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37화 (37/156)

〈 37화 〉 몽상가

* * *

뜨거운 햇볕이 내리고 있다.

모래바람이 부는 훈련장 바닥.

"꽤액!"

신혁은 온몸에 먼지로 분칠을 한 채, 바닥에 구르고 있다.

'전역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구르는 거야?!!!'

"으어어억."

바닥에 드러누워, 신음을 흘리는 신혁을 향해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연갈색 머리에 벽안을 가진 장신의 남자.

"용사님. 누워 있을 시간 없습니다. 일어나십시오."

프레디가 무덤덤하게 명령을 하였다.

'미... 미친놈이!'

"고작 기본훈련으로 쓰러지신다면 앞으로는 항상 누워계시겠군요."

'연병장 50바위에 1천 번씩 휘두르는 것이 어떻게 기본훈련이야!'

신혁은 차갑게 내려다보는 프레디를 무시하고, 그늘에서 쉬고 있는 시연을 쳐다보았다.

'시연이 누나는 내 첫 번째 하렘멤버 아닌가?! 아니면 공주님이나 그 꼬마 마법사가 첫 번째? 정석대로면 마법사나 공주님인데...'

"누...누나는 어떻게 이런 훈련은 버티는 거예요! 같이 한 거 같은데 땀 한 방울 안흘리시고!"

그러자 시연은 경멸한다는 눈빛으로 신혁을 쳐다보았다.

"하! 니가 병원에서 일해 봐, 거기는 쉴 시간도 없어. 그리고 넌 수능망치고 군대로 도망쳐선 체력이 그게 뭐니?"

'오해다! 아니 츤데레인건가?'

"누나, 큰 착각을 하고 계신 데. 원래 군인들 중에 제일 체력이 없고 연약한 건 병장이에요..."

"병신..."

시연은 시선을 돌리고, 프레디는 여전히 훈련을 재촉하고 있다.

'그거야 누나가 3년간 과외해주기는 했어도 내 머리가 안 따라준 거 잖아! 그리고 이런 이세계물의 용사 파티는 전부 여자 아니냐고! 왜 저런 남자가 껴있는 건데?!'

다른 세계에서 온 용사들은 이 세계의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강해 질 수 있다.

'그러면, 이런 건 내가 가장 강한 전개로 가고, 내 하렘멤버들이랑 섹스 삼매경 아니냐고?!'

자신은 이 세계의 주인공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신혁은 자신의 처지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쓰러져 있었다.

'능력도 [은신][작업]이 뭔데?! 왜 두 개가 끝이야?! 누나는 분명 [간호][학습][탐색][관리하는 자] 이렇게 네 개였는데?!'

부당하다.

자신의 처지가 부당하다.

전에 들었던 두 번째 용사는 최강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었다 들었고, 처음부터 무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도 얻었다고 했다.

"용사님들 훈련 중이셨나 보군요."

어느새 마리아와 라인하르트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마리아씨"

"으... 안녕하세요."

라인하르트는 프레디에게 휴식을 권했고, 우리는 다가온 마리아에게 인사를 하며 일어 났다.

'이름만 듣고 성녀인 줄 알았는데, 그냥 잘생긴 남자였지... 아, 언제 성녀가 나와서 파티에 참가하나...'

이전의 용사는 어떤 추문도 없이, 그저 끝없이 노력하고 강해진자 였다고 들었지만 자신은 다르다.

'나는 그런 고자와는 다르지, 할 거는 다 할거고, 마왕도 여자라는데 마왕도 하렘에 넣어야지. 하하하하하.'

"용사님들? 기쁜소식이 있습니다. 여신님께 선택받은 성녀님을 찾았습니다. 지금 교국에서 보호하고 있고, 에고웨폰인 여신님의 십자가를 보유하고 있어요. 분명히 여신님의 안배가 있었겠지요."

마리아는 기쁜표정으로 소식을 전했다.

"너무 기쁜 마음에 바로 달려와서 소식을 전했습니다. 어느 정도 지나면 성녀님과 만나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하. 저는 그러면 성녀님의 교육을 담당하러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네, 뭐 조심히가세요."

시연은 평소처럼 차가우면서 관심 없는 표정으로 인사를 했고.

'떠...'

"떴다!!!!"

'새로운 하렘멤버 떴다!!!!'

신혁은 환호했다.

시연의 벌레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지 못한 채로.

☆☆☆

교국 프리스티지.

이곳에 오기 전, 리리스와 미네르바에게는 따로 행동해야 할 것을 알려주었다.

'이번에는 셋이 행동하기는 힘들지, 리리스도 교국에는 첩보활동을 하는 인원이 적다고 했고...'

그 이유로 카르마도 그녀들에게 맡겨두고 로자리아만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여보세요, 소피아님.="" 저="" 울="" 거="" 같은데,="" 그만="" 무시해="" 주실래요...=""/>

그녀들과의 의견전달은 다행하게, 카르마와 장거리 염화로 가능했기에 문제가 없었다.

