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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9화 (19/156)

〈 19화 〉 휴식이라는 이름의 고행길

* * *

나는 메티스에게 모든 걸 이야기했다.

배신당한 것, 복수를 하려는 것,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것.

'나에게 배신한 자들은 용서없이 자르는 것까지...'

"사위님..."

메티스가 나를 부른다.

"?"

'어떤 말을 하려는 걸까?'

메티스가 슬픈 얼굴을 하며 나를 살며시 안아준다.

"메티스씨?"

"사위님, 많이 고통스러우셨죠?"

무엇이?

"믿었던 사람들에게 이용당해서..."

'!!!'

눈이 흔들린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될 만큼..."

마음이 흔들린다.

"가슴이 찢어져도, 울고 싶어도, 미치고 싶어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연기하고 싶을 만큼, 상처받기 싫어서 세상에 벽을 세워 둘 만큼..."

쉽게 흔들렸다간 쉽게 무너질 것이다.

'다행히 [정신력]이 제때 발동했네...'

흔들리던 마음이 잦아든다.

"메티스씨?"

나는 메티스를 살며시 밀어 내며 웃는다.

"확실히 벽을 세워두긴 했지만 고통스럽다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오히려 진실을 알아서 속이후련해요."

'맞아, 오히려 후련해 계속 속아서 이용당했으면 얼마나 억울할 뻔했어?'

"...네, 알겠어요. 그래도 이곳에서는 마음 편히 있었으면 좋겠네요. 사위님"

메티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아직 모르겠네요. 하하..."

"천천히 적응하셔도 돼요. 후후후"

'마음 편한곳이라...'

있었던가?

리리스와 지낸 며칠은 나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미네르바와도 그렇겠지.'

하지만 그들은 결국 '부하'로서 편안한 것이다.

'그럼 기억이 돌아오기 전에 살던 마을 사람들?'

기억이 돌아오기 전이라면 그렇다고 대답했으리라.

'기억이 돌아오고 나선 아버지조차 어딘가 남같은 느낌이야.'

타인.

기억이 돌아오고 나서는 보지 않았지만 아버지라는 개념을 가진 타인으로 생각했다.

'적어도 한 번쯤은 마을을 들러봐야겠지... 기억이 없는 곳도 아닌데.'

의무같은 기분이지만 확인조차 안하기에는 '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날 거 같으니까.

'나는 '괴물'이 아니야, '사람'이니까. '사람'으로 있어야 해.'

"그럼 사위님?, 어두운 이야기는 끝났고 우리 이제 식사할 까요?"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러죠, 메티스씨."

언제그랬냐는 듯이 단란한 분위기의 식사가 이루어졌다.

☆☆☆

식사를 마치고 리리스하고 미네르바랑 같이 대족장저를 나섰다.

<너무하지 않느냐?!="" 왜="" 밥="" 먹는데="" 본녀를="" 안="" 깨웠느냐!="" 그리고="" 놀러가는="" 데="" 놓고="" 가지="" 말거라!=""/>

...카르마도 같이 나섰다.

"검순아, 가끔 밥정도는 걸러도 되지 않아? 그리고 너 안 먹어도 되잖아."

<기분이라는 게="" 있다!="" 기분!="" 맛도="" 느낄="" 수="" 있고="" 본녀의="" 여분="" 마력으로="" 치환되니="" 일석이조="" 아니더냐!=""/>

...저 땡깡을 듣는 것보다 다음에 깨우고 같이 먹이는 것이 났다는 생각이 든다.

"소피아! 빨리 가자! 하루 종일 놀려면 빨리 움직여야지!"

"엇?! 잠깐만! 미네르바! 천천히 가도 되잖아?!"

쇼핑이라는 이름의 지옥을 늦게보려 했지만 어림도 없다는 듯이 미네르바가 내 손목을 잡아서 길을 이끈다.

"어머, 언니 마치 남성에게 리드당하는 아가씨 같네요."

리리스가 입을 가리며 재미난 장난을 떠 올렸다는 듯이 웃고 있다.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하는 건지...'

어떤 성희롱을 할지 긴장하며 기다렸지만 예상과 다르게 리리스는 미네르바가 쥔 손의 반대쪽을 붙잡아 깍지를 낀다.

