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상실
* * *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나와 시연의 입술을 이어 주는 한 줄기의 실이 무엇이 있었는 지를 증명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시연이 내게 한 말을 되네일 뿐이었다.
'저어언부, 그렇게 열심히 티내고 들킨 오빠 잘못이다? 사랑하는 우리 오빠아? 히히히.'
나는 딱히 티내고 다닌 것 같지는 않았다.
동생을 신경 써 준 것은 맞다.
습관적으로 어리광을 들어 준 부분도 있기는 했다.
오히려 많이 바뀐 몸이었지만 바로 알아봐 준 것도 조금 기뻣다.
그런데,
'왜 키스를...'
뺨에 가볍게 하는 수준도 아니었다.
그럴 나이도 한참은 지났고, 내 입속을 비집고 들어와서 유린하던 시연의 혀는 절대로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 무겁고 깊은 감정이 느껴졌다.
거기에 조금 기분ㅈ...
'!!! 아니 동생을 상대로 무슨 생각하는 거야?!'
"시연님?! 무슨 짓이냐구요?! 왜 사전에 알려주지도 않고...?!"
"역시 바람 맞잖아..."
사전에 알려주면 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수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대낮에, 그것도 상가 한복판에서 두 명의 미인이 야한 신음을 흘리면서 진한 키스를 했다.
"오빠? 지금은 나를 봐야지? 아니면 부족했던 걸까?"
두 사람을 무시하고 다가온 시연의 말에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었지만 정작 시연이 부족한 듯했다.
"아닌데? 오빠는 아직 부족해 보이는데? 응? 후후후후."
자뜩 흥분한 시연은 내 말을 들어 줄 생각은 전혀 없고, 그저 무언가에 빠져 버린 눈을 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자... 잠깐만 시연아! 잠깐만! 좀...!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다시 이야기하자! 시연아 제발...!"
"맞아요! 시연님!"
"수...숙소로...!"
시연은 잠깐동안 고민하는 표정을 하더니 내 뺨을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알았어, 오빠. 하지만 난 이제 안 참을 거니까 각오해? 오.빠?"
'히...히이익...'
☆☆☆
숙소의 내방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네 명이, 구경중인 두 무구도 포함하면 여섯 명이 모였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일단은...'
"저... 시연아?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그리고 어떻게..."
"응? 의심은 첫날부터, 확신은 어제 카페에서."
거의 처음부터였다.
"거기에 나는 오빠의 작은 습관까지도 저어언부 알고 있어. 지금처럼 긴장했을 때의 오빠는 입을 우물거리는 것도 티가 나, 오빠. 흐흐흐."
생각보다 조금 무서운 방법으로 안 것 같다.
"시연아?"
"왜? 오빠?"
"일단 따로 앉으면 안 될까?"
"응. 이대로 있어 오빠. 조금 바뀐 오빠의 냄새를 기억해야 하니까. 안 돼."
"..."
시연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냄새를 맡고 있었다.
쾅!
"보자 보자 하니까! 너! 소피아의 동생이라지만 너무 붙어 있잖아! 우리는 소피아의 부인이라서 뭘해도 상관없지만 동생은 아니지!"
뭘 해도 상관없지는 않다.
가끔은 참아 주었으면 하는 것도 있고, 내 의사도 반영해 주었으면 하는 것도 많이 있다.
"음... 그쪽이 미네르바씨? 오빠의 몇 번째 부인?"
"첫 번째!"
"?! 미네르바 언제부터 첫 번째 였어?! 나도 있는데!"
정말로 중요한 안 건은 오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어차피 말해도 들어 줄 거 같지도 않으니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자.
"그래요, 제가 왜 안 된다는 건데요? 당신들이 오빠를 사랑했다고 해도 길어도 10년? 저는 26년 동안 오빠만 생각했어요. 태어날 때부터 오빠를 사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시연아, 아무리 그래도 태어날 때부터는..."
"오빠는 쉿?"
"응..."
"16년을 참고, 10년을 상실했죠. 오직 오빠만 있으면 되는데 정작 중요한 오빠가 없었어요. 흑... 이제는 싫어요... 안 참을 거예요... 솔직히 당신들에게도 주기 싫었어요... 흐... 그래도... 그래도 당신들이 오빠를 구원해 줬으니까... 그러니까... 넘어가는 거예요... 그런데 저한테도 조금 양보해 주면 안 돼요? 그럴 수 있잖아요... 흑! 으허엉! 오빠아아..."
