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4화 (14/156)

〈 14화 〉 각자의 목표

* * *

완.전.회.복!

그날 밤 이후 열흘이 지났다.

힘들었다. 리리스의 간병을 가장한 추행을 버티며 열흘을 버텼다.

'닷새째에는 움직이는데 고통도 사라져서 내가 하겠다고 했는데도 무리하지 말라고 혼났지...'

잘못한 게 있어서 강하게 거부를 못 했다.

<소피아의 몸도="" 회복했으니="" 이제="" 어떻할="" 것이냐?=""/>

"가야지."

저주받은 대지로.

☆☆☆

저주받은 대지.

그곳의 마수는 인족측 땅과는 수준이 다르며,최초의 마왕이 세계에 나타났을 때 마수를 범람시키기 시작한 땅이다.

그 땅의 중심에는 지독한 독기가 흐르고 있어서, 그곳에 사는 마수조차 가기를 꺼려 하는 곳이라 한다.

'마왕성이 거기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지...'

그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고, 중심부에도 독기에 적응하도록 진화된 마수들도 있었다.

"언니, 정말 몸은 다 나으신거죠?"

리리스가 몇 번이나 되물어 보며 내 몸 상태를 확인한다.

"응, 정말이라니까?"

그러니까 만지는 건 참아주세요.

잘못했어요.

어째선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리리스 보면서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용서를 빈다.

"아쉽네요, 조금만 더 했으면 했는데..."

...

아쉬워 하던 거 맞네. 이 열흘간 리리스도 점점 대범해지더니 자연스럽게 저런 말도 하게 되었다.

"그럼, 저주받은 대지로 이동하자. 열흘 전에 난동을 피웠으니 인족측에도 새로운 마왕에 대해 소문이 많이 났을 거야."

현재로서는 이곳에 오래 있어 봤자 좋을 것이 없다.

그 난리를 쳤으니 길드든 국가든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좀 더 머물러 정보를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리리스도 같이 들킨 상태이다.

자신의 부하는 아직 들키지는 않았지만 리리스의 잠입이 들켜 인족측 내부는 평소보다 훨씬 신중한 상태라 첩보활동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하긴 마왕이 사망했다고는 하지만 4년간 사천왕의 침입을 허용한 거였으니 난리가 나 있는 상태겠지...'

"원래는 천천히 이동하면서 정보 수집도 하려 했는데 그러기 힘들어졌으니까. 빠르게 인족 땅을 벗어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곳에서 마수를 사냥하면서 옛 힘을 되찾아야지. 덤으로 부하도 얻으면 좋고."

저주받은 대지, 마왕성에서 죽은지 6년.

성재의 끝이자 소피아의 시작인곳.

나는 다시 그곳으로 향한다.

☆☆☆

다이너 백작령 마왕 습격사건이 있고 열흘.

시신의 수습과 사건의 처리로 열흘이 지난 지금에서야 합동 장례가 치러졌다.

목숨을 받쳐서 시민들을 피난시키고 세 번째 마왕과 간부 리리스를 도망치게 만든 전사들의 장례식은 거대하게 치러졌다.

"앨리스."

"로젤리아..."

6년 전 마왕을 토벌하는데 성공한 6인도 장례에 참석하여 고인의 공을 치하 하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전우끼리의 안부 인사 따위보다 새로운 마왕의 건이 더 중요했다.

"일이 너무 빠르게 진행 되었어요."

"맞아, 잠정 마왕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일이 터졌어."

빨랐다.

너무도 빠르게 새로운 마왕의 존재가 세상에 들어났다.

"생존한 자들의 말에 따르면, 그 마왕은 투력과 마력을 같이 사용했다고 했어."

"그 괴물들과 같은 힘인가요..."

"그래, 더 이상 잠정 마왕이 아닌 진짜 마왕, 신화 급의 괴물이 다시 탄생했다고 보는 게 맞겠지."

역사가 시작된 이후 단 두 번만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는 신화 급의 괴물. 용사 성재도 괴물이 되면 골치 아프기에 미리 배제했건만 6년이 지난 지금 괴물이 또다시 탄생했다.

'큰일이예요, 두 괴물을 한꺼번에 처리했다고 방심했어요. 용사는 조금 더 늦게 처리했어야 했는데...!'

다른 괴물이 있었다면 조금 더 이용했겠지만, 그 괴물을 자신들이 처리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지금 있는 건, 괴물의 소재로 만든 검과...'

"앨리스? 전에 괴물의 심장으로 가져 갔던 건 어떻게 되었나요?"

