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이단심판
* * *
"싸워라!"
"욕망에 물든 타락한 성직자들을 몰아내라!!"
"거짓된 가르침으로 우리의 삶을 약탈해간 도적들을 몰아내자!!!"
"우리는 진실된 여신님의 사도이다!!!"
성난 민중들이 신전에 불을 지르고 성기사와 사제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에 맞서, 기본적인 방어를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몰려드는 민중에 의해서 성기사와 사제들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민중의 공격을 받는 건 이단심판관 측도 마찬가지였다.
일반인들에게 이단심판관이든 교황측 사제든 모두 같은 사제들 이었으니까,일부의 귀족들도 자신들의 사병을 이끌고 반란에 동참해서 기부금을 약탈해온 여신교들을 공격했다.
"리리스, 몇 번 부추겼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들 수 있는 거야?"
로브를 눌러 쓴 채, 골목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미네르바가 리리스에게 물었다.
"군중심리야.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인간이 있기에 사람들은 보다 과격해 질 수 있고, 죄의식이 옅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야. 거기에 그들이 그동안 빼앗겨 온 것에 대한 불만을 풀 수 있는 기회인데, 너도 나도 동참 할 수밖에는 없지."
저들 중에서 정말로 신실한 마음을 가진 자는 적을 것이다. 부패한 여신교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여신교를 창설하겠다는 사람보다는 그저 지금까지 쌓인 분노를 터트리고 싶을 뿐이었다.
<거기에 저들은="" 자신들이="" 폭도가="" 아닌,="" 진실된="" 여신교도로서="" 싸우는="" 순교자라고="" 자위하고="" 있으니,="" 더욱="" 죄악감이="" 들지="" 않는="" 것이니라.=""/>
"이해할 수 없어..."
<이해할 필요=""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된다,="" 미네르바.="" 저자들도="" 결국에는="" 추악한="" 인족들이다.="" 불쌍하고="" 권력자들에게="" 고혈을="" 빨리는="" 민중처럼="" 보일지라도="" 한꺼풀="" 벗겨보면="" 약자를="" 괴롭히는="" 똑같은="" 자가="" 대다수다.=""/>
정말로 피해를 보는 약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권력자에게 희생양을 들이밀고, 자신은 약자라고 눈을 돌리는 그런자들.
"그래서 더욱 추악한 거지... 아녀자가 강간을 당해도, 노예가 제물로서 살해당해도, 한 끼도 먹기 힘들어서 배를 굶주린 자들이 약탈당해도, 저들은 그저 '나는 아니니까.'라고 눈을 돌리지. 언젠가는 그 대상이 자신이 되는 것도 모른 채로."
그것이 내가 지금 저곳에서 죽어나가는 민중을 도와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저들도 약자를 '사람'으로 대해 주지 않는 그들과 똑같은 존재들이야. 짐승만도 못한 존재들...'
인간.
이기적이고 악랄하며, 지혜를 가져버린 짐승들.
'저자들이 '인간'이 아닌 '사람'이길 바란 건 내 욕심이었나?'
서로 죽여나가는 '인간'들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자, 미네르바가 나에게 다가와서 안겼다.
"소피아! 보고 싶었어!"
"어?! 미네르바?! 잠깐만! 너무 들러붙잖아! 여기 밖이야 밖! 부끄러워!"
그녀는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에 이마를 비비면서 계속 안겨 있었다.
"싫어! 리리스는 가끔 만나러 가고, 카르마도 염화로 대화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했단 말이야! 흐으음! 정말로 수녀복입은 소피아도 이쁘잖아... 리리스는 혼자만보고 자랑했단 말이야!"
그녀는 내가 정말로 보고 싶었는지 곁에서 떨어질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
"하하하... 언니... 그냥, 잠시 그러고 있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리리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에효... 미네르바? 그동안 잘지냈어? 구출한 수인은 무사히 수인족마을에 보냈고?"
