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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58화 (58/156)

〈 58화 〉 목적

* * *

"어째서!!!!!"

일이 잘못돌아가고 있다.

도구가 망가지고, 성녀가 사망했다.

멀쩡한 건 쓰레기뿐.

"파니아! 왜 그것만 구한 건가요?! 아니, 왜 하필 그것인가요?!"

"면목없다. 하지만 신혁을 살린 건 전적으로 성녀였다. '기적'을 사용해서 니드호그에게 도망칠 수 있게 했으니까."

쓰레기, 불량품은 니드호그에게 도전했다.

도전이 아닌, 불나방처럼 덤벼들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고,결과적으로 불량품의 행동에 의해서 중요한 인물이 사망해버렸다.

성녀, 그녀만이라도 살았더라면 로자리아의 기적이 인류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지만.

'로자리아는 성녀와 함께, 흔적도 찾을 수 없었어요.'

성녀도 성녀였다.

기적을 사용해서라도 살릴 것이 었으면 적어도 멀쩡한 것을 살려야 했다.

'다시 소환을? 아니요, 또다시 불량품이 뽑힐 가능성도 있어요. 마력석도 무한한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 함부로 사용할 수는...!'

어쩔 수 없이 마왕과 대적하려면 그것을 사용해야만 한다.

인류를 위해서라도 그것을 어떡해서든 고쳐서 사용해야 한다.

"파니아, 세계수의 말은 더 없었나요? 다시 소환하면 멀쩡한 것이 뽑힌다던가, 아니면 마왕의 약점이라던가요."

"그렇게 편리하지 못해, 예언도 그 뒤로는... 아니, 하나는 있었지. 로젤리아, 뒤를 조심하라는 세계수의 예언이 있었다."

'뒤... 인가요?'

"저희를 노리는 자에 대한 건가요?"

그러면, 자신들을 노리는 자가 내부에 있다는 소리였다.

도대체 누구인가, 조심해야 할 것이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도 마찬가지.

프로그, 마리아가 쉽게 당할 만큼 방심할 존재.

라인하르트는 항상 자신에게 붙어 있으니 논외.

파니아는 모두가 절대적인 신뢰를 하지 않으니, 프로그는 몰라도 마리아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

앨리스는 마법국에서 이따금 소식이 끊길 때가 있었다.

'가능성은... 앨리스인가요. 그것도 파니아의 말이 거짓이 없을 때이지만,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죠.'

앨리스가 자신들을 노릴 이유가 없기에 완전하게는 신용할 수 없는 말이다.

프로그는 남은 괴물의 소재를 찾으려고 죽였을 수도 있지만, 마리아는 아니었으니까.

"알겠어요, 파니아. 당신은 돌아가서 그린우드를 수습하세요."

'앨리스가 저희한테 그 정도로 원한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

"라인하르트? 오늘부터 어떤일이 있어도 저한테서 떨어지지 마세요. 쓰레기를 어떤 식으로든 쓸 만하게 만들어 놓고요."

"예, 로젤리아님."

거기에 파니아가 거짓을 전했다는 가능성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저도 그녀에게 모든 협력자를 알린 것은 아니니까요.'

"마왕군의 협력자에게 연락하세요. 앨리스나 파니아가 배신했을 가능성도 생겼으니까요."

"명령 받들겠습니다."

'하이엘프가 죽으면, 새로운 하이엘프가 생겨나죠. 파니아, 당신은 이제 전서구로서 모든 신용을 잃었습니다.'

인류를 위해서, 새로운 인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소짖는다.

☆☆☆

왕성에서 멀리 떨어진 파니아는 자신을 쫓는 인물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통신구에 신호를 넣었다.

'저런 것들로 나를 어떻게 쫓는단거야...'

자신이 왕성에서 나서자, 감시가 따라 붙었다.

로젤리아가 이제는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그건 처음부터 인족만 생각했으니까. 엘프는 세계수를 제외하고는 가치가 별로 없었지...'

정령도 엘프만이 계약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녀에게 하이엘프는 세계수의 말을 전달할 전서구, 새로 만들면 되는 소모품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말을 잘 들으면 오래 뒀겠지만, 결국은 내 무기를 잃어버리는 것이니 정보조작을 많이 한 게 화가 된 거지...'

