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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71화 (71/156)

〈 71화 〉 마법국으로 향하는 아버지

* * *

우리에게 찾아온 것은 작은 인족이었다.

인족으로 따지면 작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인가, 작다는 건 거인족 기준이었으니 작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세 번째 마왕을 자칭하는 인족.

두 번째 마왕의 세력중 반이 인족에게 있으니, 더 이상 자칭이 아닐 수도 있다.

이전의 세력이라고 해도 거인족 전사와 용족들.

산하세력이 없는 거인족과 산하세력은 있지만 종족의 수가 적은 용족을 반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지만, 힘만으로 따지면 아슬아슬하게 반이라고 할 수 있다.

조부가 올곧은 자라고 하였지만, 직접 보지 않고서는 판단할 수 없는 일. 조부에게 마왕과 직접 만나서 판단하겠다고 전달했다.

그래서 마주한 마왕은 올곧았다.

검에는 심지가 있었으며, 휘두르는 검에는 의지가 있었고 상냥함도 묻어 나왔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힘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허락된 힘, 투력과 마력을 같이 가지고 있는 자와 투력만으로 결투를 벌였지만, 비등했다.

아니, 마왕이 자신을 시험하는 것을 알기에 최선을 다하되,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힘은 들이지 않았으리라.

마지막에 휘두르려 했던 검격은 흘리거나, 최악의 경우 피하지 않았으면 대지와 함께 자신도 갈라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왕은 피하기를 권했고, 자신은 그것을 받아드리려 했다.

중간에 형제가 막아서긴 했지만, 자신은 피했으리라.

목숨을 걸고 하는 승부였다면 오히려 받아보고 싶은 검격이었다.

진정한 강자.

용왕도 자신에게 들어오라고 명령했지만, 그에게는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자는 맞지만 오만함에 빠져, 용족이외에 무엇도 보이지 않은 자.

그런자는 거인족을 파멸로만 이끌 뿐이다.

실제로도 용족의 산하 세력은 그에게 노예나 다름없이 다루어 지고 있으니, 인족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존재이다.

자신은 아비인 골리앗보다 약하다.

큰 지혜를 짜내지 않아도, 자신의 힘만으로도 거인족을 지킬 수 있었던 강자였고, 자신에게는 부족한 힘을 지혜로 매꿀 수밖에는 없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말도 멀쩡하게 할 수 있다.단지, 대머리라고 놀리는 라나를 엿먹이려고 그렇게 말하는 거지.'

못 알아들으라고 그런 식으로 말하던 것이었지만, 형제는 이제 그런 단어만 듣고도 해석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슬슬 멀쩡하게 말해야 되나 싶기도 하다.

"말했다가는 죽도록 팰꺼 같아서, 말을 못 하겠다. 마왕, 너도 동생이 있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둘이서만 몰래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마왕도 자신과 같은 동지였다. 그렇기에 사실을 이야기하고 상담 받을 수 있었다.

"미안해라, 내 동생은 이제 부인이라서. 그럴 때는 잘못했다고, 애교부리면 해결될 거 같기는 한데..."

'동지가 아니었던가?!'

형제가 부인이 된다고 생각해 보았지만, 역겨운걸 씹은 거 같이, 얼굴이 일그러질 뿐이었다.

"마왕, 그게 가능한가?"

"음... 하하.. 응, 가능해. 그런데, 네 동생은 내 동생이랑 좀 다른 거 같네."

쉽게 말하면, 걸렸다가는 죽는다는 소리였다.

'큰일이군, 라나를 엿먹이려다. 다른 사람에게까지 그런 식으로 대화했는데.'

그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덩치는 산만한 것이 힘이 보통이 아니다.

아비를 닮아서 어지간한 거인족은 뼈도 못 추릴 힘을 보유한 형제에게 처맞고 버티는 건, 자신 이외에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전투에 기교를 섞게 된 것도 라나 때문이었지.'

그냥 덤볐다가, 하루 종일 맞은 적도 있었다.

'앞으로도 들키지 않게, 잘 처신해야겠군.'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일이니, 불편함 쯤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면 또 하나 질문하지."

"뭔데?"

"어떻게 마왕은 부인을 넷이나 둔 것인가."

이것도 매우 중요한 질문이었다.

어째서인지 자신에게는 여자가 꼬이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어... 글쎄? 난 아무짓도 안 했는데?"

'기만인가?'

거인족의 위대한 전사라며, 칭송받는 것도 좋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전사도 족장으로서 마땅히 이끌고 갈 존재들이다.

그렇다고, 필요 없는 건 아니었다.

조부는 여자 좀 만나라고, 닦달 했지만 자신도 만나고 싶었다.

평소에는 진중한 멋을 과시하면서 폼을 잡고 있지만 오는 건 전사들 뿐.

