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영약
* * *
"크크크크, 크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중년의 남자.
"이거, 하하! 앨리스 스승님! 이거 좀 보시죠! 크크크!"
로마노프 다이너 백작, 그가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저거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 데, 나이 먹으니까 그냥 미친놈이 됐네.'
앨리스는 그를 짜게 식은 눈으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뭐야? 무슨 일인데."
나름 수십 년 동안 제자로 있어서, 어떤 미친짓을 해도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나 개발을 좋아할 뿐이고, 결과물도 훌륭하게 뽑아 내니까, 자주 미친놈처럼 굴어도 넘어갈 정도는 된다.
"세계수의 숲에서 얻은 니드호그의 비늘 말입니다. 크크큭.. 과연 이 세계의 생물이 아니라서 그런지, 지금껏 연구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연구실을 둘러본다.
용족의 비늘.
그 이외의 장기들이 있었고, 연구가 끝나서 쓸모가 사라진 것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또한 넒은 창고에는 용족의 사체가 보관되어 있었다.
"청소는 해, 보기 역겨워."
"으응? 저는 스승님을 보고 배운 것입니다만?"
"..."
아무리 오랜 제자라지만, 건방졌다.
"그래서, 뭐가 얼마나 다르단 거지?"
"하핫! 스승님! 마력 손실이 거의 없습니다! 아직 더 연구해야겠지만, 투력도 마찬가지 겠지요. 이거를 소재로 마도구를 만들면 적은 마력으로도 최대의 효율을 자랑하는 도구가 탄생할 거 같습니다! 스승님! 빨리 더 구하러 가시죠!"
말을 굉장하게 쉽게 했지만, 니드호그의 비늘 같은 건 쉽게 구할 수가 없다. 이번도 니드호그가 난동을 부린 곳에서 떨어져 나온 비늘을 구한 것뿐이니, 대량으로 구하기는 힘들 것이다.
"힘들어, 그리고 비늘을 대량으로 구하는 것을 알면 또 로젤리아에게 무슨 의심을 살지도 몰라."
한 치의 표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로마노프는 앨리스의 상태를 기민하게 감지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승님? 어째서 그걸 살려 두는 겁니까? 저로서는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으음? 하이엘프 따위의 입놀림에 넘어가서 감히 스승님을 의심한 자 아닌가요?"
앨리스와 달리, 로마노프는 매우 다채로운 표정을 하면서 의문을 표했고, 마지막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였지만, 결국에는 스승이 의심받아서 화가 난 것뿐이었다.
"아직은 협력관계이지만, 우리관계는 이미 금이 갔어. 언제든지 서로를 죽일 수 있지, 하지만 로젤리아의 옆에 있는 라인하르트가 문제라서 직접 손대기는 힘들지."
로젤리아가 앨리스에게 붙혀 놓았던 사람은 이미 눈치채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놓았다.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며칠동안 떨어져 있었다.
'눈치 못 채면 바보지, 같이 다니던 거를 나만 떼어 놓고 움직였으니까.'
한시적이 였다고는 해도, 너무 티가 나던 상황이었다.
들킨 걸 모르는 건지, 들켜도 상관없는 건지. 그녀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행동했고, 이제는 단순한 필요에 의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뿐이었다.
"흠, 그렇군요. 스승님? 후훗! 그러면 스승님을 지킬 것들을 만들어야죠! 수인이나 거인족을 재료로 한 건 마법사와는 상성이 좋지 않고... 역시 악마족이나, 용족이겠죠? 흐크크크... 이번에는 어떤 거를 만들까요?"
다시 시동이 걸린 듯했다.
'쯔쯧... 어쩌다 저렇게 변한 건지...'
아타깝게 자란 애제자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로마노프. 나는 일단 표면상의 협력이라도 유지해야 하니까, 너는 수도해."
"?! 예! 스승님! 아무것이나, 다 해보겠습니닷! 크크큭!"
로마노프는 맛이 가 버린 눈을 하고서 '재료'가 있는 방으로 떠났다.
'성녀를 죽인 니드호그라...'
비늘을 흘겨보면서 앨리스도 방을 나서려 했다.
'한 번 성녀란 것도 연구하고 싶었는데, 아쉽네.'
그 스승에 그 제자란 말이 어울리는 사제는, 모두 연구실에서 자리를 나섰다.
☆☆☆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우후후, 베엘♡"
"루시♡ 아하하."
벨제부브와 같이 꿀이 떨어지나 못해서 넘쳐흐르도록, 꽁냥대고 있는 사람.
