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2화 (12/156)

〈 12화 〉 원수

* * *

"너도 였구나아?"

나는 기사단장과 지부장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자네의 주군도 자네도 용사를 죽이는데 협력하지 않았나?'

웃음이 나온다.

웃음을 자아낸다.

'생겼네, 애써가며 죽여야할 이유가.'

말을 들은 순간 끝었는 분노가 끌어올랐다.

분노는 광기가 됐고 곧 평온함을 되찾았다.

하지만,

나는 웃는다.

웃음을 만들어 낸다.

'죽인다.'

다이너 백작령.

'아까, 분명. 저 아저씨가 다이너 백작령이라 했지.'

전투를 위하여 끌어 올렸던 투력에 마력을 더한다.

마왕과 용사의 존재가 신화 급의 괴물로 분류 된 이유.

공존 할 수 없는 두 힘을 억지로 융합시킨다.

한 곳에서 섞이지 않으려는 두 야생마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쥐며 야생마의 난동에 몸 이곳저곳이 비명을 지르며 엉망이 되어 간다.

'이거 한 번 쓰면 한동안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고 아프기도 많이 아픈데...'

"그래도 너희를 다 죽이고 싶은 걸 참을 수 가 있어야지. 안 그래?"

"!!! 마력! 바론! 이것은...!"

"말할 시간 없네! 알렉스! 전원 공격!!!!!! 목숨을 걸고 저 괴물을 막아라!!!!!"

바론이 먼저 돌진하고 그를 알렉스가 뒤 따른다.

이내 공포심에 굳어 있던 자들도 억지로 몸을 움직여 달려 나간다.

'로마노프 다이너백작, 마법국 디퍼루드의 왕실마법사단의 단장이며 마탑의 개발부소속.'

춤을 춘다.

가벼워 보이는 검격이 물결치고,

그 검격을 따른 검로는 하나의 춤사위가 된다.

그 검로가 이어진 곳에 피가 검붉은 꽃잎 되어 흩날린다.

이내 꽃잎이 바닥을 적시며 한 번의 춤사위가 끝났다.

'앨리스의 제자.'

"이 무슨! 정녕 검무란 말인가!"

달리던 알렉스가 멈춰 섰지만 흩날린 핏방울이 무기가 되어 몸에 자잘한 생체기를 남겼다.

하지만 멈춰 서지 못했던 이들은 죽음을 맞이했고, 검무를 아름답게 수 놓아 줄 꽃잎이 되어 바닥에 스러져 갔다.

한 번.

단 한 번 검을 휘두른 결과가 수십의 인간의 목숨을 가져 갔다.

'앨리스의 협력자였나?'

"연구를 좋아하는 유쾌한 아저씨인 것처럼 행동하더니, 별짓을 다하고 다녔네? 로마노프놈."

멈춰 선게 조금 늦었던 건지, 그것이 아니면 사람들을 부르고 돌아온 프레디를 구하려다 그런 것인지 오른쪽 팔이 잘려 나간 바론이 숨을 몰아쉬고 있다.

"단장님!"

"프레디, 자네는 안 다쳤는가?"

"저보단 단장님이!!!"

"나는 이미 이곳을 내 무덤으로 정했으니 신경 쓰지 말게."

"뭘 온화해 보이는 표정을 하는 거야? 쓰레기."

나는 아직 멀리서 몰려오고 있는 인간들을 보며 바론에게 이야기한다.

"지금 여기 다 죽는 거. 너와 로마노프놈 때문이야, 쓰레기면 쓰레기 답게 굴어야지 어디서 착한 척이야?"

찢어 버리고 싶게.

"괴물이 잘도 짓거리는 군, 마왕이여 그대같이 평화를 위협하는 괴물이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는가?"

괴물.

너무나도 강하여 존재만으로도 위협이 되는 괴물.

자신들의 기준에서 벗어나 배제하고 싶은 괴물.

'잘도 짓거리네, 그 괴물을 탄생시킨 자들이...'

"알렉스, 자네."

"말하게, 바론."

바론은 웃으며 알렉스에게 전한다.

"내 친구, 알렉스여 오늘 나와 같이 죽어 줄 수 있겠나?"

"당연한 걸 왜 물어 보고 있나. 친구여."

"...고맙군, 전원! 오늘 이곳에서 죽는다! 하지만 그대들의 목숨으로 1초의 시간이라도 벌면! 이 도시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피난 할 수 있다! 목숨을 버려라!!!!!"

전부 각오를 마쳤는지 떨림이 잦아들고 손에 쥐고 있던 무기에 힘이들어간다.

'결사의 각오인가?'

죽음을 각오한 자들은 때로는 기적을 일으킨다.

목숨을 보존하는 자와 목숨을 버리는자.

