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레이나
* * *
"소피아, 나는 먼저 마법국으로 가 있겠다."
아버지는 레이나를 데려오면서 다음 일정을 말해 왔다, 마법국에 연관 되어 있는 자는 앨리스 이외에도 최소한 로마노프 다이너백작이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일단, 다이너백작 쪽을 알아보마. 이곳의 일이 마무리되면 다시 인족령에 올 것이냐?"
"아마도요. 읏차, 거인족과 용족을 넣고, 군대로서 구색을 갖추어도 즉시 전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전력을 줄일 수 있다면 해야죠. 레이나? 리리스언니하고 시연언니가 만든 간식이야. 아~"
"아~ 함!"
전쟁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수인족과 악마족에게 협력받고 그 밑의 하위 소수 종족들이 내게 있다, 하지만 이건 전대 마왕군의 전력이 반 토막난 군대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전력 차이로 인족을 이기기 힘들어, 벌레처럼 숫자만은 많고, 아무리 강자의 비율이 우리보다 적어도 전체 숫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인족의 강자도 늘어나지...'
특히 전란의 시절에는 더욱 그랬다.
영웅은 난세에 나오는 법, 신혁의 동료로 있다는 그도 전란에는 영웅에 도달했을 자라고 들었으며, 현재로서는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는 존재라 했으니까.
'그날의 일이 이렇게 발목을 잡았네, 지금은 인족령에서도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지게 되어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기에 나보다 쉽게 움질일 수 있는 아버지의 존재가 매우 필요 했다, 거기에 아버지는 마법국출신 용병으로 나름 지인들도 많았다고 전해 왔으니까.
"아버지, 레이나? 부들부들 푸딩이에요~ 아~"
"아~ 함!"
"우선, 다이너령에 있는 지인에게 가신다구요?"
듣기로, 그 길드의 지부장이라는 자가 아버지의 지인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도 무지한 자가 아닌 진실을 알고 있는자.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자이다,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라면 아직은 참작이 가능하지만...
"그래, 소피아. 설마 알렉스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아니, 알고서도 덮어 버리거나 이용할 수 있는 자 이기에 많은 걸 알게 된 건가.. 우리 막내딸~ 딸기다~ 아~"
"아~ 옴뇸."
<소피아, 프라이드...="" 이야기에="" 집중이="" 안="" 된다.="" 부디="" 레이나는="" 내려="" 놓고="" 해다오.=""/>
""싫어!""
내 무릎위에 레이나.
아버지와 나는 레이나에게 번갈아 가면서 간식을 먹여 주고, 이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는 저 사악한 업보검 카르마에게 거절의사를 밝혔다.
'벌써 업보가 마검쪽에 기운 건가?!!! 어찌 저렇게 사악한 말을?!'
<생각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데,="" 뭐="" 하는="" 짓이냐!="" 돌봐주던지,="" 계획을="" 이야기하던지="" 한="" 가지만="" 하여라!=""/>
"아버지? 그럼, 돌봐주는 쪽으로 어때요?"
"소피아, 역시 넌 내 딸이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합의를 본다.
<보지 마라!=""/>
우리들의 행태에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분노한 카르마를 내비두고, 진지하게 마법국에 대한 일을 생각해 본다.
우선 앨리스, 그녀는 의심을 받게 만들어서 로젤리아와 떨어지게 만드는 일도 실패했다, 성공했으면 좋았겠지만 어차피 늦든 빠르든 이런 식으로 흘러 갔을 것이다.
다음은 로마노프, 그가 나를 죽이는 것에 협력한 이유는 마법연구, 아니면 이계인에 대한 연구일 것이다. 연구에 미친 과학자 같은 존재니, 앨리스의 제자로 들어 갈 수 있고, 평민인 앨리스에게 가볍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알렉스라는 사람은... 뭐가 목적이었을까.. 직접적인 연관은 아니어도 그 위치면 알 수 는 있을 것인데..'
"언니? 아버님? 알렉스 지부장의 조사 자료예요. 마법국에 가시면 필요하실 거 같아서요."
"오! 고맙네, 리리스는 가서 쉬거라. 일은 첫째 딸내미가 알아서 할 거니까, 우리 며느리는 쉬어야지. 하하하하!"
"..."
정말로 아버지는 며느리들을 나보다 더 아끼는 것 같다.
"아하하하... 그럼, 언니? 저는 먼저 쉬고 있을게요. 비아가 다른 자료를 가져오면 취합해서 또 보내구요."
"응, 부탁할게."
리리스는 아내들이 있는 곳으로 사라졌고, 또 다른 정보를 전달 받기 위해서 데카라비아에게 지시를 내렸다.
알렉스 스왈트.
기본 경력사항으로는 인마대전 이전에 평범한 용병이었고, 당시 영웅급이었던 아버지와 파티를 이루며 사냥했다고 전했다.
