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24화 (24/156)

〈 24화 〉 음주가무

* * *

"리리님, 말씀하신 맥주 한 통 가져 왔습니다."

리리스의 부하로 보이는 인물이 오크통을 가져 왔다.

'다행하게도 우수해 보이네, 우리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하지 않고 미리 정한 가명으로만 부르고 있어...'

과한 관심은 독을 부른다.

'리리스가 교육을 잘 시킨것 같네.'

술의 배달이 끝나자 즉시 자리를 이탈하는 모습에 나는 만족한 웃음을 띄면서 술을 따른다.

"오늘은 간단하게 주량을 알아보는 정도니까 조금만 마시자."

나는 미네르바를 보며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알겠지? 무리 하면 안 돼?"

'아무래도 무리하는 거 같으니까.'

"응!"

언제나처럼 활기차게 대답하지만 걱정이다.

'미네르바가 오크통 하나는 아무리 봐도 무리하는 거 같단 말이지...'

"언니도 무리하시면 안 돼요?"

"나도 힘들다 싶으면 잔을 내릴게."

그렇게 말하고는 잔을 들고 맥주를 입에 털어 넣는다.

'아... 이 청량감! 오랜만이네! 지저국이 술에는 참 진심이란 말이야!'

"키햐!"

미네르바도 어느새 오크통을 기울이면서 맥주를 들이키고 있다.

"저게 그 몸에 다들어가?! 미네르바도 대단하네!"

"? 언니? 지금 좀 텐션이..."

<리리스, 본녀가="" 말하지="" 않았느냐?="" 재미있는="" 구경을="" 볼="" 거="" 같다고.="" 본녀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소피아?"

"응? 왜에? 미네르바?"

"아니... 그... 소피아는 분명 한 잔만 마신거지?"

'당연한 걸 왜 물어보지?'

"그거야 한잔만 따르고 나머지는 미네르바가 통째로 마시고 있잖아? 아깝게..."

<아직, 혀는="" 안="" 꼬인듯싶구나.="" 리리스="" 더먹이면="" 더="" 재미있어="" 질="" 거="" 같은데...="" 더먹일="" 거냐?=""/>

"아니요. 카르마님. 언니의 주량은 맥주 한 잔도 안 되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 그만 먹이죠."

'무슨 소리! 고작 맥주 한 잔에 그리고 이렇게 빨리 취한다는 게 말이 돼?!'

"나 안취했어! 사람이 어떻게 맥주 한 잔으로 바로 취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그러게, 소피아. 나도 그 말이 안 되는 광경을 실제로 목격해서 놀라고 있어..."

<이런, 이미="" 가버렸구나.=""/>

"하아, 언니? 더 이상 드시지 마세요. 그자와 술로 친해진다는 작전은 기각이네요."

'한 잔으로 끝네라고? 싫은데?'

"싫은데? 난 더 마시고 싶어. 미네르바! 술 더줘!"

"아하하... 미안 소피아, 방금 다 마셨어. 하하하..."

"잘했어. 미네르바! 언니? 오늘은 가볍게 마시기로 했으니까. 이 정도로만 하죠?"

'왜 자꾸 이거로만 끝내려 할까? 아직 더 마실 수 있는데...'

"싫어! 리리스! 그리고 평소에 성희롱 좀 그만해! 가끔 진짜로 기분이 이상해진다고!"

"언니... 제발 자세한 건 내일 이야기하고 오늘은 그만 주무셔요. 네?"

"싫!어! 또 만질거 잖아!"

"저기... 카르마?"

<음? 왜="" 그러냐,="" 미네르바.=""/>

"슬슬 소피아 좀 말려야 할 거 같은데? 이러다. 사고치겠어..."

<무얼 그리="" 당황하는냐?="" 그리고="" 말려?="" 소피아를?="" 가능한="" 이야기냐?=""/>

"아니... 지금 제어 못하는 거 같은데... 저러면 못 말리지..."

<이럴 때는="" 미네르바,="" 그대도="" 그냥="" 팝콘이나="" 뜯거라.="" 어차피="" [정신력]="" 때문에="" 금방="" 멀쩡해="" 질="" 것이다.=""/>

"그러면, 다행이고..."

"언니! 잠시만! 팔 좀 놓아주세요!"