<으헝허헝허어어./>

'한동안 못만다고 했을 때, 두 사람의 기세는 무서웠지... 이튿날에 허리가 빠져서 일어나기도 힘들었으니까...'

<잘못했어요... 허엉!="" 정말="" 이중계약도="" 가능해서="" 사용자로도="" 해드렸잖아요!="" 으헝!="" 제발=""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특히 '그' 마법! 리리스는 어떻게 그 마법을 알아서는 미네르바와 자신에게 걸고 자라나게 했지... 무서웠어! 정말로 머리박고 잘못했다고 빌면서 다음에를 외치지 않았다면 막이 위험했어...'

<으허엉! 허어어어엉!=""/>

나는 내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는 여성을 힐끔 쳐다보았다.

허니블론드 색의 긴 머리, 투명한 색의 벽안, 수녀복을 입고 있는 나보다 조금 작은 가슴을 가진 슬랜더형의 미인.

"하하하. 미안 목걸아. 네 본명이 내가 아는 누군가와 너무 닮아서 심술 좀 부렸어. 하하하."

로자리아. 여신의 십자가 로자리아 였다.

'거기에 여신을 찬양하는 것도 마리아와 닮았고, 틈만 나면 여신님. 여신님. 하는 건 목걸이 잘못이다?'

<목걸이라니요! 또="" 그런="" 괴상한="" 이름으로..!="" 아니요!="" 잘못했어요!=""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목걸이가=""/>

"목걸아... 너 분명히 여신에게 로자리아를 받았을 때, 계약으로 사후에 에고웨폰의 영혼을 대체 한다고 했지?"

<훌쩍! 네...=""/>

로자리아는 초대 성녀였다.

처음에는 인공의 영혼으로 있던 것을 사후에 자신이 로자리아에 들어가 에고웨폰의 영혼을 채웠다고 전해졌었다.

다른 에고웨폰도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의 영혼들이라고.

'그런데 초대 성녀의 성격이...'

카르마도 로자리아도 성격이 참 특이하다.

"그런데, 목걸이. 너는 성녀시절의 이름은 기억 안나? 그거라면 불러줄 생각있는데."

<안타깝게도 없어요.="" 저희="" 에고웨폰은="" 무구에="" 영혼이="" 묶이면서="" 많은="" 기억이="" 사라지거든요.="" 카르마도="" 저도="" 이름은="" 기억도="" 안나고,="" 사랑하던="" 용사님의="" 거의="" 사라진="" 상태예요...=""/>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다시 침울해 하고 있었다.

사람으로서의 기억이 사라져 버린 영혼.

그것이 에고웨폰에 묶여 있는 영혼들의 정체였었다.

"..."

<물론 지금은="" 괞찬아요.="" 아마="" 그건="" 제="" 선택이었고,="" 제가="" 용사님을="" 사랑했다는="" 기억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으니까요.=""/>

처량해 보였다.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기억을 잃어 버린.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정과 관심을 갈망하는 존재처럼 보였다.

'그녀들이 이름에 집착하던 이유가 있었네... 검순이도 말해 줬으면 이름으로만 불러줬을 건데...'

이제는 오히려 이름보단 별명으로 불러 주는 것을 선호하기에, 카르마에게는 가끔 불러 주는 것으로도 좋을 거 같다.

"그래, 목걸아. 내가 이곳에서 할 것은 잘 알지? 네 종교를 뿌리부터 뒤집어 엎는 행위야."

<지금은 이름으로="" 불러줄="" 타이밍="" 아닌가요?!="" ...일단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여신교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도="" 아니고,="" 지금의="" 여신교는="" 부패했어요.="" 그들에게="" 여신님은="" 그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변명거리에="" 지나지="" 않아요.=""/>

종교개혁.

한 종교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종교를 탄생시킬 개혁.

'완전하게 새로운 신을 만드는 것보다, 지금의 신을 이용하고 새로운 종교를 만드는 것이 더 쉬울 거야.'

새로운 신을 만들려면 수많은 박해를 피하고 순교자들을 만들지 않는 이상 백 년 단위로 오래 걸릴 것이다.

"종교개혁은 오래 걸리긴 해도, 새로운 종교를 탄생하는 것보단 짧게 걸려. 우선 새로운 종교가 탄생하려면 절대자, 절대자의 가르침과 존재를 보여 줄 구세주, 그리고 구세주가 행할 기적. 적어도 이 세 개가 필요한데, 이것이 있다고 해도 구세주의 사후에, 기적을 목도한 주변인물들에 의해서 생겨나기 시작할 거야."

<그러면 여신님을="" 믿는="" 사람들을="" 빼앗는="" 건="" 정말="" 아니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했다.

"맞아. 종교개혁은 어떻게 보면 해석의 차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필요한 건 그들의 부패.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면죄부도 팔았지."

