀이라도 하는 듯이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숨조차 참아가면서 그가 지나가기를 빌었지만.
"앨리이이스으으? 숨바꼭질은 끝났어? 아하하하하하! 꼴사납게 넘어졌네? 이제 술래에게 잡혔으니, 남은 모든 기억을 지워야겠지?"
흙바닥에 누워서 숨어 있는 자신에게 몸을 숙이고 고혹적인 미소를 띄우면서 다가왔다.
"아으... 오.. 오지 마!"
천천히 다가오는 손.
그 손이 제 시야를 가리고.
치지직.
☆☆☆
"꺄아악! 하아... 하아..."
"앨리스, 안 좋은 꿈이라도 꾸었나? 아까부터 오지 말라며 중얼거리더군."
파니아가 수건을 건네면서, 걱정스러운 듯이 물어왔다.
조금 전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꿈...'
방금 그건 꿈이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했다.
정말로 꿈이었을까, 아니면 그에게 장난감처럼 이용당한 다음에 또다시 기억을 잃어버린 것일까.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두려움이 몰려 왔다.
'이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어... 지금도 꿈인가? 아니면 현실?'
도망치려는 생각은 많이 했다, 기회도 엿보았지만 좀처럼 나질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손목에 있는 마도구 탓에, 마력도 모이지 않고 흩어지기만 했다.
'도망.. 칠 수는 있는 건가?'
만약 그에 대해서 로젤리아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인족령에는 큰 전화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고 라인하르트와 로젤리아는 최후에 목숨을 잃는다.
그의 목적은 복수.
자신들이 이룩한 것을 모조리 부셔버리고, 절망을 안겨 준 뒤에 최후에는 목숨을 취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절대로 손속을 두지 않아, 관용따위는 절대로 배풀생각이 없겠지.'
끊임없이 사라져가는 기억들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가져가지 않고, 그저 하나씩. 얼마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는 한 번, 목표로 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루어냈다.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어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로젤리아가 이룩한 인족의 세상... 마지막에는 그것이 무너져 내릴 거야.'
그러면.
"파니아."
그의 노예로 떨어진, 자신의 전 동료를 바라보았다.
무엇 때문에 불렀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하이엘프.
"같이 도망치자, 네가 손목에 있는 마도구만 풀어 주면 도망칠 수 있어. 네 몸에 걸린 주종계약도 어떻게 해서든 풀어 줄 테니..!"
"도망치면, 살 수 있나? 앨리스... 우리는 주인님의 변덕으로 살아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네가 기절하기 전에 주인님이 기억을 강하게 지워서, 악몽을 꾼것 같지만... 도망친다고 해도, 희망이 있는 건 아니야."
'오히려 더 큰 절망이 기다릴 뿐이지.'라고 덧 붙이면서 어딘가 단념한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이미 모든 걸 포기하고 인형의 삶을 택한 전우의 말로.
만약 자신이 그녀와 같은 삶을 선택하더라도,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 파니아도...!'
"걱정 마, 앨리스. 네가 도망치는 것을 생각하는 건. 함구할게, 오히려 주인님은 알고 있어도, 가만히 뒀을 거야.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이미 그에 손에 떨어졌다면 무엇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소리인가.
'아니야, 이쪽에서 먼저 치면 승산은 있어!'
"하! 자존심 높은 하이엘프는 어디에 갔을까? 여기 있는 건, 힘에 굴복한 개말고는 없는데..."
"하아.. 앨리스, 나는 설득했다. 이제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파니아는 그 말을 끝으로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어떤 선택을 하라는 거야?!'
☆☆☆
"프라이드, 곧 떠난다고 했나?"
"그렇다네, 언제까지고 이곳에 있을 수는 없는 법이지."
이른 아침, 알렉스를 찾아온 프라이드는 그에게 다음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일단, 수도로 갈걸세. 근처에 있는 마탑도 들러보고, 찾을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봐야지."
실종된 딸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그를 찾아왔다. 하지만 이곳에 머무르면서 조사한 것은 딸이 아닌 알렉스에 대해서였다.
이 도시에서의 알렉스는 다가가기 쉬운 지부장,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 마왕에게서 시민을 구한 영웅등등 좋은 쪽으로 이미지를 쌓았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라...'
어이가 없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하루 벌고, 하루 놀기에 바쁜 인간이었다.훈련은 고사하고, 마수도 자신보다 강하면 무기를 버리고 도망칠 정도로 겁많은 자였다.
'사냥의 대부분을 나에게 맡겼지, 지금 생각하면 무언가를 하는 척만했지, 제대로 한 적은 없어.'
용병의 안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대표격 인물이었으니까.
"그런가? 음... 자네가 가는 날은 내가 특별히 배웅하지! 오랫동안 못 볼 것 같으니, 친구를 위해서 직접말이야! 하하하하!"
"음? 그래 주면 고맙지."
그와 단둘이 있을 시간이 나길 바라였고, 지금의 기회는, 어떻게 보면 최고의 기회가 아닐 수가 없었다.
다만.
'무슨 목적이냐, 네가 진심으로 배웅해 줄 리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귀찮은 게 사라졌다며 환영할 놈이.'
눈매가 가늘어지면서, 숨이 넘어갈 듯이 웃고 있는 알렉스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뒤섞였군, 한 몸에 이 정도의 기운이 섞일려면...'
