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미아찾는 용사파티
* * *
"프레디!"
"신혁 님."
손을 크게 흔들면서 이곳으로 달려오는 신혁.
예전과는 다르게 몸에 자잘한 상처가 나 있고, 조금씩 잡혀가는 근육들이 그가 많은 노력을 하고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에이, 편하게 불러달라니까. 아직도 딱딱하게 부르네."
"습관이 돼서, 자연스럽게 나오는군."
옅게 미소 지으면서 그를 반겨 주었다.
그날 이후로 신혁은 훈련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임무에도 충실했다. 심지어 프레디에게 머리 숙이면서 감사를 전함과 동시에 마음의 문을 열고, 파티로서 대등한 관계가 되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천천히라도 부탁할게, 그런데 이곳이 프레디의 고향이라고?"
신혁은 도시를 둘러보았고, 프레디는 그에게 조금은 다르다고 전달했다.
"이 도시는 아니고, 이 영지의 수많은 마을들 중에 하나야. 흔한 시골출신이지."
도시로 상경해서 사람을 지키는 기사가 되지 않았다면, 자신은 농부로 인생을 마감했으리라.
하지만 기구하게도, 평범했던 자신이 지금은 용사파티의 일원이 되면서 대륙을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람일은 모르는 일이군... 기껏해야 농부나 중급 기사 정도의 인생을 보낼 줄 알았는데..'
그 시작은 복수였지만, 지금에 들어서는 그저 고통스러운 삶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더 앞섰다.
"하아! 하아! 신혁! 뛰지 말라니까! 나는 마법사라 체력이 너희랑 다르다고!"
"하하... 올리비아, 천천히 걸어와도 되는데."
신혁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여성에게 사과를 했다.
연한 보랏빛의 머리를 하고,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는 지팡이를 든 여성.
새롭게 영입된 파티의 마법사이다.
전투보다는 연구쪽이었다고 하는 그녀가 파티에 오게 된 것은, 지금은 실종된 앨리스에게 실수로 실험중이던 물약을 머리에 쏟은 뒤에, 마탑에서 쫓겨나듯이 파티에 참가하게 되었다.
앨리스의 추천으로 왔다고 하지만, 누가 보아도 쫓아낸 것이었다.
'듣기로는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했지..'
몸에 안 맞는 로브를 입다가 발에 걸리면서 자주 넘어진다고 했고, 실제로도 자주 넘어졌다.
"꺄악!"
지금처럼.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조용하게 손을 잡아주고 그녀를 일으켜 주었다.
덜렁거리지만, 마법실력은 진짜였다.
마탑에서 완전하게 쫓겨난 것이 아니란 것만 보아도 그것은 명확했다, 잦은 실수에도 쉽게 쫓아내기에는 그녀의 뛰어난 연구 결과와 마법실력이 있어서 용사파티의 지원군으로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 정도로만 끝이 났다.
'음...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까, 조금은 안 좋아 보이네.'
"엇! 으... 아... 고마워, 프레디."
"안 다쳤으면 된 거야, 올리비아. 다음에 내가 몸에 맡는 로브를 구해다 줄게."
올리비아는 어째선지 얼굴을 붉히면서 '고.. 고마워...'라고 말했고, 한쪽 어깨를 두들기면서 미소짖고 있는 신혁이 말했다.
"이 스윗남아, 플러팅 좀 작작해."
"?"
알 수 없는 말을.
☆☆☆
신혁과 올리비아를 자신의 집에 데려오고,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앨리스 님이 실종은 마탑에서도 인정했어, 로마노프 님도 그분을 찾고 있다고 하셨고."
며칠 전에 라인하르트의 연락을 받고서, 영지성에 찾아갔고, 로마노프에게 연락을 했다.
'영주 님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봤지, 굉장히 다급해 보였어...'
로마노프도 스승이 실종돼서, 불안한 것이리라.
유쾌하고 출신성분에 차별이 없던 사람이, 그런 식으로 신경질 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아마, 로마노프 님이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앨리스 님을 찾기 위해서겠지."
추측성 발언이었지만, 나름 정답이라고 생각된 것을 이야기했다.
