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쓸모
* * *
이른 아침.
우리는 차를 마시면서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어제는 파니아건 때문에 피했지만...'
오늘도 덮쳐지는 걸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
모든 걸 내려놓고 여유롭게 차만을 즐기고 있었다.
'신경 쓰고 두려워하면 더욱 괴롭혀질 거 같으니까, 그냥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드리자...'
"주인님, 로젤리아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라고?"
잠시동안 쉬고 있던 우리에게 그들의 소식을 들고 찾아왔다.
"용사파티를 노리고 있는 자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앨리스는 자신의 쪽으로 불러들이고, 저도 세계수님의 소식을 바로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슬슬 눈치채기 시작했나...? 하긴 죽여놓고 증거를 남겨 놓았으니, 몰랐으면 그게 더 실망이지...'
그들은단순하게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원한이 담긴 것처럼 사체가 손상 되어 있었다.
눈앞의 파니아도 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생각해 보니까 조금 아깝네... 기껏 브로치도 셋트로 맞춰놨는데...'
입술을 만지면서 생각에 잠겼다.
앨리스와 라인하르트가 붙어 있으면 근접전과 장거리전, 두 개의 전투가 가능해진다.
거기에 앨리스가 라인하르트에게 각종 버프를 걸면 강력한 근접딜러가 탄생한다.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지만, 로젤리아도 보통실력자는 아니야.'
그들을 지키는 호위와 접근조차 힘든 지위,거기에 늘 셋이 붙어 다닐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뚫고서 그들을 친다.
'역시 그들을 죽이는 건, 전쟁으로 해야 하나? 그러면 분이 안 풀리는데...'
"흐음..."
"히익!"
파니아가 내 기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딱히 지금, 뭘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알아서 겁먹네? 가지고 놀고 싶게.'
"파니아?"
"힉! 네... 주인님."
"역시 그냥 죽을래? 지금 생각하니까 조금 아까워서."
"죄...죄송.. 흑! 살려주세요.. 주인님..."
반응이 참 재미있다.
내 말 한마디에 벌벌 떨면서 목숨을 구걸하는 걸 보면 더욱 괴롭히고 싶어진다.
'지금은 파니아한테 쓸 시간이 아까우니까.'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에 장난감만 가지고 놀 수는 없다.
"언니? 그런데 저 하이엘프는 어떤 문구를 남기려 하셨나요?"
문구.
그 브로치들에 남긴 문구는 그때그때 새기는 것이었다.
다음 타겟을 정하면 그에 맞춰서 새기는 것.
"'살기 위해서 모든 것을 팔아버리는 인형은, 그로 인해서 목숨을 잃는다.'로 남기려고 했어."
나는 브로치를 꺼내고, 손가락으로 굴리면서 답해주었다.
저 인형은 이번에도 살기 위해서 자신조차 팔았다.
'알고 보면 자존심은 하나도 없는 치졸한 존재였네...'
미네르바는 차가 입맛에 안 맞는지 달콤한 주스로 변경했고, 시연은 어제 일로 아직 기분이 좋지 않은 건지 계속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어제 못한 만큼 오늘은 더 심하게 괴롭혀야지..."
"후우..."
괴롭혀지기 딱 좋은 날씨다.
<가만히 보면="" 소피아는="" 당한="" 것을="" 풀라고="" 파니아를="" 데리고="" 온="" 것="" 같다.=""/>
☆☆☆
우리는 간단한 티타임을 마치고, 방안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솔직히 세계수를 전소시킬려면 준비가 필요하고, 신혁이도... 뭐 암덩어리지만 내 암이 아니니까... 찾아는 와야지."
계획이 미뤄지는 가장 큰원인은 아침에 수색대를 파견해서 찾으러 갔고, 의외로 일찍 손에 넣은 파니아 탓인지 시간이 붕 떠버렸다.
신혁은 시연처럼 데리고 오는 것보다는 그냥 로젤리아에게 두었을 때가 더욱 이로운 일이다.
물론 그도 몰래 주종계약도 풀어 주었다.
'그 정도면 할 일은 다 했지...'
"오빠? 그런데 그 주종계약이라는 거, 해제할 수 있는 거면 저 귀쟁이도 위험한 거 아니야?"
"그거? 너희 때처럼 일방적인 것이 아니어서 풀기는 어려워."
시연과 신혁에게 걸려 있던 주종계약은 일방적으로 걸려 있었다.