자신도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

여전사는 형제와 비슷한 괴수들이다.

"내가 살던 한국에서는 남자는 머리빨... 미안, 실수했다."

기만이 맞았다.

마법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걸, 어떡하라는 것인가.

차라리 사과라도 안 했으면 덜 괴로웠다.

"후우, 마왕 언젠가 생기겠지?"

"하하하... 아마도? 혹시 취향이라도 있어?"

"음... 지켜 주고 싶은 매력을 가진 여성이 좋다."

자신을 지킬 것 같은 여전사들 말고.

"아하하하.. 삼손 씨 같은 고유능력이 있었으면 가능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나도 머리를 나게 해주는 마법 좀 연구해 볼게."

"고맙다, 마왕. 부탁한다."

그러면은 내가 그대에게 충성하리다.

☆☆☆

<아버지, 거인족="" 일은="" 그런="" 식으로="" 처리="" 됐어요.=""/>

"그러니? 무난하게 협의봐서 다행이구나."

마법국에 도착해서, 여관에 짐을 풀던 도중 통신구가 울려왔다.

소피아에게서 연락이 온 거다.

<아버지는요?/>

"마법국에 도착했다. 소피아 너는 이 다음에 어떻게 할 거니?"

<한동안 거인족="" 마을에서="" 머무를="" 거예요.="" 그런데="" 여기가="" 워낙="" 거대한="" 건물들만="" 있고,=""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네요.=""/>

수인족도 규모가 있었으니, 거인족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거기에 거대한 존재들이 사는 곳이다.

자연스럽게 건물의 크기가 거대해 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피아, 너는 그 거대한 건물에서 어떻게 머무를 생각이냐?"

기본적으로 거인족의 크기에 맞춰진 마을에 인족은 지내기 불편할 것이다.

휴식도 좋지만, 지내기 불편할 경우는 오히려 피로를 불러 온다.

<그거요? 마을에="" 손님이="" 올="" 때를="" 대비해서="" 몇="" 건물은="" 작은="" 사이즈로="" 맞춰="" 놓았다고="" 해요.="" 한="" 번="" 봤는데="" 크기도="" 적당하고,="" 손님을="" 배려해서="" 거인족은="" 쓰지="" 않는="" 침대도="" 가져다="" 놓았다네요.=""/>

거인족은 침대를 썼다가 금세 망가져서, 결국 바닥에서 자게 되었다고 들었다.

그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층이 있는 건물이든 침대는 무너져 버린다고.

"그래, 다행이구나. 레이나는 잘 지내고 있느냐?"

<제 동생="" 소식은="" 왜="" 궁금해하세요?=""/>

"내 딸이다."

<제 동생인데요?="" 지금="" 언니="" 다리를="" 베개삼아="" 꿈나라로="" 갔는데요?="" 아이고="" 귀여워라,="" 아버지는="" 이런="" 거="" 못="" 봐서="" 아쉽겠네~=""/>

큰 딸이 막내딸에게 무릎베개를 해주는 상상을 해보았다.

절로 미소가 나오는 광경이었다.

'내가 딸만 둘이야, 며느리가 넷이나 있는 건 조금 이상하지만, 어찌 되었건 아들만 있는 집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자랑스러운 집안이다!'

"그래, 잘 지내니 됐다. 소피아, 너도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고."

<...네./>

"그러면 다음에 다시 통신하자꾸나."

<네, 아버지.=""/>

"어? 잠깐!"

요즘 며느리가 넷이 생겨서 눈치 못챈 것이 있다.

딸이며, 아들인 소피아와 달리 레이나는 순수한 딸이다.

즉.

'언젠가는 소피아처럼 결혼할 상대를 데려온다! 그것도 사내새끼로!'

소피아를 키울 때도 이런 생각은 했다.

만약 소피아가 남자를 소개를 시켜 주면, 일단 검으로 찔러보고 대화를 시작하자고.

"소피아, 우리 집 장녀."

<왜 그래요?="" 갑자기="" 진지하게.=""/>

레이나가 남자를 데려오면 거세부터 해 보고 대화라는 것을 이어나갈 것이다.

"만약, 레이나가 남자를 데려오면 어찌할 것이냐?"

<.../>

소피아는 다를 수도 있다.

일단, 유부녀인지 유부남인지는 좀 헛갈리지만, 그래도 같은 여자고 생각은 다르게 느낄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내꺼 의지인 거세와 소피아의 마음인 절단인가?'

<아버지... 아니,="" 아빠.="" 얼굴="" 가죽부터="" 벗긴="" 다음에="" 평가하면="" 레이나가="" 싫어="" 할까?=""/>

역시, 넌 내 딸이다.

☆☆☆

스승님에게 상담을 받고, 마르스의 졸업식에 참관했다.

'그 뒤로 라인하르트 님이 시킬 일이 있다며, 다시 마법국에 다녀오라고 했지.'