나를 안고 있던 팔이 조금 강하게 조여 오고,등에는 시연은 눈물로 젖어가고 있었다.
리리스는 그런 시연은 안타깝게 바라보고, 미네르바도 당황했는지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10년의 상실.
내가 지구에서 실종되고 10년이 시연에게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시연이 나를 과하게 의지하는 것은 눈치챘었다.
하지만 난 그걸 어리광이라고만 생각했다.
내 동생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사랑... 인가?'
이 아이의 마음을 알아 주었으면 달라졌을까.
동생한테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알았으면 다르게 대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등 뒤에서 아이처럼 서럽게 울고 있는 시연은 더 이상의 상실은 격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연의 진심을 받아 준다면 달라질 것인가.
서럽게 울면서 자신을 받아달라며, 자신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며 소리치는 시연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소중한 동생이 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녀의 울음소리가 내 가슴을 찢어 놓고 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상실이 그녀의 가슴을 찢어 놓았다.
내가 그녀를 받아들이면 우리는 이제, 평범한 남매로 돌아 갈 수 없을 것이다.
내 선택이, 내가 선택한 상실이 우리의 관계를 뒤바꾸어 놓을 것이다.
그 상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내 자그마한 용기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왕도 잡던 용사가 이런 것에서 용기가 안나면 어쩌겠다는 거야...'
이제는 그녀의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가 되었다.
이제는 남매로 있을 수 없다.
이제부터 우리는...
내 무릎에 놓여 있던 주먹을 강하게 쥐면서 각오를 다졌고,
"저기? 리리스? 미네르바?"
고개를 들어서 정면에 있는 그녀들을 보았다.
"새로 부인 한 명만 늘릴게. 하하하..."
이제부터 우리는 '남매'라는 관계를 상실한다.
☆☆☆
"헤헤헤... 오빠아아..."
한참을 울어 두 눈이 부은 시연은, 언제 그렇게 서럽게 울었냐는 듯이 헤실헤실 웃으며,
"스으으읍! 하아... 오빠..."
냄새를 맡고 있었다.
'뭔가 좀 이상한데...'
"처음부터 이럴 거 같았어... 뭔가 시연한테서 나랑 비슷한, 아니 나보다 더 심각한 냄새가 났었단 말이야..."
미네르바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푸념을 하고 있었다.
"저기 시연님?"
"시연, 시연이라고 불러 주세요. 그리고 저희 부인끼리는 말을 편하게 하면 안 될까요? 뭔가 저만 따돌려지는 것 같아서요..."
그 말에 리리스는 조금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내 결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아니, 알았어 시연. 그래서 시연은 어떻할 거야? '그 사람'들."
"우리 오빠 괴롭힌 사람들?"
시연은 뭘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듯이 답했다.
"죽여야지. 그 파랑이... 감히 우리 오빠를 괴롭혔어?! 온몸에 피를 다 뽑아서 죽여 버리겠어..."
이럴 때보면 우리가 남매라는 게 맞는 것 같다.
'시연이도 이름을 잘 기억 안한단 말이지... 기억해주는 건, 나름 마음에 든 사람이나 간신히 기억해주고.'
"그래도 시연아, 그건 오빠가 죽일 거야. 둘 죽였으니까 네 개 남았어, 곧 세 개째로 만들거고."
"그 귀쟁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했다.
입 버릇 나쁜 하이엘프.
파니아 그린우드.
그리고 그것을 조종하는 세계수.
'사람이 사는 세상에 반신이 멋대로 조종하려 드는 건 안 되니까.'
사람은 언제나 선택을 한다.
그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를지 라도, 그것은 사람으로서의 권리이다.
'그것을 빼았는 건 폭군일 뿐이지.'
아무리 왕권이 강한국가라도 폭군은 언젠가 탄압되기 마련이다.
하이엘프 파니아는 스스로 선택할 권리조차 포기한 인형에 불과하다.
세계수가 시키는 대로 하는 인형.
'아니 어떻게 보면 스스로 인형이 되기를 선택한 건가?'
어찌 되었건, 파니아와 세계수는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것들은 솔직히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존재들이고, 세상이 무너져도 자신만 살아남으면 되는 존재들...'
