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77화 (77/156)

〈 77화 〉 풀어져 가는 사슬들

* * *

소란스러운 술집.

요즘같이 어수선한 시기에도 술집만은 세상의 소식을 잊은 듯이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자네 그거 들었나?"

"뭘 말인가?"

"이번에 영주님이 말이야, 병사들을 모집한다고 했어, 월급도 많다고 하던데?"

오히려 세상의 소식이 퍼지는 곳이 술집이라는 것처럼 여러 가지 소문들이 오가고 있었다.

'술집은 어디를 가도 똑같군,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이 퍼질 뿐이야.'

니드호그에게 잡아먹힌 성녀, 소식이 사라진 용사파티, 쉽게 생성되는 영약등등, 사람들의 입맛대로 꾸며진 이야기들이 안주처럼 오르내린다.

'전쟁 준비나, 새로운 용사파티에 누가 참가한다는 건, 조금은 참고할 만하군. 그리고 저가 영약 이야기는 아직도 퍼지고 있나? 나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며느리는 비린냄새 때문에 육류는 입에도 안 대고 산다, 확인도 안 된 걸 진실 처럼 떠드니...'

과거의 자신도 저 무리중에 한 사람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온다, 진실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소리겠지.

"이보게, 친구 불렀으면 말 좀 해주게나. 뭔 혼자서 청승맞게 술만 마시고 있어?"

눈앞의 남자가 불만을 터트렸다.

알렉스, 몇 안 되는 인연중에 한 사람.

한때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남자.

"하하... 미안하네, 생각할 것이 있어서 말이지..."

별로 상관없는 생각이었지만, 술집에 불러 놓고 조용하게 마시고 있으면 불만이 생길 법도 하다.

"이런 분위기도 오랜만인가? 아니, 자네는 딸을 찾으러 돌아다니면서 술집도 자주 들렀겠군. 가장 많은 정보가 오가는 곳이 술집이니까."

대개는 쓸모없는 헛소문이지만, 가끔 그중에 황금 같은 정보가 돌아다니기도 했다.

소피아의 사람들이 이미 조사한 내용들이 있겠지만, 대중에서 들리는 내용을 안다고 나쁠것은 없으니, 주위에 대화에도 집중해서 듣는 습관이 생겼다.

'이놈은 이상한 오해를 한 것 같군, 내가 소피아의 소문을 들으려해서 대화에 집중한다고 말이야.'

이미 딸을 찾았다는 것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오해라고 생각되었다.

불만이 섞인 눈빛, 자존심만 높아서 허새 가득해진 몸짓.

진실을 알기에 보이는 모습들.

'예전에는 호탕하고 힘이 넘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단순하게 돋보이려고 과장된 발버둥에 불과하지.'

"프라이드, 어째서 찾아온 건가? 혹시나 딸의 소식을 가지고 있나 해서 찾은 건가?"

"음? 아, 그렀네. 혹시 찾은 소식이라도 있나?"

술에 취한 것인지, 아니면 불안해 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것인지, 알렉스는 별다른 의심도 안 하고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 아무소식도 없어. 소피아라는 이름이 워낙 흔해서 말이지. 흠흠."

그렇게 말하고는 술을 털어 넣는 알렉스.

'자네가 어느 날을 기점으로 성녀에 대한 소식을 긁어 모은 것은 알고 있네.'

기본적인 인상과 이름, 거기에 사라졌던 시기까지 알고 있는 그가 성녀와 소피아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성녀 사망 소식 이후로 최대한의 정보를 모은 것을 보면, 알기 쉬운 남자라고 생각된다.

대외적인 활동이 적었던 '성녀'에 대한 모습은 사람들의 입으로만 전해졌고, 그 분위기는 말하는 사람들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름과 매우 기본적인 외모에 대해서는 바뀔 수가 없다.

'머리색 같은 것 말이지... 소피아말로는 머리에 쓰고 있는 것 때문에 머리색은 몰라도 눈동자 색은 확실하게 퍼졌을 거라고 말했으니.'