인마대전의 시발점이 되었던 마족습격사건 이후로 성장세를 보이며, 영웅급으로 발돋움. 하지만, 리리스에게 공격당해서 장애를 얻고 은퇴.
지금의 용병길드 다이너 백작령의 지부장이 되었다.
"인데... 아버지? 그때의 기사단장도 친분이 있다고 했죠?"
"그럼, 설마 뒤에서 두놈이 그런 짓을 벌이고 있을 줄을 꿈에도 생각 못했지만..."
습격사건 때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나만 남은 채 절망에 빠진 아버지는 은퇴를 선언했고.
'당시에 마수사냥에 앞도적으로 뛰어나고, 젊은 나이에 영웅급에 올라선 천재라고 칭송받았다고 했지..'
의외로 대단하신 분이었다.
나는 단순한 여관주인아저씨로만 보았는데.
여기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 아닌 진실은,
"마족습격사건의 배후가 인족이라는 거지..."
인족의 구실 만들기, 그것을 위해 평민들이 희생되었다.
결과적으로는 그것을 믿은 무지한 자들로 인해 마왕령에 있는 '마족' 더 정확하게 마족으로 몰아진 사람들을 공격하고, 이곳 주민들은 살기 위해 맞서 싸웠지만, 종족들간의 협력이 없어서 패배가 거의 확정이 나 있었다.
저주받은 대지, 중심 숲에서 걸어나온 마왕이 아니었으면.
그가 습격받던 이곳 주민들을 구하고, 마왕군을 결성.
인족에 역습을 가했으며, 마왕의 압도적인 힘으로 전세가 역전 되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내가 소환되었고, 결국에 마왕은 패배. 내가 죽은 뒤에 소규모 전투를 제외하고는 휴전상태에 가깝지."
특이점이라고는 습격사건에는 일부의 협력자로 보이는 이곳 주민과 인족의 일부가 있었다.
이 정도 뿐인 것 같다.
'습격한 일부 인족 명단? 잘도 이런 것을 구했네... 이 정도 정보 수집력이었으니, 내가 모지리라고 불렀던 게 화날만하지... 나중에 제대로 사과해야겠다.'
"어디 보자, 습격한 인족이... 어라?"
습격한 인원중에 그 인원들이 보인다.
기사단장 바론 니아스.
길드지부장 알렉스 스왈트.
"소피아..? 미안한데, 레이나를 데리고 며느리들한테 맡겨두고 와줘... 지금 애한테 못 보여 줄 모습이 나올 거 같으니까..."
"예.."
아버지는 종이를 쥔 손에 핏줄이 터질 것 같이 힘이 들어 가 있다.
"레이나? 언니들 한테 갈까?"
"소피아 언니? 아빠는..."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 한 것일까.
레이나는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런 레이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안심을 시켜 주었다.
"하하.. 자, 레이나? 가자."
"응, 언니..."
☆☆☆
"소피아? 아버님이랑 이야기는 끝났어?"
"아직, 금방 내려갈 거야. 레이나 좀 부탁하려고."
나는 안고 있던 레이나를 미네르바에게 맡기고, 다시 아버지에게로 돌아가려 했다.
"오빠?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조금 굳어 있어..."
시연이 내 표정을 눈치채고, 질문을 했다.
'하하.. 시연이는 못 속이겠네, 다른 사람도 뭔가 눈치챈거 같고..'
볼을 긁적이며, 쓴웃음을 짖고 말했다.
"그.. 레이나에게는 들려주기 힘든 이야기야, 미네르바? 닉스? 따돌려서 미안해, 레이나 좀 돌봐주고 있어 줘. 리리스? 시연아? 잠시만 같이 내려가자."
"아니야, 소피아 다녀와. 히히."
"맞다, 남편. 남편이 그러는 건 이유가 있어서겠지."
미소 지으면서, 내용을 묻지 않고 이해해주는 미네르바와 닉스.
"알겠어요, 언니. 아마도 이지만... 아까 드린 조사서와 관련 되어 있는 건가요?"
"오빠, 다른 두 사람에게는 우리가 말할게 일단 내려가자."
일의 심각성을 알아채고, 조용히 따라오는 리리스와 시연.
'정말 다 고맙네.. 미네르바와 닉스도 대충은 눈치챈 것 같고..'
정말로 나에 대해서 잘 아는 아내님들이다.
"하하. 고마워 모두들..."
그런 그녀들에게 미소 지으며 답해주었다.
☆☆☆
천천히 복도를 걷고 있다.
"리리스. 인마대전의 시발점이 되었던 마을, 그 마을에 습격한 자들을 기억하지?"
"물론이죠, 제가 자료를 정리해 드렸거든요. 그리고.. 그게 어머님이 살던 마을이란 것도요."
