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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73화 (73/156)

〈 73화 〉 첩자들

* * *

<그 청년="" 좀="" 가르치고="" 있지,="" 성장="" 속도가="" 훌륭하던걸?="" 난놈이야,="" 난놈.=""/>

"그래요? 잠깐동안 동행하는 사람이라고 하셨죠?"

나는 좌식의자에 몸을 기댄 채로 아버지와 통신을 하고 있었다.

와작.

리리스가 만들어 준 감자칩을 먹으면서.

'이 바삭한 식감에 짭조름한 맛, 손가락에 묻는 기름에 소금기를 핥으면서 화룡점정의 이룬다! 음... 미미.'

<어째서인지 살판="" 난="" 거="" 같구나...=""/>

"크흠! 설마요, 저도 내일이면 마왕성으로 출발 할 거예요. 잠깐동안 쉬는 거예요."

통신구에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걸, 알면서도 나는 시선을 돌렸다.

현재 용왕은 마왕성에서 체류 중이라 했다.

점거 중이라고 해야 맞겠지, 그는 전 마왕의 사후에 마왕성에서 마왕군을 대리로 지휘하는 중이라고 리리스와 미네르바에게 소식을 전달받았다.

두 사람에게 들은바로는, 현재의 마왕군은 용왕의 독재체재와 같고, 이전에 마왕이 모두를 위해서 싸운 것과 달리 그는 모두에게는 소극적이고 용족에게만 적극적이라고 했다.

'그중에서 자신에게 제일 적극적이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는 오만한 종자.

"용왕이 로젤리아와 내통한 배신자겠지, 자신보다 강한존재를 부정했지만, 제 손으로는 처리할 수 없으니까. 나로 하여금 서로 공멸하게 만들려고..."

<그렇군, 소피아...="" 딸아,="" 가능하겠느냐?=""/>

"응."

매우.

마왕군의 이인자라고 해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내가 마주친 존재들로만 따져도, 가름, 메티스, 닉스.이 셋 중 하나가 나서도 용왕 바실리스크는 손쉽게 처리 할 수 있다.

'가름은 완전한 방관주의라서 논외로 치고, 장모님하고 닉스는 내 쪽에 있지.'

메티스가 힘을 갈무리 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웠다. 그녀가 펜릴이었다는 것을 닉스를 통해서 알 정도로 능숙했으니까.

'가름하고 닉스는 전혀 숨길 생각이 없었지, 장모님은 사람들과 살아가기 편하려고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런 셋 보다, 강했던 마왕이 얼마나 무식했던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어..? 나 어떻게 이긴 거지? 그 시절의 나도 셋 보다는 강해도 마왕보다는 약했던 거 같은데..?'

전력을 다하고, 운이 있었다기에는 조금 말이 되지 않았다.

그도 방심할 인물이 아니었고, 파티로 싸웠다고 해도 거의 혼자서 싸웠다.

'조금 엇나갔으면 지는 것이 내가 될 만한 상대였어도, 그 당시 상태가 좀...'

그와 싸울 때 내 모든 것을 보여주며 싸웠다. 이길 가능성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한수 정도 앞선다고 생각한 것이 반수 였고, 나는 그게 마왕성에서 어떤 체력도 빠지지 않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마왕의 상태가 시작부터 조금 이상했었다. 큰차이는 없었지만, 반수 정도의 차이를 좁힐 정도는 되었다.

'그 한테도 누군가 수작을 부린 건가? 나뿐만 아니라...'

<그러면 소피아,=""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주거라.="" 네가="" 아빠보다="" 강하더라도="" 부모는="" 언제나="" 자식을="" 걱정하는="" 법이니까.=""/>

"하하하... 그건 자식도 마찬가지예요. 아버지, 몸조심하세요."

<그래.../>

'또 알아볼게 생겼네, 반수 정도면 착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찝찝해.'

☆☆☆

<소피아, 프라이드와="" 통신은="" 끝난="" 것이냐?=""/>

우리의 통신을 지켜보고 있던 카르마가 말을 걸었다.

"응, 끝났어. 검순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리리스나 시연이한테 해 달라고 하지."

응.

<네, 카르마는="" 간식만="" 찾잖아요.=""/>

카르마의 영혼의 단짝, 로자리아가 더 없는 진실을 전하자. 카르마는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못 하고 있다.

<아.. 아니다!="" 가끔은="" 다른="" 용무로="" 말="" 걸지="" 않느냐?!=""/>

본인도 찔리는 것이 있는지, 눈을 돌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감자칩에서 슬쩍 손을 뺏네...'

<프라이드와 동행하는="" 남자.="" 이름은="" 못="" 들었는데,="" 정말로="" 안전한="" 인물이="" 맞는="" 것이냐?=""/>

나도 그 부분이 조금 걸렸다.

올곧은 사람이라 이야기했지만, 나는 동행이라는 사람을 직접 보지 못하였다.

당연하게 의심할 수밖에는 없다.