그것도 쉽게 풀기는 힘들지만, 쌍방으로 계약한 정식 계약과는 다르게 부실한 부분이 많았다.
'아마도 앨리스가 소환마법진에 살짝 끼워 넣은 거겠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실험해보지 않은 것을 완벽하게 다룰 수는 없다.
내 환생마법도 조금 문제가 있었고, 앨리스가 수정한 소환마법도 문제점이 생겼다.
부실한 주종계약, 두 명을 노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두 명이 소환되었고, 그중하나가 신혁이다.
'그게 가장 큰 문제점이지, 하나가 그거야...'
솔직하게 며칠동안 같이 지내면서 죽이려는 시연을 말리지 말까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그래도 어릴 때 놀아주었던 아는 동생이라고, 주종계약만은 풀어 주었던 것이다.
'나머지는 알아서 해야지...'
뒷바라지가 필요한 아이가 아니니까, 해 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정식계약을 해제하려면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계약을 해제해야 하지만, 내가 풀어 주지는 않을 거니까."
살려준 것만 해도 나로서는 큰 자비를 내린 것이다.
"원래는 이 브로치 저거 뚜껑따고 거기에 넣으려고 했어, 산 채로."
"뚜껑? 그게 뭔데 소피아?"
뚜껑이 궁금해진 미네르바가 질문했고, '뚜껑'의 의미를 어렴풋이 눈치챈 파니아는 다시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떨고 있었다.
"미네르바? 인형은 생각할 필요 없잖아? 그래서 머리를 열고 뇌 속에 집어넣으려 했어."
"히익!"
내가 해맑은 미소로 설명을 해주었고, 미네르바도 이해했다는 표정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소피아님은 그들에="" 관해서는="" 정말="" 용서가="" 없네요.="" 복수대상들을="" 제외하면="" 한없이="" 자비로우신="" 거="" 같은데요...=""/>
<원래부터 자비롭고="" 적한테도="" 상냥하던="" 것이="" 소피아의="" 성격이었다.="" 그런="" 소피아를="" 저렇게="" 만든="" 저들의="" 잘못이지.=""/>
카르마는 파니아를 보면서 경멸 어린 시선을 주었다.
<동료라는 자가,="" 친구라는="" 자가="" 소피아의="" 등에="" 칼을="" 꽂고="" '괴물'이라고="" 부르면서="" 매도="" 했다.="" 정말로="" 살려준="" 것만해도="" 평생을="" 감사해도="" 모자랄="" 판국이다.=""/>
파니아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얼굴에 나온 그대로의 공포인지,
아니면 후회인지,
삶에 대한 안도인지.
알 수도 없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다.
단순한 변덕으로 살려준 것 뿐이니 알차게 써먹을 뿐이다.
"파니아, 로젤리아한테는 세계수의 축복이 잘 진행된다고 전해. 아! 그리고 신혁이의 일은 그대로 전해, 듣기만해도 거품물고 쓰러질 거 같으니까."
"네."
그녀는 즉시 통신석을 꺼내서 내용을 전달했다.
로젤리아와 통신이 이어지면서, 그녀의 고통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후우... 아앗!="" 그="" 쓰레기는!!!="" 이런...=""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네요.="" 파니아?="" 성녀는="" 잘="" 회유하세요.="" 그녀는="" 이="" 세계의="" 인간이니="" 타이르면="" 알아="" 들을="" 것입니다.=""/>
"그러지."
<세계수는 아직="" 소식이="" 없나요?="" 우리를="" 노리는="" 자라면="" 세계수가="" 얼굴을="" 볼="" 수="" 있을="" 텐데요?=""/>
"세계수님도 아직은 소식이 없다. 그 모습을 보려고하면 어둡게만 보인다고 하니까... 단지 그림자로 보건대 남성으로 보인다고 하셨다."
<남성... 조금="" 부실하지만,="" 알면="" 좋은="" 정보네요.="" 성별도="" 모르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파니아?="" 할="" 수="" 있다면="" 그="" 쓰레기는="" 버려="" 버리세요.="" 하나만...=""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네요...=""/>
"노력하지..."
자신의 삶을 위해서 남을 팔아먹던 자 답게, 아주 훌륭한 정보조작이었다.
세계수의 말을 전할 수 있는 건 그녀뿐이고, 파니아 본인도 전서구 역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함부로 거짓을 고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큰 의심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잘하네? 한두 번 해 본 게 아닌가봐?"