'이...이거는 이거대로 좀...'

"오늘은 이 정도가 좋겠네요. 언니, 오늘은 셋이서 가볍게 데이트를 즐겨봐요."

자그마한 미소를 머금고 이야기하는 리리스를 보자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지고 있다.

"응... 오늘은..."

"나도 소피아랑 손잡을래! 헤헤"

어느새 미네르바도 손에 깍지를 겼다.

<소피아, 그대도="" 참으로="" 솔직하지="" 못하구나,="" 그냥="" 미인="" 둘이랑="" 데이트해서="" 좋다고="" 하지그러냐?=""/>

"조용이해!"

☆☆☆

거리를 구경하면서 걷자 미네르바가 말한 옷가게에 도착했다.

"상당히 규모있네?"

3층의 규모의 건물이었다. 확실히 일상복에서 전투복까지 있을 만하다.

"그렇지? 이 도시에서 제일 인기 있는 곳이야! 양수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옷의 품질도 좋고 디자인도 괜찮아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지!"

왜 항상 미네르바가 자랑스러워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 언니! 빨리 안으로 들어가요!"

양손에 낀 깍지는 도망방지용이었는 지 두 사람이 내 손을 잡아끌고 가게 안으로 들여보낸다.

모든 걸 포기한 상태로 적어도 전투에 필요한 옷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치마보단 바지쪽이 좋겠지... 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좀 거부감이 드니까..."

"언니! 일단 원피스부터 보실래요? 이 하늘색 원피스다 잘어울릴 거 같아요!"

'리리스는 벌써 고른 건가?'

"응, 그러네 잘 어울릴 거 같아."

"네! 그럼 한번 시착해 봐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탈의실 앞까지 데리고 간다.

'입어 보고 어떤지 말해 달라는 건가? 리리스는 나보다 잘 알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했다.

원피스를 쥐어 주며 탈의실로 집어넣기 전까지는.

'?'

"저기... 리리스?"

내가 리리스를 부르자 탈의실 천막에 고개를 내밀었다.

"어머? 언니 제가 갈아입혀 드리길 바라시는 건가요?"

매우 음흉한 미소로...

"아...아니! 내가 입을게!"

나는 리리스를 탈의실에서 내 쫒고 하늘색 원피스를 바라본다.

'이거... 내 옷이었나?"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다만...

'내 옷부터 고를 줄은 몰랐어!!!'

이거는 예상 밖이었다.

'설마 미네르바도?!'

자신도 모르게 정답을 맞춰버린 나는 이미 시작되어 버린 지옥에 절망했다.

'이 옷... 입어야 하겠지?'

안 그러면 리리스의 도움을 빙자한 성희롱에 시달릴 것이다.

'입자... 입어야해 입으나 안 입으나 지옥인건 마찮가지니까. 적어도 덜 힘든 선택을 해야 해.'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주어진 원피스를 시착했다.

'딱 맞아?!'

어떻게 리리스가 몸에 딱 맞는 사이즈를 가져온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거울로 바라보니 잘어울리는 거 같기는 하네... 나만 아니었으면 말이지...'

소소하게 살 생각 없는 원피스를 입은 본인의 모습을 구경 하고 있자 탈의실 천막이 전부 젖혀졌다.

"꺄악!"

"어머 귀여우셔라, 언니 역시 제 안목은 뛰어나네요. 잘 어울려요!"

"리...리리스 말은 좀 하고 들여다볼래? 갈아입는 도중이었으면 어쩔려고..."

리리스는 무엇을 당연한 걸 물어본다는 듯한 얼굴로 대답해 주었다.

"언니 옷 갈아입는 소리로 전부 파악했죠, 그리고 도중이었다면 저야 감사한 일이죠?"

왜 의문형일까, 나한테 동의를 구하는 것일까?

그런 고민을 하던 때에 미네르바도 옷을 들고 나타났다.

"소피아! 그 옷 잘 어울리네!"

해맑게 웃고 있는 미네르바를 보며 탐색을 시작했다.

' 미네르바가 들고온 저 옷... 미네르바한테는 안 맞을 거 같은데...'

"자 소피아, 내 옷도 입어 봐! 사이즈는 리리스가 알려 줘서 맞게 구해왔어! 잘했지? 헤헤."