"응! 아직 아이라 리리스의 부하들에게 인도해서 보내줬어! 아빠한테 연락이 왔는데 무사히 도착했고, 지금은 아버님 집에서 지내고 있데!"
"그래, 다행이네. 거기에 우리 아빠는 요리실력 하나 만큼은 리리스 못지 않으니까,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을 거야."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미네르바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버지랑 같이 있으면 안심이다.
리우스의 도움을 받는 다고는 해도 족장저에서 계속 신세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곳을 나와 따로 혼자 지내고 있던 모양이었다.
'혼자서 지내기 적적했을 건데, 자식 하나가 새로 생긴 기분이시겠어... 요즘은 다른 수인에게도 전사로 인정받은 거 같으니까, 수인족과 같이 생활하는 것도 문제없을 거야. 이제는...'
나는 미소를 지우면서 교황청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일을 마무리 할 때이다.'
☆☆☆
교황의 집무실.
쾅!
그곳에 마리아가 문을 걷어차고 등장했다.
"부히익! 마... 마리아 네놈이! 네놈이 정녕 미쳤구나!"
"미친 건 당신입니다. 교황. 어디 감히 여신교의 교황이라는 자가 이단행위를...!"
마리아는 자신이 끌고온 이단심판관들과 교황을 지키고 서 있는 성기사들을 보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이단심팜관들이여, 저 이단들에게 여신님의 분노를 보여주세요."
"에잇! 뭣들 하는 게냐! 막아라! 저 미친 자들을 막아라! 저들에게 교국이 넘어가게 둬서는 안 된다!"
성기사와 이단심판관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지만, 양측의 수장으로 있는 자들은 교국에서도 최고로 높은 성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이래서는 끝이 없군요. 아무리 공격을 하고 이단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어도 흉터하나 없이 말끔하게 회복해 버리고 있어요.'
교황보다 마리아가 더 많은 성력을 가지고 있지만, 교황을 지키는 성기사는 정예들로 구성 되어 있었다.
'공격력의 차이가 심합니다. 제가 아무리 회복을 시켜 주고 버프를 걸어 주어도 그들에게 기본적인 전투력의 차이가 나버리면 이 상황은 마무리되지 못해요.'
주로 전투의 대상이 인간인 이단심팜관들 이었기에 그나마 이런 대치가 가능했고, 만약 상대도 인간과 주로 싸우던 자 였으면 조금 힘들었을 대치였다.
잠시동안 상황을 지켜보던 마리아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메이스를 들었다.
"휴우. 어쩔 수 없네요. 이단의 수장은 제가 맡겠습니다. 여러분은 성기사들의 발목을 붙잡아주세요."
"!!! 누가 그렇게 둘거 같으냐?!"
천천히 걸어오는 마리아를 향해, 한 성기사가 달려오면서 소리쳤지만,
퍽.
마리아가 가볍게 휘두른 메이스를 맞고 머리가 터져서 죽어 버렸다.
"부히익! 뭐...뭐냐?! 어째서 후위인 네놈이 정예성기사를 가볍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마리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단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는 분노의 군주와 싸웠던 파티의 힐러입니다. 정예라고는 해도, 고작해야 마수랑만 싸우던 정예하고는 힘의 차이가 다릅니다."
무덤덤하게 말한 마리아가 천천히 다가가자, 성기사들은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정말 정예라는 자들이 이 정도에 겁먹어서는... 이단심판관분들 이었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달려왔어요.'
"부히익! 막아라! 막으란 말이다!"
"교... 교황님! 용사파티를 무슨 수로 저희가 막습니까?! 거기에 철벽의 마리아입니다! 후위 주제에 앞에서 방패역할을 하는 자를 무슨 수로 막아선 답니까?!"
철벽의 마리아.
후위에 힐러면서 적의 공격을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받아내는 힐러.
몸에 칼이나 화살이 박혀도 표정조차 바뀌지 않는 모습은,적에게 하여금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취급받았다.
"막아라! 빨리 막으란 말이다! 부히이이익!"