"동행이라고 해도 잠깐이고, 설마 뭔가 엮겠어? 그리고 통신구에 위치를 알려주는 마법도 걸어 놨어.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날아가려고."

닉스에게 부탁해서, 만일의 사태에는 전속력으로 날아가 달라고 해 놓았다.

흔쾌하게 허락이 떨어졌고, 숫적의 열세가 아닌 이상에는 충분하게 버티고도 남는다.

<음... 그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진="" 않았겠지.=""/>

내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카르마와 그런 카르마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로자리아.

<소피아님이요? 하지만...=""/>

<하하! 로자리아!="" 소피아가="" 요즘="" 당하는="" 모습만="" 보여="" 준다고="" 해서="" 집안의="" 연약한="" 바보="" 토끼로="" 보는데,="" 아니다.="" 그="" 예전의="" 용사가="" 한="" 말있지="" 않으냐?="" 시연,="" 최강의="" 토끼를="" 뭐라고="" 부르느냐?=""/>

"뭐? 만랩토끼?"

<그래! 그거!="" 소피아가="" 집안에서만="" 연약한="" 토끼지,="" 원래는="" 만랩토끼니라.=""/>

사람을 자꾸 토끼 취급하면서 저렇게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줄 모르겠다.

'본인 이야기도 아니면서 말이야...'

"오빠가 그렇게 강했어?"

<응, 강했느니라.="" 지금도="" 강하지만,="" 마왕전에는="" 가히="" 최강이었지.=""/>

"마왕님과 싸우기 전에도 하늘도 갈랐다고 했지?"

"응, 미네르바. 언니가 가른 건 정확하게는 구름 때였지만, 사람이 땅에서 그걸 가른다는 게 신기했지... 지금의 언니가 딱 그 수준 아닌가요?"

정정하겠다.

차라리 토끼취급이 나을 거 같다.

'이러다간 생물이 아닌 무언가로 취급당 할 거 같아...'

"응, 리리스. 지금 회복한 힘이 그정도는 될 거야. 전력을 다하면 가름을 이길 수 있을 정도? 승률은 반반."

전력의 반동으로 한동안 낑낑대면서 누워 있고, 아내들한테 혼 좀 심하게 나겠지만...

투력과 마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융합의 힘은 곱절로 강해진다.

닉스가 적대적이었으면 그 전력을 쏟아야 이기는 것이 가능할 정도이다.

"지금 정도로 싸워도 이길거라고 생각되지만, 확실한 게 좋잖아?"

용왕이 마왕군의 유력한 배신자로 의심되는 이상에 함부로 전쟁에 나섰다가는 큰일이 생긴다. 자칫하면 전력을 앞뒤로 나뉘어서, 많은 사상자가 생길 것이니까.

'나는 혼자니까, 모든 전장을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어.'

용왕이 확실한 배신자로 판명되면, 그를 배제 시켜야 한다.

그의 주특기였던 도주를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양쪽에서 합공 당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내 실수로 다치는 것은 주변 사람이 될 수 있어, 내 선택을 믿고 나를 따르는 사람들을 최대한 지켜야 해.'

수인족, 악마족, 그리고 이제는 거인족까지.

모두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그리고 내 가족들.'

고개를 들어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다정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리리스.

항상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오는 미네르바.

굳은 표정으로 겁을 먹은 시연.

멍한눈과 지루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속이 깊은 닉스.

검 주제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동공에 지진이난 카르마.

도도해 보였고 고귀해 보였지만 사실은 정이 많은 로자리아.

매우 우수하지만 이상성욕을 가진 시녀장 데카라비아.

'요즘 들어서 잠잠하더니 또 또라이 짓을..'이라고 중얼거리는 파니아.

'...뭐? 또라이? 시발이?'

뭔가 이상한 것이 지나가고, '가족', 우리 집의 구성원으로 넣어 줬더니 파니아가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파니아 뭐라ㄱ.."

<소피아! 제발="" 또라이짓="" 좀="" 그만하거라!="" 또="" 뭘="" 꾸미고="" 있느냐?!=""/>

"아니야 카르마, 오빠는 그냥 확실하다고 말만한 것뿐이야. 깜짝 놀랐잖아..."

"다행이에요, 시연마님. 전 주인님 아가ㄹ... 입에서 '확실'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요.."

내 잘못이었나보다.

저 셋을 제외하고는 무슨 일인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셋은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내가 그 말하고 미친짓 좀 했어도 말하는 걸로 저렇게까지 반응하는 거야?'

평소의 행실 문제고, 자각하면서 그러는 것이 더 악질이라고 생각되지만. 말했다가는 '상처받았어요.'라는 표정으로 있지를 못하니까, 말하지 않겠다.

최근 들어 계획했다가 접은 '친구방패'도 넘어갔는데...

왼손에 파니아, 오른손에 카르마.

'친구 삼위일체의 훌륭한 구도라고 생각했는데...'

