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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79화 (79/156)

〈 79화 〉 디아블로

* * *

나무로 되어 있는 거대한 상자를 열었다.

"이게 디아블로..."

상자에 보관 되어 있던 디아블로는 '대검'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커다란 검이었다.

베어내기 위한 검이 아닌 찢기 위해 만들어진 검.

검 면만 한 뼘을 넘어가고, 길이는 성인 남성의 신장보다는 조금 작은 수준이었다.

'제대로 휘두를 수는 있을지...'

만약 자신이 이 검을 들게 된다면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검술을 모조리 뜯어 고쳐야 할 것 같았다.

거기에 어째선이 긴장한 모습으로 디아블로를 힐끔거리는 신혁,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모습에 조금 답답함을 느끼던 올리비아가 그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라는 듯이 눈짓했다.

"저기, 프레디. 내가 이제는 안 그러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양팔을 크게 벌리며.

"흑색 대검이라니! 이런 거는 뭔가 중2병 같잖아!"

일갈했다.

외형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지, 그는 껄끄러운 표정으로 '중2병'이라는 알 수 없는 병명을 이야기하면서 디아블로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신혁 그건, 지구의 병인가? 마검을 들지 못하는 병 같은 거 라도 있나?"

"그래, 마검! 마검이라고 했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이거는 THE MAGEOM 이잖아! '마법검'이 아니라 '마검'!"

무엇이 불만인 것일까, 마치 검을 들기 싫은 듯한 모습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해 봐, 저 검을 등에 메고 아무 말 없이, 분위기나 잡으면서 '훗.' 만해도 소름이 돋을 거 같다고!"

그냥 검 자체가 불만이었다.

'이러면, 내가 들게 생겼군. 검술을 바꿔야하나... 스승님에게 배울까? 아니면 프라이드 님? 그래도 디아블로에게 사용자로 선택을 받지 못하면...'

연구 결과중에는 업보검 카르마와 다르게 사용자가 아니어도 들 수는 있다고 했다. 단지, 대검인 만큼 굉장하게 무겁고 휘두르는 데에, 검의 무게 때문에 자세를 유지하기가 힘들다고만 했다.

사용자가 아니면 단순하게 무겁고, 커다란 검일 뿐.

'에고웨폰만 아니었으면 누구나 기본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에고웨폰이기에 사용자만이 검에 내제 되어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지.'

대신 그만큼 누구나 사용 가능한 매직웨폰과는 효과의 차이가 명확했다.

같은 투력증폭의 효과가 붙어 있어도 100에서 5를 올려주는 것이랑 100에서 100을 올려주는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보면 쉽다.

그런 디아블로를 보면서 사용자로 선택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시끄럽구나, 인간이여.=""/>

"""?!"""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온 디아블로에게 놀랐지만, 올리비아가 가장 먼저 진정을 해서 말을 이었다.

"깜짝 놀랐네, 이게 에고웨폰의 염화인가? 흠흠... 말이 귀가 아닌 머리에서 울리는 것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직접 겪어 보기는 처음이야, 실체화까지 한 경우에는 귀에서 들리지만 머릿속에 직접 전달하는 느낌이라던데... 거기, 디아블로. 실체화 좀 해 봐."

본디 연구가 주업무여서 그런 것인가, 디아블로의 염화에 관심을 보이더니 자세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올리비아, 잠시 연구는 나중으로 밀어 줘."

"응?! 어.. 미안..."

"하하하, 사과까지야. 연구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나온 거잖아?"

"응, 새로운 걸 알아가는 게 재미있으니까. 히히."

기쁜듯이 설명하는 올리비아에게 미소를 지어 주고는, 다시 디아블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디아블로, 우리의 행동을 전부 지켜보았나?"

<그렇다, 네놈이="" 이몸을="" 테이블로="" 쓴="" 것도="" 전부="" 말이지...="" 그런데="" 이몸은="" 저기,="" 이계의="" 인간보다="" 더="" 관심이="" 가구나.=""/>

"뭐?"

