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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59화 (59/156)

〈 59화 〉 외전:어느늑대의 사랑

* * *

세계수의 숲을 걷고 있다.

자신이 정착한 곳과 세계수의 숲은 거리가 있어서인지, 반 나절을 달려와야 도착이 가능하다.

니드호그, 그녀의 냄새가 이 근처에서 나는 걸 보면, 아마도 근처에서 뿌리를 먹고 있을 것이다.

씹을 때의 바삭함과 입안에서 퍼지는 씁쓸함, 거기에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와서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다고 했다.

특이한 입맛이 아닐 수가 없었다.

잠시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자, 저 멀리서 칠흑의 거대한 용이 나무 뿌리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는 칠흑의 비늘로 보이지만, 밝은 곳에 가면 암청색의 아름다운 비늘은 가진 자신의 친구, 니드호그였다.

<음...? 오!="" 펜릴,="" 오랜만이다.="" 어쩐일이냐?="" 혹시="" 이번에도="" 남편자랑,="" 딸자랑인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유일한 친구가 찾아온 것에 반가운 것인지 멍한눈을 반짝이면서 한걸음에 펜릴에게로 달려왔다.

확실히 자신이 결혼하고 부터는 가족이야기를 위주로 하긴 했다.

주변관계가 극단적으로 드물고,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 니드호그에게 있어서는 가족이야기가 자랑처럼 들렸을 것이다.

자신도 좋은 남자를 물어서 결혼하면 될 것을... 이런, 니드호그처럼 숲에서 안 나오는 자에게는 힘든 이야기일 것이다.

"오랜만이야, 니드호그. 이번에는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어, 이 옷의 냄새 좀 맡아주겠니?"

<부탁? 알겠다.=""/>

니그호그는 자신이 건넨 옷에 코를 가져가고는 냄새를 맡았다.

<음... 누구의="" 냄새지?=""/>

"누구냐고? 후후후. 이번에 들인 우리 사위님의 냄새지, 혹시나 우리 사위님이 찾아오면 잘 좀 부탁한다고 찾아온 거니까. 후후후후."

그 귀여운 사위님을 생각하면 미소가 새어 나온다.

놀리면 당황하고, 괴롭히면 참으로 재미있는 반응을 할 것 같은 귀여운 사위.

'딸이 요즘 사위님이랑 지내는 맛으로 사는 거 같으니까, 많이 밝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후후.'

사위님을 다시 만나기 전에는 어디인가 어두워진 구석이 있었지만, 다시 만나고 나서는 그 어두운 부분도 사라졌다.

"그래도 사위님한테 내 이야기는 하면 안 돼? 하면 물어서 네 비늘을 전부 벗겨 버릴 거니까.. 후후후."

'이런 건 천천히 놀려야죠, 나중에 알면 어떤 표정을 할지. 후후후.'

<...역시 자랑하러="" 온="" 것이지="" 않나...?=""/>

"아! 내가 우리 그이랑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했나?"

<했다. 이미="" 많이="" 했다.="" 자랑="" 좀="" 그만해라,="" 전부="" 외웠으니까.=""/>

"우리 그이랑 내가 어떻게 만났냐면..."

<그만 좀!="" 제발!=""/>

'그이 이야기는 몇 번을 해도 안 질리니까요. 후후후.'

☆☆☆

얼마 전에 근처에서 수인족이 마을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이번 여행지는="" 이곳으로="" 할까요?=""/>

대략 이십여 년 전, 수인족이 인족령에서 도망치고, 도망친 모든 수인족이 모여서 만든 마을.

사람들에게는 긴 시간이지만, 오랜 시간을 살아온 자신에게는 불과 얼마 전의 일이나 마찬가지다.

마을 근처의 숲에서 간단한 둥지를 만들고, 이번에는 어떤모습으로 여행을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 숲에도 수많은 마수들이 존재했지만, 펜릴인 자신에게 겁을 먹고 전부 도망을 쳤으니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누워 있으면 되었다.

<역시 수인족들을="" 구경할="" 거니까,="" 수인족이="" 좋으려나요?=""/>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식으로 생명을 다 할지 그런 구경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은 자신의 소소한 취미였으니까.

<견인족? 랑인족?="" 개는="" 가름,="" 그="" 남자="" 같아서="" 싫고..="" 역시="" 랑인족이려나요?=""/>

단순한 집순이인 니드호그와는 다르게 가름은 집 지키는 개.