<뭐야? 일="" 처리는="" 끝났어?=""/>

통신구가 연결되자, 이제 자신의 주인된 소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말씀하신대로 주인님과 시연 마님은 사망했다 전했고, 그건 믿는 것 같았습니다."

<그건?/>

'망했네... 말하면 혼나겠지?'

소피아는 인족령에 남아서 정보조작에 힘쓰라고 했다.

인족령 소식도 전하고, 겸사겸사 자신의 정보원으로 일하라고.

'리리스 마님의 정보원도 있지만, 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속일 수 있는 건 나뿐이라고 하시면서 인족령에 남겨두셨지...'

그런데 자신이 예전부터 해온 정보의 취사로 의심을 사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완전하게 신용받지 못했을 거지만, 이제는 감시까지 붙었으니, 언제든지 자신을 죽이고 새로운 하이엘프를 만들 것이다.

'문제는 세계수님도 주인님한테 떨어졌고, 새 하이엘프를 만들어도 주인님이 원하는 대로 정보를 전달할 거니까 의미는 없지만.'

새로운 하이엘프가 세계수의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든, 하지 않든 로젤리아는 더 이상 정확한 말을 못 듣는다.

어차피 세계수는 제 마음대로 세상에 말을 전할 수 없다.

했다가는 존재가 사라지고, 자신이 보고 배운 세계수는 존재를 소멸시키며까지 세상을 위하는 자가 아니니까.

'하이엘프와 세계수의 의미가 사라진 거지...'

<파니아? 무시하니?="" 혼날래?=""/>

"!! 아니요! 주인님, 그...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지금이라도 달려가면 어떻게든 만나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내가 지금껏 한 일 때문에 의심받고 있다하면 혼나니까.'

식은땀이 흐르면서 최대한 안 혼날 만한 이유부터 들이밀었다.

"마님들도 수발들고 온갓 잡무를 할 사람이 있으면 편하시니까요. 그리고 또..."

<너, 들켰지?=""/>

"..."

'네, 주인님한테도요.'

어차피 혼나고, 들킬거 처음부터 말하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다.

마지막에 말하려 했것만, 이러면 마님들을 변명거리고 삼아서 거짓을 전달한 거 나 마찬가지로 보였을 거니까.

"저... 주인님? 제가 마님들을 변명거리로 삼은 건 아니구요...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하아... 일단="" 와서="" 이야기하자.="" 한="" 번은="" 용서해="" 줄="" 거니까,=""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이야기="" 먼저="" 꺼내지="" 말고.=""/>

"네,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이 끊겼고, 오늘따라 더욱 맑아 보이는 하늘을 보면서 생각했고,

'오늘따라 주인님이 자비로우시네? 무슨 일이지?'

카르마와 로자리아를 말려가면서 생겼던 한 번의 기회를 이렇게 쉽게 날려 먹은지도 모른 채 기분 좋게 달려갔다.

"하하하! 이제는 덜 혼나겠다! 자주 잘못하면 혼나겠지만, 그래도 덜 혼나겠다!!!"

제대로 써먹어보지도 못한 기회가 사라진 것도 모른 채, 기쁨에 눈물을 흘려가며 달려갔다.

☆☆☆

콰드득.

"하아... 이거 언젠가는 들킬줄 알았는데 바로 들켰네."

콰드득.

"언니? 그러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정말로 저희를 변명거리로 삼은 것 같지는 않은데..."

콰드득.

"아마도? 단지 그 이유 먼저 말한 거겠지. 들킨이유도 지금까지 한 일 때문일 거고."

콰드득.

"소피아, 그러면 정말로 파니아를 안 혼낼 거야? 웬일로? 우리 이유를 먼저 꺼냈다고 혼낼 줄 알았는데..."

콰드득.

"한 번 잘한일 있어서, 한 번은 용서해주려고 생각했거든. 다음에 또 그러면 혼낼 거지만."

콰드득.

"아 쫌! 시끄러워! 조용히 먹던지! 아니면 다시 숲으로 돌아가던지 하라고!"

시연은 니드호그에게 화를 내면서 조용히 할 것을 권했다.

