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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7화 (17/156)

〈 17화 〉 대족장의 협력

* * *

쾅!!!!!

"아빠!!!!!"

문을 부술 듯이... 아니 실제로 부수고 대족장 집무실에 찾아들어온 미네르바가 리우스를 부른다.

"...미네르바 혹시 문이랑 원수 진 것이라도 있느냐?"

많은 문제를 지적하고 싶지만, 열라고 둔 문을 부셔버린 것부터 지적한다.

"아니!"

당당하고 활기차게 말하는 딸을 보고 있자니 두통이 오는 것을 무시하며 찾아온 목적을 물어본다.

"그래... 무엇 때문에 온 거지?"

"응! 리리스가 도착했어!"

'그래서 기운이 넘쳤던 거군.'

한 번 더 기운이 넘쳤다간 집무실이 남아나지 않겠지만, 들을 생각이 없는 거 같으니 리우스는 이미 포기를 한 상태이다.

"그래, 리리스양 한테는 업무가 끝나고 찾아갈 것이니, 쉬고 있으라 전하거라 4년 동안 인족의 영역에서 고생했을 거니까 친구의 집에서 푹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

딸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편안한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의사를 전한다.

"응! 이미 그렇게 말했어!"

"..."

자신에게는 어째서 찾아온 것일까, 그냥 통보하러 온 것일까?

리우스는 대족장과 아버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 하는 사이에 미네르바는 이미 통보하고 사라진 상태이다.

'그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같이 있고 싶겠지...'

"두통약이 어디 있더라..."

리우스가 쓴웃음 지으며 두통약을 찾는 도중 미네르바가 다시 돌아와 문에서 고개만 살짝 내민다.

"저... 그 아빠?"

'조금은 실수 했다는 걸 깨달은 건가?!'

딸이 성장한 것인지 조금은 기뻐하며 사과해 오면 어떤 조언을 줄지 고민하고 있을 때. 미네르바는 전혀 예상을 뛰어넘는 말을 하였다.

"그러니까... 남편도 같이왔어..."

'...리리스양이 결혼했던가...'

부끄러워하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미네르바의 남편이 아닐 거라며 얼마 전에 결혼에 대해 물어 보긴 했지만, 이렇게 바로 남편을 구했을리 없다며 부정한다.

"방금 전에... 아내가 됐어..."

정확하게는 고민한다고 했고, 상대방도 여자이지만 미네르바에게는 이미 확정사항이 되어 사소한 건 상관없었다.

"미네르바 무슨..."

할 말을 다 한 미네르바는 다시 사라졌다.

"..."

두통약을 한 움큼 죄어 씹으며 생각한다.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만나면 공격하고 보겠다..."

☆☆☆

"저기... 미네르바... 역시 리우스씨 한테는 이야기하고 오는 게 좋지 않을까?"

"응? 걱정 마 리리스! 아빠한테 내가 말하고 왔으니까! 빨리 가자! 두 사람한테 도시구경 시켜 줄게!"

리리스가 대족장에게 인사를 권장하지만 미네르바가 막아선다.

<소피아, 그대는="" 왜="" 아까부터="" 말이="" 없느냐?=""/>

"!어?! 뭐가 검순아! 내가 언제?"

미네르바와 리리스의 고백사건 이후로 반쯤 나가 있던 정신이 카르마의 한 마디에 돌아온다.

<언제는 무슨,="" 아까부터="" 멍하니="" 있지="" 않으냐?="" 마치="" 고백="" 같은건="" 처음="" 받아본="" 안타까운="" 동정의="" 반응이니라.=""/>

말로 사정없이 때리는 카르마에게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변명을 한다.

"아닌데? 나도 할 건 다 했어! 막 지구에 있을 때는 연애도 해 보고 막 어?!"

아무리 변명해도 해본 적이 없는 거는 어쩔 수 없다. 급조된 거짓말은 티가 나기 마련이니까.

<소피아, 그대="" 전생에="" 남중,="" 남고?="" 아무튼="" 남자들만="" 다니는="" 학교에="" 다녔다가="" 소환되었다="" 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이곳에도="" 여자관계는="" 일절="" 없었던="" 거로="" 알고="" 있다만...="" 틀렸느냐?=""/>

"맞아..."

연애에 대한 꿈은 있었다.

필사적으로 공부해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이곳에 불려왔을 뿐이다.

'이곳에 오고도 그런 일은 일절 없었지... 여자들의 인기는 두놈이 다 가져가고 파티의 여자들도 나한테 관심같은 건 없었고... 이씹 생각하니 또 짜증 나네.'

<아무리 여자="" 경험이="" 없다고="" 해도="" 소피아="" 그대의="" 반응은="" 좀="" 이상하다,=""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상황이="" 조금="" 과하다="" 싶구나,=""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

거부감.

리리스가 적극적으로 애써 모른 척하며 넘어 갔다.

미네르바가 진심을 전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들이 전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알고 있다.

리리스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미네르바가 나를 잃고 슬퍼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들의 마음에 거부감이든다.

다시 배신당하지는 않을까?

