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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47화 (47/156)

〈 47화 〉 답답함

* * *

전날 이후, 다행히도 시연과 많이 친해진 것 같았다.

'다행...맞지...?'

내 정신력을 바닥을 기고 있었지만 남들에게 말 못 할 비밀을 말 할 정도로 편했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녀는 꽤 소피아라는 존재를 편해하는 것 같다.

'단점은 내 정체를 안다면, 시연이도 정신력을 바닥을 친다는 것이겠지...'

아침에 일어나서 전날 시연과의 카페에서의 자백사건을 떠올려보고 있다.

또다시 복통이 밀려오는 것 같지만 애써 참고 고민을 해 보았다.

'말... 해야겠지? 전부 진짜는 아닐 거야, 싸움은 많이 했지만 내가 야동을 몇중으로 숨겨 놓았는데 그걸 찾았겠어? 늦잠도 거짓말이겠지 깨우러 갈 때마다 숨소리도 일정했던 것 같고...'

시연은 그런 식으로 놀리면서 장난치는 걸 좋아했다.

나머지는... 또다시 복통이 밀려온다.

"소피아? 괜찮아? 배 아픈 거야?"

배를 부여잡고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있으니, 미네르바가 걱정 된다는 얼굴을 하며 찾아왔다.

"응. 조금..."

"언니, 하하... 역시 날이 밝을 때까지 한 건 좀 심했죠? 죄송해요."

리리스도 찾아와서 사과를 했지만, 그쪽이랑은 다른 배였다.

'아니, 아랫쪽도 조금 아프긴 한 건 맞지만.'

"그게 아니라, 시연이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좀 막막해서."

<무엇을 고민하느냐?="" 그럴="" 땐=""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니라.=""/>

'그게 방법이 막혀서 문제지...'

<에휴. 답답하게="" 굴다간="" 큰일을="" 치르는="" 법이니라.=""/>

<맞아요. 제="" 용사님도="" 답답하게="" 굴어서="" 제가="" 먼저="" 덮쳤는="" 걸요?=""/>

'말은 쉽지... 그리고 목걸이 재는 수많은 기억을 잃었다고 해 놓고, 초대용사의 기억만은 잘하네...'

그런 식으로 고민하고 있을 무렵,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고 시연이 직접 찾아왔다.

"소피아? 들어가도 돼?"

시연의 등장에 리리스와 미네르바는 빠르게 변장을 마쳤고 나는 입실을 허락해주었다.

"응, 들어와."

철컥.

"어? 다른 사람들도 있었네?"

방문이 열리면서 시연이 들어왔고, 모여 있던 우리를 보고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문 안 잠궜나? 다른 두 사람도 있으니까 앞으로는 확인 잘해야지.'

아무리 생각해도 잠궜던 것 같지만, 사람이기에 실수도 하는 법.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서 잠궈놓지 않고 그대로 잠든 것일 거다.

"응, 아침이니까. 다 같은 방을 쓰거든."

"으음... 그래?"

시연이 무언가 의미심장하게 미소짖고 있지만, 보통 저럴 때는 어떤 장난을 꾸미고 있거나, 기분이 매우 안 좋을 때였다.

"그런대 어쩐 일로 왔어? 이런 이른 시간에... 분명히..."

흠칫.

'일부러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척'하면서 깨워주러 오는 거 기다리고.'

어제의 대화가 떠오르면서 살짝 소름이 돋았고, 안타깝게도 늦잠 건은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던 거 같다.

"마침 잘됐네, 세 사람 모두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거든."

"응? 우리 모두? 물어보고 싶은 게 뭔데?"

시연은 평소와 같으면서, 진실을 알고 보는 다른 모습에 어색함을 느끼면서 질문했다.

내 질문에 시연은 미소 지으면서 자리에 앉았고, 잠시동안 우리를 지켜본 뒤에 입을 열었다.

"세 사람은 어떻게 연인 사이가 된 거야? 물론 소피아가 귀여운 사람이란 거는 알겠지만, 소피아가 어떻게 마음을 연건지 궁금해서."

'그런 질문이었나?'

확실히 궁금할 법도 하다.

이 세계에서는 동성연애에 대해서는 딱히 편견은 없어도, 지구는 조금 다르니까.

지구출신인 시연은 조금 궁금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두 사람이 나를 구해주었거든."

"구해주었다고?"

시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재차 질문하자, 나는 옅게 미소 지으면서 리리스와 미네르바를 바라보았다.

"내가 조금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 그때는 누구와도 깊게 연관되기 싫었고, 그저 혼자서 웅크리고 있던 시기였거든."

그런 내게 그녀들은 조금씩 다가오면서 홀로 외롭게 웅크리고 있던 나를 안아주었다.

"아무 조건없이. 관계에 이유나 조건을 달던 나에게 아무 조건없이 그저 다가와주고, 또 사랑해 주었어. 아마도 그때의 나는 진실된 사람들이 고팠던 거겠지. 이용당하고 상처받던 나를 치유해주고 보듬어 준 사람들이거든. 헤헤헤."

