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그린우드
* * *
나무가 미로처럼 자라나 있다.
숲 전체를 빽빽하게 채운 나무로 인해, 일부는 빛조차 들지 않고 한없이 어두운 지역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숲의 바다를, 한 나무가 만들어낸 거대한 바다를 가로지른다.
"헉...! 허억...! 하아...!"
신혁은 곧 내장까지 쏟아 낼 거 같다는 표정으로 거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저거는 왜 숨소리도 더러워?"
"우연이군, 내가 여자용사. 너와 마음이 맞다니... 저건 왜 숨을 쉬는 거지? 더러운 숨이 세계수님의 숲을 더럽히는 걸 참기가 힘들군."
일시적으로 휴전중이라고는 해도, 냉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둘은 신혁을 깎아 내릴 때만은 죽이 잘 맞는 것 같다.
"아니...! 왜... 다들 왜 멀쩡한 건데...?!"
신혁은 곧 죽을 거 같은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우리는 그런 신혁을 조금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숲에 살고 있는 엘프는 당연하고 전사인 미네르바, 마법도 사용하지만 주로 육체파인 나는 당연하게 숲을 산책하고,
마법사인 리리스도 편안하게 숲을 거닐고 있으니 신혁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만도 했다.
'시연이하고 같이 훈련한 거 아닌가? 시연이도 멀쩡한데?'
시연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숨소리 하나 흐트러짐 없이 신혁을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보면서 욕을 했다.
"용사님? 많이 지치신 건가요? 잠시 쉴까요?"
"성녀, 소피아.곧 중심에 도착하니까그럴 필요 없어, 저것도 꼴에 용사라면 버티겠지."
'둘이 잘 보면 정말 비슷하네... 생이별한 자매라고 해도 믿겠...'
"히얏!"
"오빠?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네?"
항상 내 생각을 날카롭게 알아채는 시연은, 파니아따위랑 자매로 생각한 것이 불쾌한 건지 어두운 미소를 지으면서 압박을 했다.
"잠...! 시연아! 잘못... 하응!"
애원의 날 이후로 시연은 내 엉덩이가 마음에 든 것인지, 심심하거나 기분이 나쁠때는 자연스럽게 쓰다듬는 습관을 들였다.
"그만...!"
"...용사, 성녀, 백합... 아니면 덮밥? 후우..."
그 모습을 본 신혁은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렸고,
"오늘은 이거닷! 끼얏호오오!!!!"
괴성을 지르면서 달려갔다.
'하윽! 아직 달릴 기운은 남았었네...'
우리는 미친소처럼 숲 안쪽으로 달려가는 신혁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어이를 상실했다.
'어? 그런데 이 숲. 익숙한 사람아니면 길을 잃어버릴 건데...'
"저... 저! 미친놈이?!"
파니아를 시작으로 두 명의 엘프들이 당황하면서 신혁을 쫒았고, 우리는 그의 기행에 다시 한번 뒷목을 잡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언니? 저 용사는... 하아..."
"소피아? 그냥 저거 여기에 버려 두면 안돼? 저거는 버려도 잘 살 거 같은데?"
"...파니아, 너는 쫒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나는 너희를 안내해야 하니까... 후우... 로젤리아도 고생이겠군, 시연. 너만이라도 멀쩡해서 다행이야."
'기행종인건 상관없는데, 나한테 피해만 안 줬으면 좋겠다...'
"파니아씨? 우리는... 우리는 그냥 중심으로 가죠..."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파니아에게 그냥 버릴 것을 조용하게 권했다.
☆☆☆
두 명의 엘프와 함께 사라진 신혁을 버리고, 우리는 한동안 숲을 돌파했다.
시간을 잡아먹던 존재가 사라지니 우리는 빠르게 중심으로 향할 수 있었고, 중심의 결계를 지나서 거대한 나무 벽과 바닥에 단단히 박혀 있는 뿌리를 볼 수가 있었다.
"우... 우와...!"
이 '벽', 세계수를 처음 본 시연은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나무라고 하지 않으면, 거대한 절벽이라고 착각할 만큼의 거대한 나무와 그 뿌리,
나무 그늘에 가려져서 다른 것은 자라지 못했고, 중심에는 오직 세계수만이 홀로 고고하게 자라 있었다.
지구에서 조차 볼 수 없는 모습에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거대한 뿌리 내부를 파고 그 안속에서 생활하는 엘프들을 보면, 정말로 영화에서나 보던 엘프들이 떠오른다.
'일부 정령도 볼 수 있고, 저 뿌리를 보면 우리가 건너온 숲은 말 그대로 '잔가지와 잔뿌리'로만 보이지.'
곧 불타오를 곳이지만, 지금은 이 환상적인 장면을 즐기도록 하자.