다시 속고 있는 건 아닐까?

다시 이용 당하는 건 아닐까?

다시...

애써가며 리리스를 '부하'로서 벽을 세웠다.

미네르바에게도 '부하'로 벽을 세울 것이다.

배신당해도 괜찮다.

속아도 괜찮다.

이용당해도 괜찮다.

'부하'이상의 감정을 담지 않으면 된다.

배신당해도, 속아도, 이용당해도 잘라내면 된다.

잘라내기 쉽게 '부하'로 있으면 된다.

'부하'이상의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

'부하'로 있으면 괜찮다.

'부하'면 된다.

<...소피아? 또="" 멍하니="" 있는다.="" 왜="" 그러느냐?=""/>

카르마가 걱정어린 표정으로 물어 본다.

"아니야. 검순아, 저기 미네르바랑 리리스가 부르네... 가자 검순아 음식점 인 거 같아 맛있으면 좋겠네, 하하."

'부하'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복수'할 수 있다.

☆☆☆

미네르바가 소개 시켜준 가게는 돼지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 였다.

"소피아! 여기 주방장 요리실력이 정말 대단해! 가격도 적당하고 많은 사람이 맛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했어!"

"?그러고 보니 마왕군은 어떤 화폐를 쓰는 거야? 인족이랑 화폐가 다를 거고 가격이라는 걸 보면 물물교환은 아닐 거고..."

그러자 미네르바가 볼을 부풀리며 말한다.

"소피아, 그거 차별이다?"

"미...미안."

"언니, 저희는 카드라는 걸 써요. 선대 마왕님의 주도로 만든 건데, 신분증이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무게도 가볍고 제작에는 정밀세공의 마법이 들어가서 복제도 불가능하구요. 마왕성 공인 은행에 보관 되어 있는 돈으로 계산해서 자동으로 교환이 이루어지는 거죠."

리리스의 말에 미네르바가 '대단하지!'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왜 네가 그러고 있는 건데?'

"아... 카드..."

'그건 그렇고 카드가 있네? 오히려 마왕군이 인족들보다 발전을 이루고 있던 거 같네, 이건 마왕의 주도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몇 년만 더 살아 있었어도 더 큰 발전을 이루었겠어...'

"확실히 대단하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마왕님은 대단한 분이셨거든!"

'그러니까 왜 네가 잘난 척이냐고!'

"하하, 아직 모든곳에 쓰이는 건 아니지만요. 규모가 작은 곳은 물물교환이 주를 이루거나 하지만 은행에서 자금과 비슷한 가치를 지닌 금과 교환 해주기도 해요."

쓴웃음 지으며 리리스가 이야기해준다.

이런 화폐개혁은 큰 혼란을 불러 왔을 텐데, 대도시부터 진행한 것이 그나마 적은 혼란을 불러 온 것 인건가?

'나는 그쪽으로 공부한 게 아니여서 잘 모르겠네... 아니 아직은 개혁중 인건가?'

그런 식으로 수다를 떨던 중 요리가 나왔다.

'...'

"부르륵! 요리 나왔다. 부르륵!"

'돼지고기 전문점...'

"돼지마수를 가축화에 성공해서 부르륵! 지방이 풍부하고 육질이 부드러운 부르륵! 최상급 고기를 사용했다. 부르륵!"

'돼지...'

"자세한 요리법은 부르륵! 말해 줄 수 없지만 부르륵! 돼지고기를 삶고 소스에 한 번 더 삶은 요리다. 부르륵! 미네르바님이 오셨다해서 더 노력 했다. 부르륵! 맛있을 거다. 부르륵!"

'오크...지?'

"응! 잘 먹을게!"

'오크가... 돼지요리?'

"어머! 맛있어 보이네요."

'오크도 마수가 아닌 수인이니까 동족상잔 같은 건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머리가 돼지긴 하지만 생김새가 인족에 가까운 경우도 있으니 아닐 것이다. 단지 저 요리사는 얼굴아래는 인족과 닮았지만 머리통은 그냥 돼지다.

"?언니?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응? 아니야 맛있어 보여서 놀라서 그런 거야, 하하하하."

"그렇지? 소피아! 여긴 내가 맛을 보증 할게!"

<소피아 뭐="" 하는="" 게냐="" 빨리="" 먹자,="" 안="" 먹으면="" 본녀가="" 다="" 먹을="" 거야!=""/>

'너는 안 먹어도 문제없잖아! 왜 검이 음식을 먹는 건데?!'

"그래, 빨리 먹자."

맛은 좋았다. 맛은 먹는 기분이 이상했을 뿐...

☆☆☆

미네르바가 구경시켜준 도시는 전부 음식점 위주여서 조금 일찍 돌아갔다.

"미네르바, 어째서 구경 시켜 주는 곳이 전부 음식점이야? 맛은 있었지만..."

"그건 소피아, 오늘은 시간이 좀 지났으니까 본격적인 건 내일 하려고! 히히 기대해 소피아. 내일은 옷가게들로 돌거야 전투에도 쓸 만하고 보기도 좋은 옷도 많이 있으니까!"

"네?"

