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76화 (76/156)

〈 76화 〉 모두에게

* * *

<임무가 변경됐다,="" 프레디.="" 앨리스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다이너령에 도착하자, 라인하르트에게서 연락이 왔다.

앨리스의 실종.

그녀가 연구중에 있던 물건, 마검 디아블로를 가지러 가는 임무 중이었다.

마왕이 소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카르마에 대응하려면 같은 에고소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전대 마왕이 사용한 검이지만, 연구중임에도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었지.'

사용자의 투력과 마력을 증폭시켜 주는 에고소드.

나에게는 마력증폭 효과는 필요 없지만, 로젤리아는 만약의 경우에 내가 마력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도 염두해서 사용자목록으로 해 두었다.

'더 많은 효과가 발견될 수도 있지만, 그건 사용자가 돼서 디아블로에게 들어야만 빠르게 알 수 있다.'

"언제부터 앨리스 님의 소식이 들리지 않은 것입니까?"

<네가 앨리스에게="" 출발하고,="" 얼마="" 안="" 지나서다.="" 신혁을="" 다이너령으로="" 보냈다.="" 대기하다가="" 합류한="" 후에="" 찾아나서도록.=""/>

"예, 일단 용사 님을 기다리면서 다이너령에서 할 수 있는 조사도 해 보겠습니다."

이곳의 영주, 로마노프 다이너는 앨리스의 애제자다, 그라면 스승의 소식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 너는="" 그곳의="" 기사였던가?="" 로마노프와="" 안면이="" 있겠지,="" 그자를="" 한="" 번="" 조사해라.=""/>

"예, 라인하르트 님."

그것을 끝으로 통신을 종료했다.

인족에게 불행일이 겹쳐서 일어나고 있다.

하이엘프인 파니아의 소식도 끊겼고, 이번에는 앨리스의 소식까지 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하이엘프가 등장하지 않는 것을 보면, 파니아 님은 살아계신다. 로젤리아 님은 그분을 찾지 않고 있지만, 아마도 그녀가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순위를 뒤로 미루신 것이고.'

생존을 알 수가 없는 앨리스는 달랐다.

그녀가 쉽게 습격당할 일은 없다고 해지만, 마검을 노린 마왕의 습격이라면 앨리스라 할지라도 당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아... 요즘 들어서 안 좋은 일만 계속 일어나는군. 스승님이나, 프라이드 님에게 한 번 상담이나 해볼까?"

눈가를 매만지면서 한숨을 쉬었다, 프라이드에게는 자세한 임무를 말할 수는 없지만, 여행 도중에 많은 조언을 해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던 인물이었다.

자신의 고민거리를 많이 해결해주기도 했다.

'하하.. 아주 해결해 주신 건 아니지만, 고민의 방향성을 잡아 주셨지.'

엇나가고 있던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었고, 한결 후련해진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스승님과는 다르지만, 나에게는 프라이드 님의 조언이 맞는 느낌이었어.'

"음... 프라이드 님이 어느 여관에서 지내고 계셨지? 내 집에 머무르셔도 된다니까."

그를 찾으러, 이제는 자주 오지 못하는 내 집을 나섰다.

☆☆☆

"무슨 생각이지, 파니아?"

마차를 끌고 있던 중 앨리스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분노가 차오른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고, 자신은 그런 그녀를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보며 대답해 주었다.

"무엇을? 설마 마차 안이 아닌 마부석에 앉힌 것 때문에? 그거라면 네가 마차 안 보다는 이곳에 덜 괴롭혀질 것 같아서, 주인님에게 부탁한ㄱ..."

"말 돌리지 말고! 하! 주인님? 우리를 배신하고 이성재에게 붙은 것이냐? 개만도 못한 박쥐 같은 년이...!"

배신.

배신은 우리가 그에게 먼저했다.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지만, 그 사정은 욕망에 가까운 것.

용서받을 수 없는 최악의 배신이었으니까.