'사라질 것을 아니까,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겠지...'
우리를 보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파니아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녀는 내 생각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옅게 미소 지으면서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소피아. 나중에 따로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내게 혼자서 와줘. 시연에게는 말하지 말고."
그러고는 다른 엘프를 불러서 우리에게 그린우드의 안내를 시키고 사라졌다.
"용사님과 동료분들은 이쪽으로, 사라진 다른 용사님은 곧 수색대를 모집해서 찾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 엘프는 우리가 머무를 숙소부터 안내를 했다.
☆☆☆
<답답했느니라! 잊혀진="" 줄="" 알고="" 말도="" 못하고="" 혼자서="" 답답했느니라!!!=""/>
<후훗! 안타깝네요.="" 카르마!="" 저는="" 소피아님을="" 성녀로="" 속인="" 덕에="" 안="" 답답했죠!=""/>
<이익!/>
방에 들어오자, 카르마는 곧바로 실체화를 하면서 답답함을 호소했고, 그런 카르마를 로자리아가 비웃었다.
엘프는 우리가 머무를 숙소부터 안내를 했다.
한 방에 머물기를 강력하게 희망한 우리는, 피로를 이유로 들고 그린우드의 전체적인 안내는 다음날로 미루었고,
혼자서 실종된 신혁이 온 다음에 같이 안내를 받아도 된다는 말도 추가 하였더니, 엘프는 우리의 뜻을 이해하였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사라졌다.
다른 사람은 방에 도청마법이나 감시마법을 검사하는지, 방 구석구석을 살펴 보았다.
'색적으로 확인했을 건데, 부지런하네...'
<그런데 소피아.="" 본녀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숨어="" 있어야="" 하는="" 것이냐?="" 정말로="" 답답하느니라...=""/>
"그린우드의 일이 끝나면 저주받은 대지로 돌아갈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참자?"
<정말? 부탁이야.="" 본녀="" 힘들어...=""/>
실체화하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카르마에게 있어서, 실체화를 못한다는 건 상당한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런 그녀를 위로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방 검사를 마치고 돌아온 세 아내들에게 어떤지도 물어보았다.
"어때? 괜찮아?"
"네, 언니. 방도 넒고, 머무르는 사람들이 주로 높은 사람들인 방이라 그런지 방음도 잘되어 있어요."
역시 엘프도 용사와 성녀들을 대놓고 감시할 수는 없는지, 프라이버시가 유지되는 곳을 안내했다.
물론 남성에, 기행의 감시가 필요한 신혁만은 조금 프라이버시가 없는 방에 안내될 것이다.
"침대는 네 개지만 하나하나가 넓고, 한 번에 붙이면 뒹구는 데도 문제없을 거 같아."
우리가 한 개의 방을 요구하자 엘프는 즉시 침대를 세 개 더 가져다 놓았다.
'네 개의 방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편하니까, 엘프들도 좋아하면서 옮겼지.'
"잘됐네, 미네르바는 잘 때 조금 많이 움직이니까. 넓은 게 좋을 거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항상 그렇듯 내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오빠. 욕실도 넓어, 높은 사람은 왜 쓸데없이 넒은 욕실을 쓰는 지 모르겠었는데, 이제는 알 거 같아."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가온 시연은 진리를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확실히 좁은 것보다 넓은 게 좋긴 하지...'
"그래? 다행이네, 확실하게 체크한 거니 이렇게 마음놓고 떠들 수 있는 거니까."
<응? 소피아.="" 그대는="" 그녀들의="" 말을="" 이해="" 못한="" 것이냐?=""/>
"? 뭐가?"
<어머! 소피아님.="" 일부러="" 못="" 알아="" 들은="" 척하는="" 건가요?="" 아니면="" 정말로?=""/>
"뭔 소리야? 목걸아?"
카르마와 로자리아의 말에 조금 의문을 느꼈지만, 곧 그녀들이 이야기한 말의 속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방음이 잘되어 있어요.'
마음껏 소리 질러라, 어차피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
'한 번에 붙이면 뒹구는 데도 문제없을 거 같아.'
마음껏 뒹굴러라, 침대도 넓으니까 네가 이곳저곳에서 범해지기에 충분할 것이다.
'높은 사람은 왜 쓸데없이 넓은 욕실을 쓰는 지 모르겠었는데, 이제는 알 거 같아.'
욕실에서도 할 것이니 넓은 것이다.
그녀들은 도청과 감시를 걱정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이곳이 나를 괴롭히기에 충분한가를 걱정한 것이다.
'아... 셋은 정말 힘든데...'
"아~. 파니아가 찾았으니 가지 않으면~"
어색한 말을 하면서 이 자리를 회피하려고 했지만, 그녀들은 소용없다는 듯이 나를 구속했다.