내가 미소 지으면서 이야기하자, 파니아는 조금은 움츠러든 상태로 대답해 주었다.
"그... 이건 저를 지킬 수 있는 최대의 무기이자, 방패니까요. 전부 전하거나, 있는 그대로 전하는 건 제 목숨을 쉽게 내 놓는 일이니 자주 이런 식으로 했어요."
정말로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이엘프가 예언을 거짓으로 전달해도 사람들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의심이 되어도 믿어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따를지 말지는 둘째치고, 불안감을 떨치긴 힘들 거야...'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거야?"
"응? 어떻게 알았어? 내가 심각한 생각하는 걸?"
시연은 언제봐도 날카롭다,가끔 무서울 정도로 내 생각과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으니까.
'거짓말을 하면 간단하게 눈치채고, 일부러 속아 넘어가 주기도 하지...'
"응... 비밀이야! 히히. 우리 오빠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 줬다가 고치면 어떻게? 물론 한 가지를 알았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지만."
언뜻 보면 아름답게 보이는 미소였지만, 내 입장에서는 섬뜩한 미소였다.
내 모든 습관을 전부 파악하고 있다는 듯이 들렸으니까.
'하하... 아닐 거야... 아니겠지?'
"크흠! 세계수를 어떻게 이용할까 고민하고 있었어, 생각보다 쓰임새가 많을 거 같아서 말이야."
세계수와 파니아.
둘 중에 하나만 있다면 굉장하게 쓸모없는 존재지만 둘 모두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계수의 말을 거짓으로 전달하는 파니아.
존재하는 것만으로 예언을 전달하고 있다고 보이는 세계수.
'쓸 만하기는 한데... 뭔가 내키지 않아,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니까...'
"역시 그냥 태울까?"
"저..저기, 주인님?"
"?"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 파니아가 살며시 손을 들고 나를 불렀다.
"지금 세계수님이 자기도 살려달라고 빌고 있는데요..."
"하하!"
두 답 없는 존재에 어이를 상실하고, 두 눈을 가리면서 헛웃음만을 흘려보네고 있다.
"파니아야? 내가 전에도 말했지?"
"읏!"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미소를 지어 준다.
나름 좋게 보이려고 한 행동이지만 파니아는 달랐는지,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내가 너희처럼 사는 것에 모든걸 팔아넘기는 자들을 어떻게 믿고 살려준다는 거니? 응? 잠깐 고민은 했는데 그러기 싫어지네?"
무언가를 전하려는지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지만, 말로서 전달은 하지 못하였다.
"너도 어떤 거짓을 전달할 줄 알고 내가 믿어? 물론 '명령'을 하면 거스르지는 못하지만 넌 세계수의 인형이잖아? 살고 싶어서 둘이 짠거면 너도 바로 아웃이야. 하하하..."
"저는... 이제 주인님의 노예입니다.. 주인님의 명령만 따를게요..."
파니아는 머리를 조아리고, 발을 핥았다.
절대적인 복종의 표시.
살기 위한 발악이든, 속죄이든 지금은 궁금증부터 해결하겠다.
"파니아 '명령'한다. 지금부터 세계수의 말을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전해라."
"예, 주인님."
내 '명령'에 파니아의 눈의 초점이 사라졌다.
모든 행동을 장악해버리고, 자유의 의지는 빼았는 주종계약의 절대적인 힘.
'예전에는 정말 싫어 했는데, 파니아 같은 자를 쓰려면 이만한 것은 없지.'
<성재여./>
"좋아, 그냥 불태우자."
<아니! 잘못했네!="" 용서해주게!="" 다신="" 안="" 그러겠네!="" 그러니까="" [헬파이어]="" 좀="" 꺼주게!=""/>
시전하던 마법을 멈추고, 다시 세계수의 말을 들었다.
<파니아만 살려주지="" 말고,="" 나도="" 좀="" 살려주게.=""/>
"그러니까 내가 왜? 그리고 저거는 살려만 주는 건데?"
그린우드에 오고부터들은 지겨운 목숨구걸에, 짜증이 몰려오면서 잔뜩 찡그린 얼굴로 파니아, 세계수를 바라봤다.
"너나 파니아처럼 살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는자들은 손쉽게 뒤통수를 후려치잖아? 파니아는 뭐... 주종계약으로 완전히 묶어 둘 수는 있지만, 반신인 너는 아니지."