그저 앉아서 한 위치만을 지키는 재미없는 존재였고, 비슷한 종족여서 그런지 그가 더욱 싫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에 저 멀리서 하나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쪽으로 오고="" 있는="" 건가요..="" 하긴="" 저한테="" 도망친="" 마수들이="" 수인족="" 마을을="" 습격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 원인을="" 찾으러="" 온="" 걸="" 수도있죠.=""/>

하지만 원인을 찾으러 온 기척이 하나만 있는 것은 의문이었다.

동료가 전부 사망한 것인가, 아니면 혼자만으로 해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어떤 일이든="" 귀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네요.=""/>

조금 귀찮게 하면 물어서 터트리면 될 일이다.

저 기척이 어떤 행동을 할지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고, 잠시는 지켜보자.

"음.. 늑대인가? 아니 늑대형 마수?"

느긋하게 기척의 존재를 기다렸고, 이곳에 찾아온 존재는 조금 찰과상을 입은 묘인족 남성이었다.

"공격적이지는 않는 건가? 혹시 마수들이 숲에서 도망친 것도 이 마수 탓?"

그 묘인족 남성은 자신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다가왔다.

자신에게 겁을 먹지 않고, 저렇게 호기심 어린눈으로 접근하는 존재는 드물었다.

"거대해, 눈도 총명해 보이고, 털도 윤기 있는 게 아름답군."

자신에게 작업을 걸러 온 것인가, 변화를 하였을 때 칭찬을 하면서 작업걸던 남성은 많았어도, 본신일 때 칭찬 받은 건 처음이라 꼬리를 살짝 흔들면서 기뻐했다.

"음...? 하하하! 늑대여, 혹시 내 말을 알아 듣는 것이냐?"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도 입을 열었다.

<그렇죠, 저는="" 펜릴.="" 당신들이="" 세="" 마수라="" 부르고="" 있는="" 자예요.=""/>

자신의 말에 남자는 순간 놀란 표정을 했지만, 이내 잠잠해지면서 다시 호쾌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펜릴이라. 그래, 마수들은 펜릴에게서 도망친거군. 그렇게 강한 존재면 겁먹는 것도 이해가 되지!"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남성은 등을 돌리고,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려 했다.

"음? 그렇지."

<보통은 그런가요?!="" 아니,="" 위험하다면서="" 공격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자신을 봤던 자들은 전부 도망치거나 공격했었다.

둘 다 겁을 먹고 한 행동이었고, 겁을 먹지 않았던 것은 용사 같은 존재 뿐이었다.

하지만 저 남자도 겁을 먹지는 않았고, 원인을 알았으면 되었다는 듯이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공격이라... 펜릴, 마수들이 도망치고 벌써 수일이 지났어. 그런데 자네 같은 존재가 여기오고, 직접 습격을 하지 않은 것은 그럴 생각이 없는 거지?"

<그...렇죠?/>

"그럼 된 거야. 수인들을 위협할 만한 존재라면 맞서 싸우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부러 건드려서 화를 부를 순 없지, 물론 조심은 하겠지만."

나름 정론이다.

만약 남자가 자신들 건들였으면, 물어뜯든, 발톱으로 찢든 둘 중에 하나는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적의를 보이지 않았고, 그 모습에 겁먹은 기색 없이 호쾌하게 웃으면서 대화를 했다.

<특이한 존재시군요.=""/>

"뭐... 그런가? 오히려 자네를 건들이는 것이 수인족에게 더 위협이 될 거 같아서 그런 거 였지만, 음...? 아 그렇군, 내 소개를 안 했네."

그러면서 남자는 다시 자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리우스. 얼마 전에 대족장에 오른 남자네! 아직 부족하지만 수인족들을 위해서 일하고 있지! 잘 부탁하네, 펜릴! 하하하하!"

<.../>

그것이 그이와 첫 만남이었다.

☆☆☆

"이보게, 펜릴. 푸념좀 들어 주게나."

<대족장일은 안="" 하는="" 건가요?="" 거의="" 매일="" 찾아오시는="" 거="" 같은데요?=""/>

그날 이후로 리우스는 저런 식으로 말하면서 심심하면 찾아왔다.

자신이 있는 곳으로 찾아와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상대가 되어 주었다.

"그것 때문이야. 대족장에 오르기 전에도 여자들이 꼬이기는 했지만, 오르고 나서는 더 심해졌네..."

<..그냥 아무나="" 잡아서="" 결혼하면="" 되지="" 않나요?=""/>

자신이 말도 없이 사라지면, 리우스가 자신을 찾을 것 같아서 수인족 구경도 못하고 있었다.