"오빠? 약속은? 나랑 약속하고 딴년 만나러 가는 거야? 응? 오빠? 말해 봐. 응? 왜 가만히 있어?"
"히익!"
"소피아? 나중으로 미루다가 더 힘들어 지는 거 잊은 거야? 아니면 이번에는 기억이 날아갈 때까지 해주길 바라는 거야?"
"아니요!"
"언니? 후후후."
"그냥 말해줘! 리리스!"
내 몸을 가볍게 구속한 그녀들은 욕실로 끌고 가려 했다.
"하... 한 명씩! 한 명씩!"
"오빠? 오빠가 입으로 넷이 같이 하자고 했잖아? 거짓말이었어? 한 번 거짓말 치면 다음에도 또 그러는 데... 거짓말이었어?"
"어흑...어..."
<입이 문제다,="" 입이.="" 소피아는="" 항상="" 입으로="" 자신을="" 쾌락의="" 지옥으로="" 끌고="" 간다.=""/>
<그러게요, 카르마.="" 가만히="" 보면,="" 소피아님이="" 노리고="" 저러는="" 것="" 같아요.=""/>
둘이서 소곤거리고 있지만, 목소리가 커서 전부 들린다.
노린 건 아니다, 노린 건...
"자... 잠깐! 모두들 잠깐만!"
내 말에 욕실로 연행을 하던 그녀들은, 잠시 연행을 멈추고 내 변명. 아니, 목적을 들어 주었다.
"후우... 일단 파니아가 우리를 부른 목적을 알아야지."
"언니? 세계수가 축복을 내리기 위해서 부른 것 아닌가요?"
나를 구속하던 팔을 풀고 리리스가 질문을 했다.
"세계수는 축복 못내려, 반신이라고 해도 여신보다 강한게 아니거든."
결국에는 세계수도 여신이 정한 한계점을 넘기는 힘들다.
축복 자체는 가능하지만 단순하게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전부 일 것이다.
'내가 이미 한 번 겪어 봤으니까.'
더욱이 용사에게는 관여하기 힘들 것이다.
이계의 존재에게 쉽게 관여할 수 있었으면, 세계수가 자신을 잡아먹고 있는 니드호그를 가만히 두질 않았을 것이니까.
'그것이 세계수의 한계지, 아무리 잘난 반신이어도 직접 무언갈 할 수는 없으니까.'
하이엘프를 통해서 자신의 예언을 세상에 전달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거기에 세계수는 에고스태프인 스피어를 만들 때 많은 힘을 소모했다.
'조금이라도 세상에 관여하고 싶은 마음에 쪼갠 자신의 힘이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은 거지... 아니, 나무니까 뿌리를 잡은 건가?'
스피어에 어떤 영혼이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을 따르는 하이엘프의 영혼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스피어에게 많은 힘을 쪼개 넣은 덕에 세계수에게 남은 것은 예언 조금과 작은 축복.
그것이 끝이다.
"힘은 회복하겠지만, 과거의 세계수에 비하면 턱없을 거야, 그러니까 세계수가 축복을 내리는 것은 거짓. 안 그래도 없는 힘을 쉽게 쪼개진 않겠지..."
"소피아! 그러면...!"
내 말에 놀란 미네르바가 목소리를 높이고, 나는 그런 미네르바를 보면서 손가락 세 개를 피고, 하나씩 접으면서 대답했다.
"우리를 이곳에 부른 것은 아마도 세 가지, 자신을 귀찮게 하는 존재인 니드호그의 사냥, 어떤 예언를 보고서 그 방패가 되어 줄 존재, 그것도 아니면 파니아의 독단적인 선택, 이 셋 중에 하나야."
철저하게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는 두 존재이다.
누군가를 속이고 자신의 방패로 쓰는 것이 습관이 된 존재들.
그런 존재들이 용사와 성녀를 부른 것이다.
진정으로 축복을 내릴 것이었으면 용사만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성녀도 같이 불렀다.
'둘 중에 누가 부른지는 모르겠지만...'
철저하게 부술 것이다.
그들과 같이.
☆☆☆
용사와 성녀를 그린우드로 불러들이는 것에 성공했다.
<무슨 짓이냐!="" 파니아여,="" 네="" 행동이="" 세계의="" 멸망을="" 촉진시켰다는="" 것을="" 모르는="" 게냐?!=""/>
"무슨 소리신가요. 세계수님?"
세계수가 시끄럽게 굴지만 상관없다.
세계수는 더 이상은 미래를 볼 수 없다.
그녀가 볼 수 있는 미래는 세계수가 불타오르는 것뿐.
그 뒤의 미래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러면 세계수님의 쓸모는 다 했어, 나를 살릴 수 없는 세계수님은 그저 거대한 장작일 뿐이야...'