세계수와 파니아의 차이점은 그거였다.
파니아는 주종계약을 통해서 행동을 제약할 수 있다.
아무리 그녀가 제 목숨이 위험해서 다시 나를 배신하려고 해도, 이제는 배신도 불가능한 자유가 없는 존재가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그 자리에서 자결하게 만들 수도 있지.'
제 목숨을 위해서 인형노릇을 하던, 세계수까지 판 존재에게, 스스로 제 목숨을 거두라는 명령을 내려도 가볍게 이루어진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만 아니면 어떤 명령도 가능하고, 불가능한 명령도 어떻게든 수행하려고 발버둥 치는 저주같은 계약.
"살고 싶다고 스스로 그 저주를 받아들였으니까, 그러니까 살려만 준 거야."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이곳 전부가 세계수의 내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수는 어떤것도 할 수 없다.
불태우면 그저 고통스럽게 타들어 갈 뿐.
<그대도 알다시피=""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네,="" 내="" 예언을="" 전달하는="" 것도="" 파니아가="" 없으면="" 없어.="" 소피아여,="" 그대가="" 나를="" 세상에서="" 지우려는="" 것도,="" 반신이="" 세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아닌가?=""/>
예언인가, 아니면 오래도록 살아온 세계수의 지혜인가,
둘 중에 뭐가 되었든, 내 세계수는 목적을 정확하게 판단했다.
세계수가 마음만 먹으면, 예언을 가장해서 세계를 자신의 원하는 데로 굴릴 수 있을 것이다.
'인족이 믿고, 안믿고는 별개지...'
이번 세대의 하이엘프가, 세계수를 닮아서 제 목숨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위주로 전달 한 것만 빼면 쓸 만한 인형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파니아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단순한="" 큰="" 나무일세,="" 그러니="" 제발,="" 제발="" 나도="" 살려주게.=""/>
'파니아가 목숨구걸을 하는 건 세계수한테 배웠나 보네...'
그러면,
"너도 몇 가지를 숨겼겠네? 몇 가지 수를 말이야. 흐흐흐."
틀림없을 것이다.
무언가를 찾았다는 듯이 웃어 주었고, 세계수는 파니아와 마찬가지로 분명하게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정보를 푼다는 건, 가치를 상실할 뿐이니까.
파니아의 원조격인 존재가 그런 것을 안 할 리가 없었다.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이거="" 하나뿐이야,="" 파니아를="" 먼저="" 노예로="" 보내는="" 것.="" 내가="" 뭐="" 좋으라고="" 이것만="" 살려주겠나?="" 원한다면="" 존재의="" 맹세라도="" 하겠네.=""/>
"존재의 맹세?"
처음듣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세계수를 대신해서 카르마가 설명을 해주었다.
<소피아. 그건="" 본녀가="" 설명하마,="" 어차피="" 세계수가="" 말해도="" 듣지="" 않을="" 것이니.=""/>
"응."
<쉽게 말하면,="" 주종계약의="" 상위.="" 더="" 정확하게는="" 반신이나,="" 정령들이="" 하는="" 존재의="" 맹세를="" 보고="" 배낀것이="" 주종계약이다.=""/>
"헤에..."
카르마의 말에 조금 흥미를 느끼면서, 그녀의 설명을 들었다.
<자신의 존재를="" 걸고="" 하는="" 맹세이면서,="" 이를="" 어기면="" 존재="" 자체가="" 소멸해="" 버리지.="" 주종계약만큼="" 강제성은="" 없지만="" 존재가="" 사라져가면서까지="" 어기고="" 싶은="" 자는="" 없어.=""/>
때문에 존재의 맹세는 내용을 자세하게 하고, 애매한 부분을 따져가면서 조율한다고 했다.
"그래? 그럼 너도 절대복종하는 노예가 될래?"
<무슨! 내가="" 지금은="" 비록,=""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지만="" 반신이야!="" 필멸자="" 주제에="" 어디서="" 건방지게!=""/>
"그럼 그냥 재가 되던지."
나는 시큰둥하게 반응하면서 다시 한번 불계통마법들을 시전했다.
<잠...! 잠시만!="" 잘못했네!=""/>
효과는 대단했다.