로자리아는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예요!="" 어떻게="" 인간이="" 신을="" 사칭해서="" 죄를="" 면할="" 수="" 있는="" 건가요!="" 영혼의="" 죄는="" 오직="" 신만이="" 거예요!="" 감히="" 인간="" 따위가="" 어찌...!=""/>

"그래, 맞아. 과거에 한 종교였던 것이, 두 개로 나뉘게 된 큰 계기중 하나였지. 난 그 해석에 차이를 만들 거야. 여신교가 부패했으면 부패했을수록 더욱 효과적이지."

그리고,

"나는 마리아의 옆에서 그것을 전부 목도하게 만들 거야. 자신이 믿고 따르는 종교가 부정되고 탄압되면서, 다른 교리를 따르는 사람이 생겨나는 것을..."

여신은 더 이상 이 세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인간에게 기적을 허락한 대가로 세계에 관여할 힘을 잃었으니까.

"다행히 우리는 기적을 행할 수도 있고, 명분도 있어."

<저. 로자리아를="" 이용한="" 여신의="" 사자라는="" 명분인가요?=""/>

"정확해, 물론 교국이 불타오르겠지만. 그건 그들의 죄값이고, 네가 아무리 반대해도 인족령을 태울 거야."

<...소피아님이 세계를="" 멸망시키고="" 새롭게="" 만드는="" 것은="" 어떤="" 세계인가요?=""/>

나는 말을 멈추고서 로자리아를 바라보았다.

내가 멸망시키고 건축할 새로운 세계. 그것이 그녀의 이치에 벗어나고, 지금의 세계와 다를 바 없는 악한 세계라면 어떤일이 있어도 나를 방해할 것이다.

"차별하지 않는 세계. 이건 어려워, 사람은 누군가를 차별하고 자신들끼리 뭉치기를 선호하거든. 그래서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배척하고 악으로 만들지."

<.../>

"그렇기에 나는 정말로 이기적이고 욕심에 물든 '인족'을 멸하고, 누구들처럼 공공의 적을 만들지도 않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이용하지도 않고, 그들에게 쓴디 쓴 진실을 보여 준다해도 바뀌어야 하는 부패한 이 세상을 도려낼 거야."

세상을 썩어가게 만드는 부패한 자들.

나의 '친구'들.

그들에게 잔인한 복수와 최고의 절망은 당연하게 해야 할 내 목적 중 하나이다.

처음의 목적은 복수만이 있었다.

세계에 그 무엇도 살아남지 못하게 만드는 것.

하지만,

이 세계는 고쳐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아무것도 모르며, 나처럼 이용만 당하던 자들.

무지하며, 서로를 의지해서 살아가던 마족들 그런자들에게 죄값을 받아서는 안 된다.

나에게 죄를 짓고, 세계에 죄를 지은 자들.

무지한 자들이 아닌, 자신의 욕심으로 세계를 좀 먹어가는 진정한 악.

'거기에 수많은 희생이 뒤따르고, 나는 위선자이자 몽상가일 뿐이지만.'

"나는 마왕이고."

내 선택과 복수에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낼 마왕.

"나는 용사이니까."

세계를 악에게서 구원할 용사.

<...몽상가시네요./>

"하핫! 그렇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내 '친구'들과 나를 죽이는 데 협조한 자들에게는 용서는 없어, 그들이 가장 끔찍해할 방법으로 죽일 거니까. 그 여파로 생기는 희생은 그들이 쌓은 죄값이니까. 거기에 내가 쌓을 죄값이기도 하고."

똑똑.

우리의 대화가 마무리되어 가던 중,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네."

"성녀님, 마리아입니다. 용사님들께 성녀님의 존재를 알려드리고 왔습니다. 이제 성녀님의 교육을 해야겠죠. 얼마 안가서 성녀님도 마왕을 쓰러뜨리는 것에 참전하셔야 하니까요."

나는 로자리아에게 작게 속삭였다.

"왔네. 내 두 번째 복수대상."

어서와 내 '친구', 마리아.

"네! 마리아님! 들어오세요."

"네, 실례하겠습니다."

잔잔하면서도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마리아가 들어왔다.

'그 미소를 절망에 찬 얼굴로 바꿔줄게.'

"마리아님! 예전에 용사파티의 성자로 있었다고 들었어요! 대단하신 분이었네요!"

"하하. 과찬이십니다. 거기에 성녀님께서도 곧 용사파티의 일원이 되실 분이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귀를 막고, 진실을 듣지 않는 자.

"네! 기대돼요! 용사님들은 어떤 분들이실까요?"

눈을 막고, 진실을 보지 않은 자.

"재미있으신 분들입니다. 한 분은 여성분이니, 어쩌면 말이 통하실 수도 있겠군요."

자신이 믿는 여신을 위한다고 포장해서, 그 어떤 진실도 듣지도, 보지도 않는 나의 '친구' 마리아.

"자, 빨리 용사파티에 합류하시려면 공부하셔야죠?"

"네!"

'네가 외면한 죄를 가지고 찾아왔어. 이제는 제대로 바라봐야지? 나의 '친구'야?'

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