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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31화 (31/156)

〈 31화 〉 외전:골리앗

* * *

저주받은 대지와 인족령의 격전지.

"용사님! 지금 상대는 거인족입니다! 힘부터가 다르단 말입니다!"

이곳의 지휘관이 나를 닦달하고 있다.

"거인족은 마법사조차 중,하급 기사랑 싸워도 될 정도로 강력한 종족이란 말입니다! 그것도 투력도 없는 마법사가요!"

지휘관은 입에서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고 있고, 그것을 보는 파니아의 표정이 점점 썩어들어 간다.

"입에 물뿌리개를 달았나? 이곳에 물이 필요한 식물도 없고, 지휘관의 침이라도 닿으면 멀쩡한 식물도 썩겠군."

"!!! 그린우드님께서는 그럼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저곳에는 그 '태고의 거인'이 있습니다!!!"

태고의 거인.

거인족의 지휘관이자, 마왕군의 간부. 골리앗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거인족에서도 한층 더 거대한 존재, 강력한 힘으로 10미터가 넘어가는 대검을 휘두르며 돌진하는 골리앗은, 전장의 악몽과 같이 여겨지고 있다.

'아니, 그걸 '검'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휘둘러서 찢어 버리게 만들어진 둔기라고 해야 할지... 그리고...'

"덩치는 지능을 버리고 힘만을 추구한 근육뇌 아니야? 어차피 돌진말고는 모르는 놈인데 뭐가 문제야?"

골리앗은 돌진, 공격의 두 가지 패턴으로 단조롭게 싸운다. 본인이 다 때려 부신 것 때문에 전투가 진행되지 못할 때나 후퇴할 정도로 단순하다.

"그 돌진을 막을 수 있는 게 용사님 말고는 없는데 어떻하란 말이니까!!!!!!!!!!"

'어우 침... 테이블 축축한 것 좀 봐... 앨리스는 마력결계도 쳤네...'

"그리고... 골리앗군의 참모로 군세의 지휘자가 왔다는 첩보가 왔습니다..."

'모지리가?'

이 경우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돌진, 공격의 패턴에서 새롭게 추가된 전술이 생긴다는 소리가 된다.

"그래서 저희에게 지원요청을 하신거군요. 지휘관?"

"예, 로젤리아 전하. 골리앗 조차 위험한데, 그를 지휘해 줄 자가 생겼으니... 부대의 사기가 한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골리앗은 성재가 맡는 다고 해도 다른 곳이 문제가 생기겠군!"

프로그는 남일인 것처럼 술을 마시며 웃고 있었다.

"프로그씨? 회의 중에도 술은 좀..."

내가 타이르지만 프로그는 못 들은 척, 계속 술을 넘기고 있다.

"용사님? 하지만 프로그님의 말이 맞습니다. 평소의 거인족이라면 전사의 대결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전투를 구경만 하겠지만, 적 진영에 악마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그들도 악마가 지휘한다면 각개전투를 시작하니까요."

마리아가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해 주었다.

'그렇지, 한곳에 뭉쳐서 돌진하던 거인들이 각개전투로 이곳저곳에 나타나면 내가 나선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 무너지면 의미 없는 전투가 돼.'

거인족에는 마법사의 수가 압도적으로 적고, 전투에 나서는 거인은 전부, 투력을 쓰는 전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성향이 편중된 전투를 한다.

회의는 계속해서 제자리 걸음을 걷고, 확실한 해답이 나오지를 않고 있었다.

'나와 라인하르트, 프로그를 중심으로 후위인 로젤리아, 마리아, 앨리스를 데리고 이인일조를 짜면 세 곳은 커버가 가능해, 덩치의 괴력을 버티고 반격이 가능한 건 나뿐이니까, 그를 내 쪽으로 불러들일 방법만 있으면 되는데...'

대결, 전사, 일기토...

'응?'

"잠깐."

내 말에 회의에 참석한 지휘관과 파티원들이 전부 주목했다.

"나한테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오! 용사님!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지휘관의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물어본다.

반면 파티원의 반응은.

"당장 저 노란 고블린을 막아!!"

파니아를 시작으로.

"라인하르트! 성재님의 입을 막으세요!"