그런 그녀들을 보면 헤픈웃음이 나왔고, 그녀들도 미소로 답해주었다.

"그...렇구나."

"응, 지금은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야."

어쩐지 살짝 기분이 나빠 보이는 시연이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다.

"시연아? 무슨 일 있어?"

"응? 아니 그냥 의문이 확신이 되고, 그 확신이 조금... 하하하. 확신은 어제 했지만."

"확신?"

내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자, 시연은 또다시 장난을 꾸밀때와 같은 미소로 대듭해주었다.

"그냥... 세 사람이 정말 사이좋은 커플이다 싶어서."

'깜짝이야, 난 설마 들킨 줄 알았네. 아무리 16년간 함께 산 가족이라도 하루 만에 들키겠어? 내 작은 습관까지 파악한 것도 아닐 텐데.'

"그럼 오늘은 넷이 놀러갈까? 휴식도 중요하니까, 거기에 보급은 전부 엿듣기 범이 알아서 할 거야. 흐흐."

시연은 내 손을 잡아끌었고, 그 광경에 당황한 두 사람도 따라나왔다.

☆☆☆

오빠를 포함한 두 여자와 같이 번화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오빠는 역참이라고 상권이 발달했다고 말했지만, 얼마 전까지 지구에 있던 나로서는 이곳은 인기 없는 유럽전통시장 같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내가 소피아를 오빠로 확신한 건 어제 카페에서 였다.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제품을 주문하는 모습,

자신이 먹을 걸, 턱에 손을 집고 고민하는 모습,

그러면서 결국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딸기를 주문하는 모습,

삐진 나에게 어떻게 풀어 줄까 고민하는 모습도.

그 외에도 수많은 오빠의 모습이 담겨 있지만, 그건 오빠도 모르는 작은 오빠의 모습이었다.

나를 두고 바람을 핀 오빠가 괘씸해서 조금 심술굳게 대하고, 오빠가 모르던 내 비밀을 살짝 이야기해주었다.

그 결과로 조금, 아니 많이 괴로워하던 오빠는 여전히 가학심을 불러일으키는 귀여운 오빠였다.

'야동취향도 알려주려고 했는데, 그것까지는 내가 생각도 좀 심하니까 자제했지.'

본인도 모르는 본인의 취향을 동생에게 들으면, 오빠 성격상 수치사 했을 것이다.

'이미 귀여운 상태라서 만족한 것도 있었으니까.'

두 여자와 행복하게 웃으며 떠드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어떤년들이 감히 내가 없는 사이에 순진하고 귀여운 우리 오빠를 꼬신 건지 알아나 보려고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나를 구해주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두 여자를 바라보던 오빠의 눈은 정말 상냥하고 따듯해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눈이었어...'

조금 가슴이 아프다.

자신을 바라볼 때도 비슷했지만 조금은 다른 눈빛이었다.

자신도 그런 눈으로 바라봐주길 원했다.

자신만을 그렇게 봐주길 원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그런 일이 허락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손가락질 당하고, 남들에게 기분 나쁜 생물을 보는 듯한 표정을 바라봐진다.

자신은 상관없다.

하지만 오빠가 그런 식으로 보이는 건 참을 수 없다.

다행히 이 세계는 그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조금 욕을 먹을 지 언정, 거기서 끝나는 수준인 듯 싶다.

'물론 우리 오빠 욕하면 혀를 뽑고, 입을 찢어 놓을 거지만.'

그래도.

나도 저들 사이에 끼고 싶다.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지만, 그러기에는 두 여자가 오빠에게 어떤 구원을 해주었는 지, 오빠만 보아도 알 수 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오빠한테 미움받을 수 있으니까...'

독점하지 못하는 것보다, 오빠에게 미움 받는 게 더욱 무섭다. 오빠라면 정말로 미워하지는 않겠지만 그럴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눈앞이 어두워지고, 손발에 핏기가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시연님? 안색이 안 좋으세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분홍색머리를 한 여자가 내 손을 붙잡고 걱정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아니요! 하하.. 별거 아니에요."

"그런가요? 혹시라도 안 좋아지면 말씀해 주세요?"

"네..."

상냥한 사람 같다.

이런 상냥한 사람이기에 오빠도 마음을 연것 일 거다.

나만의 오빠가 되기에는 내가 너무 늦게 온 것 같다.

드라마에서 보는 나쁜 시누이가 되어 버리면 오빠한테 미움받을 거 같다.

오빠를 구원해준 그녀들에게 조금은 양보하자.

아니, 오빠를 나눠 받을 수 있게 노력하자.

오빠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면 울면서라도 나도 사랑해 달라고 부탁하자.

오빠가 거부하면 정말 서럽게 울 자신이 있다.

오빠가 한 발짝 못 다가오면 내가 다가가자.

어차피 오빠는 밀고 들어오는 거에 약하다.

'리리스하고 미네르바라고 했나...'