"앨리스,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너나 나나, 모두 주인님을 죽였던 배신자들이었으니까. 나도 내 자유를 받쳐서 목숨을 구걸한 것이지만, 나름 만족하는 삶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

그에게 속죄라도 할 수 있다면.

다시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누구의 명령도 아니고, 자신의 의지로 그를 믿을 것이었다.

'후회해도 늦었다는 말은 맞는 말이라니까... 하하..'

짝!

앨리스의 손이 자신의 뺨을 때리고, 지나갔다.

어떤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여리고 늙은 마법사의 연약한 손은 한없이 매서웠다.

"더러운년..."

"...앨리스, 주인님이 한 번씩 기억을 지울 때, 네가 살아온 일 년을 지운다고 하셨나? 처음지워진 태어나고부터의 일 년은 별 감흥이 안 올 거야."

그녀의 손끝이 떨렸다.

내 배신에 대한 분노인가, 아니면 자신이 사라져간다는 것에 대한 공포인가.

아마도 전자이겠지, 지금으로서는 머릿속 어딘가에 보관 되어 있던 모르는 기억이 지워진 것이니까.

사라진 기억이 늘어갈 때마다 그 공포는 더 해질 것이다.

명확하게 기억하는 삶이 지워지기 시작하면, 그가 건네는 미소가 두려우리라, 다가오는 손이 두려우리라.

'미소도 분노에서 나온 것이니까.'

"사라진 기억이 십 대만 넘어가도 무서울 것이야, 아직 그때까지는 반앙적이어도 이십 대, 삼십 대를 넘어가면 달라지겠지, 주인님은 네가 언제쯤 무너지며 살려달라고 애원할 것인가 궁금해 하시겠지."

자신과 같은 죄인의 비참한 구걸.

제발 자신을 지우지 말아 달라고 빌어도, 잘못했다고 빌어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자들.

우리.

"네가 백지상태로 숨만 쉬고 있어도, 내가 보살필게. 주인님이 죽이라고 해도 머리를 조아려서 살려는 볼게, 네가 열심히 하는 젊음을 유지하는 마법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줄게."

그러니까.

같이 용서 받지 못할 친구여, '앨리스'로서의 최후의 삶을 잘 살아보렴.

☆☆☆

"라인하르트?"

"예, 로젤리아 님."

"앨리스의 소식은 들렸나요?"

"죄송합니다, 프레디에게 조사를 명했고, 곧 어떠한 소식이라도 들려올 것으로 추정됩니다."

부복하고 있는 라인하르트에게서 '무소식'이라는 정보가 들어왔다.

제 연구자료가 사라지는 것이 불만이여서 잠적한 것인지, 아니면 '습격자'에게 당한 것인지 모른다.

'만약, 습격자에게 당한 것이라면 이번이 세 번째예요...!'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대책을 강구한다.

당할리 없다고 생각한 인물들이 차례로 사라져 갔다.

하이엘프는 거짓된 소식을 전하고 잠적했다.

'파니아만 아니었어도 우리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는데!'

그녀가 전달한 소식으로 앨리스와 거리를 두었고. 그 결과, 우리의 신뢰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로써 파니아가 습격자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거의 확정사항.

그녀의 행방이라도 알면, 이렇게 초조하지 않것만, 파니아도 앨리스의 행방도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 정보를 통제하는 것인가요? 설마?! 악마, 그 여자의 짓인가요?! 가증스러운 계집애...! 또 저를 방해하고!"

분홍색 머리를 하고 반가면을 쓴 악마족.

리리스.

자신과 책략전을 펼치면서,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게 만든 가장 싫어하는 여자.

심지어 그녀는 인족령에서 수년간 잠입해 있었다,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고, 인족령의 정보가 마왕군에게 유출되는 참사가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로젤리아 님, '그'로 부터는 연락이 없었던 것입니까?"

"하하... 그 쓸모없는 것은 그 여자한테 옛날에 의심을 산 것 같아요. 악마계집이 거짓된 정보를 공유 했던 거죠."