"예! 로젤리아님!"

로젤리아와 라인하르트.

"용사, 제발 미친생각 좀 하지마..."

앨리스.

"아아아아. 여신님... 부디 자비를..."

"나는 가끔 술맛이 떨어지는 게 참으로 신기하네..."

마리아와 프로그.

<미친놈,미친놈,미친놈,미친놈.../>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하는 카르마까지,

절망하고 있다.

"그게 뭐냐면..."

☆☆☆

"골리앗님? 아시겠어요? 제발 이번에는 제 말을 들어주세요."

신장 14미터.

리리스는 앉아 있어도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골리앗에게 당부를 하고 있다.

'거인족의 평균신장이 7미터인걸로 아는데... 골리앗님은 그 두 배는 되어 보이네요.'

태고의 거인이라는 이명이 어울릴 정도로 거대한 존재를 앞에 두고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존재는 몇 없을 것이다.

그중에 한 명.

"리리스. 알겠다. 골리앗. 듣는다."

"듣기만 하지 마시고 따라주세요..."

리리스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한탄하고 있다.

'평소라면 상관없어요. 골리앗님은 작전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분이십니다.'

그는 분명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대충 아무곳에 던져 놓고 '가라! 골리앗 몸통박치기!'라고 해도 '꾸엉!'하고 전장을 초토화 시키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문제는,

"첩보원에게 전달 받은 내용으로는 그곳에 용사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골리앗의 파괴력에 맞설 수 있는 세 명의 존재.

마왕 레이지.

용왕 바실리스크.

그리고...

"당신보다 강한 존재가 적으로 있다구요!!"

용사 이성재.

그가 나섰다.

'제가 이곳으로 왔다는 정보가 들어갔습니다. 첩보활동, 스파이를 보낸 건 우리만이 아니란 이야기겠죠.'

마왕군에서 인류에게 협력하는 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른다.

지금 당장은 찾을 수는 없지만, 반드시 찾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우리는 인족의 마력석과 노예로 남을 것이다.

"용사! 맞선다! 전사! 싸운다!"

머리가 아프다.

"골리앗!!!!"

"님? 강한 전사와 싸우고 싶은 건 알겠어요. 하지만 이건 싸움이 아닌 전쟁이에요. 전략상으로 피해야 하는 전투도 있는 법이에요?"

미소다.

그는 부하가 아니고 같은 간부이다.

존중해주어야 한다.

'비록 생각이란 게 없는 존재라고 해도 말이죠...'

"리리스. 화내지마라. 아내같다. 무섭다."

리리스의 미소에 떨고 있는 골리앗을 보면서 머리를 식히고 다시 정중하게 이야기해나갔다.

"용사는 아무리 전략을 짜고, 대비를 해도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 주는 존재입니다. 작전을 따라주세요."

"알겠다. 골리앗. 리리스. 따르겠다."

'분명히 선대 족장은 머리도 좋았던 거로 알고 있는데, 저 지능은 대체 어디서 나온걸 까요...'

지능을 괴력과 바꾼것인지, 본인의 고집만 부리고 말을 들어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 한 번 정하면 말을 듣지도 않는 사람은 너무 피곤해요... 부인분께서 화내시는 것도 이해가 되네요...'

"골리앗님, 이번의 골리앗님은 용사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최대한의 피해를 주어야 해요. 용사가 보인다고 싸우지 마시고 도망..."

쾅!!!!

"꺄악!"

땅이 흔들린다.

거대한 소음과 함께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일인가요!"

원인을 찾으러 골리앗과 함께 밖으로 나갔고, 곧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하하하하! 덩치! 사흘 뒤 우리 쪽 진영으로 단신으로 와라! 이 용사 이성재가 일기토를 신청한다!"

소란의 중심지에는 용사가 있었다.

"용사! 어떻게 이곳에?!!!"

"응?! 모지리, 당연히 투석기타고 날아왔지! 덩치! 전사라면 피하지 않고 오겠지?! 전사라면! 아하하하하!"

용사는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전하고는 포위한 거인들을 가볍게 치우면서 유유히 사라졌다.

"투석기 타고 노는 것도 재미있네!"