파니아가 내 생각을 읽은 것인지 온몸을 떨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소피아님이 확실하다는="" 말을="" 하면="" 안="" 되나요?=""/>

"당연한 소리를 하시는군요, 로자리아. 주인님이 그 말을 하고 투석기를 타고 날아간 사건도 있고, 일단 살려야 하는 적을 확실하게 제압할 방법이라면서 창을 들고 '게이볼그'라고 외치면서 적의 심장을 찔렀던 사건도 있죠."

로자리아가 요즘 들어서 말이 심하다.

<로자리아, 정말="" 신기한="" 건="" 심장이="" 찔린="" 적이="" 정말로="" 살아="" 있고="" 기절만="" 했느니라.="" 뭐라고="" 했던가...="" '그렇게="" 외치면="" 자살="" 이외에는="" 생명을="" 앗아갈="" 수="" 없는="" 지구의="" 주문.'이라고="" 했나?="" 맞는냐,="" 시연.=""/>

"하아... 금시초문이야, 오빠? 지구 사람을 전부 또라이로 만들지 말아 줄래?"

셋이 까내리는 내 평가에 나는 여전히 '토끼는 상처받았어요.'라는 분위기로 몰고 갔다.

'정말로 상처 받고 있는걸...'

"아하하.. 언니가 그 말을 할 때는 주의해야겠네요."

쓴웃음을 지으면서 주의하는 리리스.

"소피아가? 그 외에도 뭐가 있어?"

눈을 빛내면서 내 무용담아닌 무용담을 듣고 싶어 하는 미네르바.

"남편이야기 잔뜩해 줘."

듣고 싶어 하는 인물 2 닉스.

나는 그녀들을 내버려 두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나.. 오늘 레이나랑 잘래..."

더 이상 상처를 받았다가는 울 거 같다.

'열심히 참았는데... '못 참지.'여도 참았는데...'

이제는 안참을 란다.

열심히 '못 참지.'하자, 아직 할 것들은 많이 있다.

☆☆☆

"동지, 용왕, 수상."

'이 컨셉에 잡아먹힌 자여.'

거인족 마을을 떠나기 전에 리노와 라나에게 인사를 했다.

"알고 있어, 리노. 용왕이 의심스러운 건 맞으니까, 걱정은 안 해도 돼."

"오! 마왕씨도 우리 탈모등신의 말을 조금은 알아듣기 시작한 건가?"

"하하... 네, 조금은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리노의 저 빛나고 미끄러워 보이는 머리의 원인이 라나였다.

어린 시절부터 리노의 머리를 붙잡고 힘으로 뜯다가 다 벗겨 졌다고...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해석을 자처하는 거라고 했지...'

리노가 필사적으로 말투를 숨기는 것도 들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줄을 몰라서 그런 거라고 했다.

불쌍한 친구...

리노가 잠시동안 나를 바라보면서 몸을 숙여서 나에게만 들리도록 조용하게 이야기했다.

"이봐, 마왕. 내 동지여, 자네도 알겠지만 바실리스크는 오만하면서 또 비열한 사내다. 제 힘으로 안 되면 도망치고, 악랄한 수를 쓰는 전사의 축에도 못 끼는 자지."

매우 잘 알고 있다.

어찌도 저렇게 비열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였으니까.

용족의 자존심을 운운하면서 자존심이 있는 짓을 한적이 없었다.

기습은 기본이며, 소위 변신할 때 때린다 수준의 짓도 자주 했으니까.

'그중에서 제일 악랄했던 건 급한 볼일을 해결할 때 기습한 거였지...'

그날은 정말 죽기 직전까지 공격했다.

묻을 뻔했거든.

"마왕성에가면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네, 용왕이 아니더라도 용족중에 배신자가 있을 거라는 건, 수인족 대족장과 악마왕도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아마도 그렇겠지, 바실리스크는 조금 치켜 세워주면 금방 속아 넘어가니까, 꼭두각시처럼 이용하기 쉬울 거야."

로젤리아가 그를 직접 속여서 이용한 걸 수도 있고, 그의 부하가 이용한 걸 수도 있다. 단지, 모두의 의견이 용족에 배신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내 소식이 로젤리아에게 전해졌을 수도 있다, 정체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넘어갔겠지...'

배신자의 부하가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배신자는 '마왕을 자칭하는 자의 정보를 모아라.'라고 명령만 해도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자도 따를 것이다.

'아버지가 인족령에 있는 순간까지는 숨겨야 해.'

"리노, 전쟁을 준비해 둬. 용족을 처리하든 부하로 만들든, 시작하려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알겠다, 동지여. 나를 믿으라고 하지는 않겠다. 자네가 절대적인 신용을 하는 사람이 적다는 건 조금만 봐도 아니까."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 이곳에서도 감시를 신경 써서 주위를 민감하게 살폈으니까.

"적어도 나는 '전사'다, 내 옆에 근육돼지... 라나도 마찬가지로 '전사'고."

'그렇군.'

리노는 다시 허리를 피고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동지, 판단."

"그래, 잘 판단할게."

로젤리아가 심어놓은 첩자가 우리 못지않다는 거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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