확신은 못해도, 의심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의혹조차 모른다는 양, 태연하게.

'소피아를 만나지 못하고 이놈만 믿었으면, 평생을 해매고 있을뻔 했군.'

"그런가? 알겠네, 미안하네. 바쁜사람을 불러서 말이야..."

"응? 아닐세, 나도 자네가 오면 이렇게 공짜 술도 얻어먹고 좋지! 하하하!"

자신이 범하고 죽인 여자의 남편 앞에서, 저런 식으로 태연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정도를 넘었으니까.

어떠한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정도를 넘어선자.

'그런놈을 친구라고 믿었던, 내가 한심하지...'

"바론, 그 친구도 있었으면 좋았지만... 그 친구는 안타깝게 세 번째 마왕에게 살해를 당해서 말이야. 하아... 참 좋은 놈이었는데."

"그렇지..."

술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애써 참아낸다.

소피아에게 죽음을 맞이한 또 다른 원수.

한때는 셋이서 마수를 사냥하고, 온갓 고난을 함께한 친구였던 자들.

"이곳에 며칠동안 머무른다고 했나? 자주 보자고! 옛 이야기나 하면서 같이 취하자고,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어서 적적했는데 잘 됐어! 하하하하!"

지금은 아내를 죽이고, 뻔뻔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원수들.

"그래, 자주 봐야지..."

가장 방심했을 때가 마지막날이 될 테니까.

☆☆☆

<소피아님? 어째서="" 며칠씩="" 이="" 자리에서="" 머무는="" 건가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로자리아가 질문을 해 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곳에서는 전투가 예상된다.

마왕성에 어떠한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컨디션을 최고로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거기에, 사건은 항상 바로 움직일 수 없을 때에 터지는 법이다. 며칠 만이라도 야영을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

'앨리스의 기억도 천천히 지워나가야 하니까.'

지금의 앨리스의 소식이 전달 되어도, 내가 돌아왔다는 실감은 나지 않을 것이니다. 그들에게, 로젤리아를 불안하게 만들려면 할 수 있는 만큼 앨리스를 떨게 해야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회복이지. 로자리아가 있어서 몸의 회복은 걱정없어도 정신적인 피로는 어쩔 수 없으니까."

<확실히, 저도="" 정신적으로="" 지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죠.=""/>

고개를 끄덕이며 깔끔하게 인정하는 로자리아에게, 카르마는 손가락질을 하면서 놀리기 시작했다.

<예이! 로자리아!="" 이="" 기능적은="" 목걸이!="" 애완="" 본녀는="" 마법도="" 사용="" 가능한데,="" 회복만="" 가능한=""/>

여지것 놀림당한 만큼.

'매우 추하게.'

나는 매우 안타까운 시선으로 카르마를 바라보았다.

<소피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말거라!="" 그대가="" 본녀랑="" 하는="" 일이="" 겹쳐서="" 거="" 아니냐!=""/>

카르마는 애써 변명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이익!/>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내는 카르마를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일행이 정말 많이 늘었네. 일행을 넘어서 한 명을 제외하면 전부 가족이지만... 남녀성비도 전부 한쪽으로 치우쳐 있네, 하하..'

애완엘프를 제외해도, 충분히 대가족의 시작점이었다.

간단한 야영에, 잠은 마차 안에서.

야영이라면 예전에도 자주해서 익숙했지만, 마차 안에서 자는 것은 어색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차 안의 의자를 간이침대로 변경이 가능했고, 다섯이서 자기에는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의 넒이를 가졌었다.

'그것도 붙어서 자면이지만...'

덕분에 밤에는 성희롱으로 잠을 설칠 때가 많았다.

정신적인 피로회복은 내가 필요해서 쉬는 거였다.

"소피아? 그래도 이런 곳에서 야영인데 마수가 쉽게 접근을 안해서 좋은 것 같아!"

