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25화 (25/156)

〈 25화 〉 세공사 소피

* * *

끼익.

"이보게, 데비. 안에 있는가?"

공방의 문으로 한 명의 드워프가 들어왔다.

"네! 어?! 프...프로그님?! 용사파티의 일원분이 어쩐일로 제 공방에..."

드워프 프로그, 그가 이곳을 찾아왔다.

"음... 자네 공방에 조금 봐줄만한 세공사가 제자로 들어왔다는데... 지금 어디에 있나?"

"소피 말인가요? 그 아이는 왜..."

"음? 하하하하! 그거야, 자네 보다는 드워프에 선임대장장이인 나한테 배우는 것이 더욱 크게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하지만 결국에는 쓸 만해 보이니 자기가 데리고 가겠다는 소리다.

"어휴! 안 됩니다. 프로그님! 그 아이가 제 공방에 와 준 유일한 제자인데 데리고 가신다니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장신구 세공공방의 주인, 데비가 프로그를 만류하며 고개 숙여서 부탁을 하고 있다.

"음? 아직 데리고 간다고는 안 했네. 그리고 자네 제자한테도 물어는 봐야 하지 않은가?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고?"

프로그가 이런 식으로 공방들을 찾아가서 실력 있는 제자를 강제로 데리고 가는 경우는 많이 있었다. 거기에 제자들을 부려 먹기만 가르침은 주지도 않고 있다.

그때문에 수많은 공방주인들에게 원망을 받지만, 선임대장장이와 용사파티라는 위치 탓에 대놓고 뭐라고 할 수 있는자도 없었다.

"일단은 나와보라고 하게, 내가 뭐 무조건 데리고 간다고 하나? 자네 제자 의견도 들어 보자, 이 말이야."

"...네, 소피! 잠깐 나와보렴!"

"네! 스승님!"

대답을 하며 나온 소녀를 보던 프로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호오, 이건 참으로..."

음흉한 눈빛으로.

"음..."

마치 평가를 하듯이, 소녀의 전신을 훑어보고는 말을 이어간다.

"자네가 소피인가?"

"네... 그런대 누구시죠?"

"음! 나는 프로그라 하네, 자네도 알겠지? 용사파티의 프로그."

"네, 알고 있어요. 그런대 무슨 일로..."

"내일부터는 내 공방으로 출근하게."

"프로그님!"

데비가 깜짝 놀라 소리친다.

"조용히 하게, 위치는 알거라 생각한다."

"네? 하지만 전 스승님께 배우고 있는데..."

소녀, 소피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프로그는 거기에 엄한 목소리로 타박한다.

"스승님은 무슨! 실력 좋은 스승을 둬야지 이런 공방에서 썩으면 쓰나! 그리고 이런 기회는 흔이 있는 게 아니야! 잔말 말고 내일부터 나오게나, 어차피 이런 허름한 공방... 나는 쉽게 무너뜨릴 수 있어. 잘 생각하게."

자기 할 말만하고 프로그는 공방을 떠났다.

☆☆☆

"소피아님."

그는 여전했다.

여전하게 쓰레기로 살아가는 중이었다.

호탕한 줄 알았지만 뻔뻔한 거 였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줄 알았지만 그저 자기 멋대로 일 뿐이었다.

제 욕심에 눈이 멀어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고 빼앗아가는 쓰레기.

'개과천선이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어. 그러면 죽이는 내가 나쁜 놈처럼 보였을 거 아니야?'

"소피아님?"

"응?"

소피아가 데비를 보며 대답한다.

"왜?"

"계획대로 프로그가 찾아왔습니다. 이제 그자의 공방으로 가시는 겁니까?"

"그래야지, 그런대 데비... 아니, 본명은 데카라비아라고 했나? 꽤 일처리가 좋네. 리리스의 부관이었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이런 곳에 잠입한 거야?"

데비. 아니, 데카라비아는 정말로 우수했다. 이 공방에 왔을 때는 모든 준비가 끝나 있어고, 만약을 대비해서 정말로 세공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어떤 광물을 쓰면 좋은지도 다 알고 있었지...'

"전쟁시절에 리리스님의 밑에서 일을 하다가, 전투로 뿔과 날개를 잃었습니다. 운이 좋아서 그것만 잃은 것이고, 은퇴할 만한 부상도 아니여서 계속 리리스님의 부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리스님이 직접 잠입을 하는데 제가 안 할 수는 없지요. 부족하지만 지저국에 잠입한 인원들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카라비아는 작게 '뿔이 없어서 인족이랑 구분하기도 힘들고 변장도 필요 없어요.'라고 속삭였다.

'정말 우수하네. 요즘은 내가 모자란 것 같지만 내가 모지리라고 부르던 리리스의 부하라고 안믿겨져.'

그녀 데카라비아의 겉모습과 분위기는 정말 '우수한 비서'를 표현 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갈색머리에 무뚝뚝하면서도 깐깐해 보이는 것이 상사의 피를 말릴 거 같다.

"그런대, 왜 하필 지저국이야? 다른 곳도 많이 있잖아?"

"제가 리리스님과 같은 곳에 잠입하기에는 효율이 떨어지고... 부끄럽지만 제 취미가 식물을 연구하는 것과 광물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입니다."

살짝 볼을 붉히며, 대답하는 데카라비아를 보고 조금 당황했다.

'트...특이한 취미를 가졌네...'

"그...그래, 데카라비아. 사람에 취미는 다양하니까..."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뚝뚝하게 돌아와 다음 내용을 전달한다.

"리리스님과 다른 자들의 정보공작과 수집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피아님이 지시하신 것도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불러 주실 때는 데비나 비아로 불러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리리스님이 여자의 이름이 그게 뭐냐고 하시면서 지어 주신 이름입니다."