물론 자주 찾아오는 리우스 덕에 심심하지는 않았으니, 별로 문제는 되지 않았다.

"영..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어서 말이야, 접근하는 여자들도 나를 보는 것보다 내 위치를 보는 것 같아서 싫고."

의외로 까다로운 것 같다.

<그런데 그="" 화분은="" 뭔가요?="" 심어져="" 있는="" 식물은="" 처음="" 보는="" 것인데..=""/>

오늘 리우스가 들고 온 화분.

화분 자체의 크기는 적당했지만, 거기에 심어져 있는 식물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자신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 이거 말인가? 자네한테 주려고 가져왔는데.. 영원의 꽃이라고 하는 거네, 이 꽃을 준 상대가 살아 있으면 지지 않는 꽃이지."

그런 꽃도 있는 것인가.

인족령에서는 본적이 없고, 이곳에서만 자생하는 꽃인 것 같다.

<그런데 꽃망울이="" 피지="" 않고="" 있는데요?=""/>

꽃망울만 있는 상태로 있어서 선물하기에는 무언가 애매했다.

"그건, 받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다른 색을 띄우기 때문이지, 영원한 우정, 사랑등등 영원을 약속할 때 쓰이지만... 보통은 결혼을 약속할 때 많이 쓰이지."

<..그런가요./>

"그렇지! 하하하! 뭔가 자네하고 오래도록 지내고 싶어서 가져 왔네! 그런데 푸념좀..."

<누군가에게 뭔가를="" 받은="" 건,="" 처음이네요.="" 고마워요.="" 후후후.=""/>

리우스라고 뭐라고 말했지만, 이번것은 나름 기분이 좋았다.

실제로 다른 존재에게 무언가를 받은 것은 공격이나, 공포 뿐이었기에 이런 화분은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열심히 키워서 꽃을 피워 보고 싶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후후후..=""/>

"아니, 푸념좀!"

☆☆☆

리우스에게 받은 화분을 열심히 키우고 있지만, 꽃이 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왜일까요? 열심히="" 물을="" 주고="" 관리해="" 주는="" 데...=""/>

거기에 요즘은 리우스가 오지 않고 있었다.

어떤일이 있는 것일까, 자주 찾아오던 존재가 오질 않으니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변화해서 찾아가="" 볼까요?="" 아니,="" 그러다="" 엇갈리면="" 안="" 되니까요...=""/>

그러고 있기를 잠시, 멀리서 리우스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어두워 보이는 기척이었다.

"오.. 펜릴, 잘 지냈나?"

<네, 리우스는="" 안=""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네요?="" 기운이="" 많이="" 없어="" 보여요.=""/>

평소의 활기찬 모습은 없고, 축쳐진 어깨에 어두워 보이는 표정까지.

어떤 걱정스러운 일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안 좋은 일이라... 있기는 하지, 얼마 전에 수인을 인족에게서 구출했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세상을 등졌네.. 구출했을 때부터 위급한 상황이기는 했지..."

대족장일을 항상 푸념해도 리우스는 항상 동족을 생각하고 행동했다.

동족을 위해서 일하고, 동족을 위해서 슬퍼한다.

그게 리우스였으니까.

"아직 아이였어... 조금 더 일찍 구했으면 살았을 지도 모르지, 거기에 요즘은 인족들의 노예사냥이 더욱 심해졌어. 아마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그건 리우스의 말이 맞다.

자신이 인족령에서 돌아다녔을 때, 인족들을 수인족을 장난감처럼 다루고는 했다.

그 외의 종족도 전리품처럼 자랑했고,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처럼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인족은 가장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피해자가 보이니 조금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리우스? 그러면="" 제가="" 인족들을="" 죽일까요?="" 저="" 정도면="" 쉽게="" 쓸어버릴="" 수="" 있는데요.=""/>

"음... 미안하지만 이건 수인족의 일이야, 거기에 뭔가 자네에게 살인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 미안하네, 그리고 오늘도 푸념을 들어 줘서 고마워."

처량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는 마을로 돌아갔다.

평소같은 활기찬 모습에 자신도 감화되어 기분이 좋았지만, 오늘의 그를 보고는 자신도 같이 기운이 없어지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일단.. 한번="" 리우스가="" 일하는="" 모습을="" 볼까요?=""/>

자신의 모습을 랑인족으로 변화시킨채로 수인족마을로 향했다.

리우스에게 선물 받은 화분을 끌어안고서.

☆☆☆

수인족의 마을에서 본 리우스는 다른 사람이었다.

활기찬 모습과 달리, 진지하기 그지없는 모습.