"그렇지, 원래는 불침번도 서야했지만..."

나는 오늘도 열심히 채식중인 닉스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여기 수준의 마수들도 겁을 먹을 줄은 몰랐네..."

'중심 숲에서는 다르려나?'

"응? 남편, 왜 그래?"

평화의 상징과도 같으신 분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하... 아무것도 아니야."

"응."

오늘은 모두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해보자.

"저기 모두들? 오늘은 성희롱은 참아주면 안 될까?"

좀 쉬어요.

"응? 알았어, 오빠."

생각보다, 쉽게 들어주었다.

'왜지?!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른 시연의 대답에 조금 당황하고 있자, 리리스가 대신해서 이유를 말해주었다.

"오늘은 그 정도로 안 끝나니까요. 후후후, 언니? 며칠이면 오늘 정도는 상관없죠?"

희롱만 안 할 거라고.

"..."

두 눈을 가리면서 알면 안 될 진실을 알아버린 것에 대한 한탄을 하고 있을 무렵에 우리를 조용하게 지켜보던 앨리스가 입을 열었다.

"뭐 하자는 거지?"

"뭘, 말이야."

그녀의 물음에 조금은 날카롭게 대답했고, 아내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온도에 파니아만이 당황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적진 앞에서 여유가 넘치시네, 용왕을 잠정적으로 적으로 보는 거 아니었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네."

"예전이라..."

달라진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달라지게 만든 원인 중에 한 사람이 저런 식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

"네 입으로 그런 소리를 잘도 하네? 아직은 너도 여유가 넘치시나 봐?"

"읏..!"

많은 사람이 나를 바꾸어 놓았지만, 차가운 모습이 되게 하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앨리스가 비꼬는 말은 어떻게 보면 매우 정당한 말이었지만, 정당한 말도 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비꼬는 말이 되고는 하니까.

"앨리스야, 네가 어떤 수를 숨겨 놓아서 몰래 도망을 치든 난 상관없어, 대륙 끝까지 쫓아가서 다시 지워나가면 되니까."

나는 천천히 앨리스에게 다가가고, 그런 앨리스는 조금씩 뒷 걸음질 치면서 피했다.

"잠깐이라도 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으면 그래도 돼. 로젤리아에게 찾아가서 내가 돌아왔다고 전해도 상관없고."

그녀의 귓가에 속?였다.

"어차피 결과는 바뀌질 않을 거니까. 몇 번을 다시 살아나서라도 너희에게 복수할 거야. 너희가 내 존재를 두려워해서 누구와도 만나지 않을 거라해도, 반드시 찾아가서 죗값을 받아 낼 것이니까."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너희만 살아 있으면 그 일은 실행 될 일이다.

"참고로, 나를 말려주는 아내들이 있는 지금이 덜한 복수가 되겠지, 나를 나로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지금이 말이야. 하하하..."

내가 죽고 다시 살아나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법으로 연명하며, 젊어지려고 하는 앨리스와 장수종인 파니아만은 살아 있을 것이다.

앨리스가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본래의 늙은 모습으로 돌아가거나 자결한다면 나에게서 피할 수 있겠지.

거기에 복수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남아서 엿먹은 기분으로 있을 수도 있다.

'앨리스는 그럴 위인이 못 돼, 자존심이 강하고 남들 위에 서고 싶어 하는 앨리스는 쉽게 포기하지 않아.'

그렇기에 고문보다는 기억의 삭제를 택한 것이다.

자존심 높은 그녀를 만든 기억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어째서 버텨야 하는지 조차 모르게 만들 것이니까.

"네가... 나를 지운다고 해도, 내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기억을 되찾아서 맞받아칠 거야."

눈에 힘을 주며 노려보는 앨리스에게 말했다.

"노력해 봐, 천재 마법사 님."

기억을 봉인한 것이 아닌, 지운 것이라 깨달을 때 어떤 반응을 할지를 기대하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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