어린 나와 어머니가 살았던 장소.
그 습격당시에 어머니가 나만은 필사적으로 숨겨서 겨우 살아남았다.
"오빠.. 어머님이라는 건 지금의..."
"응, 지금의 내 어머니. 그 당시에는 나를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숨겼던 어머니 덕에 살아남았지만... 습격당시 트라우마로 범인들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안았거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얼굴이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기억했다.
"내가 죽였던 기사단장과 알렉스라는 길드지부장, 그들은 아버지의 친구라는 탈을 쓰고 어머니를 죽였지..."
숨어 있던 곳, 틈세에서 밖을 살짝 들여다봤었다.
그 둘이 어머니를 겁탈하고, 끝에는 잔인하게 웃으면서 살해한 것을.
마치 노렸던 것처럼 습격이 시작되자 거의 바로 들이닥쳤고, 어머니는 다행이 나를 빠르게 숨겼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구출에 나선 것이라 믿고, 화색을 띄우면서 다가갔지만.
"그것들은 다가간 어머니를 검으로 위협하고 옷을 벗겨서 습격이 끝나 갈 때까지 강간하다 죽였어."
그들은 아버지에게 친구라는 가면을 쓰고, 그런 잔인한 짓을 벌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친구라 생각하고 다가갔지만, 욕망에 잠식된 그들에게 욕보이고 살해당했다.
'이 세계의 인족에게는 친구라는 개념이...!'
"쓰레기 새끼들, 오빠. 아버님은 그 쓰레기 새끼들 때문에...!"
"..."
습격이 끝나고 뒤늦게 찾아온 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절망에 빠졌었다.
겁탈당하고 처참하게 살해당한 아내의 사체를 보면서.
자신이 조금 더 일찍 왔어야 했다.
뭐가 영웅급이냐.
뭐가 마수에게서 인족을 지키는 영웅이냐.
자신의 가족도 지키지 못한자가 어떻게 영웅이냐.
그런 식으로 절망에 빠져 꺽꺽거리면서 울고 있을 때, 공포로 기절한 내 숨소리가 들려서 그곳으로 달려갔고, 어머니가 고통을 당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지킨 나를 보면서 힘껏 끌어안고 목놓아 울었다.
살아줘서 고마워.
너만이라도 살아줘서 고마워.
소피아를 지켜줘서 고마워, 레이나.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어째서 동생의 이름을 레이나로 지어 주었냐고.
교단은 '짐승'에게 이름을 지어 주지 않고, 번호로만 불렀다.
'아저씨... 저는 제물 43번이에요... 아저씨도 저를 아프게 하실 건가요..?'
제물 43번.
그것이 제물이 되기 전의 레이나가 불리던 번호였었고, 아버지는 이곳에서 거두어 들이면서 어머니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제는 너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없다. 이 아저씨가 다 없애줄게.. 그래... 레이나, 이제부터 레이나라고 하자. 아저씨가 아빠가 되어 줄게, 레이나.'
이제는 고생하지 말거라.
이제는 아파하지 말거라.
이제는 내가 지켜 주겠다.
그런의미를 담아서.
아마도 진실을 알고, 인족에게 이용당한 '레이나'와 교단에게 이용당한 '레이나'가 겹쳐 보였던 것이다.
"그런 거.. 였군요. 언니? 그런데 만약 언니가 발견되지 못했다면..."
"?아마도 아버지는 습격사건의 범인으로 알고 있는 '마족'에게 복수를 맹세 했겠지, 다행히 나는 살아남아서 아버지는 검을 내려놓고, 나를 지키기 위해서, 이번에는 아버지가 곁에서 지켜 주기 위해서 말이야."
나는 어두워진 분위기를 바꾸려고, 미소 지으면서 농담을 했다.
"생각해 보면 기억이 돌아왔을 때의 나는 미쳐도 단단히 미쳐 있었지... 그런 아버지한테 말도 안 하고 가출하고. 하하하."
그런 내 심정을 이해했는지, 리리스와 시연은 같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맞아, 오빠는 가끔... 아니, 자주 생각을 안 하고 행동할 때가 있어."
"하하..."
"맞아요, 언니! 예전에는 저보고 모지리라고 부르시고! 이렇게 훌륭한 부인한테! 어디 모자라지실 때까지 가보실래요?!"
"어? 찬성."
'아니, 이게 이렇게 된다고?!'
"아..니요... 잘못했어요. 아내님들..."
아내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기에 빠른 사과부터 하는 게 좋다.
'이 어찌 훌륭한 남편의 자세란 말인가? 나도 이제 완성된 남편이라 할 수 있지!'
"리리스? 언제가 좋을까?"
"음... 아무래도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아 시연."
한 번만 봐주세요, 아내님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