"..."

"리리스. 사흘 뒤. 몇 밤째냐."

'아아아아.'

"함정이에요."

"전사. 싸움. 받아드린다."

"가지 마세요."

"골리앗. 용사. 싸운다."

'머리아파...'

☆☆☆

사흘 째.

골리앗이 단신으로 인족진영에 왔다.

병사들은 그 거대한 존재감에 그저 포위만 할 뿐, 나서지를 못하고 있었다.

"오! 진짜로 왔네. 덩치야."

그곳에 고고하게 서 있는 골리앗이 입을 열었다.

"전사. 도망. 수치다."

"모지리가 막았을 거 같은데? 아닌가?"

골리앗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했다.

"리리스. 설득. 골리앗. 무시했다."

"나랑 싸우고 싶어서?"

"그렇다."

나는 카르마를 뽑으면서 골리앗에게 겨누었다.

"그래. 아! 걱정 하지마. 주변 사람들과 동료들은 참전안해 약속대로 일기토를 할 것이니까."

"음! 용사. 약속. 지킨다."

골리앗도 검을 들고 나에게 겨누었다.

"고맙네, 적이지만 믿어 줘서, 그러면."

나는 달렸다.

"싸우자."

쾅!!!!

골리앗이 내가 휘두른 검을 막아섰다.

"음!"

골리앗의 검이 공기를 찢으면서 나에게로 내려왔다.

쾅!!!!!!!

'여전히 무식하게 쌔네...'

나를 중심으로 땅이 갈라졌다.

카르마를 들고 막아섰지만 주변의 여파는 막을 수 없었다.

다윗과 골리앗.

이 싸움은 지구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그 싸움을 연상하게 했다.

단순하고 직선적인 골리앗의 공격을 흘려 보내고,

나는 골리앗의 몸을 공격하지만 그의 두꺼운 근육과 거대한 몸탓인지 자잘한 상처만 남길 뿐이었다.

"용사. 마법. 안쓰는가."

골리앗이 내가 마법을 쓰지 않는 거에 의아함을 가졌다.

"글쎄? 그냥 지금은 너하고 싸우면서 사용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순수하게 투력으로만 싸우고 싶거든."

"알겠다."

그러고는 골리앗이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쾅!!!

"!!!"

투력으로 몸을 강화하였지만 날아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이 미친! 괴력은 여전하네!'

괴력만으로 간부가 된자.

태고의 거인. 골리앗.

그 거대한 힘에 날아간 내 몸은 절벽에 부딪치고 나서야 멈추었다.

쾅!!!!

"커헉!"

절벽이 무너져 내리고, 그곳에는 바위들이 생겨났다.

"검순이로 막아도 날아가는 건 못 막나보네. 퉤!"

입에 고인 피를 뱉어내며 고개를 숙였지만, 어두워 진 하늘에 다시 고개를 들어야만 했다.

"하하하. 거기서 날아왔다고?"

'각력만으로?'

카르마에게 투력을 두르고.

"마력을 사용하면 이기겠지만..."

쏘아냈다.

'뭔가 진 느낌이 들거 같단 말이야!'

자존심.

저 거대한 존재와 투력만으로 싸우고 싶다.

그런 자그마한 자존심이 몸을 움직이고 있다.

나는 검로를 그리고 검격을 교환했다.

"하하하! 덩치야! 최고다! 지금 너무 기분이 좋아!"

"용사! 그것이! 전사! 그것이! 결투!"

웃음이 나온다.

전사로서 명예에 목숨을 걸고, 대결을 신성시 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거 같다.

흥분된다.

그는 강했다.

이제까지 싸웠던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올곧았다.

'힘을 아끼는 건 그에게 큰 모독이겠지...'

온몸에 투력을 모두 끌어 올렸다.

한 점의 조각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용사!!!"

"그래, 덩치야. 아니 골리앗. 너한테 전사로서의 전력을 쏟아 부을게."

'막아봐.'

지진이 나면서 공기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후인가..."

골리앗은 더없이 맑은 눈으로 검을 쥐었다.

"골리앗? 피하면 살 수 있다고? 막을 거야?"

막을 것이다.

"그 공격. 받아보고 싶다."

