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검은뇌묘 미네르바
* * *
"언니, 거의 다와가네요. 곧 수인들의 도시에 도착할 거예요."
수인들의 도시.
과거, 인족의 영역에서 노예로 떨어지기 이전에는 각 부족마다 떨어져 살고 교류가 많이 있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탓에 인족에게 노려져 노예로 전락해 노동력, 오락, 성노예 등으로 이용 되었다.
'아직도 노예사냥꾼에게 납치 되기도 하지, 수인족의 진실을 알았을 때는 엽기적인 취미를 가진 귀족에게 고문당하던 수인족을 봤을 때였고.'
그 귀족을 초대받았던 저택과 같이 날려 버렸지만, 그 이후로 수인족과 전투에 망설임이 생겼다.
수인족의 대규모 탈출은 선대 대족장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수인족을 한곳에 규합하는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현재는 거대한 도시라 부를 규모로 성장했다.
대족장직은 자신의 아들에게 이어졌고, 당시에도 덕망과 힘을 가진 아들의 승계에는 다른 족장들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자식에게 승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대족장을 만류하고 족장들이 현재의 대족장인 리우스를 추천했다고 리리스가 말해 줬지.'
결과적으로 리우스는 현명하게 수인족을 통치하였다.
그런 리우스를 보고 자라온 미네르바는 아직도 인족령에서 고통받고 있을 수인족들을 구하기 위해 마왕군에게 가담했고, 그런 그녀를 따르는 수인족들을 중심으로 수인족 부대가 생겼다.
'어? 생각해보니까 나 너무 쓰레기 아니야?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그런 사람들과 싸운 거 잖아? 강한 전사를 동경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종족의 원수 아닌가?'
"저기 리리스..."
"네? 언니? 왜 그러신가요?"
"나 생각해 보면 수인족의 원수 아니야? 환영은 못 받을 거 같은데?"
"그건 좀 다를거예요, 언니를 만난 건 전장에서 전사로 만난 거고 오히려 인족이 수인족에게 한 행위에 분노한 것을 듣고는 의로운 전사라는 걸 알았다고 해요. 서로가 의로운 목적으로 싸운 것인데 원망할 게 어디 있냐고 하던데요?"
그러면 다행이지만...
"그리고 수인족들에게 용사라고 말하실 건가요? 나중은 모를까 지금은 이른 게 아닌지..."
그건 아니지만 조금 걸린다.
'찜찜하다고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아직 동정하는 건가?'
"그런대 수인족이 나에게 일기토를 신청하던 것도 전사로서의 도전정신 이런 거야?"
항상 수인족 남성들은 자기 강함을 증명하고 싶다며 나에게 일기토를 신청했었다.
'다 이기긴 했지만 너무 자주 해서 좀 귀찮았는데, 이번에도 그러진 않을까?'
"그건 구혼의식 때문이예요."
'구혼의식?'
그런 건 처음 듣는다.
'아니 싸웠던 수인족 중에 구혼의식 어쩌고 하는 사람이 있었기는 했는데 귀찮아서 흘려들었지.'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리리스에게 구혼의식에 대해 물어 본다.
"그게 뭔데?"
"언니? 언니에게 도전한 수인족이 남성만 있지 않았나요?"
"그건 아닌데? 고양이도 있었고, 그리고 또..."
'응?'
그러고 보면 미네르바를 제외한 수인이 전부 남성이었던 거 같다.
"미네르바의 경우는 언니가 동정하는 거 같아서 동정할 필요가 없는 전사라고 증명하려 도전한 거고, 오히려 언니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전에 이야기했죠?"
"응."
"구혼의식은 쉽게 말해 수인족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의식이예요. 청혼에 바로 성공하면 좋겠지만 여성측이 남성을 약하다 생각하면 거절하죠, 거기서는 자신의 강함을 증명 하는거예요."
'그래서 당시의 나에게 도전했던 거군.'
"그렇게 많이 청혼에 실패했었구나... 인기 없는 남자들이 힘든 건 정말 어딜가나 똑같네..."
'나도 인기가 없어서 인생하드모드였지...'