그 옷이 미네르바의 옷이었다면 잘했다 해주었겠지만 내 옷이여서 그러지 못하겠다.

"그런데... 리리스?"

"네, 언니?"

나는 리리스에게 원피스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에 대해서 물어본다.

"내 옷 사이즈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러자 리리스는 평소에 성희롱하면서 괴롭힐 때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해준다.

"가슴은 전에 만져 봐서 알고 있고 나머지는... 알고 싶으신가요?"

"아...아니요!"

알아선 안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알면 무언가 꺽여 버릴 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들고 있다.

'호...혼자 자야하나?'

"자! 소피아! 이제 내 옷도 시착할 차례야! 빨리 보여줘?"

순수한 눈동자로 '보고 싶어!'라고 말한다.

'리리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거절하기 힘드네...'

결국 미네르바의 옷도 시착을 해야 했다.

다행히도 미네르바는 전투복 쪽을 가져 왔는지 짧은 핫팬츠와 조금 타이트한 상의를 가져 왔다.

'무난하긴 하지만 상의는 입으면 배꼽이 보일 거 같은데...'

"미네르바? 이거 꼭 입어봐야 하는 거야?"

"어? 소피아 혹시 안입어 주는 거야?"

미네르바는 평소의 활기찬 목소리는 어디 가고 당장에라도 땅속으류 기어들어 갈 만큼 작아진 목소리도 대답해 주었다.

"아니! 입을게 입어! 그러니까!"

"응! 고마워 소피아!"

'저렇게 솔직하게 좋아해주니... 한 번만 입어 주자...'

사실 미네르바가 토라지는 게 더 무서 울 거 같아서 내 본심을 외면해 버렸다.

☆☆☆

결국 그 뒤로 나는 옷을 고르지도 못한채로 3시간 동안 옷만 갈아입었다.

'산 거는 두 사람에게 처음 받았던 옷과 나중에 리리스가 가져온 블라우스가 끝인가?'

3시간 동안 옷만 갈아입은 수고는 어디로 간 건지 손에 쥐어진 건 적다.

"그러면 카페에서 간식 먹으러 가자! 소피아!"

"언니, 미네르바 말대로 이후에는 카페 같은 곳에서 쉬면서 이야기나 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그래 쇼핑, 아니 옷가게만 아니면 난 다 좋아..."

3시간만에 지쳐 버린 나는 옷가게에 가는 것만 아니라면 정말 뭐든 상관없어졌다.

옷가게에 같을 때와 같이 두 사람에게 연행 돼 가며 근처 카페로 끌려갔다.

'처음부터 거부권도 없었네...하하하'

☆☆☆

'아무것도 하기 싫다.'

적어도 지금은 좀 쉬고 싶다.

두 사람의 장난감 신세에서 벗어나 카페의 디저트를 기다리면서 휴식이란 무엇일까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다.

"주문하신 딸기 케이크 세 개와 딸기요거트스무디, 에스프레소, 딸기프라푸치노 나왔습니다."

사색에 잠기기를 잠시, 디저트와 음료가 나왔다.

"소피아, 리리스! 빨리 먹어 봐, 내가 추천한 이유를 알게 될 거야!"

미네르바의 말에 나는 딸기 케이크를 떠서 한입 먹어 봤다.

'!!!'

"어머! 정말 맛있어 미네르바!"

리리스도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며 인정한다.

"그치? 내가 도시 곳곳을 돌아다녀 봤는데 디저트는 여기가 제일 이더라? 그래서 여기로 대려 온 거야, 잘했지? 히히"

"그래, 맛있어. 미네르바."

이번에는 솔직하게 인정하며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담어 준다.

"읏! 우헤헤~"

웃으며 머리를 쓰담어 주자 미네르바도 기뻐하고 있다.

<저기...본녀 좀="" 기억하거라...="" 우으으="" 본녀도="" 케이크="" 먹고="" 싶어...=""/>

아 맞다.

"저... 저기요! 여기 딸기 케이크 추가 할 게요!"

우리는 기억 속에서 잊혀져 버린 카르마를 떠올리며 케이크를 시키고 울기 직전인 카르마를 달래느라 진땀을 뺏다.

'검순아!!! 그러게 기척 좀 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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