<오! 방금="" 소피아가="" 리리스를="" 침대에="" 넘어뜨렸구나!="" 취하면="" 적극적으로="" 변하는="" 타입인가="" 보네!="" 소피아는!=""/>

"리리스으, 오늘은 내가 당하는 입장이 얼마나 힘든지 알려줄게에."

<오! 오오오오!="" 보아라!="" 미네르바!="" 지금="" 소피아가="" 입맞춤을="" 하려는="" 거="" 같다!="" 소피아="" 저거="" 술="" 깨고="" 기억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러느냐?!="" 너무="" 신나!=""/>

"어...언니!"

"미안, 카르마. 나 말리고 올게."

<미네르바, 그대도="" 참전하려는="" 거냐?!="" 앗!="" 리리스="" 눈="" 감는="" 거="" 보아라!="" 기대하고="" 있네!="" 있어!=""/>

"리리스으으음."

"어?! 언니 잠시만요! 하시던 건 마저 하고 주무세요! 아직은 주무시면 안 돼요!"

"잠깐, 소피아! 나도! 나도 해주고 자!"

<에잉, 이게="" 뭐냐...="" 여기서="" 쓰러지면="" 어쩌자는="" 거냐?="" 재미없게...=""/>

"후우, 미네르바?"

"응, 리리스."

"언니는 술 드시면 안 되겠지?"

"가끔은 괜찮을 지도..."

<아침에는 소피아가="" 모든="" 내용을="" 기억했으면="" 좋겠구나,="" 그거라도="" 있어야="" 재밌을="" 거="" 같아.=""/>

☆☆☆

머리를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고통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났다.

"으윽, 머리야... 왜 이렇게 아프지?"

머리를 잡고 일어나자, 리리스가 방으로 들어온다.

"언니? 일어나 셨나요? 여기 물 좀 드세요."

"응, 고마워 "

나는 리리스가 준 물을 마시며 주위를 둘러 본다.

'?'

"저기, 리리스?"

"네?"

"저쪽에 검순이는 왜 손들고 서 있어?"

혼이라도 났는지 훌쩍이며 손을 들고 있다.

"소피아? 혹시 어제 술 마셨을 때 기억나?"

'술? 그러고 보니...'

"!!!"

"어머, 다행히 기억하고 있나 보네요."

웃고 있지만 리리스에게는 메티스와 같은 박력이 느껴지고 있다.

"어... 그... 앞으로 술은 손대면 안 되겠네. 하하하하..."

"지금 카르마님은 언니를 말리기보다. 팝콘을 드시면서 해설이나 하고 있던 것에 대한 벌을 받고 있는 중이세요."

'검순아! 왜 그랬어! 나도 잘못이지만 너는 왜!'

시선을 카르마에게 고정하지만 리리스가 내 얼굴을 살며시 건들며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언니? 집중하셔야죠?"

"히익!"

무섭다.

먹이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눈을 하며 나를 바라본다.

"어...그... 잘못했어요."

"무엇을요?"

'뭐지? 술 마시고 말 안들은 거?! 끊을 때를 못 찾고 술 더 달라고 때 쓴 거?! 아니면 내가 성희롱 하려던 거?! 아니 그런대 성희롱은 평소의 리리스가 더 심했잖아!'

답을 못 찾고 눈동자가 진동을 일으키자, 리리스는 요염하게 웃으며 정답을 알려 준다.

"언니? 어제 하던 거 마저 할까요?"

"리리스, 다음은 나야."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사며시 눈을 감으며 리리스가 다가 온다.

'어? 잠...'

"나...나중에! 제대로 할 거니까...! 오늘은 요...용서해 주세요!"

"어제의 언니는 말린다고 들으셨나요?"

'역시 화 많이 났어!'

"앞으로는 술 같은 건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겠습니다!"

최후의 기회라 생각하며 다시 한번 용서를 빈다.

"음... 언니? 오늘은 이쯤에서 용서해 드릴게요. 하지만 다음에는 아니예요?"

나는 앞으로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술 작전은 역시 기각으로..."

"잘 생각하셨어요. 언니, 앞으로 그러시는 건 맨정신에 부탁드려요."

"그...네..."

내 주량을 확실하게 알았으니 접근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졌다.

제자와 특별한 무구.

드워프의 관심을 끌만한 특별한 무구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저기에 벌을 서며 울고 있는 카르마 정도이다.