"하으... 앨리스 님이 실종이라니..."
"프레디, 누군가 앨리스를 납치 했을 가능성은?"
"적지만, 배제할 수는 없지."
앨리스를 납치할 만한 존재가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로마노프의 현재 상태를 보면 무시하기는 힘든 경우였다.
'아니, 어쩌면 적은 것이 아니라, 납치에 초점을 두고 찾아야 할 수도 있어.'
자연스럽게 인족령에 침입하고, 수년간 들키지도 않았던 리리스도 있었으니 알지 못하는 강자가 조용하게 그녀만을 납치 했다고 볼 수 있었다.
'너무 나갔다고 생각하지만, 할 수 있는 경우는 전부 생각해 봐야지.'
"아! 프레디, 라인하르트가 그 마검은 받았냐고 물어보라고 하더라. 그 사람은 자기의 친구가 실종 됐는데 검이나 찾고 있고."
신혁이 불만을 이야기했지만, 이번만은 자신도 동감하는바 였다.
그 일을 시킨 것이 로젤리아라고 해도, 그녀조차 앨리스의 동료였으니까. 그들의 태도에는 조금은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그들은 얼마 전까지 해도 임무를 변경하지 않았나, 다시 마검을 찾는 상황에 어딘가 이상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하아... 영주 님이 대신 가져다주셨다, 자신은 이미 만들어진 에고웨폰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이야."
그렇게 전달 받은 에고웨폰, 마검 디아블로.
거대한 나무상자에 보관되어 있는 이 검은 잘 보이는 곳에 숨겨 놓았다.
'도둑이 가져가면 큰일이니까.'
나는 손가락을 아래로 가르켰다.
"이 테이블, 이거 테이블이 아니라. 디아블로가 보관 되어 있는 상자야."
물건을 숨기면 오히려 더욱 사라지기 쉬운법, 이런 식으로 숨긴다면 누가 와도 디아블로가 여기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힘들 것이다.
둘은 입을 벌리며 놀랐고, 자신도 솔직히 에고웨폰을 테이블로 쓴것에 찔려서 두 사람의 시선을 피했다.
"크흠! 내가 자리를 비워도, 지금처럼 눈치채기는 힘들 거니까. 어떻게 보면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거지."
"나는 프레디, 네가 가난해서 이런 상자를 테이블로 사용하는 줄 알았지..."
"나도 사실은 많이 불편했다."
결국에는 숨긴다고 이런 것이지만,결국에는 상자여서, 높이가 낮고 대충 각목만 기워서 세운 것이라 내구성도 안 좋았다.
"마검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지금은 앨리스 님을 어디서 부터 찾을 것이냐부터 따지자. 나는 교국 먼저 찾는 것을 추천할게. 글리아스는 왕녀 님이 찾을 거고, 마법국인 디퍼루드에서는 마탑과 로마노프 님이 찾고 있으니까."
올리비아가 안경을 고쳐쓰면서 이야기했고, 신혁은 조금 표정이 굳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교국... 이번에 나는 두 사람이 결론 지은 곳으로 따라갈게, 나라면 교국에 간다고 해도 다른 의도가 생길 것 같아서.."
그가 말한 다른 의도는 성녀에 관한 것일 거다.
신혁이 교국행에 찬성한다면 성녀에 관한 사적 의도가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걸 의식한 것이겠지.
그도 마음 같아서는 교국을 선택하고 싶을 것이다.
임무와 훈련탓에 성녀의 위문조차 가지 못했으니까.
"신혁, 나도 교국을 먼저 찾는 것을 추천하지만... 괜찮겠나? 환영은 절대로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분노를 경험 할 것인데?"
"...그래, 괜찮아. 내 잘못으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고,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니까..."
그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져 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들을 떠 올린 것이리라.
단순한 불운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미 사라져 버린 목숨들.
"어... 그게, 혹시 신혁이 교국에 뭔가 큰 잘못을 한 게 있어?"
"그러고 보니 올리비아는 마탑에서 온 지 얼마 안 됐지, 그러니까..."