리리스와 매우 닮은 외모였지만, 진정으로 모자ㄹ... 아니, 어딘가 조금 웃음기 많아 보이는 분.
"아아... 어머니... 아버지.. 제발 그만!"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최대한 부끄러움을 억제하려는 듯한 리리스를 보건대, 맞을 것이다.
내 또 다른 장모님.
"사랑해요. 베엘♡"
"나도 사랑해, 루시♡"
"두 분!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에요! 아아... 언니.. 못 본 척해주세요.."
"하하하..."
양손을 마주 잡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우리는 쓴웃음만 짖고 있었다.
<두 사람만의="" 세계에="" 빠져서,="" 본녀들은="" 아주="" 눈에="" 보이지도="" 않나="" 보구나.=""/>
"아아아!"
☆☆☆
조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
우리는 악마성에 도착하고, 마중 나온 벨제부브에게 인사를 했다.
"며느리? 벨 아버님 왔단다? 하하하."
벨제부브는 여전히 자신을 아버님이라고 부르기를 강요했고, 나는 그걸 완강하게 벨씨라고 부르며 거절했다.
다행하게 벨제부브는 다른 두 사람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오히려 환영해 주었다.
"그런데 벨씨?"
"..."
"... 벨 아버님."
"왜, 그러니? 며느리?"
저쪽은 저쪽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건 뒤로 미루고, 나는 전부터 느꼈던 의문에 질문을 했다.
"아내분, 그러니까. 다른 장모님이 안 보이시는 데요... 혹시 별거 중?"
"무슨 소리!"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감고 있던 눈을 부릅뜨고 일갈했다.
"앗! 죄송해요. 제가 말실수를..."
"우리 소중한 루시는 잠꾸러기라 밤에만 일어나는 거야! 시간이 안 맞은 며느리가 나쁜거야!"
그건 그냥 게으른 것이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할 때 리리스는 조용하게 우리한테 다가와서 속삭였다.
"저기, 모두들? 안 만나는 게 좋아요."
"리리스, 그러면 안 돼. 어머니 잖아? 인사는 드려야지."
"시연? 그건... 보면 알아, 하하.."
시연의 꾸짖음에 리리스는 먼 곳을 응시하면서 대답했다, 닉스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고, 미네르바만이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이야, 리리스?"
리리스에게 질문을 했지만, 그녀의 대답을 듣는 것보다, 실물을 보는 것이 더욱 빨랐다.
"베에에에엘♡"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는 리리스를 닮은 여인에 의해서.
"루시이이이♡ 달리다가 넘어지면 아야 해요!"
그런 여인에게 달려가는 벨제부브에 의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한 시간째 루시라는 사람의 어떠한 소개도 받지 못한 채로 둘의 행동을 감상 중 이었다.
"언니? 저분은 제 어머니, 루시퍼예요. 그러니까 두 분이서 저러면 지금, 이야기하기는 틀렸어요. 제가 말씀드릴 거니까 따라오시죠."
"응."
"아아아! 루시!"
"아아아! 벨!"
확실히 그래 보인다.
☆☆☆
리리스의 어머니, 루시퍼는 잠이 많아서 며칠에 한 번 정도 깬다고 했다.
정확하게는 잠이 많은 것이 아니라, 마력의 성분 때문에 긴 수면을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아버지는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고, 그런 어머니도 아버지한테 무한한 사랑을 보이시는 거예요."
단지, 딸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심해서 그런 거라고 했다.
"두 분이 사이 좋으신 건 좋은데, 가끔은 때와 장소만 가려 주셨으면 해요."
'맹목적인 애정은 두 분을 쏙 빼닮았네.'
정작 리리스만 눈치 못챈거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눈치챈건지, 리리스를 보며 미소짖고 있었다.
<소피아님? 저분은="" 딱="" 리리스님과...=""/>
"목걸아? 혼나기 싫으면 가끔은 눈치 좀 챙기자?"
<.../>
카르마조차 챙기는 눈치를 로자리아는 못 챙긴다, 이러면 정말로 가끔은 교육이 필요할 거 같다.
'데카라비아가 교육을 잘하는 것 같은데? 파니아도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만 들어도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이 고일 정도였으니까...'
"조금 정도는..."
<히익! 잘못했어요!=""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직, 이곳의 집을 듣지 못해서 자연스럽게 리리스의 방으로 향하고 있고, 그녀의 말로는 식사 시간 즈음에는 대화가 가능할 거니까, 그때에 다시 인사드리면 된다고 했다.