"알았어, 비아. 그럼 다른 것도 정기적으로 보고해 줘, 난 이만 돌아갈게."

"네, 리리스님을 통해서 전달하겠습니다."

비밀유지와 정보의 변질에 주의가 필요한 일이다 보니, 데카라비아는 리리스를 통해 직접 보고하겠다고 말하였다.

'역시, 우수하네.'

☆☆☆

"저기... 계신가요?"

"인족? 무슨 일로 오셨소? 제작이라면 저기 종이에 이름부터 적으시게, 대기가 한참 남았으니 받는데 몇 년은 걸릴 거요."

이튿날. 프로그의 공방을 찾아가니, 한 드워프가 건성하게 대응했다.

'대충이네, 만사가 귀찮아 보여.'

"그게 아니라... 어제 프로그님이 오늘부터 이곳으로 오라고 하셔서요. 소피라고 합니다."

자기소개를 하자, 드워프는 표정이 바뀌면서 적극적으로 환영해 주었다.

"응?! 그래! 네가 오늘 온다던 새로운 제자구나! 자자! 안쪽으로 들어와!"

드워프가 내 손을 잦아 끌면서 공방 안쪽으로 안내하였다.

"이쪽이 무구를 만드는 곳이고, 저기가 자네가 일할 장신구를 세공하는 곳, 그리고 여기 계단을 올라가면 제자들이 머무를 숙소하고 스승님의 방이 있네. 자네방도 지금 알려줄까?"

"네? 제방이요? 그게 무슨..."

데카라비아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이곳의 제자들은 모두 이곳에 머무르면서 무기와 장신구를 만들면서 생활을 한다고.

"이곳의 규칙이야, 제자들은 모두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일을 한다고? 예외는 없어. 여자라고 1인실을 내준 거로 감사하게 생각 하라고? 우선 네가 오면 스승님이 자기 방으로 데리고 오라하셨으니까. 빨리 가지."

"...네."

'그거 보고 있으면 참기 힘든데...'

"스승님! 막내가 왔습니다."

"하하하! 그래 결국 올 거면서 간보기는! 나는 소피랑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으니 네놈은 빨리 내려가서 일이나해!"

프로그가 다른 드워프에게 축객령을 내리고 나와 프로그 단둘만 남았다.

죽여라.

당장 저 드워프의 팔을 짓뭉개고, 눈을 후벼 파라.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마수의 먹이로 던져 주거라.

용광로에 던져넣어서 고통 속에 태워 죽여라.

'아직은 안 돼.'

"아직은..."

"응? 뭐라고 했나?"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프로그님!"

"음? 이제부터는 스승님이라 불러야지! 소피! 하하하!"

"아하하. 네, 스승님."

"그래, 그래. 일단 술부터 마시지!"

'보자마자 술부터 권하는 거냐? 뭐가 목적인지 훤하게 보이네 더러운 자식...!'

"죄송합니다. 스승님. 제가 술은 한 잔도 못 마셔요."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해서 부드럽게 거절했지만 프로그는 버럭 소리를 화를낸다.

"무슨! 스승님이 주는 건 받아야지! 마시고 못 마시고가 어디 있나!"

"읏!"

'위험했다.'

"크흠! 아니 그렇게 겁먹지 말게나. 내가 드워프다 보니 자네가 인족이라는 걸 잊었어. 그래, 못 마실 수도 있지. 흠흠."

'왜 자꾸 명을 재촉해? 순간적으로 턱에 붙은 수염을 다 태워 버릴 뻔했잖아.'

아직은 참아야 한다.

즉흥적으로 죽이기에는 너무 아쉬운 상대이다.

'최대한 가지고 놀은 다음에 죽여야 하는데. 네가 그러면 내가 참기가 힘들어지잖아?'

리리스도 미네르바도 나를 돕기 위해서 지금 일심히 준비 중이다. 그녀들을 생각해서라도 참아야 한다.

"크흠, 그럼 내려가 봐 자네가 뭐부터 해야 하는지 알려 줄 걸세."

"...네, 스승님."

'아주 조그만 더.'

조금만 더 기다리렴 '친구'야? 내가 널 위해서 많은 걸 준비하고 있단다.

☆☆☆

"오! 아저씨! 오늘은 뭔가 즐거워 보이네!"

술집에 들어온 프로그는 최근 새로 사귄 술친구와 합석을 했다.

"음! 하하핫! 이번에 제자를 새로 뽑았거든! 아주 마음에 들어!"

"하하하! 아저씨! 평소에는 제자들이 불평만 한다고 싫어하지 않았어?"

둘은 자연스럽게 잔을 부딪치고는 술잔을 기울인다.

"뭐, 술을 못 마신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야. 인족중에는 자네처럼 마시는 사람이 드물다고 했나?"

"그렇지? 내 동생은 한 잔도 못 마시니까."

"그런 경우가 실제로 있나? 그래도 새로 온 제자는 미인이여서 흑심이 생기는 구만! 이러다가 아내가 생기는 거 아닌가 몰라? 하하하!"

프로그는 술친구에게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던졌지만 상대는 반응이 없었다.

"응? 미네 왜 그러는 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아저씨, 나도 일단 여자라고? 여자 앞에서 이런 소리는 안 좋아. 하하하..."

미네, 미네르바는 아랫입술을 씹으면서 프로그를 차갑게 쳐다본다.

"하하핫! 이보게 미네! 술친구는 좀 다르다고! 남자는 자네처럼 잘 마시는 여자보다, 오히려 한잔도 못하는 여자를 선호 한다고! 하하하하!"

"그래..."

그렇게, 그 둘은 술을 마시고 떠들면서 헤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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