전에 앨리스가 마법의 소재로 사용한다고 괴물의 심장을 가져 갔었다. 전에는 가볍게 넘겼지만 지금처럼 위급한 상황에는 자세한 상황을 알아야 한다.

"에고스태프 스피어를 못 찾아서, 내가 직접 에고웨펀을 만들자고 생각했어, 그 마법의 소재로 썼지만."

"썼지만?"

"아쉽게도 실패했어, 심장의 영혼은 이미 소멸한 뒤라 만들어진 건 조금 쓸 만한 스태프 말고는 안 만들어졌어."

"어느정도인가요?"

"사용자의 대비능력을 조금 상승시켜 주는 정도, 프로그 처럼 심장의 제외한 모든 소재를 사용한 게 아니여서 효과도 크지 않아. 마법사로서 대비능력이 오르는 건 좋지만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커서 창고에 넣어 놓고 먼지만 쌓아 두고 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심장마저 프로그에게 양보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더욱 강력한 무기가 탄생했겠지만... 지금 후회해도 늦었죠,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그런데 앨리스, 마왕과 군세는 어째서 도망친걸 까요? 두 괴물과 같은 능력을 지녔다면 이 정도 규모의 도시를 소멸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을 건데요?"

과거 성재는 1만 명이 넘어가는 리리스의 군세를 융합이 아닌 동시사용 만으로도 쓸어 버린전적이 있다.

'그래서 더욱 빨리 폐기처분을 해야 했었죠, 그래서 그 괴물과 비등한 힘을 가졌던 거에 놀랐구요.'

그 괴물들은 너무 강력했다. 그렇기에 도망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듣기로는 사망한 다이너영지의 기사단장이 눈치를 채서 선제 공격했다고 했어, 무슨 계획을 짠건지는 모르겠지만 틀어져서 이곳을 이탈한 거 겠지."

이번 마왕이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은 알겠다.

'이 인원들을 죽인 것은 단순한 분 풀이 였겠죠...'

적어도 새로운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

"앨리스? 다시 한 번 용사 소환은 가능하신가요?"

"'그'마력석을 쓴다면 가능해."

"내재 돼있는 모든 마력을 다 써야 하나요?"

"반 정도면 가능해, 전에 해봤던 거라 좀 더 효율적으로도 쓸 수도 있을 거 같아."

역시 천재대마법사, 현재는 현자의 칭호를 받은 자에 걸맞은자다.

"앨리스, 그럼 혹시 주종계약도 심어 넣을 수 있나요?"

"한 번 연구해 볼게, 힘들더라도 소환후에 도구도 모르는 사이에 계약을 이행하도록 하면 되고."

"그렇죠, 잘 부탁드려요. 앨리스."

옆에서 호위를 하던 라인하르트가 앨리스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뒤 로젤리아를 따라 자리를 뜬다.

'아아아, 이번에는 좀 더 쓰기 쉬운 도구가 소환되면 좋겠네요. 저번것은 통제하는 게 여간 힘들었어야 말이죠.'

☆☆☆

"프레디경"

프레디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한 청년을 쳐다본다.

"마르스님..."

자신이 바론의 유언과 부고소식을 전한 뒤, 마르스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지 조금 마르고 초췌해 보였다.

"말씀 편하게 해주시죠, 저는 아직 정식기사도 아닙니다. 거기에 프레디경이 저보다 한 살 형님이시지 않습니까?"

"알겠다. 마르스 어쩐일이지?"

두렵다. 어째서 당신은 살아남았냐 원망을 하려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아비를 죽게 내버려 두었냐며 원망하는 것일까?

"그게, 이 며칠 좀 힘들어서 말입니다. 아버지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기사 다웠는지 자세히 듣고 싶어서요."

"바론 단장님은 기사의 표본이었지. 자신의 목숨을 버린다 한들 도시의 시민을 지킨다는 의지로 마왕과 맞서 싸우고, 그리고 장렬하게 전사하셨어."

프레디는 입술을 씹는다. 자신이 조금 더 열심히 훈련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아니면 그대로 였을까?

'아마 바뀌는 건 없었을 거야, 하지만 적어도 이 많은 인원이 사망하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항산 훈련을 도망치고 마족년인 줄도 모르고 리리스를 찾아갔다.

'단장님께서는 열심히 훈련하라고 너는 분명 강해 질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놀기에 바빴지...'

후회하기에는 많은 목숨들이 스러져 갔다. 자신이라도 살려 보겠다며 먼저 마왕에게 달려 나간 선배들, 마지막까지 마왕과 용감하게 싸운 바론 단장, 기사들의 지원요청에 달려나온 용병과 병사들.