'삼손씨와 만나고 상황은 듣겠지만, 현족장과의 대결은 못 피하겠지.'
골리앗의 아들이라고 했으니까, 말로하는 설득보다 몸으로 하는 설득이 쉽게 먹힌다.
"소피아언니? 아빠는 나쁜 아저씨들 잘 혼내줄까?"
레이나는 나를 올려다보며, 지금 즈음 마법국으로 향하고 있을 아버지에 대해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아빠가 우리 레이나를 위해서 선물도 사오신다고 했는걸?"
"정말?! 우와! 히히히, 빨리 아빠보고 싶다."
'하하, 여전히 활기차네. 한동안 우울해 보였는데 다행이야.'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린 쓰다듬을 해주면서, 레이나를 안아올렸다.
'아버지? 어련히 잘하실거라 믿지만, 흥분해서는 안 돼요. 최고의 타이밍에 복수를 하지 않으면 위험해지는 건 아버지니까요.'
☆☆☆
그놈이 온다.
"쯧! 왜 또 오는 건지, 딸 찾으러 세상을 돌아다닌다면 성녀의 소식도 들었을 진데..."
'아니, 그것을 확인하러 오는 것인가?'
사망한 성녀가 자신의 딸이 맞는 가를 확인하러.
그는 멍청하게도, 아내를 죽인 진범을 모르고 있었다. 하나 남은 딸을 찾아달라고 온 것을 보면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멍청한 친구여, 습격의 공범이 되면 영약을 준다기에 바론과 같이 갔지만, 네놈의 아내가 워낙 미인이어야지. 크크큭"
다이너 백작이 영약을 줄 것이니, 자신의 개가 되라 했다.
자신들은 영약이란 말에 쉽게 승낙했고, 습격이 끝난 뒤에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
"후회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재미를 봤으니까, 프레디는 뭔가 착각한 거 같지만. 그러면 나는 편하지, 백작이 그가 나를 믿어 의심치 않게 해서 조종하기 편하도록 하라고 했으니까."
어차피 개는 주인이 시키는 것에 멍멍 거리면 된다.
알아서 포상이 떨어지니까.
알렉스는 자신의 손에 들린 영약을 본다.
"용사의 정수, 희석 된 거지만 그 효과는 다른 영약들과 비교도 하기 힘들지..."
용사를 사냥하고, 남은 혈액을 사용해서 만든 영약.
비록 희석된 영약의 한 방울이지만, 이 한 방울만이라도 상급을 영웅급으로 만들어 주는 최고의 영약이다.
숫자가 한정되어 있어서 누구나 받을 수 없는 최고의 영약.
"정의감 넘치는 제자는 세치혀로 속이면 알아서 따라오고, 나는 주인의 명령을 듣고 멍멍하고 짖습니다. 멍멍! 크크크큭."
프레디도 천재였다, 그 프라이드보다 더욱 뛰어난 천재. 듣기로는 영약 한 방울도 없이 미친 듯이 성장해나가고, 수 개월에 영웅급의 벽에 올라선 천재.
과거의 친구에게 질투심과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서 습격을 저질럿지만. 막상해 보니 편하게 성장할 수 있었고, 자신도 바론도 후에는 상당히 만족했다.
그 이후로도 개로 살면 로마노프가 실험하고 남은 열화판들을 받아 먹을 수 있었으니까,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산 자신들.
"정말, 보이지 않는 목줄을 찬 개들이구만! 크흐흐흐. 바론은 죽었지만, 나는 장애를 얻고도 이렇게 살아남았지. 아직 아까워서 못 먹고 있지만, 희석된 한 방울이면 성장은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수련하는 척을 했다.
장애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지부장은 결국 한계를 뛰어넘었다.
'아주 좋은 시나리오야, 프라이드. 아무리 네놈이 천재 였다고 해도, 네놈는 검을 놓은지도 한참은 지났겠지... 더 이상 네놈에게 두려움 따윈 느끼지 않는 다.'
얼마든지 네가 진실을 알아도 더이상 나를 이길 수 없을 거니까.
"뭐, 딸로 추정되는 사람은 찾았으니까. 설마 그놈 딸이 성녀일 줄이야. 크큭 그 딸도 잃었으니, 네놈이 절망하는 모습을 볼 생각하면 기분이 벌써부터 좋군. 크하하하!"
알렉스는 그렇게 한 방울의 영약을 목 안으로 넘겼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