"그건 그 도전자들이 증명을 원하는 상대가 좋아하던 사람이 언니여서..."
"응? 뭐라고 리리스?"
전생의 불우한 여성관계에 대해 사색에 잠기니 리리스가 무언갈 말하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언니! 저기 수인족의 도시가 보이네요!"
아무것도 아니라면 딱히 신경 쓸 일 없다.
전생처럼 남자여서 수인족들이 도전할 일은 없을 거고 딱히 정체를 말할 생각도 없고.
'그런데 규모가...'
컸다.
다이너령의 도시보다 큰 건 물론 글리아스왕국의 수도보다 조금 작은 정도.
'꽤 거대한 규모의 도시네, 중규모의 도시일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왕국의 수도라 해도 믿을 정도야.'
소소하게 감탄하고 있던 중에 멀리서 누군가 달려오고 있다.
"리~~~~리~~~스~~!"
달려온 것은 6년 전의 기억보다 조금 성장해 있던 검은 머리를 가진 고양인 수인 미네르바였다.
'저 절망적인 가슴은 여전히 성장을 안 했네... 오히려 내가 더 커보여...'
달려오던 미네르바는 그대로 뛰어 리리스에게 안겼다.
"리리스! 오랜만이야! 히히 인족의 영역에 잡입하러 간 이후니까 4년만이던가? 그리웠어! 그리고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리리스의 목에 이마를 비비며 그리움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응, 미네르바도 잘 지내는 거 같아서 다행이야. 어떻게 지냈는지는 도시에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소개시켜 주고 싶은 사람도 있고..."
'응? 리리스가 존대말을 안하네?'
누구나에게 존대를 하던 말을 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미네르바는 이제 눈치챘다는 듯 이쪽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리리스? 저 인족이 데려온다는 사람?"
방금의 분위기는 어디 갔냐는 듯이 강렬한 눈빛이 되어 이쪽을 살펴본다.
그러곤 다시 좀 전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리리스가 데려온 사람이니까 문제 없겠지! 저기 인족! 이름이 뭐야?"
"소피아..."
나는 미네르바를 보며 한가지 생각에 잠긴다.
"반가워! 나는 미네르바! 미네르바 샤트룩스! 수인족 대족장 리우스 샤트룩스의 딸이자 마왕군 간부야!"
보자마자 자기 정보를 저렇게 줄줄 말하는 미네르바를 보고 안일하다 생각하면서도 친구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거라고 본다.
'...'
대답을 하지않고 생각에 잠겨 있자 미네르바는 오렌지색 눈으로 멀뚱히 쳐다본다.
"저 리리스?"
나는 리리스를 보며 부르자 리리스는 무엇을 물어 보려한지 안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대답해준다.
"언니가 원하는 대로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알고 있네...'
"뭔데? 왜 나만 모르는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미네르바를 보며 나는 입을 땐다.
"고양아 나는..."
☆☆☆
미네르바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안겨 있다.
<소피아, 그대는="" 무슨="" 짓을="" 했길래="" 이자가="" 이러느냐?=""/>
그걸 나한테 물어도...
내가 리리스를 돌아보자 리리스는 웃으며 대답해준다.
"후후, 친구에게도 양보해야죠. 그리고 저는 훌륭한 남자라면 여러 명의 여성을 거느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뭘 양보한다는 소리인지 모르겠고 전에는 이제 남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으라는 듯이 말하였지만 미네르바의 태도가 예전과 상당히 다르다. 예전에는 적대적인 관계였지만 지금은 마왕을 하고 부하 모집중이라고 했더니 이런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도 내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다고 했지...'
내가 누구인지 말했을 때 눈빛이 상당히 흔들렸었다. 리리스에게도 진실인걸 확인하려는 듯이 처다 보았고 진실임을 확인하자 눈물까지 흘렸었다.
'강한전사의 억울한 죽음이 그렇게 슬픈일인가? 아니면 도구로서 이용당하다 죽은 전사에 대한 슬픔인가?'
우선 미네르바를 떨어지게 해야 대화를 할 수 있겠다.
"저기 고양아? 잠깐 떨어져 줄래 이야기하기 불편해서..."