'무슨 소리죠? 미네르바님?'

미네르바의 말에 리리스가 눈을 빛내며 대답한다.

"어머! 미네르바 정말 재미있겠네! 그쵸 언니?"

"네..."

'니요.'

그 공포의 옷 갈아입기 인형 행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끔찍한 선고에 절망하고 있을 때 집 안으로 누군가 들어 왔다.

"미네르바."

"어? 아빠! 오늘 일찍 들어 왔네?"

들어오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남자에게 리리스가 일어나 정중히 인사한다.

"오랜만이예요, 리우스씨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수인족 남자, 리우스는 리리스의 인사에 대답해준다.

"음, 리리스양 오랜만이네, 리리스양도 별일 없어 보여 다행이군."

리우스는 인사를 마치고는 다시 주변을 탐색하고 있다.

"아빠, 뭐 해?"

그러던 리우스는 미네르바를 보고 탐색의 이유를 말한다.

"미네르바, 네가 말한 남편이라는 놈은 어디 있느냐? 당장 만나서 죽여... 아니 인사를 나누고 싶구나."

"아!"

미네르바는 그 상태로 도도도 달려가 절망하고 있는 소피아의 팔짱을 끼고 대답한다.

"아빠! 인사해 내 남편인 소피아야!"

리우스는 미네르바의 대답에 이해되지 않는 표정을 지으고 있자 리리스가 대신 대답한다.

"리우스씨 이야기하면 좀 긴 데 허락도 필요하고... 언니? 어떻게 하시겠어요?"

잠깐 정신을 차린 나는 리리스가 허락을 요구해서 대답을 해 줬다.

"안녕 큰고양아, 반가워 난 전직 용사, 현재는 다시 살아나 마왕을 하고 있는 자야. 자세한 이야기는 긴 데 우리 앉아서 이야기할까?"

☆☆☆

"그러니, 자네는 살해 당했던 용사이며, 지금은 세계를 멸망 시킬 마왕을 하고 있다. 맞나?"

리우스는 내가 해준 이야기를 축약해 이해한 것이 맞는지 물어온다.

"맞아, 지금으로는 혼자하기 힘들어서 부하를 모집중이고, 리리스와 미네르바는 협력하기로 하였고. 너는 어때? 네가 들어오면 수인족 전체는 몰라도 어느정도는 따를 거 같은데?"

"자네에게 인족이 한 짓은 전사에 대한 모독이다. 리리스양에게 진실을 전해 듣고 우리는 굉장히 분노했다. 거기에 우리는 원래 인족과 싸우고 있었다. 그대같은 강한 전사와 협력하는 건 기쁜일이지."

리우스도 인족과 싸우던 입장이라 협력건은 가볍게 승락 되었다.

'협력할 거 같아서 알려 준 것도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도 즉시 따르리라고는 할 수 없다. 이전의 그대였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약해진 상태다. 물론 강하긴 하겠지만 예전처럼 압도적인 강함은 아니지."

정곡이다.

예전의 힘을 회복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도 있으니까.

"물론 지금 당장 멸망시키려는 건 아니야, 한동안은 나, 리리스, 미네르바 이렇게 소수로 움직일 거고 때가 되면 정면전쟁이 시작 되는 거지."

잠시 머뭇거리던 리우스가 결심한 듯 말을 꺼낸다.

"세계의 멸망은 우리 수인족도 포함 되는 것인가?"

"아니? 하는 거 봐서, 아직 나한테 잘못한 것도, 나를 배신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멸망시키는 건 나를 도구로 이용한 인족과 '친구'들 그들뿐이다. 그 대상을 잘못 판단하면 단순한 파괴에 미친 괴물이 될 뿐이다.

'처절하게 가진 모든 것을 빼앗고 가장 절망적인 죽음을 안겨 주는 건 '친구'들뿐이야 세계의 멸망도 로젤리아 그년이 가장 바라지 않는 것이기에 하는 거고.'

"나는 수인족이 나를 배신 하지 않는 이상 수인족을 복수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을 거야, 부하라고 해도 쓰고 버리는 도구가 아니고."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며 리우스가 답한다.

"다행이군, 그럼 우리 수인족은 내가 설득하겠네. 자네 죽음에 대한 진상은 아직 많이 알고 있지 않아 그리고 지금도 자네의 정체에 대해서는 말할 생각이 없네."

"그건 다행이네."

비밀은 두 사람이 알게 되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내 죽음에 대한 진실처럼 여러 명이 알게 되면 새어 나갈 확률이 높아져, 아직은 안 돼.'

나는 손을 내밀고 고혹적인 웃음을 띄며 말한다.

"잘 부탁해, 큰고양아. 아니, 수인족의 대족장 리우스 샤트룩스."

리우스는 내민 손 맞잡아 대답한다.

"나도 잘 부탁하네."

'적어도 수인족에서는 미네르바와 리우스의 협력을 얻었군 큰 수확이야.'

"그런데..."

"?"

리우스가 손을 놓고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남편이라는 건 무슨 소리인가?"

에...

그거 아직 안끝난 이야기인가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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