'사실 권했다기보다는 그냥 돌아가라는 소리지만...'

"나무뿌리를 씹는데 어떻게 조용하게 씹어?"

어째선지 니드호그는 우리를 따라왔다.

거기에 자신이 부셔버린 세계수의 뿌리들을 가지고와서 간식이라고 말하고, 하나씩 씹어먹고 있었다.

'시끄럽기는 했지, 너무 맛있게 먹고 있어서 뭐라고는 안 했지만, 시연이도 한계였나...'

소리와 모양만 아니었으면 육포를 씹는 다고 착각할 정도로 맛있게 먹고 있었고,미네르바보다 조금 작아서 그런지 안 그래도 나무만한 뿌리가 더욱 커 보였다.

그래도 변화한 신체에 맞게 위장도 줄어드는 것인가 보다, 본신이었으면 두 세 입에 끝날 양을 조금씩 뜯어먹고 있었다.

"그런데, 니드호그. 정말로 왜 쫓아 온 거야? 거기 있었으면 본신으로 많이 먹었을 거 아니야?"

"음... 어차피 그 엘프를 여기서 기다리는 거지?"

그렇게 말한 니드호그는 뿌리를 바닥에 내려 놓고 의자처럼 앉아서 이야기했다.

"펜릴이 맨날 자랑한 결혼생활도 궁금했고, 나도 천 년이 넘는 시간을 혼자 살다 보니... 알도 낳아보고 싶어졌다."

알이라고 말했다.

저주받은 대지는 용족도 있으니, 신랑감 찾기도 충분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인족의 모습에서도 알을 낳는 것인가 궁금하지만, 물어 봤다가는 성희롱으로 몇 대 맞거나, 아내들이 바람을 의심할 거다.

'신혁이처럼 성희롱 하면 안 되지.'

그런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중, 시연이 내 궁금증을 대신해서 물어봐 주었다.

"그 모습도 알이 나오나? 신기하네... 파충류라서 그런가..?"

"음..? 아닌데? 수컷을 만나 본적은 없지만 변한 모습대로 나오는 걸로 안다. 펜릴이 변한종족에 맞게 낳았으니 맞겠지."

'그런 거였구나... 성희롱이 될 것 같아서 참고 있었지만, 전혀 신경 안쓰나보네.'

생각보다 귀찮은 걸 싫어 하는 건지, 아니면 무신경한 건지 별로 신경 안쓰는 것이 많았다.

말을 안시키면 멍하니 뿌리만 씹고 있을 때도 많았으니까, 의외로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걸 수도 있다.

그래도 말을 시키면 많이 떠드니, 말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 같다.

여지껏 말을 시키는 사람이 없었을 뿐.

'친한 지인도 펜릴 하나뿐이라고 했고, 가름은 이 세계에 오고 두어 번 정도 본 게 끝이라고 했으니까.'

나름 펜릴은 자주 찾아온 것인지, 숲에서 뿌리만 먹고사는 니드호그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맛있는 건가? 씹는 맛은 있는 것 같지만...'

이 세계에 오기 전부터 어디에서 잘 안 나오는 진짜 집순이, 이 세계에 와서도 이번이 첫 외출이라고 할 정도다.

'펜릴이 의외로 많이 신경 써 주나 보네, 펜릴도 가정을 꾸리기 전까지는 니드호그와 정반대로 돌아만 다니는 존재였다니까.'

아웃도어파 친구가 인도어파 친구를 자주 만난다.

인도어파 친구집에서.

'이번에 외출한 것도 상당한 각오를 한 모양이고...'

펜릴의 자랑이 어지간히도 부러웠던 것 같다.

"야, 검정도마뱀."

"암청색! 전에 주의하라고 했잖아."

"그래, 암청도마뱀."

"음."

정말로 도마뱀이라고 불리는 건 상관없는 모양인지, 자신의 색만을 강조했다.

확실히 빛이 비추니, 밤하늘 같은 푸른색으로 보이기도하고.

"신랑감 찾기라고 했는데, 뭐를 노리고?"

"강한 수컷, 펜릴에게 들은 건데 이 세계에는 용왕이라고 불리는 수컷이 있다면서? 한 번 만나 보려고."