디아블로의 관심에 의문을 표하자, 그는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저놈은 범재,="" 네놈은="" 천재.=""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신기한="" 일이로고...="" 어느="" 시대나="" 천재들은="" 존재하는군.="" 네놈을="" 보고="" 있자니,="" 역대의="" 용사들이="" 떠오른다.="" 하나를="" 알아도=""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천재들.=""/>

역대의 용사들.

초대용사와 최강이라 불리던 이성재.

자신이 그 사람들이 떠오를 정도의 천재라니, 디아블로가 유혹을 하는 것일까, 어쩌면 자신의 몸을 차지하기 위한 수작일 수도 있다.

'비스트로드를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마검이야, 주의해서 나쁠것은 없지.'

"야! 마검! 나는 왜 무시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보여도 일단 용사라고!"

<하! 용사라...="" 이계의="" 존재라고="" 모두="" 천재는="" 아닌="" 것="" 같군,="" 범재여.="" 이몸이="" 봐="" 왔던,="" 네놈이="" 살던="" 세계의="" 인간들은="" 전부="" 압도적인="" 강자였다.="" 모두가="" 그런="" 줄="" 알았지만,="" 그="" 둘이="" 워낙="" 강했던="" 것이군.=""/>

'아니면 네놈이 그 세계의 둔재이거나.' 라는 말을 덧 붙였지만, 디아블로는 명백하게 신혁을 무시하는 말투였고, 무시당한 신혁은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분노했다.

"뭐?! 나는 절대로 너 안들 거야!"

<고맙군, 이몸도="" 네놈="" 같은="" 범재에게="" 만져지기는="" 싫다.=""/>

어째선지 이 용사파티에는 머리 아픈 존재가 늘어나는 것인가, 용사 효과인가? 그가 비슷한 자를 불러 내는 것인가?

자신은 두 문제아에게 시선을 돌리고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흣!"

내 시선을 피한 올리비아, 이 파티에서 내게 두통을 주지 않는 존재.

'만약, 용사파티에 힐러가 온다면... 비슷한 존재들이 안 왔으면 싶군.'

"하아... 디아블로, 나한테 관심이 있다고 했지만. 네가 우리를 속이고 몸을 차지 하려는 것이면 어쩌려고 함부로 믿지? 물론 가능하면 너를 사용하기 위해서 받아온 것이지만..."

디아블로의 태도를 보면 자존심이 강한 존재인 것 같다, 거기에 그를 만들었던 소재는 이 세계를 침략한 마왕으로 만든 것이다. 그를 쉽게 믿으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한 명의 마왕으로도 위협적인데, 자칫 잘못하면 한 시대에 두 명의 마왕을 만드는 꼴이니까.

<몸을 차지?="" 아하하하!="" 천재라고="" 불러="" 주니,="" 자신감이="" 넘쳐="" 졌구나.="" 아서라,="" 이몸은="" 인족의="" 몸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네놈의="" 몸을="" 차지해서="" 어디다가="" 쓰지?="" 침략을="" 다시할까?="" 그런="" 것은="" 이제="" 질렸다.="" 이몸이="" 패배한="" 일에는="" 미련="" 없이="" 잊을="" 수="" 있다.=""/>

"그것을 기억한다면 죄책감도 없나?"

점점 자신의 표정이 굳어간다.

디아블로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세계를 침략한 일을.

이 세계에 마수를 뿌린 것을.

이 세계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간 것을.

전부 기억하면서 패배라는 말과 함께, 미련 없이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몸은 너희="" 인족이="" 아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그래,="" 네놈은="" 수인족에게="" 죄책감을="" 느끼나?=""/>

"?!"

<하하! 그것="" 보아라!="" 이="" 시대에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인족의="" 모습이라도.="" 네놈도="" 같은="" 것이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몇몇 인족들이 수인족을 애완동물 처럼, 대한다고 듣기는 했다.

거북한 느낌이 있었어도, 단지 '그렇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지, 죄책감을 느껴본 적은 없다.