'그 차이가 승리를 가져오기도 했지,나도 할 일이 남았으니 아직은 죽기 싫고.'

과거의 전장에서 '인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이 일으킨 기적을 여러 번 목격했다.

하지만,

'귀찮네...'

그것도 감당 할 수 없는 강자 앞에서는 단순한 개죽음일 뿐.

"그래 봐야 벌레들이지."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러 하늘에 붉은 꽃잎을 수 놓은다.

'겁먹지 않고 달려드는 건 가상하네.'

달려오는 작은 벌레를 죽이며 두 마리의 큰 벌레를 견제한다.

'마력 고갈의 회복도 덜 된 상태에서 투력과 마력을 융합시킨건 좀 무리한 행동이었나? 마력도 부족한 상태여서 지속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

온몸이 삐걱대기 시작한다.

융합시켰을 때부터 비명을 지르던 몸은 이제 말을 듣지 않고 굳어지고 있다.

'벌레들은 얼마 안 남았어... 적어도 마지막으로 저것은 꼭 죽인다.'

달려오는 벌레들은 무시하고, 모든 검격을 바론에게로 향한다.

왼쪽 다리를 시작으로,

눈을 베어 낸 뒤에 가슴을 가르고 폐를 찢어 심장 갈랐다.

'타임리미트인가?'

융합이 풀리자 날뛰던 투력이 얌전해지고, 다시 한 번 고갈된 마력은 몸 안에서 잠을 자며 회복하기를 기다린다.

"바론!!!!"

"단장님!!!!"

'아 큰일이다. 지금 가만히 있어도 죽을 거 같은데...'

알렉스와 프레디가 분노에 찬 얼굴로 달려오고 있었다.

두 마리의 벌레가 달려오는 가운데, 핏줄을 터트려서라도 움직여 대적할 준비를 한다.

'리리스한테 약속했는데, 도망치기로...'

마왕과 결전에서도 이 정도로 반동이 오지는 않았다.

'몸이 많이 약해지긴 했네, 지속시간도 짧고 빨리 원래 힘을 회복해야겠어... 그리고 도망칠 수 있을까? 팔 하나쯤 내 주면 가능할 거 같은데...'

"언니!!!!"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리리스가 나타나 알렉스와 프레디의 앞을 막아서 나를 지켜선다.

☆☆☆

"뭐 하는 건가?! 그 자는 마왕일세! 그리고 리리시아스 자네는 비전투원이야! 피난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 거기서도 당장 나오게!!!"

"맞습니다!! 리리시아스누님!!! 이 만큼의 시체를 만들고 단장님을 죽인 괴물입니다!!! 당장 피하세요!!!"

리리스에게 대피를 권하며 두 사람이 다가서고 있다.

"[GIGA GRAVITY]"

하지만 리리스가 시전한 마법에 두 사람은 무릎을 꿇는다.

"컥! 이 무슨, 자네 마법사였나?! 하지만 왜 우리에게...!"

"리리스, 미안 약속 못지켰네. 나 지금 몸이 말을 안 들어서 뒤 좀 부탁할게."

그렇게 말하고는 소피아는 바닥에 쓰러진다.

"...언니 자세한 건 나중에 들을게요, 지금은 탈출이 우선이니까..."

"이럴 때는 [정신력] 만큼 안 좋은 게 없어, 기절하고 싶어도 기절을 못해요."

바닥에 쓰러진 충격으로 온몸에 작열통과도 같은 고통이 나면서 신음이 울린다.

"리리스라니 무슨 말인가?! 자네 이게 무슨..."

"리리시아스 누님 그러고 보니..."

순간 리리스의 모습이 변화해 인간의 모습이 아닌 본래 종족인 악마족을 모습이 되었다.

""!!!""

그러고는 마왕군 간부 였을 적에 썻던 반가면을 쓴다.

"저는 군세의 지휘자, 악마족의 리리스입니다."

"리리스...악마 리리스!!!"

알렉스는 자신의 원수,

과거에 너무 멀리 있어 원한을 갚을 기회조차 없었던 상대.

그 원수가 바로 눈앞에 있다.

강력한 중력마법으로 움직이기 조차 힘들면서 원수를 노려보며 일어나려 하고 있다.

빠직!

하지만 의족이 박살나 그 마저도 힘든 상황, 원수를 눈앞에 두고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

"리리스! 네년! 4년 동안 우리를 속인 것이냐?! 무엇 때문에!"

"'인족'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지요. 지부장님."

평소와도 같은 상냥한 미소로 답해주고 있다.

"누...누님 이게 무슨... 무슨 말입니까? 리리스라니...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제발 아니라고..."

중얼거리는 페르디를 바라보며 똑같이 상냥한 미소로 잔혹한 진실을 이야기 한다.

