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단점
* * *
잠깐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 뒤로는 무난하게 식당에 들어 설 수 있었다.
"아앙~♡"
"아앙~ 함."
그리고 도로 식당에서 나왔다.
왜인지 방해해서는 안 될 거 같은 분위기였다.
"소피아님, 루시퍼님께서 깨어 있을 때는 종종 저러니, 이해 바라겠습니다."
데카라비아가 조용하게 이해를 권했고, 리리스는 더 이상의 부끄러움을 참지 못해서 주저앉아 버렸다.
부모의 끈덕진 애정행각을 친구와 남편에게 적나라하게 들켰다고 상상해 보았다.
'아.. 확실히 이건 좀...'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타인의 시선에서는 사이좋은 부부지만, 자식된 입장에서는 주변 시선도 챙겨 주었으면 하니까.
"하아... 언니, 모두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말을 하고, 리리스는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동안 소란스러워졌고, 다시 문이 열려서 리리스가 안에 들어오기를 권했다.
"이제 들어오셔도 돼요. 후후후."
지친 얼굴을 하고서.
☆☆☆
"처음 뵈어요, 리리스의 어미 되는 루시퍼라고 해요. 모두들, 잘 부탁드립니다. 우후후."
루시퍼가 만면의 미소를 띄우면서 인사를 했지만, 처음은 아니었다. 그녀의 시야에 우리가 비치지 않았을 뿐, 아까도 한 번 마주쳤다.
'존재를 아예 인식하지 않았군.'
리리스도 나중에 저렇게 되는 걸까, 솔직히 매우 농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미네르바조차 예상과 다르게 메티스를 닮은 늑대였다.
'리리스라고 다를리가 없지, 맹목적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리리스도 흥분하면 주변을 신경 안쓰기도 했다. 나중이 아니라 지금도 충분히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저는 자주 만나기는 힘들어도, 만날 때는 항상 환영해 드릴게요. 벨은 리리스가 결혼하기를 극도로 꺼려 했지만, 저는 아니니까요."
루시퍼가 내 양손을 잡으면서 환영해주었다, 자신의 새로운 '가족'으로서.
비록 잠에서 깨어나는 날은 적어도, 새로운 가족으로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후후, 당연해요. 그러면 우리 호칭 정리부터 할까요?"
'네?'
이분도 조금 성격이 급하신 것 같다.
"호칭이라니..."
"다른 사람은 전부 제 딸로 받아드려도 돼요. 미네르바를 저도 딸처럼 생각하고, 메티스도 우리 리리스를 딸처럼 생각하니까요."
그건 메티스가 리리스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거기에 시연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 했으니까.
'닉스만은 친구여서, 아직 제대로 정리를 못한 거 같지만.'
메티스도 나름 우리를 생각해 주면서 행동했다.
"어, 그러니까. 저는 뭐라고 부르면 되나요?"
시연의 말에 루시퍼가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엄마나 어머니, 불편하다면 이름을 불러도 좋아요. 아직 어색하고 익숙해 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닉스도 마찬가지예요."
온화하게 미소 지으면서 대답을 이어나갔다.
"단, 소피아는 시어머니라 부르세요."
"예?! 왜 저만..?!"
부당하다.
어째서 나만 고정인가.
"그거야, 벨이 소피아를 며느리로 받아드렸으니까요? 거기에 장모님이면 메티스랑 겹치 잖아요. 구분하지 않으면 안 돼요. 후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왜 하필이면 시어머님인가.
"거기에..."
루시퍼가 내 귀에 속삭였다.
"여자와 아내의 감이 말해 주고 있어요, 소피아는 아내가 딱이라구요. 후후후."
딱히 남편 같지 않고, 아내 같다고. 너는 사위가 아닌 며느리라고.
'바..바, 밤일은 분명 남편감이 아니지만...!'
나는 결의를 한다.
"루시퍼씨, 아니! 루시퍼 장모님!"
며느리 취급만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에, 그녀를 공략할 배를 띄웠다.
"어머! 이것도 나쁘지는 않네요."
"그러면..!"
"하지만 전 시어머님이 좋아요. 왜, 부부는 닮는 다고 하잖아요? 저도 벨이랑 같은 의견이에요."
배는 간단하게 침몰당했다.
