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괴물
* * *
"너희가 너무 보고 싶어서 다시 살아 돌아왔어. 너는 나를 안 보고 싶었니?"
나는 오랜 '친구', 프로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마왕과 같이 싸웠다니... 대체 무슨... 네년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정말이지. 너는 여전히 멍청하구나? 덩치보다 좀 더 잘 말할 뿐이지 딱히 다를 게 없는 거 같은데?"
아직 이해를 하지 못한 프로그에게 다시 한번 '내'가 누구인지 알려 준다.
"프로그? 이미 한 번 죽고 나서 다른 몸이 되었는 데도 너를 보면 가슴과 목이 욱신거려."
어째서일까?
더 이상 '성재'의 몸은 없다.
흔적이라고는 저기에 장식되어 있는 검만이 있을 뿐, 더 이상 '성재'라고 알아볼 수 있는 몸은 없었다.
'그런대 왜 이리 아픈걸까? 그날과 같이 아파와, 아마도 프로그 말고 다른 '친구'를 보아도 같겠지...'
'친구'들에게 모두 갚아 주지 않는 이상, 이 통증은 영원히 계속 될 것이다.
"프로그? 자신들이 죽였던 '괴물'이 살아 돌아와서 너희를 잡아 먹을려고 하고 있어. 기분이 어때? 응? 알려 줘, 우린 '친구'잖아?"
프로그에게 다가가고 미소를 지으며 질문하지만 프로그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을 친다.
"무...무슨! 무슨 소리를! 그럴 리 없다. 그 '괴물'은 우리가 죽였어! 사체조차 뜯어서 저렇게!!!!"
"이거?"
나는 그 '검'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너무했다. 죽인 것도 모자라서 '나'를 이렇게 만들 수가 있어? 아니, 말 그대로 '도구'니까 이런 건가? 크크크크"
"아...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히익!"
프로그는 현실을 받아드리지 못하고 문 쪽으로 달려가지만 나는 그것을 막아선다.
푸욱.
"아악!!!!!"
"어때 '나'로 찔리는 기분은? 빨리 죽으면 안 되니까 다리만 찔러 봤는데... 아파? 아프지? 아파야 하는 데..."
나는 프로그를 걱정 하면서 '검'을 뽑아 냈다. 프로그는 바닥에 넘어졌고 다리에서는 피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출혈로 죽으면 안 되는데!"
그러고는 '검'을 고열로 달구어 다시 상처 부위에 집어넣었다.
"끄아아아아악!!!!!"
"프로그! 내가 영화같은 데서 봤는데, 출혈을 멈추게 할 땐 지지는 게 최고 인 것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하하하하!"
"끄흑. 미...미친놈이! 네가... 네가 어떻게 살아 있는 거냐?! 성재!!!!"
그의 물음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말했잖아? 너희가 너무 보고 싶어서 다시 돌아왔다고? 크크크크."
너희들의 '괴물'이 되어서.
인족이 만들어낸 '마왕'이 되고, 세계를 멸할 '악'이 되어서.
"그리고 세계를 '인족'에게서 구해낼 '용사'로 다시 돌아왔어, 반갑지?"
다리를 지혈한 검을 뽑았다.
"크악!"
"뭐, 사실 안반가워도 상관없어. 나만 반가우면 됐지. 어? 잘 구워졌다. 그치?"
그러고는 프로그에게 몇 가지 마법을 걸었다.
"[SCHOCKTOD PREVENTION][MENTAL AWAKENING][SENSORY AMPLIFICATION]."
"무슨! 내게 무슨 마법을 건거냐!"
"무슨 마법이냐고? 쇼크사 방지,정신 각성, 감각 증폭. 이 세 개만 걸었는데?"
'기절하거나 고통으로 죽으면 안 되니까...'
"감각 증폭은 덤이야, 히히히. 이거 걸리면 바늘에 찔려도 아까처럼 아플걸?"
오직 '친구'들을 위해서 만들어낸 마법이다.
그런 마법을 쓰지 않고서는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너희들만 생각해서 만들어낸 마법이야, 기뻐해 줬으면 좋겠네.'
"이 미친 괴물이! 네가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 줄아느냐! 너는 괴물이다.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될 분술물이다!"