'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주먹을 강하게 쥐다 이내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흐른다.

"프레디경."

"음? 왜 그러지? 아직 물어볼게 남았나?"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아버지께서 평소에 프레디경의 칭찬을 많이 하셔서 저도 모르게 정이 들었습니다."

'칭찬?'

바론단장은 자신에게 칭찬보다는 꾸중을 더 많이 줬었다.

"어떤 칭찬을 하셨던 거지?"

"이 친구는 분명 자신을 넘어서 더욱 크게 될 친구라고 종종 이야기하셨습니다."

눈물이 흐른다.

며칠동안 분노와 슬픔, 자신의 무력함에 눈물을 많이 흘려 한동안 흘릴 일이 없을거로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던 거 같다.

'아직 더 흘릴 눈물이 남아 있었군.'

"형님이라 불러도 좋다, 마르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이제 집안을 지키는 가장이 되어서 의지할 곳이 없었는데, 형님 덕분에 조금이라도 의지 할 곳이 생겼습니다."

마르스는 한심한 자신에게 의지해 온다.

"둘째는 존경하는 아버지를 잃어 집에 틀어박혀 있어요. 어머니는 충격으로 조산했지만 곧 예정일이었던지라 다행히 아기도 어머니도 건강해요. 아버지가 원하시던 딸입니다. 아버지도 보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

마르스는 아버지를 닮아 수다쟁이었다. 하지만 그 말들이 가슴속의 죄책감을 더욱 후벼 팠다.

"형님..."

"..."

"마왕은 강했습니까?"

강했다?

그런 표현이 어울리는 존재가 아닌, 죽음. 그 자체였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을 것이다.

아직도 마왕을 생각하면 손이 떨려오고 있다.

"강했다, 두려울 정도로..."

"형님, 전 졸업식은 할 예정입니다. 아버지께서 꼭 보러 오신다 하였는데 제가 없으면 아쉬워 하실 거 아닙니까?"

그러고는 잠시 마르스는 말을 이었다.

"형님도 보러 와주시겠습니까?"

"꼭 보러 가겠다."

그것으로 조금이라도 속죄 할 수 있다면...

"그럼 가보겠습니다. 형님. 힘들어하는 동생 좀 돌봐줘야 하거든요."

그러고는 마르스는 돌아갔다.

"한심하구나."

근처 벽에 기대서 대화를 듣고 있던 알렉스가 이야기했다.

"무엇이 말입니까?!"

자신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며 알렉스를 노려 본다.

"정곡에 찔렸나? 겁먹은 강아지 마냥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한심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왔네, 사과하지."

맞다. 자신조차 한심한데 그에게 말을 들어 저도 모르게 화를 내버렸다.

"무슨 일입니까? 용병길드의 지부장씩이나 되시는 분이 일개 하급 기사에게 고작 한심하다는 소리를 하려고 찾아오신 건 아닐 테고..."

자신도 모르게 날 선 말투로 이야기한다.

"바론 그 친구가 크게 될놈이라며 칭찬하길래 찾아와 봤더니 아니더군, 그 친구가 사람 보는 눈이 없던 모양이야 자기보다 어린애에게 위로나 받고 있다니, 그것도 아비를 잃어버린 애한테 말이야."

프레디는 알렉스에게 달려가 멱살을 잡으며 소리친다.

"그럼 저보고 어떻하란 말입니까!!! 그런 존재를 보고도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말입니다!!! 당신들의 시대에는 용사라는 희망의 존재가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아닙니다!!! 용사는 마왕과 같이 죽고 새로운 마왕이 탄생 했습니다!!! 이런상황에 저더러 뭘 어쩌란 말입니까!!!"

알렉스는 잔잔한 눈빛으로 말한다.

"일어나게."

덜덜 떨리는 손을 붙잡아 준다.

"주저앉아 있지말고 일어나 달려 나가게, 그렇게 달려 나가다 보면 언젠가 희망은 찾아온다네, 용기를 내고 희망의 불씨를 잃지았고 달려 나가다 보면 언젠가 새로운 희망이 찾아올 것이야.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야."

조금씩 떨림이 잦아 든다.

"나도 그 악마 리리스에게 한쪽 팔과 다리를 잃었지만 아직도 검은 휘두를 수 있어, 내가 자네를 가르쳐 주겠네, 그러니 자네는 희망을 잃지말고 달려 나가게. 그래야 바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내 온화한 미소로 말해준다.

"같이 세상에 희망의 불씨를 이어가세나."

또다시 눈물이 흐른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자네는 참으로 울보군, 내 훈련은 혹독한데 많이 힘들어 하겠어,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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