둘.

자신을 지키는 라인하르트만 남은 채 '습격자'의 손길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브로치'가 발견되지 않아서 확정할 수는 없지만, 높은 확률로 앨리스의 사망은 확정될 것이다.

'...만약 앨리스가 살아 있다면, 고개를 숙여서라도 사과해야겠네요. 라인하르트가 반대하겠지만, 자존심을 굽히는 것으로 큰 전력을 다시 얻는다면 이득이에요.'

"하아... 라인하르트? 요즘 머리 아픈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네요."

"로젤리아 님, 제가 대신 아프겠습니다. 당신이 고통스러운 것은 볼 수가 없습니다. 제 왕녀님..."

자신의 충실한 기사.

자신만의 남자.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는 연인.

"우후후... 하리? 제 강아지. 이리로 오실래요?"

"...로즈."

자리에서 일어나서 천천히 걸어오는 라인하르트.

본디 기사가 주군의 명령없이 다가오는 것은 호통을 쳐야 맞는 일이다.

무례한 일이지만.

그의 손끝이 제 턱을 쓸어 올리면서 드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드리고 있다.

"로즈, 내 목숨이 다하는 일이 있더라도 너는 지킬 것이야. 어린 시절에 한 이 약속, 세상을 전부 적으로 돌린다 하여도 너만을 지킨다."

서서히 눈을 감으면서 그가 다가온다.

"후후후... 고마워요, 하리."

올려진 시선에 자신도 눈을 감으면서 그의 입술을 받아 드렸다.

'당신이 있기에 저는 안심할 수 있어요. 제 사랑하는 기사님.'

깊어지는 밤, 둘 만이 존재하는 집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

"소피아, 굉장히 기분 나쁜 표정인데? 무슨 일 있어?"

"응? 아니 갑자기 그런것 뿐이야,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오네... 감기인가?"

알 수 없는 불쾌감에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그것보다...'

인족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인물 중에 하나를 떨어뜨렸다. 어쩌면 '전쟁'에서 라인하르트보다 더 위협이 되는 존재, 앨리스.

마법사의 실력에 따라서 전장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대인전을 주로하는 기사나 병사들과는 다르게, 하나가 전략 병기같은 존재들.

'위계등급이 낮은 것은 별 볼일 없지만,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그 차이는 명확하지.'

근접에서는 기사를 이길 수 없다고는 해도, 대규모 전투에서는 마법사가 더욱 강하다.

피아를 구분짓지 않고, 대규모 마법을 실행하면은 한 번에 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니까.

전장에서 피아를 빠르게 구분하고, 적군에게만 유효타격을 가하는 마법사는 최고의 엘리트들이라고 부른다.

'그런 어디를 가도 모셔가는 마법사중에 최고의 마법사를 데려왔으니...'

정확하게는 본인이 떨어진 것이지만, 세세한 것은 신경 쓰지 말자.

"할머니야, 할머니야."

"퉤!"

아직 굴복하기에는 이른 것인지, 앨리스는 내게 침을 뱉었다.

나는 입가만 살짝올린 채로 침을 닦았다.

'굳이 내가 화를 안내도...'

아내들이 대신 화내준다.

차갑게 식은 얼굴로.

"거기, 앨리스. 감히 우리 언니한테 침을..."

"하! 설마 네가 그 리리스였을 줄이야. 나보다 실력도 떨어지는 마법사가 어디를 함부로 부르는 거지?"

리리스의 발언을 끊고, 앨리스는 비난을 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짐승년은 미네르바였고, 니드호그라고? 마수랑 했다니, 대단하군. 여용사... 설마 이성재와 형제였을 줄은, 끼리끼리 논다고 했나? 참 어울리는 것들이군."

모두들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

아니 왜 거기는 부끄러워하는 건가.

"크흠! 남편에게 침을 뱉었으니까 온몸에 수분을 증발 시켜 줄게."

닉스는 입을 벌리고 검은 브레스를 뿜으려고 했다.