"응, 상관없어. 내가 너희에게 무엇이 되었건, 내가 할 일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반대쪽 다리를 잘라 내고 프로그의 고환을 밟는다.
"크아아아아아악!!!!!"
"어차피 저 다리로는 평생 불구로 살 거 같은데 균형을 맞춰야지? 그리고 지난 일주일간 네가 쳐다보던 게 어찌나 구역질 나던지... 이참에 중성화도 하자?"
뿌직.
"아아아아악!!!!"
"아! 터졌다. 으히히히히."
프로그는 몸부림을 치지만 마법의 효과 때문인지 기절조차 할 수 없고, 그저 소피아가 괴롭히는 대로 당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평생이라고 해봤자, 길어도 몇 시간이네? 부탁인데 그만큼은 살아 있어 줘? 일찍 죽으면 아쉽단 말이야..."
나는 검으로 잘린 다리를 찔러서 마법으로 만든 용광로에 집어넣었다.
"으악, 하아. 뭐... 뭐 하는..."
"응? 아! 이거? 네가 내 몸으로 검을 만들어 주었 잖아? 이 '검' 말이야. 그래서 나도 특별히 네 몸으로 무언가 만들어 주려고. 다 만들 때까지는 죽으면 안 돼? 그러면 의미가 없잖아. 자기 몸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는 기분을 너도 한 번 느껴봐야지? 아하하하하하!"
"히익!"
프로그는 공포에 젖어 실금을 했고, 밟혀서 터져 버린 고환의 피와 섞여서 바닥을 적시고 있다.
"아하하하핫! 더럽잖아 프로그. 아직 시작인데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해? [EXPLOSION]."
"끄아아아아악!!!!! 파... 팔이! 내 팔이!!!"
나는 폭발마법을 프로그의 오른쪽 팔에 시전했고, 그 결과로 프로그의 팔 이었던 살점들이 방 내부를 장식했다.
"아하하하하, 프로그. 팔을 잃은 게 고자가 된 것보다 충격적인가 보네? 하긴 드워프가 망치질을 못 하게 되었으니, 충격적이긴 하겠지..."
살점들을 검으로 찍어서 용광로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거 포크로 쓰기 적당하네, 네 몸뚱이는 더러워서 만지기 싫었는데, 잘됐어."
"그... 그만... 내가... 내가 잘못했어... 성재. 제발... 제발 용서해줘!"
고통을 못 이겨 프로그는 용서를 구하지만 내 눈은 더욱 차갑게 식어갔다.
"용서? 어떤 걸 용서해 달라는 거야? 응? 프로그! 말 좀 해 줘! 무엇을! 내 세계에서 잘 살고 있던 나를 납치하고, 이용한끝에 죽인 주제에 무엇을!"
"크억! 악! 억!"
분노로 프로그를 짓밟고 있지만 [정신력]에 의해 강제로 분노가 식어간다.
"후우, 응? 프로그. 무엇을 용서해 달라는 거야? 그런 것보다 내가 '친구'인 널 위해 만들어 주는 선물이나 기대해. 이런 예쁜 여자애한테 받는 선물이 얼마나 귀한걸 줄 알아?"
"크어어어."
"아하하하하! 침흘리는 것봐! 기절하고 싶지? 죽고 싶지? 안 돼. 내가 특별하게 만든 마법이라 심장이 터지거나 목이 잘리지 않는 이상에는 안 죽고 정신만 멀쩡하거든."
"그...그만... 제발..."
나는 프로그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
"저기, 프로그? 방금 생각난 건데, 산 채로 신체 일부가 용광로에 담기면 어떤 기분일까?"
"!!!"
그대로 프로그의 남은 발을 용광속에 천천히 담궜고, 고통에 일그러지는 프로그의 얼굴을 보며 고양감에 빠졌다.
'아... 비명조차 지르기 힘들구나, 그래도 이건 이거대로...'
"좋네... 비명 소리도 듣기 좋았는데, 발버둥 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최고야."
용광로 속에서 다리가 전부 녹아 내리자, 나는 프로그를 바닥에 내 던졌다.
"프로그. 이제 왼 팔 하나 남았네? 이건 어떻게 없애 줄까? 뭉개 버릴까? 그럴까? 너는 분명 망치를 무기로 썻지? 망치로 뼈째 가루로 만들까? 응? 프로그!"