<파니아여! 네가="" 그런다고="" 살아남을="" 것="" 같으냐?!="" 네년도="" 결국에는="" 그="" 괴물에게="" 살해당할="" 뿐이다!=""/>
"시끄럽게... 거기 장작,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네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내가 죽지 않으면 새롭게 나타나지 못하잖아? 아하하하하!"
하이엘프는 한 세대에 한 명뿐.
그렇기에 세계수의 말이 다른 이에게 전달 될 일은 없다.
하이엘프가 마음먹고 세계수의 말을 거짓으로 전달해도, 다른 이들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는 없다.
<하! 파니아="" 네년!="" 네년도="" 곱게="" 죽을="" 거="" 같으냐?!="" 안타깝지만="" 나는="" 그="" 괴물의="" 얼굴을="" 봤다.="" 네년이="" 살=""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는="" 있었지만,="" 그걸="" 이제="" 알려줄="" 것="" 고통="" 속에="" 몸부림치면서="" 죽거라,="" 파니아!=""/>
"무슨...!"
세계수가 자신에게 모든 것을 알려 줬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쓸모가 다한 세계수를 버리고 내가 살길을 찾았던 것인데...
"죄송합니다! 세계수님...! 제가 건방졌어요!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좀 살려주세요! 어흑! 제발..."
파니아는 즉시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지만 세계수는 듣지도 않고 있었다.
<네가 내="" 말을="" 들었다면="" 오랜="" 정을="" 생각해서라도="" 알려주려고="" 했지만...="" 애초에="" 네가="" 자초한="" 일이다.="" 내가="" 네="" 성격을="" 아는데="" 모든="" 것을="" 알려주었겠느냐?="" 아하하하!=""/>
자신이 버렸다고 생각한 세계수였건만, 버려진 건 처음부터 자신이었다.
"세계수님...!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제발요! 죽기 싫어요! 갓난아기 때부터 세계수님의 인형으로 살아왔어요! 한 번만... 흑... 한 번만 살려주세요..."
<어차피 넌,="" 네="" 안위를="" 위해="" 인형으로="" 살아온="" 것이="" 아니냐?="" 뭘="" 이제="" 와서...="" 하!="" 재밌구나.=""/>
"전부 세계수님께 배운 것입니다! 세계수님 한테..."
내 모든 행동은 세계수에게 배운 것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다른 것을 이용하는 것.
정령을 이용해서 자신만 안전하게 사는 것.
자신을 살려줄 존재에게 아첨을 떨면서 목숨을 구걸하는 것.
그 모든 것을 세계수에게 배웠다.
그렇기에 성녀에게만은 한없이 친절하게 굴었다.
얼마나 비굴해지더라도 자신만 살면 된다.
성재에게 엘프족이 몰살당하더라도 자신만 살면 된다.
그런 것들 전부, 세계수가 한 행동들이었다.
"전부... 전부 당신이 가르친 거 잖아요..! 세계수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
좀 전까지만 해도 장작이라 부르며, 무시하던 존재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목숨을 구걸한다.
"당신의 아이입니다. 당신의 아이를 살려주세요.. 제발요..."
<...성녀에게 가보거라,="" 소피아라고="" 했던가?="" 그녀가="" 다시="" 살아난="" 괴물이다.="" 가서="" 철저하고=""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해="" 보거라,="" 노예가="" 되겠다고,="" 개처럼="" 살겠다고="" 한다면="" 살="" 수는="" 있을="" 것이다.=""/>
"!!!"
세계수가 자신에게 소리쳤던 것을 이해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을 죽일 자를 쉽게 불러들인 것이다.
정말로 세계수와 자신의 목숨을 앞당긴 것은 자신이었다.
"...흑, 죄송합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세계수님..."
파니아는 세계수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성재. 소피아에게 달려갔다.
<하! 멍청한="" 것.="" 그런다고="" 그의="" 분노가="" 풀릴="" 것="" 같으냐?="" 오히려="" 분노만="" 자극할="" 것이다.="" 노예가="" 된다고="" 해도="" 네년은="" 더욱=""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죽을="" 뿐이다.="" 아하하하하!=""/>
조금은 목숨을 연장할지는 몰라도, 괴물은 절대로 파니아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손에 넘어온 장난감을 철저하게 괴롭히고, 짓밟아가며 고통 속에서 고문의 실험체로서 살다가 죽을 것이다.
<거짓은 말하지="" 안하였다,="" 파니아.="" 살="" 수는="" 있다,="" 수는...="" 그가="" 가지고="" 놀다="" 질리면="" 죽을="" 목숨이지만,="" 어쨌든="" 살기는="" 하는="" 거니까...="" 크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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