나는 단호한 루시퍼의 말에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고, 그 모습을 본 카르마와 로자리아는 평소처럼 놀리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소피아는 이런="" 일에="" 의견이="" 들어="" 질리가="" 없으니,="" 그냥="" '예.'하고="" 들으면="" 될="" 것을...=""/>
<그러니까요. 반앙="" 할="" 수록="" 더욱="" 고통스러운="" 법인데요.=""/>
여전히 시끄러운 두 사람이다.
☆☆☆
악마성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데카라비아의 안내를 받아서 새로운 저택에 향했다.
수인족 저택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고, 나는 그곳에도 '마왕성'문패를 달아 놓았다.
Mk.2를 달려 했지만, 이것만큼은 아내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마왕성'으로만 만족을 했다.
"오빠! Mk.2가 뭐야?! Mk.2가?! 어린애도 아니고."
"시연아, 남자란 어려질 때가 있단다..."
축처진 어깨에 시무룩한 표정.
지금 이것이 나의 상태였다.
"언니, 하하... 그래도 '악마성' 옆에 '마왕성 Mk.2'는 좀..."
사실은 마왕성도 조금 그렇지만 리리스는 이것도 말하면 더욱 쳐질 것 같아서 허용한 거 였다.
"소피아가 좋은 거면 신경 안썻지만, 이건 우리의 집이잖아? 조금은..."
'참아줘'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았지만, 점점 줄어드는 내 어깨에 미네르바는 차마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냥 그래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든 것뿐이라니까... 진짜로 한 것도 아니고...'
지금 생각하면 '마왕성'문패도 어딘가 흑역사가 될 거 같다, 나중에 문패도 전부 갈아 치워야지.
사흘정도의 휴식 시간이 있고, 그 정도면 [전이]로 양쪽 저택을 오가면서 문패 정도는 갈 시간은 있을 것이다.
<카르마, 카르마!="" 저="" 이거="" 뭔지="" 알아요!="" '현타'라고="" 하죠?=""/>
<맞다, 로자리아.="" 예전에="" 용사가="" 그렇게="" 말한="" 거="" 같다.=""/>
초대 용사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었길래 저 둘에게 저런 단어는 가르친 걸까. 정말로 알 수 없는 작자이다.
"닉스언니! 이번에는 목마둥둥이요! 목마둥둥으로 지붕 좀 구경할래요!"
"응, 뿔도 만들 거니까. 안전하게 잡고 있어."
"네! 히힛."
두 순진무구한 존재들만이 현 사태를 쉽게 받아드리고, 저택의 외부를 구경했다.
☆☆☆
"삼손씨가 오기로한 건 사흘 뒤니까, 지금은 간단한 상황정리와 휴식으로 하자."
우리는 '마왕성 개명 예정'에 들어와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하여 논의 했다.
아버지는 마법국으로 향했고, 우리는 거인족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아버지에게는 통신구를 쥐여주며, 마력도 빵빵하게 채워 넣으니 무슨 일이 있을 때는 꼭 연락을 달라 했다.
이렇게 말해도 안 할 가능성이 높기에, 저주받을 애교와 안 하면 다시는 안 볼 줄 알라는 협박으로 겨우 '알겠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자존심을 나 버려가며, 애교까지 부렸는데 연락하셔야지.'
아버지가 만일 위험해지면, 나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레이나도 슬퍼 할 것이다.
'이제는 혼자만이 아니니까요, 아버지.'
"언니, 비아가 잠입원들의 정보를 정리하러 갔으니까, 곧 인족령의 상황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응, 기다리자."
가장 최근에 들었던 것은 나에 대한 사망 소식과 그로 인한 폭동이었다. 현재 가장 고생하는 집단은 리리스의 직속부대 '얼굴없는 자들' 일 것이다.
그들은 소규모 대인전과 정보전을 위주로 싸우는 부대이다 보니까, 지금 같은 전쟁 전의 상황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자들이다.
'리리스의 이야기로는 마왕군쪽에도 배신자가 있을 거 라고 했어, 거기에 리리스와 내가 의심 가는 인물은 하나였고.'
의심이 확신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소피아, 거인족과 용족을 산하에 두면 전 마왕군이랑 비슷한 전력을 얻네? 아니, 오히려 벨아저씨나 삼손아저씨도 있으니 더 위일 수도 있어."