'이건... 나도 똑같군, 수인족도 대화가 통하는 상대이고, 마왕군이기에 싸워야할 적으로만 생각을 했었다.'

그런, 수인족은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인족의 노예로, 애완동물로 거래되었다.

'심지어 지금도 노예시장에 가면 심심치 않게 나오지, 내가 누굴 탓 했던 거지? 약자를 지키는 존재라고 하면서, '약자'인 수인족은 지키지 않던 존재가?'

수인족에게도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있다, 비단 수인족 뿐만이 아니다. 악마족도, 거인족도 약자는 존재한다.

전장에 나선이들 중에는 수인족같이 인족에게 원망을 담아서 나선이도 있을 것이다.

'우리'만이 정당한 것이 아닌, '모두'가 정당한 싸움이었다.

'후우... 좀 더 복잡해졌군, 이런 것은 프라이드 님에게 상담하는 것이 더 좋겠어.'

"사과하지, 하지만. 네가 우리이 몸을 차지한다는 설명의 답은 되지 못했다."

<사과까지야... 이몸은="" 침략이="" 맞았고,="" 네놈은="" 무지에서="" 나온="" 것이지="" 않나?="" 모르는="" 것도="" 잘못이지만,="" 알면서="" 그러는="" 것과는="" 천지차이지.=""/>

그러고는 천천히 설명을 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몸은="" 용사에게="" 패배했지,="" 거기에="" 그="" 들려져서="" 너희="" 인족에게="" 검="" 끝을="" 들이밀었어.="" 쉽게="" 말하면="" 두="" 번="" 진="" 거다.="" 한="" 번은="" 마왕으로서,="" 번째는="" 용사의="" 검으로서.=""/>

두 번의 패배가 그를 저런 식으로 만든 것일까.

<그리고, 침략같은="" 것은="" 몸이="" 사라지고="" 나서="" 접었다.="" 그때는="" 흥미="" 위주였다만,="" 용사와="" 가름이랑="" 수백="" 년간="" 대화하다="" 보니="" 그럴="" 의지도="" 사라졌다.=""/>

흥미로 침략은 한 괴물은 용사에게 봉인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검의 형태로.

용사는 마왕을 죽이고서도, 천천히 그를 봉인했던거였다.

<뭐, 용사는="" 수백="" 년동안="" 독기를="" 최대한="" 중화시켰고,="" 지금은="" 가름이="" 막고="" 있으니까.="" 그리고="" 년="" 뒤에="" 용사랑="" 숲을="" 벗어났는데="" 가관이었지.="" 그놈도="" 분노="" 할="" 만해!="" 하하하!="" 제="" 동료들을="" 모두="" 잃고,="" 연인을="" 년간="" 죽지도="" 않고="" 세상을="" 지켜나갔는데="" 이="" 꼬라지가="" 났으니.=""/>

'잠깐만, 지금 무슨...'

그의 말에는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수백 년, 분노 그리고.

"지금 디아블로의 말은 마치, 초대 용사가 두 번째 마왕이라는 것 같잖아?! 프레디? 신혁? 내가 이상한 거 아니지? 다들 그렇게 느낀 거지?"

올리비아의 말이 맞았다, 자신도 신혁도 눈을 크게 뜨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으니까.

<하하하! 몰랐던="" 것이냐?="" 이몸과="" 싸울="" 때는="" 전종족이="" 일치="" 단결해서="" 맞서="" 싸웠다,="" 그런데="" 네놈들은.="" 인족들은="" 제="" 존재들="" 이외에는="" 인정을="" 하지="" 않고="" 노예로="" 사용하고="" 있었지.=""/>

디아블로의 경멸과 비웃음이 섞인 말투는 우리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적어도 그때는="" 신념이라도="" 있었지,="" 지금의="" 네놈들은="" 욕망에="" 사로잡힌="" 괴물들에="" 불과하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겠군,="" 우선="" 앉아라.="" 이=""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줄="" 아는="" 놈들인="" 것="" 같구나.=""/>

이날.

우리 파티는 세상의 진실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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