니드호그는 강한 수컷이 취향인 듯, 멍한 눈이 조금 반짝거렸다.

하지만 안타깝다.

용왕은 그렇게 강한 수컷이 아니다.

실제로도 용왕 바실리스크는 오만하기만 하고,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전력을 다한 바실리스크보다, 전에 당황했던 니드호그가 더욱 큰 압박감을 주었다.

'기껏 외출을 결심했는데 보러간 상대가 자신보다 한참은 약한 존재라니...'

미리 알건, 나중에 알건 집순이의 외출에 충격을 줄 것만 같아서 선뜻 진실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어? 그런데 바실리스크가 니드호그보다 한 참은 약한 거 같은데? 강한 건 맞지만, 지금의 소피아도 못 이길 걸? 용사 시절의 소피아는 어림도 없고."

거 봐라, 지금 표정이 '기껏 나왔는데... 그냥 집에서 뿌리나 뜯을 걸...' 하는 표정이지 않은가.

우리 아내들은 참으로 잔인한 부분이 있다.

"하하하... 강한 수컷을 찾으시는 거면, 펜릴님에게 두 번째 아내로 받아 달라는 건 어떤가요? 유일한 친구분이라고 하시니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리리스의 말에 니드호그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리... 헙!"

그러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지만, 순간 어떤 걸 깨달았는지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 왜 그러신가요?"

"아니야, 말하면 펜릴한테 물린다. 그리고 펜릴은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것 같다. 소피아처럼 여럿을 거느리지 않고 말이야."

<오해니라, 니드호그.="" 소피아가="" 여럿을="" 거느린="" 게="" 아니다.="" 여럿이="" 소피아를="" 거지.=""/>

<카르마 말이="" 맞아요.="" 소피아님은="" 어떻게="" 보면="" 남편이="" 아니라="" 아내예요.="" 한="" 번밖에="" 못써="" 봤으니까요.=""/>

뭐라고 반박하고 싶지만, 솔직히 맞는 말이여서 반박할 수가 없다.

그냥 둘의 간식을 금지시키는 것으로 끝내야지.

"음... 그렇게 보면 소피아도 조금 불쌍하구나, 아내라면서 밤일을 한 명에게만 부담시키다니."

세 아내는 찔리는 게 있는지 내 눈을 피했다.

그래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나왔다.

맨날 나만 괴롭혀지는 것도 좋기는 하다만, 가끔은... 정말 가끔이어도 좋으니까 괴롭혀지는 거 말고도 좀 했으면..

<무슨 소리!="" 니드호그님!="" 소피아님은="" 괴롭혀지는="" 게="" 좋은="" 변태예요!="" 그런="" 변태한테="" 괴롭힘을="" 금지시키다니!="" 부부들이="" 알맞게="" 생활하는="" 데="" 무슨="" 소리를!=""/>

"..."

"그런 거였구나, 미안하다. 내가 오해했다."

니드호그는 당황하면서 세 명에게 사과했고, 그런 세 명은 용서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억울하게 변태취급 당한 내 마음만 다친채로.

'니드호그도 친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 그러면 된 거지...'

<어? 소피아님?="" 왜="" 저="" 한테="" 주먹을="" 치켜드시는="" 거죠?="" 어어어?="" 소피아님?!="" 실체화한="" 영혼이라도="" 그="" 주먹이면="" 머리가="" 깨질거="" 같은데요?!=""/>

호들갑은... 안 깨진다.

본체에 맞으면 금은 가겠지만, 실체화한 영혼은 아프기만 죽을 정도로 아플 뿐이니까, 깨지는 건 아니다.

"하하... 괜찮아, 목걸아. 아! 물론 실체화를 풀어도 돼, 그러면 본체를 때릴게. 금가도 복구되잖아?"

<걱정 말거라,="" 로자리아.="" 저거="" 본녀가="" 예전에="" 본체에="" 맞아="" 봤는데,="" 복구는="" 됐어.="" 아픈건="" 심하게="" 아프지만...=""/>

<꺄아아아악!/>

로자리아가 요즘 말에 선을 안지키는 것 같으니 혼 좀 나야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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