"말 그대로예요. 페르디씨, 저는 마왕군 간부. 리리스 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마왕이신 언니 밑에서 첫 번째 부하로 인정 받았죠."

"아아... 어째서 누님이... 어째서!!!!"

"프레디씨 정말 당신은 멍청하군요. 어째서고 뭐고 저는 처음부터 마왕군, 악마족인 '인족'의 적이라구요? 진실을 모른 체로 아둔하게 살아가는 당신들의 적."

미소를 지우고 차가운 목소리 말하며.

"리리시아스... 리리스...리리스!!!!"

속았다는 분노에, 마족들에게 이용당하고 존경하는 이의 목숨을 빼았겼다는 분노에 소리를 치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있다.

"영웅의 씨앗인가요? 잘 수련하면 영웅급에도 도달 할 수 있겠지요."

분노와 강력한의지로 몸을 움직인다.

"[ELECTRO]"

하지만 전격마법에 몸을 관통당해 기절한다.

"수련을 게을리한 프레디씨는 아니라구요? 그리고 예전부터 언니가 자꾸 최약체니 뭐니 해서 약골로 보는 사람 많은데, 저는 마법사에 군세가 없어도 초월급예요."

"하하, 미안."

"언니는 지금 가만히 있어요!"

"..."

리리스의 중얼거림에 사과를 하였지만 돌아오는 건 잔소리 뿐이었다.

"리리스 네년! 반드시 네년의 목을 베겠다! 설사 내가 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반드시 너희 더러운 마족에게 복수하겠다!"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원수에게 저주를 내리고 있다.

"...어머나 지부장님? 지부장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둔한 존재가 아닌걸로 아는데요? 제가 조사를 잘못했나요? 하지만 노력해 보세요. 예전처럼 당신은 제 그림자도 밟지 못할 거지만요."

"!!"

"그럼 안녕히 '인족들'."

그렇게 말하고 소피아와 함께 리리스는 사라졌다.

"리리스!!!!!!"

☆☆☆

어느숲 속 오두막.

"언니!!!"

리리스는 공간이동 마법으로 자신과 같이 이동하여 알 수 없는 숲 속 오두막에 도착했다.

'진짜로 위험했네, 어디하나 잘려서 외팔이검객 할 뻔했어.'

"아니 나 진짜로 약속 지키려 했다? 근대 그럴 수 없어졌잖아..."

어느새 실체화해서 리리스를 응원하는 카르마를 보면 어이없어 한다.

'아니 검순아? 너도 같이 봤잖아?'

"...일단 무슨 일 때문에 저랑 하신 약속을 지키시지 못한 건지 들어 볼게요."

다행이다. 리리스가 착해서 변명은 들어 주는 구나.

이때다 싶어서 신나게 변명할 거리를 준비한다.

"원래 그 다리 없는 놈? 개가 왔을 때 귀찮아질거 같고 너랑 한 약속도 있어서 도망치려 그랬거든."

"네, 언니."

"근대 그 단장인가 뭔가하는 애가 협력자였다잖아."

"협력자요?"

"나 뒤통수 친거."

이건 중요하다.

배신자들을 눈앞에 두고 도망칠 수 없었다.

몰랐다면 넘어갈 수도 있지만 눈앞에 죽일 수 있는 배신자가 있는데 죽이지 않는다면 내 존재이유가 사라질 거 같다.

"이건 아무리 약속했어도 못 지켜."

"...몸은 많이 안 좋으신 건가요?"

눈치챘나? 하긴 가만히 있어도 생살을 불에 지지는 고통이 느껴지는 데 모를 리가.

"응, 가만히 있어도 아퍼 한동안 이럴 거 같아."

"흑."

어?

'울어?'

"흑... 언니 제...제가 얼마나 걱정했는데요...흐윽 언니가 잘못 되시는 줄 알고... 흑... 몸 상태도 멀쩡하시지 않으신데... 이렇게... 허엉."

팽!

카르마가 리리스를 챙겨 주고 울어 버린 리리스를 보고 당황하고 있다.

"어... 그...리리스?"

"네? 훌쩍!"

정말 울었네 걱정 많이 한 건가? 왜?

'모르겠네, 하지만 이번에 울 정도로 놀란 건 알겠어.'

"미안해. 앞으로는 안 그럴게."

"같은 일이 있으시면 또 그러실 거 잖아요."

입술이 삐죽 튀어나와 삐졌다는 걸 몸소 보여 주며 툴툴댄다.

'...조금 귀엽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어도 꼭 이야기할게 안지키면 어떤 소원 이든 들어 주기로 할게? 응? 화풀어 리리스."

"...정말이시죠? 꼭 이야기해주셔야 해요?"

"응, 약속 "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나쁘지 않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