"벨씨는 모르지만, 삼손씨는 어느 정도로 강한지는 알고 있으니까."
현 족장도 강하겠지만, 골리앗이랑 비교하면 어떨지는 모르겠다. 벨제부브도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가졌는지 불확실해, 적군 만큼 잘 알아야 하는 것이 아군이니까.'
벨제부브의 힘도 알아야 한다.
"오빠? 쉬려고 하는 데, 못 쉴거 같은 이 기분은 뭘까?"
"...그러게, 하하하..."
어쩐지, 전혀 쉴 수 없을 거 같다.
"남편, 그래도 밤은 쉴 수 있어. 우리가."
"..."
휴식은 사치일 뿐 원래 한국인은 바쁘게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제 몸은 이 세계인인데, 왜 바쁜거지?. 영혼은 뼈 속 까지 반도인이라서 그런 건가?"
영혼에 뼈가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내 휴식은 언제가 될지가 더욱 의문이다.
"음... 적어도 레이나의 교육에 안 좋을 정도는 자제해 줘."
<오! 소피아,="" 이제는="" 피할="" 수="" 없으니="" 즐기기="" 시작했군.=""/>
"데카라비아한테 맡겨두거나, 하면 될 거 같기는 한데..."
<어머! 소피아님,="" 이곳에서="" 제일="" 교육에="" 안="" 좋은="" 분한테,="" 레이나를="" 맡기려="" 하시네요.=""/>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데카라비아가 어떻길래 둘이 그러는 거야?"
데카라비아라는 내 비서를, 리리스의 시녀이자, 이제는 우리 집의 시녀장이 된 내 비서가 궁금해진다.
<음... 소피아,="" 파니아의="" 교육시켰을="" 때="" 비아가="" 기억을="" 날려="" 먹었다.=""/>
그건 말이 좀 안 된다.
기억이 날아갔는데, 그렇게 떨리가 없지 않은가.
<몸이 먼저="" 반응="" 한="" 거예요,="" 기억에는="" 없어도="" 몸이="" 반응해서="" 공포를="" 느낀="" 거죠.=""/>
로자리아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했고, 정말 그럴 수 있냐는 표정으로 리리스를 보자,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언니, 비아는... 무서운 아이예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자매처럼 자랐지만, 비아의 가학심은 저희를 다 합친 것보다 배는 많아요."
".."
<거기에 파니아를="" 교육시킬="" 때는="" '시작은="" 가볍게="" 철제목마부터="" 하겠습니다.'라면서="" 온몸을="" 묶고="" 목마에="" 태웠다.=""/>
그건 이제 목마가 아니라 철마이다.
"그럼, 방도..."
<금지로 지정해야죠,="" 소피아님.="" 거기="" 만큼은="" 안="" 돼요.="" 절대로="" 레이나를="" 그곳에="" 들여서는=""/>
데카라비아에게 맡겨두면 카르마와 로자리아를 여지껏 훌륭하게 손질해 왔다.
일 처리도 능숙해서, 우리가 별로 고생할 필요 없이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다.
시녀장 일도 매우 우수해서, 혼자 관리하기 힘든 넓은 저택도 우리의 손이 안 가게 처리해 주었다.
그것도 두 곳이나.
그런 데카라비아가.
'큰일 났네, 미친 사디스트가 내게 충성을 맹세했어.'
그 일을 다시 고려해 볼 수는 없는 걸까.
위험한 향기를 풍기는 건 네 아내로도 충분한데, 새롭게 더욱 위험한 부하를 손에 넣은 거 였다.
<쯧쯧. 그러게="" 본녀들이="" 비아랑="" 같이="" 두지="" 말아="" 달라고="" 그렇게="" 부탁했건만...=""/>
<비아님은 그="" 부분만="" 빼면="" 훌륭한="" 사람이니까요,="" 부분이="" 문제여서="" 그렇죠.="" 아!="" 심지어="" 비아님은="" 광물하고="" 식물에="" 제일="" 성욕을="" 느껴요.="" 저희의="" 본체만="" 보면="" 핥을="" 정도로요.=""/>
오, 여신이시여. 이럴 때는 제발 관여 좀 하시옵소서.
...그럴 힘이 없네, 망해 버린 세계였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