'거 봐.'

그는 알 것이다.

이 공격을 맞으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전사로서 골리앗은 피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그 뒤에 죽음이 기다린다고 해도.

그는 이 공격을 받아 낼것이다.

"안 두려워?"

"두렵다."

"그런대, 왜?"

"전사로서의 고집."

'그렇군.'

"강하고 정의로운 전사와 싸운다는 고양감."

거대한 검을 양손으로 강하게 쥐었고.

"나 골리앗의 자존심!"

"그래. 그러면 간다? 막아봐 골리앗."

"와라. 용사. 전력으로 막아보겠다."

모든 투력을 한곳에 모았다.

'보통 전투에서는 이러지 못하지...'

전사인 그였기에 해 볼 수 있는 일이었다.

'투력을 전부 끌어 올리는 것도 오래 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는 기술이겠네...'

쿠구구구구궁...

나는 검을 하늘 위로 들고.

아래로 내려 그으면서 검로를 그렸다.

하늘이 갈라지고,

거대한 검이 잘렸으며,

골리앗을 베었다.

콰아아앙!!!!!

먼지가 가라았고,

쓰러져 있는 골리앗이 보였다.

"쿨럭! 하아하아 용사."

"..."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이런 검을 받을 수 있었으니... 저승길 선물로서... 최고의 선물이었다..."

"골리앗..."

"동정은 필요 없다... 전사로서... 쿨럭!"

몸을 사선으로 가른 상처에서 피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강한전사와의 정정당당한 전투, 전사의 최후로서 가장 명예로운 죽음이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뭐야, 바보덩치. 말 길게 할 수 있잖아..."

'쓸데없이 멋있게...'

나는 뒤를 돌아서 아군이 기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어머. 저 괴물은 하늘도 가르네요."

골리앗은 조용하게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지만,조용히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용사. 동료... 쿨럭!"

"이 괴물도 끈질기네요. 그걸 맞고도 아직 살아 있다니..."

"로젤리아님. 다가가면 위험합니다."

남성이 로젤리아를 막아서고, 그녀는 뒤에서 소름 돋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어차피 라인하르트가 지켜 줄 거 잖아요? 그리고 그 괴물은 뒤처리 좀 잘 할 것이지... 말도 잘 안 들으면서, 어딘가 항상 엉성해요."

로젤리아가 천천히 앞으로 나오고.

"'도구' 주제에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 건 불량품이란 말이에요. 역시 그 '괴물'도 처리해야겠네요. 우리를 완전히 믿고 있는 거 같으니 쉽겠네요."

"!!! 여자!"

골리앗은 전사를 모독하고 있고, '그'를 이용하는 것에 분노하며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라인하르트."

"네, 로젤리아님."

라인하르트는 로젤리아의 명령을 받아, 골리앗의 목을 베어 냈다.

"큰 '괴물'님? 평소라면 몰라도, 다 죽어 가는 지금은 쉽게 벨 수 있어요. 후후후."

"크헉..."

"당신도 훌륭한 '소재'가 될 거 같네요. 유용하게 사용해드릴게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용사여... 그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 저 사악한 존재들은 자네를 속이고 있어...'

눈이 무거워진다.

'정의롭고 상냥한 전사여...'

더 이상 숨이 쉬어지지가 않는다.

'부디 조심하거라...'

그렇게 거인족 전사. 골리앗은 최후를 맞이 하였다.

☆☆☆

"라인하르트? 그런데 '소재'는 어떻게 옮기죠?"

"로젤리아님, 그냥 버리고 가시죠. 아니면 일부만 가져가야 할 거 같습니다."

로젤리아는 거대한 '소재'를 보면서 아까운 감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게요. 아깝기는 하지만 지금 '괴물'에게 다른 생각을 품게 해서는 안 되니까요."

라인하르트를 보며 그녀는 명령했다.

"쓸 만한 부위만 채취하고 나머지는 버리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로젤리아님."

'아... 왜 투력석은 없는 건가요? 마력을 가진 존재만 마력석을 만들어내니, 아까워서 원...'

"그래도, 마왕과 용사. 두 '괴물'이 만들어내는 마력석은 기대되네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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