'나머지는 제자인데... 그건 우연한 만남을 가장하고 싹이 보이는 세공품을 보여야 해.'

가장 들어가기 쉬운방법이고, 이곳의 정보원에게 평소 프로그의 동선을 받으면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프로그를 보고도 이성을 유지 할 수 있냐는 건데...'

"언니? 작전은 생각하셨나요?"

"음... 역시 접근하려면 미리 준비한 세공사자매가 좋겠지."

가장 무난하고 미리 준비해 온 것들이 있어 대처도 쉽다.

"꼭, 제자가 아니여도 관심을 끌 방법도 있고 말이야."

"소피아? 그러면 세공사로 가는 거지?"

"응, 하지만 접근 방식을 나누어서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거 같아."

세 명이서 한 가지 방법이 아닌, 세 명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원도 많은데 꼭 한 가지 방법으로만 실행하라는 법은 없지...'

"리리스, 혹시 잠입원 중에 공방을 하고 있는 인원은 없어?"

"있어요. 미리 이야기해서 실력 있는 세공사가 들어왔다는 소문을 퍼트리라 전할게요."

리리스가 능숙하게 정보공작과 잠입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음으로 미네르바. 정확한 주량은 알고 있어?"

"미안... 마실때는 오크통으로만 계속 마셔서 자세히는 모르겠어..."

'어제도 놀랐지만 미네르바의 저 몸에 술이 통째로 들어간다는 게 신기하네. 그것도 여러통이...'

"괜찮아, 하지만 제대로 연기 할 수 있지?"

미네르바의 걱정스러운 부분은 그것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를 보면 공격하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프로그의 술친구를 연기 할 것인지.

"응! 소피아를 위한 일인걸? 열심히 할 거야! 그리고 그 자식은 소피아가 죽일 거니까 나는 참아야 해."

"그래, 장하네."

나는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리리스에게 맡을 임무를 준다.

"리리스는 정보수집과 조작같은 작전의 보조를 맡아줘, 둘을 서포트하는 역할이지만 이거도 매우 중요하니까."

"걱정 마세요! 언니! 그 정도야 쉬워요!"

나는 기운차게 대답하는 리리스를 보며 미소를 짖는다.

"그럼,"

'시작이다.'

☆☆☆

지저국 프로그공방.

"스승님! 프로그 스승님!"

젊은 드워프가 프로그를 찾으며 달려온다.

"음. 무슨 일인가! 쓸대없는 일이면 작업시간을 빼먹은 벌로 공방청소를 시킬거야!"

한때는 호탕했지만 지금은 많이 까탈스럽게 구는 프로그를 보며 제자는 속으로 욕을 한다.

'용사파티에 들어간 덕에 출세 한 것이 유세는...'

하지만 제자는 그것도 하기 힘들어서 항상 프로그에게 굽신 거려야 했다.

"그... 스승님, 그 소문 들으셨습니까? 서쪽에 있는 데비공방에 실력 좋은 세공사가 제자로 들어왔다는 거요."

프로그도 술집에서 듣기는 했지만 인간족이라 하여 금세 관심을 꺼버렸다.

"그런, 쓸데없는 소문에 관심을 가지지 말고 가서 망치나 더 두드려!"

또다시 화를 내며 제자를 내쫒지만, 제자는 만류하며 한 장신구를 보여 준다.

"음...이건..."

"어떻습니까? 꽤 잘 만들어졌죠? 그 세공사가 만든 거라고 합니다."

가운데의 루비에서 불이 시작되고, 여섯 명의 인간이 그 불에 타오르는 듯한 모양의 브로치였다.

"확실히, 꽤 과격하지만 예술성 있는 브로치군."

"이거, 데비 공방 같은 곳에서 썩히기에는 아까운 인재 아닙니까? 우리가 몰래 빼오는 건 어떻습니까. 스승님."

"그래, 내가 직접 찾아가서 빼오지. 그럼 나는 이만 술 마시러 가겠네, 요즘 사귄 술 친구가 참 잘마셔서 말이야. 하하하!"

그렇게 말하고는 프로그가 공방을 빠져나간다.

"오늘은 얼마나 마실까나? 그 친구도 참 끝도 없이 마시니까. 같이 마실 맛난단 말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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