두 사람에게도 허락을 맞자.

늦었지만 나도 오빠의 부인으로 해 달라고.

어차피 오빠는 항상 선택권은 없었다. 여기서도 없을 것이다.

'이건 확신할 수 있어.'

정말 힘들 거 같으면 약을 주사해서 기절시킨 다음에 기정사실을 만들자.

책임감 넘치는 오빠는 그러면 어떻게는 받아 줄 것이다.

'다행히 [간호]의 효과중에 주사와 내가 알고 있는 약이 주사 안으로 채워지는 게 있으니까, 수면제 정도야...'

이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아! 거기에 오빠한테는 알려 줘야지, 내 진짜 고유능력.'

[은폐][무투][간호][탐색][관리하는 자].

처음에는 능력들을 보고는 그 꺼림칙한 파란머리에게 능력을 보여주기가 싫었다.

'혹시나 해서 [은폐]를 써 보니까 다르게 나오긴 했지.'

느낌상으로는 용사라는 존재가 고유능력이 생기는 조건으로 지구에서 자주 한 일 위주로 생기는 것 같았다.

'예외도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이 오빠 스토ㅋ... 오빠를 사랑하면서 한 일 위주로 생겼으니까...'

오빠를 '사랑'하면서 오빠는 절대로 모르게 [은폐]한 일.

오빠에게 접근한 여자들을 접고 뽑고 찢으려고 배운 격투기로 생긴 [무투].

만약 오빠가 의사로 성공해서 개인병원이라도 차리면 그곳의 간호사로 있으려고 배운 [간호].

오빠가 없는 오빠방에 들어가 각종 머리카락이나 팬티를 훔치려고한 [탐색].

오빠에게 항상 이뻐보이고 싶어서 열심히 관리한 것으로 생긴 [관리하는 자].

'...전부 스토ㅋ... 사랑하다 생긴 것 같은데...'

착각같은 게 아니라 전부 오빠가 준 능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시 우리 오빠, 오빠덕에 그 꺼림찍한 파란머리를 적당하게 속여넘길 수 있었어.'

오빠를 바라본다.

나만의 오빠였으면 했지만, 이제는 나만의 오빠로서는 있을 수 없는 우리오빠.

'흐흐흐... 우리 오빠가 언제쯤 말하려고 하나? 괴로워서 끙끙거리는 모습도 귀여운데...'

...

"어... 기다렸다가 똥 됐는데?"

생각해 보니까, 이런 식으로 기다렸다가 독점은 고사하고, 세 번째로 밀린 상황이다.

눈꼬리를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오빠는 분명 말도 못하고, 우물쭈물 대다가 끝에 가서야 말할 거 같아...'

아마 그 전에 내가 기절시킨 다음에 오빠를 덮칠거 같다.

'다시 만난 지 사흘 째라고 해도, 나는 10년 만에 본 오빠니까... 괜히 쓸데없이 매력적이여서는...'

"후우."

"시연아? 뭐 생각하는 거 있어?"

'답답한 거 보다야...'

시원한 게 더 좋다.

항상 이상한 부분에서 용기 없는 우리 오빠는 어제일로 더욱 용기가 사라졌을 것이다.

'실수했네... 오빠만 보면 풀어져서...'

"어? 시연아?"

내가 천천히 오빠한테 다가가자 당황한 표정으로 내 이름을 부른다.

용기 없는 오빠한테 용기를 불어 넣어 주자.

아니,

'하아... 오빠...'

사실대로 이야기하자.

그냥 10년 만에 본 오빠 때문에 내가 참기 힘든 거다.

밤중에 두 사람과 자주 즐긴 것 같지만, 어차피 여자끼리다.

막도 있을 거고, 넣다 뺐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보면 항상 첫 번째라고 볼 수 있다.

'밤에 가련하게 울리던 오빠의 목소리만 아니었어도... 하아...'

점점 흥분되고, 내가 오빠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하면 얼마나 당화스러운 표정을 지을까 기대되어서 참기가 힘들었다.

16년 동안 참았다.

10년간 보지 못했다.

'충분히 참아왔어.'

내 모습이 조금 겁을 먹었는지 오빠가 뒷 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오빠의 어깨를 살며시 부여잡고 속삭였다.

"오빠아아? 언제쯤 말해 줄 생각이었어? 사랑하는 오빠?"

"어?"

오빠는 잘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 보았고,

나는 그런 오빠의 턱을 살짝들어서 오빠의 입술을 빼았아갔다.

"흡! 흐음! 음읍! 윽! 파하! 흡! 으으음... 흐응... 으응... 하아..."

내가 키스에 오빠는 살짝 몽롱한 표정을 하더니, 금세 돌아왔다.

"어?! 어어?!"

"저기?! 시연님?! 이게 무슨...!"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고, 오빠는 입에서 소리 없는 비명이 몰아 쳤다.

하지만

"저어언부, 그렇게 열심히 티내고 들킨 오빠 잘못이다? 사랑하는 우리 오빠아? 히히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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