그 둘은 하나만 살려 준다고 하면 깔끔하게 한쪽을 깔끔하게 버릴 존재들이었다.
'파니아도 정령들이 주로 싸웠지 자신은 뒤에서 거의 활만 쏘았지.'
일은 정령이 거의 다 했다.
세계수가 사라진다고 해도 정령들은 무사하다.
그들은 세상을 구성하는 존재들이며, 세계수와는 별개의 존재니까.
가만히 예언만하는 나무하고, 접근하기만 힘든 활쟁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진짜는 그거지.'
니드호그.
세계수의 뿌리쪽에 살면서 뿌리를 먹고사는 용.
세계수 입장에서는 골치덩이지만, 이 용은 막상 세계수가 위험해지면 먼저 나서서 위험물을 제거해서, 세계수가 내버려 두고 있는 이상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긴, 채식용이라도 누가 제 밥 건들면 화날만 하겠다. 레비아탄은 왜 이런 걸 세상에 뿌려서는...!'
니드호그는 레비아탄조차 통제를 못한 지혜를 가진 세 마수중 하나 였었다.
자신과 비슷한 힘을 가진 마수에다 지혜도 가지고 있으니 세 마수들이 제멋대로 이 세계에 눌러앉았다.
저주받은 대지 중심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파수견 가름.
세계수의 뿌리는 먹는 마룡 니드호그.
이 세계 어딘가로 사라지고, 소식조차 알 수 없다고 하는 펜릴까지.
그 셋 만큼은 지혜를 가지고, 레비아탄의 지시를 무시했다고 했다.
'가름이 자신들 셋은 레비아탄이랑 동격에, 건들지만 않으면 먼저 공격할 일 없는 존재들이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으니까.'
용사시절에 중심에 들어갔다가 만나고 나서 그의 힘은 파악했다.
'가름과 동격이라면... 융합이라도 써야 하나... 용왕이란 것보다 채식용이 더 강하니, 좀 힘들겠네. 전대 마왕보다는 약하겠지만 지금은 가장 강한생물중에 하나니까.'
"오빠?"
"응?"
내가 니드호그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시연이 말을 걸었다.
"우리는 언제해?"
"?"
시연도 주어를 빼먹는 습관이 있기라도 했는지 중요한 단어를 이야기안했다.
'그런 습관 없는걸로 알고 있는데, 뭘 하자는 건지는 알 거 같지만...'
"아직은 거기까지 용기가..."
"이거는 흥분제, 이거는 수면제, 뭐로 할 거야? 오늘은 두 사람이 나한테만 양보해 줬는데."
"날 거 같아."
시연이 손가락에 주사기를 만들면서 위험한 내용물을 말해주었다.
'날 수밖에는 없는 거 잖아! 그리고 언제 그런 상의를 한 거야?!'
아마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그런 대화가 오갔고, 대화 중에 벌써 친해진 것 같다.
"그래도 오빠? 내가 세 번째에 오빠는 이미 몇 번 경험 했지만, 나는 오빠만을 위해서 전부 잘 지켜왔어. 헤헤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여자끼리라 막은 있고, 항상 첫 경험이라고 할 수 있잖아? 그럼 우리도 첫 경험이지? 응?"
"어?"
시연의 말에 순간 멈칫했고, 점점 날카로워지는 그녀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오빠...? 어떤새끼야? 응? 오빠 말해 봐. 누구랑 잤어? 누구한테 빼앗긴거야? 오빠아아? 나 좀 봐바. 오빠? 응? 내가 당장 가서 그 새끼 거세시키게. 내가 인정한 건 오빠를 구해준 저 두 사람 뿐인데 또 누구야?"
'무서워요. 동생의 처음 보는 모습이 너무 무서워요.'
나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사실을 이야기했다.
"저 두 사람 맞아... 으으... 정확히는 미네르바..."
"? 거짓말은 아닌데, 어떻게?"
그 마법과 이틀 전 밤 이야기를 해주었고,
"왜에에에에에!!!!!! 왜 또 늦었는데?!!! 그것도 이틀 정도만!!!!"
시연은 땅을치며 절규했다.
<도...도망가야겠어요.../>
주범1은 탈주를 시도했다.
<아악! 자...="" 시연님!=""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
바로 붙잡혔지만.
"실체화를 풀면되지 않아?"
<그러면 더욱="" 큰일="" 날=""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니라,="" 미네르바.=""/>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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