어느새 교황의 앞으로 다가온 마리아는 메이스를 높게 치켜들면서 말을 했다.
"이단. 그럼 죽으시지요."
"부히이이이익!!"
부우우웅.
"푸훗!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재밌네! 하하하하하!"
마리아가 메이스를 내리찍으려던 찰나, 집무실의 창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고 그곳을 쳐다보았더니, 수녀복을 입은 한 여성인 앉아 있었다.
'저건...'
"성녀님? 어째서 이곳에..."
성녀는 분명 교국을 떠났었다.
그런데, 지금.
이 교황청의.
그것도 교황의 집무실 창가에 앉아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마리아의 의문에 답해주듯이 성녀가 입을 열었다.
"그거야 교국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찾아왔지. 그런데 너희가 노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구경 좀 하고 있었어. 히히히!"
광기에 사로잡힌 표정으로 웃는 성녀를 보며 마리아는 메이스를 걷었다.
"부히힉..."
바로 코앞에서 멈춰 있던 메이스가 회수되자, 교황은 안도감에 그만 실금을 했지만, 이곳의 그 누구도 교황을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교국의 일이라... 혹시 이단을 심판하러 오신 건가요?"
"이단? 음... 이단이라..."
마리아의 질문에 성녀는 팔짱을 끼면서 고민하는 표정을 짖더니, 이네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이단심판! 맞아, 마리아. 난 이단에게 단죄의 심판을 하러 왔어! 아하핫!"
"그렇군요! 성녀님. 하하하. 역시 성녀님은 여신님의 인도로 이곳에 오신거군요. 그럼 이 이단을 같이 처리하도록 하죠."
마리아는 역시 여신의 뜻이 자신에게 있다면서 기뻐했고, 이곳으로 종종 걸음을 하며 다가오는 성녀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처음은 바보 같은 줄 알았지만... 저와 같은 시련의 길을 걸으시는 분이셨네요. 하하.'
어느새 교황의 앞으로 다가온 성녀는, 교황의 뒷목을 붙잡았다.
"부헤엑!"
"성녀님 이단을 심판하는 길은 고난과 역경의 길입니다. 하지만 여신님에 대한 신실한 믿음 하나로 버텨나가면 되는 아주 행복한 길이지요."
마리아는 자신과 같은 길을 선택한 성녀를 보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자신의 메이스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 첫 번째의 수행을 이 최악의 이단을 심판하는 걸로, 조금은 다음 길이 편안하기를 빌면서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아핫! 고마워."
성녀는 웃으면서 메이스를 받아들었다.
"부힛! 서...성녀여... 사... 살려..."
그리고 성녀는 교황의 뒷목을 잡던 손으로, 교황을 가볍게 벽으로 던져 버렸다.
쾅!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교황은 기절했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마리아는 의문을 표했다.
"성녀님? 굳이 던질 필요까지야..."
그런데 어떻게 저 가녀린 팔로 저 거구의 교황을 던졌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던 마리아는 살며시 성녀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광기어린, 이 모든 상황이 재미있단 표정으로 웃음을 참는 성녀가 보였다.
"덩어리는 나중에 공개 처형을 할 거니까 일단은 살려 두고... 마리아?"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성녀님이 조금...'
다르다.
평소의 보았던 바보 같은 모습이랑 다른 건 이단을 심판하는 기쁨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녀린 몸에서 나온 힘이라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강함과, 말을 높이던 존재가 격없는 '친구'를 대하듯이 라는 행동.
'다르다.'
그런 의문으로 바라보자, 성녀는 참던 웃음을 터트리고 배를 부여 잡으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푸훗! 아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모습에 마리아는 조금 뒷 걸음질을 쳤고, 주위에 있던 이단심판관들과 성기사들조차 겁을 먹고 굳어 있었다.
"아아아. 마리아, 넌 여전히 눈과 귀를 막고 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구나?"
'여전히?'
"그럼, 시작할까? 내 이단심판."
성녀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마치 괴물과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서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