앨리스 님에게 받아올 물건이 있고, 중간에 스승님을 찾아 뵈어도 된다고 했다.

'이번에는 별 상담은 없지만, 언제나 환영해주시니...'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받은 것만 많아 지는 것 같다.

'방향이 같던 그분이 이쪽 방이었던가?'

어쩌다가 방향이 같아서 같이 다니게 된, 지금은 나름 친해진 분.

'은퇴한지 십 년이 넘었다고 하셨는데, 실력은 나보다도 뛰어나셨지.'

과거에 영웅급에 드셨다고 말하였고, 곧 그것이 거짓이 아니란 걸 실력으로 증명했다.

"나에게 부족한 건 경험이라고 하셨던가? 스승님이랑은 견해가 조금 다르군, 참고하는 것이 좋겠어."

어느새 그가 머무르는 방 앞에 도착했고, 방문에 노크를 했다.

"오! 프레디인가? 들어오게."

"예, 프라이드 님. 식사나 하면서 이야기 좀 들으러 찾아 왔습니다."

"하하하, 이야기라... 내 경험에 대해서 겠지?"

"예, 하하. 부족한 경험을 선례로 매꿀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우리 딸은 옛날이야기하면 안 좋아 하던데, 참 고마워."

딸, 프라이드에게는 두 딸이 있다고 했다.

어린 막내랑 결혼한 첫째.

'첫째분이 이제 스물이라고 했나? 일찍하셨군.'

프라이드랑 이야기하다 보면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물론 안 좋은 쪽이 아닌 좋은 쪽으로, 그가 자주 웃을 수 있게 해 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되었다.

"젊은 청년이 성실하기도 하지, 그 나이에 영웅급이면 자랑해도 좋아! 사실 영웅급도 자랑거리 지만."

"이제 갓 턱걸이를 한 참입니다. 하하하. 그러는 프라이드 님은 저보다 더 젊었을 적에 도달하셨다고 말하셨습니다만?"

"나랑 자네랑은 투자한 시간이 다르지 않은가? 나는 몇 년이 걸린 거고, 자네는 수 개월이 걸렸다고 했나? 이것이 진정한 천재지!"

게으름뱅이 였을 뿐, 검은 다룰 줄 알았다. 거기에 머리를 비울 정도로 검을 휘두를 뿐이었고.

'나는 스승님도 있었으니까, 영약은 섭취하지 않았지만.'

나와는 다르게 순수하게 용병 일을 하면서 경험만으로 도달한 프라이드가 진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영약은 단순하게 꺼림찍 했다.

빠르게 강해 질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했다.

'스승님도 권유하셨고, 먹어 볼까는 했는데 가격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프라이드님은 영약도 드신겁니까?"

"음? 그런 걸 왜 먹나?"

프라이드는 이상한 것을 물어본다는 표정으로 답해 주었다.

"행여나 먹어볼 생각이면 접게나, 강해질 수야 있지만 약으로 강해진 것은 언젠가 발목을 잡게 되네,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되고."

'음? 그런데 스승님은 왜... 분명 적은 양을 권하신 거겠지, 또 괜한 생각을.'

항상 자신을 생각해서 말하던 알렉스가 그럴 리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프라이드가 알고 있는 사실을 같은 용병출신인 그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스승은 아직도 검을 놓지 않는 노력파지 않은가, 그런 알렉스가 편법으로 강해졌다는 건 상상할 수가 없었다

"먹어도 몸에 맞는걸 먹도록, 되도록이면 소량으로. 나는 뭐 비싸서 손도 안댄 것도 있지만, 몸에 맞고 효과도 정신을 맑게 해주는 그런 거로 섭취하게."

"명심하겠습니다. 하하하, 이상하게 프라이드 님과 대화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응? 아하하하!"

자신의 말을 들은 프라이드가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았다.

"내가 자식있는 아버지라서 그럴 수도 있지. 지켜야 할 것이 있으면 남자는 의지되는 존재가 된다네, 프레디."

진지해진 그의 얼굴에는 가족을 생각하는 것 같은 깊이 있는 표정이었다.

"하하하, 큰 따님이 결혼만 안했으면 장인어른으로 모시고 싶군요."

"음? 자네, 배에 검 좀 넣고 싶었나? 아니면 그게 필요 없거나."

사뭇 진지하면서도, '이 친구가 배가 허전한가..'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프라이드에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이분...'

"잘 듣게, 프라이드. 내 딸을 못 줘, 큰딸은 선 조치 후 보고였지만. 막내는 어림없어! 나이차부터 심하고, 그 누구에게도 안 넘기고 내가 평생을 끼고 살 거야!"

'심한 딸바보군...'

만약 자신도 딸을 낳게 되면 저리 되는 것일까, 진지하게 고민 되는 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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