진지하고 급박한 모습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빨리! 최대한 살려야 한다! 어떻게든! 더 이상 사망자는 나와서는 안 된다! 빨리 치료해!"

'아까 말한 수인들인가요... 이건...'

전원이 사망하기 직전이었다.

수인들이 땀이 나도록 뛰면서 치료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전원이 사망할 것이다.

'수인족도 마법사는 있는 것 같지만, 약하네요. 마법사의 존재가 적어서 전부 독학으로 배운 거 같아요.'

거기에 치료에 특화된 성력보다, 마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마법을 잘쓰는 악마족이라도 있었으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그들과 교류가 적은지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어 보였다.

잠깐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에 리우스가 자신을 눈치채고 이곳으로 다가왔다.

"음? 누구지? 이보게 그대는 누구인가?"

표정이 차갑다.

활기차고 호쾌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차갑고 냉랭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화분을 안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 이 모습은 모르니까요, 그래도 조금은 기분이 이상하네요..'

리우스는 어느새 자신이 안고 있는 화분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지금 바쁜모습 안 보이나? 또 결혼같은 이야기를 할 거면 다음에 오게."

그렇게 말한 리우스는 돌아서고 환자들에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제가!"

"음?"

"제가 치료할 수 있어요. 마법에는 자신이 있거든요.."

솔직히 수인이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었다.

마수인 자신은 그저 방관할 뿐, 지켜보던 존재들에게 도움을 준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리우스한테만은 도움을 주고 싶네요. 그리고,'

리우스의 차가운 눈빛을 보기가 싫었다.

그는 항상 활기차고 호쾌한 모습만 보여주었으면 했다.

'차가운 눈으로 저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즉시 마법을 시전해서 환자들을 치료에 나섰다.

상처가 사라져가고 안색이 좋아진다.

'이러면 적어도 위기 상황은 넘겼네요.'

"!! 살은 건가?! 모두들 살아난 건가?!"

"대족장님! 상처가 아물었습니다! 구출에 나선 사람도! 구해 낸 사람들도 전부 상처가 아물었습니다! 위기는 넘겼습니다!"

"고맙네!!!"

순간 리우스는 자신을 끌어안으면서 감사를 전했다.

'어... 어? 리우스? 어? 갑자기 끌어안으면 부끄러운데..'

갑작스러운 리우스의 행동에 얼굴을 붉혀갔지만, 당황한 탓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 고마워... 모두들 살릴수 없나 생각했네.. 정말, 정말로 고맙네.."

리우스의 말이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어깨가 조금씩 젖어들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더 힘내지 못해서 모두를 죽게 내버려 두는 건가 생각했네.. 정말로 고맙네.."

"아니요, 이 정도로.."

"이런!"

"꺄악!"

리우스가 자신의 어깨를 잡고, 언제나보다 더욱 활기차고 기쁜 표정을 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어..? 어?'

"내가 은인에게 이름도 안 물어봤군! 미안하네, 이름이 뭔가?"

"페.."

'어.. 뭔가, 이름말하기가 싫어지네요. 이번에는 어떤 이름을 쓸까요..'

"은인?"

"어! 그게요.."

'펜릴..펜릴.. 페리스? 스... 스, 스..'

"메티스요. 메티스라고 해요. 후후후."

☆☆☆

"하하하하하! 이보게 펜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 줄 아나! 하하하하!"

리우스가 술에 취해서 자신을 찾아왔다.

<리우스? 술도="" 마시나요?=""/>

"그럼! 원래는 좋아하는데 바빠서 못 먹었지! 하하하!"

오늘따라 더욱 기분이 좋아 보였다.

<수인족이 살아난="" 게="" 좋으신가요?=""/>

"음? 어떻게 알았지?"

<아니요! 그런="" 것="" 같아서요!=""/>

어째선지 변명을 하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것 같았다.

"그럼! 은인이 아니었으면 큰일이 났을 수도 있지.. 정말 그 사람덕에 많은 수인이 살아났지.."

<다행이네요! 그="" 랑인족이="" 아니었으면="" 전부="" 사망했을="" 거니까요.=""/>

"그래... 그래, 정말 감사한 은인이지.."

술기운인지, 아니면 한동안 고생한 것 때문인지 리우스는 조금씩 눈이 감기고 있었다.

"정말... 좋은 여자야.."

<리우스? 졸리시면="" 주무세요.=""/>

결국 잠에 빠진 리우스를 자신에게 끌어들여서 눕혔다.