"내가 말할게 프레디. 어떤일이 있었는지."
그가 고개를 들어서 올리비아와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날에 어떤일이 있었는지를 천천히 이야기했다.
☆☆☆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도 신혁에게서 자세히 듣는 건 처음이다."
이야기를 마친 신혁은 잠깐동안 밤바람을 맞는 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나가기 전에 눈가에 고인 눈물이 그의 심정을 이야기해주었다.
'지금은 혼자 있고 싶겠지.'
이럴 때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운 사람이 생각날 때는 종종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그러면 교국으로 가는 것이 맞는 걸까?"
올리비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가 언젠가는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으니까, 그러면 가야겠지."
그도 그것을 원했기에 반대가 아닌 수긍을 했을 것이다.
반대도, 찬성도 아닌 수긍을.
자신이 이곳에 올 때마다 들리는 그날의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비처럼 그도 언젠가 그곳을 자주 들리게 될 것이다.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탓에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지만 한 걸음을 때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음 걸음이 쉽게 떨어진다.
'가끔 그곳에 가서 수다를 떠는 것도 좋지... 이제는 한밤중이군, 슬슬 자지 않으면 내일 일정에 무리가 오겠어.'
창가에서 높이 떠 있는 달을 보며 올리비아에게 말했다.
"올리비아, 방이 하나라서 그곳에 들어가서 자. 내일은 디아블로에 대해서 확인하고 점심쯤에 교국으로 출발하자."
"어?! 방?! 프레디의?!"
어째선지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서 올리비아 쪽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정말로 당황한 듯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 내가 어떻게 프레디의 방에.."
"손님에 숙녀를 밖에 재울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소파 같은 곳에서 자면 돼. 그러니까, 올리비아가 침대에서 자면 될 거야."
옅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고, 연극을 하듯이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숙녀를 함부로 대하는 기사는, 기사 자격도 없어. 저를 기사로 남아 있게 해 줄 수 있습니까? 아름다우신 숙녀분?"
그러자 올리비아는 내민 손을 잡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으... 하으... 알았어.."
"하하.."
고개를 숙이면서 들어 올리지 못하는 올리비아를 방에 데려다주고, 다시 소파가 있는 거실로 돌아왔다.
"음, 프라이드 님에게 한 번은 인사를 드리고 가야 할 거 같은데...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나는 창가의 달을 올려다보면서 프라이드에게 인사하고 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착잡함을 가졌고, 가능하다면 출발전에는 찾아갈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왕, 네가 어떤 이유에서 인족을 공격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사람들을 지킬 것이다. 나는 약자들을 지키는 기사니까."
복수를 맹세했을 당시의 자신과 비슷해 보였던 마왕을 떠올리며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
"엣취!"
"추우신가요, 언니? 좀 더 붙어 있을까요?"
전혀 춥지 않다.
오히려 다섯 명이 붙어 있으니 덥기까지 하다.
추운 것은 밖에서 자고 있는 파니아나 앨리스겠지.
"아니, 추운 건 아니고 그냥 재채기가 나왔네."
다섯 명이서 붙어서 자면 딱 맞을 정도의 내부를 가진 마차에 벨제부브의 의도가 들어간 것이 아닌지를 의심했다.
'손녀보고 싶다는 의도가 말이지...'
어떻게 된 것이 크기가 정확했다.
심지어 누군가 위에 올라가거나 하면, 어느 정도 여유도 있었다.
그걸 알게 된게...
"소피아, 하지만 옷을 입고 있지 않으니까 추울 수도 있잖아?"
휴식을 권하니.
"오빠가 감기 걸리는 거 아닌가 걱정된단 말이야."
아내들이.
"남편, 자고로 몸을 데우는 것에는 사람과 사람의 몸으로 데우는 것이 최고라고 메티스가 말했어."
나를 위에 자신들 위에 올렸으니까.
'휴식이란 뭘까? 오늘 밤만 열심히하고, 내일은 정말 피로회복을 위해 빌고 또 빌어야지...'
오늘 밤만은... 아니, 평소에도 아내님들만의 암컷토끼는 아내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이 한 몸을 희생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