"미네르바."
"?"
"미네르바라고 불러 안 그러면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호칭의 정정을 요구했기에 나는 그것을 들어 준다.
"알았어, 미네르바 이야기하게 잠깐 떨어져줘."
<본녀 카르마라고="" 부르라고="" 해도="" 계속="" 검순이라="" 불렀으면서...!=""/>
중얼거리는 카르마를 무시하고 있자 미네르바는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코도 흘렸네...'
"자, 미네르바 팽하자 팽!"
"팽!"
미네르바를 돌봐주며 조금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미네르바 이제 진정됐어?"
"응."
"아까 말했듯이 난 지금 나를 죽인자들의 복수하기위해서 부하를 모집중이야,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약화된 상태고 복수를 완수하려면 힘을 회복하고 명령을 들을 부하가 필요해 너도 내 부하가 될래?"
나는 미네르바에게 나에게 협력 할 것을 권했다.
"동료는 안 돼?"
"응 그건 안 돼, 난 그런 걸 이제 믿지 않거든 부하라면 쓰겠지만 부하가 배신하면 부하도 복수의 대상에 포함되, 그 여섯은 가장 잔인하고 가장 고통스러워할 죽음을 선사할 거야. 복수의 방법은 한 사람보다는 여러사람이 행하는 게 더 효율적이 잖아?"
나는 손을 내밀며 미소 짖는다.
리리스때와 같이 고혹적인 미소로.
"미네르바도 내 부하가 되지 않을래?"
손을 쳐다보던 미네르바가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한가지 조건이 있어 들어줄 거야? 성재?"
또 그 '이름'으로 불리지만 나는 정정해준다.
"소피아, 그 이름은 버렸어. 그 이름으로 부르는 존재들은 내가 죽일 '친구'들뿐이야 그러니까 소피아라 불러."
고개를 끄덕이며 미네르바가 다시 말한다.
"알았어, 소피아. 그럼 부탁들어줄 거야?"
"응, 말해 난 부하에게 자비로우니까. 배신하는 것만 아니면 들어주고 용서해 줄 수 있어."
"그럼 나를 아내로 받아들여줘."
'?'
"잠깐! 미네르바 그건 새치기야!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미네르바가 먼저긴 해도 소피아언니 일 때는 내가 먼저였다고!"
'???'
미네르바와 리리스의 선언에 당황하고 있자 미네르바는 다시 말하고 있다.
"소피아가 죽기전에는 청혼은 남자가 하는거라고 생각해서 기다리고 있었어, 전사취급을 안해주는 건 싫었지만 그래도 나보다 강하고 수인족을 괴롭히지 않고 인족이 수인족에게 행한 것에 분노해준 소피아를 좋아했어."
'미네르바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하지만 소피아가 마왕님과의 싸움에서 같이 죽었다고 들었을 때는 슬펐지만 전사로서 죽었다 생각해서 어떻게든 이겨 내려고도 했어."
다시 한 번 눈물을 글썽 거리며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 소피아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들었을 때는 그럴 수 없었어... 인족이 미웠고 마음을 전하지 못한 내가 미웠어... 소피아는 더 이상 없는데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이용당하고 살해 당했는데..."
'...'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 자신이 너무 미웠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전할래... 더 이상 바보같이 기다리지 않을 거야. 강한 소피아를 사랑했고, 수인족을 위해 분노해준 소피아가 고마웠고, 설사 다시 살아나 여자가 되었다고 해도 나한테 소피아는 소피아야."
갑작스러운 고백에 당황해하는 나를 두고 미네르바는 마지막 말을 한다.
"사랑해 소피아, 나를 아내로 받아들여 줘."
"어...그... 고민해볼게요..."
"응, 부탁할게."
"저도! 저도요 언니!"
'리리스 너 마저!'
두 사람의 고백에 얼굴을 붉히며 회피하자 그걸 본 카르마는 혀를 차며 먹던 팝콘을 내리고 있다.
<소피아, 그대는="" 이럴="" 때="" 보면="" 참으로="" 한심하구나.=""/>
'조용히 해 검순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