프로그를 걷어차면서 말을 걸지만 신음만 흘러나올 뿐 더 이상 말이 나오지를 않고 있다.
'말조차 못하게 되었나?'
"재미없게 너는 전부터 의지가 약하고 이런 거를 잘 못 버텼지. 마리아라면 더 오래버텼을 텐데..."
남은 한쪽 팔을 뭉개버리고 용광로 속에 집어넣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프로그. 금방 너를 위한 무기를 만들어 줄게, 너는 망치를 썻으니까 망치를 만들어 줄 거야. 어때 기대되지?"
"으어어어어어..."
"기대된다고? 다행이네!"
☆☆☆
나는 용광로 속에서 녹은 프로그의 신체와 철들을 섞어서 망치를 만들었고, 검을 이용해서 세공을 했다.
"저기, 프로그 내가 이곳에 와서 잠깐 세공을 배웠는데 어때? 응? 잘만들었지? 너만을 위해서 세공한 거야. 고맙지? 응? 말해!"
망치로 몸을 내리찍으면서 언성을 높였다.
그 망치는 프로그의 욕심을 세공해 넣었다.
강한 무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 누군가를 죽이는 드워프가 세공되어 있는 망치.
그 망치에는 '욕망의 드워프'라 적혀 있었다.
"[MENTAL AWAKENING][MENTAL AWAKENING][MENTAL AWAKENING][MENTAL AWAKENING][MENTAL AWAKENING][MENTAL AWAKENING][MENTAL AWAKENING][MENTAL AWAKENING][MENTAL AWAKENING]..."
나는 프로그의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마법을 걸었고, 잠시 후 프로그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을 회복했다.
"으아아악! 으어... 주...죽여 줘... 그냥 죽여!!!"
"걱정 하지마, 곧 죽여 줄 거야. 우선 너의 욕망을 부셔야지..."
나는 망치를 높게 치켜들고.
"무..무슨... 안 돼!!!"
'검'을 향해 내리찍었다.
쾅!!!!!
투력으로 강화된 망치는 단순한 마법검을 손쉽게 부셨다.
"아무리 내 몸을 쓴 검이라도 프로그 정도의 대장장이가 만든 검으로는 이 정도 강도가 한계인가?"
"어? 으어어어. 아아아아악!!!"
이제 끝이다.
나는 이세계에 납치되어서 '도구'로 이용당하고 살해당했고,
다시 살아나도 전생에서 이어져 버린 '인연의 사슬'.
그 '사슬'을 한 개를 끊어 버린다.
다시 한번 망치를 높게 치켜들고.
"잘 가, 프로그."
프로그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
'휴우.'
한 번의 복수를 완수했다.
나는 망치를 깨진 프로그의 머리에 그대로 내려놓고 부서진 검 조각들을 수집했다.
'이대로 두면 나중에 다른 '친구'들이 또 쓸지도 몰라, 적어도 그런 일은 없어야 해.'
그들이 다시 이 검을 이용하게 둬서는 안 된다.
검조각을 전부 수집하고, 나는 세공했던 '브로치'를 프로그의 사체위에 던졌다.
가운데의 루비에서 시작한 불이 다섯 명의 인간을 불태우려 하고, 한 명의 인간을 집어삼켰다.
그 '브로치' 뒤에 남겨진 글귀와 함께.
'욕망의 불길을 삼킨 인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에게 잡아 먹힌다.'
"으음! 속 쉬원해! 정말 일주일 동안 참기 힘들었다니까! 오늘은 리리스나 미네르바가 뭔짓을 해도 그냥 넘어 갈 거 같네!"
나는 기지게를 피며 방을 나섰다.
"'친구'들이 눈치챌까? 아니면 다음에? 아하하하! 궁금하네. 자신들이 만든 '괴물'이 자신들을 노린다는 것을 언제쯤 눈치채고 벌벌 떨지..."
정말 기대된다.
"리리스도 미네르바도 고생하면서 지저국을 전복하고 있을 거니까 빨리 가서 도와줘야지."
나는 '사람'이지만 '친구'들과 그들의 '세계'에는 '괴물'이 되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