"자... 잠깐!"

"헤극!"

내가 급하게 닉스의 입을 닫았고, 닉스는 혀를 깨문것인지. 쪼그려서 입을 만지고 있었다.

"아.. 그.. 미안, 그래도 아직은 죽이면 안 돼, 지울 기억은 한참 남았으니까. 알았지?"

"으... 알았어, 남편..."

"하하하..."

방금 말한 것처럼 아직 지울 것은 남아도 한참 남았다.

내킬 때마다 한 번씩 지우려고 했지만, 한 번밖에는 못 지웠다.

'아깝잖아.'

"그러면, 다시 할머니. 너, 나를 죽인이후면 지금쯤 구십 대에 접어들었나? 축하해, 대략 구십 번 쯤에 완전히 사라지겠네?"

"!!!"

한 번에 많은 것을 지우진 않을 것이다, 하루에 여러 번은 할 수 있으나, 오직 한 번에 일 년씩.

"자, 앨리스. 네가 명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몇 살 때부터니? 그때까지는 덜 공포스러운 체험판이니까, 추가로 즐기려면 결제하세요? 그런데 강제 DLC네? 하하하!"

손끝을 그녀의 이마에 대자, 살짝 놀란 앨리스가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왜? 뭐 할 말 있어?"

"그냥, 죽여라! 내 기억을 지운다고? 그런다고 내가 굴복할 줄 알아? 쓸모없는 짓을!"

글쎄...

그건 나중에 가면 알겠지.

굴복하지 않아도, 네가 열심히 모은 네 연구자료를 전부 지우는 것이니까.

"기억만 지울리가, 문서로 남긴 연구자료도 나중에 구해와서 지울 거야. 이 세상에서 영원히, 그 자료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면, 눈앞에서."

이 세상에서 네 흔적을 모조리 지울 것이다.

내 미소가 앨리스에게는 어떻게 비칠 것인가.

공포인지, 광기인지, 그것도 아니면 분노일 수도 있다.

"음... 파니아!"

"예, 주인님."

내 부름에 파니아가 나타났다.

그녀의 눈에서는 앨리스를 연민의 감정으로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파니아를 날카롭게 몰아붙였다.

"아까, 너희가 했던 대화. 내가 허용해 줄 것 같나? 백지상태로 살아 있으면 돌봐주겠다? 어디 적당한 할렘가에 던져 넣을 건데? 설사 허용해 줄 생각이 있었어도, 네 대화로 접을 거야."

그녀에게 다가가서 귓가에 속?였다.

"내가 너를 가족의 범위에 넣어 준건, 나름의 선의중 하나 였어. 그렇다고 기어오르면 안 돼, 난 여전히 너를 용서한 것이 아니니까."

"...예, 명심하겠습니다."

"자! 앨리스? 오래 기다렸지? 이제는 두 번째 기억을 잃을 차례야. 하하하, 기절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 없어? 이 친절한 친구는 네 말을 들어줄게!"

환한 미소로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면서 말을 했다.

"그... 칫! 여자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니 좋니?! 하! 변태 새끼!"

순간 흔들였던 것이 자존심이 상했던 것인지, 오히려 욕을 하며 비웃었다.

"이런... 지금 부탁했으면 들어주려고 했는 데... 아쉽네, 앨리스. 안타깝지만, 네 의지가 그렇게 확고하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눈 끝을 내리면서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이 연기하고, 입가는 미소를 지은 채로 이야기했다.

툭.

"히윽!"

'아직은 기억에도 없는 시절이라고는 해도, 점점 사라져간다는 것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곧 마왕성에 도착하니, 그 전에 적당한 공포감을 싹틔우자.

"2년차 지우자?"

파지직!

"꺄아악!"

털썩.

오로지 너만을 위한 마법.

시선 끝에 점처럼 보이는 마왕성을 보고 있다.

저곳에 도착한다고, 앨리스의 소식이 로젤리아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 전에 두려움에 떨게 해야 한다.

네 공포가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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