<그... 내="" 딸을="" 주겠네!="" 내가="" 스피어가="" 어디="" 있는="" 줄="" 알고="" 있어!="" 떨어졌다고는="" 하나="" 몸이="" 담긴="" 분신이야!="" 보아하니="" 여성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밤일도...!=""/>
"?"
어째선지 세계수가 말을 멈추고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 왜 자꾸 우리 오빠를 나누게 하려는 걸까? 누가 감히... 죽고 싶다면 말을 하지 꼭 돌려서 말하고, 내 오빠에게 함부로 꼬리치는 것들은 죽어야해... 식물에게 잘 듣는 독을 주사했는데 효과 좋네.. 얼마 만에 죽을까? 후후후."
아무래도 세계수가 건들면 안 되는 것을 건든 것 같다.
세계수는 비명을 지르면서, 그건 피하겠다고 수많은 사죄를 거친 후에야 독이 주사되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아... 알겠네!="" 절대복종도="" 하겠네!="" 아니,=""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저="" 무서운="" 여인을="" 말려주세요!=""/>
생각보다 내 동생님은 우수한 존재인 것 같다.
나조차 오한에 떨면서 분노한 시연을 피했으니까.
"오빠? 도망치게? 왜? 내가 무서워? 그러면 안 되는데..."
"히익! 아니요! 잘못했어요!"
☆☆☆
내가 세계수에게 내린 명령은 간단했다.
'더이상 예언은 가장하여서 세계에 관여하려 들지 마라.'였다.
이제 세계수는 단순한 나무.
많은 산림을 차지한 숲일 뿐이다.
한 번 무너질 세상이라도 모든 생태계를 파괴할 수는 없다.
'거기에 이용하기는 편하고, 선민사상에 찌든 엘프들은... 세계수가 말했다고 하면 알아서 목숨을 버릴 거니까.'
제 목숨이 제일 소중한 파니아가 특이한 것이었다.
'일단 니드호그도 만나 보고, 조금 위험하면 엘프들을 때거지로 투입시키면 되는 거니까.'
그래도 니드호그는 엘프를 날파리 잡듯이 간단하게 눌러 죽일 것 같다.
거기에, 로젤리아는 세계수의 배신을 눈치채면 즉시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어떻게든 인족을 선동하겠지, 세계수 입장에서는 어느쪽을 선택하는 불타는 건 똑같으니, 조금이라도 살 가능성이 있는 나를 택한 것이고...'
이제 신혁을 찾고, 니드호그를 만나면 그린우드의 일은 대충 마무리 된다.
'잠깐 집으로 돌아가고... 그리고 거인족들과 용족들도 만나야지. 할 일 많네...'
그 이후는 전쟁의 서막이 열릴 것이다.
'제일 앞쪽은 엘프들을 쓰고, 뒤는 다른 종족에게 최대한 피해가 없게 하고...'
"주인님..."
내가 전쟁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파니아가 무릎을 꿇고 말을 걸었다.
"뭔데?"
"정말... 흑...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그때는.. 그땐 너무 무서워서...! 흐.. 해서는 안 될 일이었는 데.. 아악!"
파니아가 용서를 구하는 것에 조금 화가 나서 그녀의 머리를 밟아버렸고,
조금씩 힘을 주면서 머리를 누르고 대답을 해주었다.
"파니아? 너 뭔가 착각하는 것 같다? 넌 이미 선을 넘었어, 내가 적당하게 손대고 있다고 해서 용서받는다고 생각해?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그날에 선택했어야지. 내가 너희를 살린 건 쓸모가 있어서야."
머리를 강하게 눌린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와 용서를 구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경멸 어린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후회하고, 용서를 구해도 너무 늦었다.
그녀가 저지른 배신의 대가는 아직 갚지도 않았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속죄받지 못한다.
"네가 진실된 용서를 구하든, 거짓으로 구하는 상관없어. 네가 용서 받을 일은 없으니까, 하지도 말아. 더러운 감정팔이 하지도 말고."
설사 그녀가 진심으로 잘못을 깨닫고, 늬우치고, 용서를 구한다고 해도 이미,
"이미 넌 늦었어. 네가 어떤 욕을 하건, 어떤 식으로 대하건, '친구'로서 용서해주고, 상냥하게 대해주던 '성재'를 너희 손으로 죽였으니까."
그러니 역겹게 이러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쓸모가 없어지고, 이런 역겨운 행동을 계속하면 너희가 예언한 대로 이루어 질거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