<제 몸이="" 따듯하고,="" 털="" 탓인지="" 폭신하답니다.="" 편하게="" 주무세요.=""/>

☆☆☆

영원의 꽃이 분홍색잎을 피웠다.

<리우스! 리우스!="" 이것보세요!="" 영원의="" 꽃이="" 피었어요!=""/>

"음? 분홍색?"

<네! 분홍색이네요!=""/>

정말로 예쁜 분홍색을 하고 있었다.

이런 꽃이 선물한 상대가 살아 있는 한 영원하게 피어 있다니, 정말로 결혼을 약속하기에 좋은 꽃인 것 같다.

"푸른색이 아니네?"

<왜 그러신가요?=""/>

리우스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의문을 표했다.

"아니, 내가 알고 있기로는 우정은 푸른색이고, 사랑이 분홍색인데... 잘못 알고 있었나...?"

<예? 어...="" 엇!="" 어머!=""/>

"커헉!"

부끄러움에 못 이겨서 앞발로 리우스를 날려보냈고, 리우스는 그대로 숲을 초토화 시키고 날아갔다.

<어머나! 리우스!="" 그때="" 사랑="" 고백을="" 하셨으면서="" 무슨!=""/>

"커헉! 헉! 펜릴?! 아니 사랑 고백이라니 나는 그저 우정을...!"

자신은 리우스의 말에 이를 들어내면서 답해 주었다.

우정같은 소리를 하면 물어 버린다고.

<아니면, 이="" 모습이라서="" 거부감이="" 느껴지시는="" 건가요?=""/>

그리고 다시 한번 랑인족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이 모습은요? 후후후."

"!! 메티스?!"

"당신에게 처음 받은 소중한 꽃을 피웠어요,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리우스? 저는 당신이 좋은 거 같아요. 후후후."

천천히, 쓰러져 있는 리우스에게 다가가고 입을 맞추었다.

"이런 저를 당신의 아내로 받아 주시겠어요? 아니면 랑인족 모습보다 묘인족이 더 좋으신가요?"

그렇게 말하고는 귀와 꼬리를 랑인족에서 묘인족의 모습으로 변환시켰다.

"우리는 변화해도 그 종족으로서의 자신에 모습으로만 변한답니다. 그러니 이 모습은 수인족의 저예요."

마수의 모습일 때처럼 진한 흑발의 머리카락과 부드러워 보이는 외모, 남자를 자극시키는 거대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리우스는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펜릴?! 메티스?! 잠깐만..! 분명 메티스가 아름답고 나도 첫눈에 반한 건 맞지만..!"

"그러면 된 거네요. 후후후."

그의 가슴에 몸을 기대고, 귓가에 속삭였다.

"야아아옹. 오늘은 발정난 이 검은고양이를 위로해주실래요? 후후후."

"으..어?"

☆☆☆

"그래서 그날 우리는 숲에서 첫날밤을 맞이하고, 리우스는 '내가 너를 책임지겠다.'라고 말하면서 아버님 앞으로 대려가서 결혼을 허락받았지. 후후후후."

<안다... 펜릴,="" 너한테="" 그="" 이야기만="" 천="" 번은="" 넘게="" 들었다...="" 뒤로="" 결혼한="" 둘은="" 밤마다="" 참지="" 못하고,="" 신나게="" 해대다가="" 딸이="" 생겼다고?="" 다="" 외웠다.="" 그만...=""/>

니드호그는 이제는 정말 듣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끝나려면 멀었다.

'그래도 조금은 줄여야 신선한 맛이 있으니까요. 아직도 밤일은 계속되니까, 이야기는 계속 늘어납니다. 후후후.'

"그러면, 니드호그? 우리 사위님이 오면 잘 좀 대해 줄래? 이야기의 거부권을 세 개 줄게."

거부권에 신이난 니드호그는 결의에 찬 동작을 하면서 열심히 할 것을 선언했다.

니드호그는 분명히 은근슬쩍 자신의 정체를 말할 것이고, 나중에 그걸 빌미로 취소시키면 되는 일이다.

"그럼 다음에 봐?"

<오. 그래,="" 펜릴.="" 나중에도="" 놀러="" 와.=""/>

그런 오랜친구를 뒤로하고 자신의 보금자리에 돌아갔다.

'그이도 우리의 추억의 화분을 깨먹은 건 화났지만, 그만큼 먹어 버렸으니까요. 열심히 고쳐주기도 했고...'

"후후후. 오늘은 어떤 식으로 먹어볼까요? 후후후."

본신이 늑대인 것 답게, 오늘도 열심히 그이를 잡아먹을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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