영약.
그것도 단위는 수십이 넘어갈 정도로 섭취해야 가능할 기운들이었다.
"이 친구가?! 또 고유 능력인가? 분명히 상대방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었지? 부럽구만! 그런 고유능력이 없는 자들이 수두룩한데! 하하하하!"
"아아... 몸속의 기운이 무엇이지 판단하는 것 말고는 기능이 없는 거라네, 그나저나. 자네 강대한 기운을 가졌어?! 하하하!"
그중에서 가장 거대한 것은 모든 것을 잡아먹을 정도로 거대했다. 폭발할 듯한 기운은 주변의 기운들을 하나씩 잡아먹으면서 성장을 하고 있었다.
'이건 빨리 선택하지 않으면 위험하겠어...'
"떠나는 건, 이틀 뒤로 할 것이네, 적당하게 중간까지만 마중나와도 좋네."
☆☆☆
손을 가볍게 턴다.
<소피아, 역시="" 예전보다="" 움직임이="" 부드러워졌다.=""/>
오랜만에 검무를 추었고, 신체에 적응 한 것에 더 나아가면서 부드러움을 추가했다.
"글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해?"
"주인님은 언제나 완벽하십니다!"
내게 머리를 90도로 박으면서 아부를 하는 딸랑이. 아니, 파니아.
"흠... 소피아, 소피아의 기술인 융합을 제외하고도 병행사용이 가능하다고 했지? 검을 쓸 때는 주로 신체 능력을 향상 시켜 주는 것과 위계가 낮은 마법을 사용해서 견제의 용도로만 끝내나 봐?"
전사인 미네르바는 심도있게 관찰하고 있었다, 아마도 머릿속에서 자신과 대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언니, 강한 마법은 자주 사용안 하시는 건가요?"
"응? 강한 마법은 위력은 좋아도, 상대가 피하거나 막으면, 그만큼 내게 빈틈이 생기는 거잖아? 그래서 확실할 때를 제외하고는 안 써."
전위가 미끼가 되어서, 마법사가 정확한 계산과 강한 마법을 사용하기 전까지 버텨주는 일반적인 전술과는 다르게, 자신은 그 모든 것을 혼자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단지 강한 마법을 시전할 때는 그 마법에 신경이 몰릴 수밖에 없다.
'정면에 적을 두고, 다른 곳을 신경 쓰는 건 위험한 짓이니까, 그런 방심은 좋지 않아.'
괜히, 마법사가 전사계열의 사람들에게 근거리로 이길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마법이 발동되기 전에 베어 버리면 끝나는 일이니까.
'물론 빠르게 발동시킬 수 있으면, 마법사가 훤씬 더 위협적이지.'
두 사람은 과거에도 나와 자주, 전투를 했던 만큼 현 상태와 과거를 비교 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강한 마법도 자주 사용했지만, 지금은 숙련도가 높은 마법을 빠르게 사용하면서 근접전투를 벌이고 있으니, 예전과는 다름 감이 있을 것이다.
"오빠, 나는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어. 왕국에서 배우던 것이랑 수준 차이가 너무나."
그리고 시연은 내 발 밑을 가리켰다.
"아까 그건 뭐야? 검 말고도 잘 다뤘어?"
발밑에 있는 무수한 무기들.
"후!후!후! 내 비장의 검법! 솔직히 겉멋!"
겉멋이라고는 말했지만, 이 기술의 효과는 굉장하다.
[무기류의 달인]을 가장 잘 활용한 기술이니까.
'여기에 마법이랑 병행해서, 과거에는 전장을 휩쓸었지.'
"남편처럼 무기를 쓰질 않아서, 나도 모르겠어. 우리는 솔직히 맨몸으로 싸우니까."
"괜찮아, 닉스가 잘 모르겠으면 억지로 말 안해 줘도 돼. 자! 시무룩해 하지 말고!"
닉스에게 미소를 지어 주면서 어깨를 내주었다.
"쓰읍! 하아! 응, 이제 괜찮아졌어. 헤헤."
닉스에게는 내 냄새만큼 안정되는 것은 없으니까, 말 그대로 소카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소피아 님은="" 닉스="" 님에게="" 약과="" 같은="" 존재라는="" 걸="" 잘="" 아시네요.=""/>
<로자리아, 닉스="" 말고도,="" 다른="" 세="" 사람도="" 같다.=""/>
<아, 맞네요.="" 후후후.=""/>
둘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여느때처럼 놀려온다.
"..."
유독 조용한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혼자서 우중충하게 분위기를 흐리는 그런 존재.
"앨리스."
"나한테도 묻나? 왜?"
아침부터 무언가를 생각하듯이 멍하니 있었다.
'그 목적이 무엇일까, 어젯밤에 파니아랑 대화하는 것 같았지만.'
"됐다. 알아서해, 내가 너를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그럼 이제는 가자.
용왕이 머무는 마왕성으로.
'과연 이번에는 어떤 선택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용왕아, 내 선택이 네 죽음일지, 아니면 나에게의 복종일지는 전부 너에게 달려 있어.'
<소피아! 무기를="" 바닥에="" 널브러트렸으면="" 치워야지!="" 어딜="" 도망가는="" 게냐!=""/>
"아차차! 미안, 하하하."
분위기 잡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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