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전투? 학살?
* * *
"언니? 어제 말씀한 거 안 잊으셨죠?"
"응, 누가오면 네 동생이라고 하라고?"
"애인이 아닌 게 아쉽긴 하지만, 언니는 적어도 오늘까지는 얌전하셔야해요. 카르마님도 같이 주의해 주셔야 하는데..."
"검순이는 실체화 풀고 자고 있으니까."
어제와 같은 충고를 하는 리리스.
설마 아무리 그래도 사고를 칠까?
"언니? 누가 찾아와 신경을 거슬리게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
그건 예외다.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른한 수준으로 상대가 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여차하면 도망 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난동부리다 보면 리리스도 찾아오겠지...'
오겠지?
"리리스? 난동부리면 찾아 올 거야?"
"언니, 난동부리는 걸 전재로 이야기하시지 말아 주실래요?"
"...알았어 노력해볼게."
"언니, 떠나기까지 사흘남았으니 반드시! 반드시 참아주세요."
몇 번이나 닦달하면서 리리스는 나에게 충고를 하며 못 들었던 정보를 준다.
"언니, 전에 길드에서 말씀드렸던 거 있죠?"
길드에서 말했던 거라면 길드 시스템과 혜택, 탐색의 구슬 유무 그리고...
"리리스? 기사단과 병사, 길드소속 용병들의 평균 랭크는?"
아직 리리스에 대해 몰랐을 때 들었던 건 가장 강했던 단 한 사람이었다.
그 외의 존재들이야 영웅급 미만이라 생각해 가볍게 넘겼었다.
'내가 방심했네 한 가지 정보로만 판단해 버렸어, 마력 고갈에 의한 여파인가? 지금 상태는 몇 시간 안으로 풀린다. 지금도 최고는 아니지만 최악도 아니야.'
현 상태로 최악의 경우, 이 도시에 있는 모든 전투원과 싸워도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 할 정보가 필요하다.
"기사단은 단장을 제외하고는 중급, 병사들과 길드원은 하급, 중급입니다."
평균으로보면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인원 수는?"
"단장 포함 기사단 21명, 병사 237명, 용병은 임시를 제외한 359명입니다."
"약 600명 정도인가..."
정확하게 617명 그중에는 견습, 하급등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인원이면 초월등급 마수토벌대 한 개의 대대를 운용 할 수 있어... 토벌대의 주력인 영웅급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만.'
"영웅급은 기사단장 하나로 끝?"
"부상으로 은퇴 했지만 용병길드의 지부장이 있습니다."
'부상...'
"정도는? 은퇴한 지 얼마나 지났는지도 알려 줘."
부상정도와 은퇴기간에 따라서 전력으로서 칠지가 갈린다.
"왼쪽팔과 오른쪽다리예요. 은퇴한지는 7년정도 지났지만 가끔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았으니 부상으로 인한 전력 손실은 커도 은퇴로 인한 전력 손실은 적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죠."
한쪽 팔과 다리, 팔보단 다리의 부상이 컸겠지. 7년 동안 꾸준하게 훈련했다면 영웅급은 못 되어도 상급은 될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 잠정 영웅급으로 추정하고, 평균 중급에 하급 하나... 거기에 영웅급 기사 한 명과 잠정 영웅급 한 명...'
현 상태로 도망치는 건 가능하다. 초월급 토벌대 두 개 대대를 운용 가능할 숫자를 상대로 대적인가?
마력 고갈의 반동이 사라지면 가능, 사라지지 안았다면 부상당할 각오를 한다면 가능하다.
'애써 부상을 입고 상대할 필요는 없지.'
"알겠어, 무슨 일이 벌어지면 그냥 도망칠게. 나 집에 없으면 서쪽 문 방향으로 사라져 있을 거니까. 그쪽으로 오다 보면 있을 거야."
"알겠어요. 언니 약속이예요?"
"응."
약속을 하며, 출근하는 리리스의 배웅을 마친 나는 다시 한 번 잠자리에 들었다.
☆☆☆
이틀 전 밤.
번화가에서 거대한 마력과 함께 마력진이 감지되어 기사들이 조사에 나섰다.
"단장님, 영주님도 너무하십니다. 아무리 그래도 단장님씩이나 되시는 분한테 조사를 맡기 싶니까?"
같이 조사에 나선 정식기사가 된 지 1년차의 막내 하급 기사, 프레디가 투덜거리며 이야기한다.
"프레디, 이건 영주님의 판단이 옳다. 거대한 마력과 마력진이 감지 된 거면 내가 대처하기 제일 용이하니까 그러신거다."
아직 불만이 많은지 표정을 풀지 못하고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하지만 단장님, 어제도 같이 온종일 조사했는데 아무것도 건진게 없지 않습니까? 이제 조사할 집도 한 집말고 없습니다. 그 집도 여성 혼자 사는 집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선배님들 한테 짬맞아서 이렇게..."
"자네가 그리도 조사하는 게 불만이면 끝나고 돌아가서 상단베기, 중단베기, 하단베기 각각 1천 번 씩하게, 조사보다 훈련이 좋으면 내 그리하지."
불만을 잠재울 한 수를 꺼내자 프레디가 90도로 고개 숙이며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단장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부디 용서를 해주십시오."
훈련하라는 명령이 들어오자 곧바로 태세 전환하는 프레디를 보며 기사단장 바론은 한숨을 내쉰다.
선배기사들이 고된 훈련과 1년의 막내 생활로 지친 프레디를 배려해 비교적 편한 조사임무를 넘겨 주었던 것이다.
"프레디, 자네 그렇게 해서 언제 하급 기사를 벗어나 중급이 되고 상급이 될 건가? 내가 자네 때는 말이야 하루 1천 번씩 휘두르는 것은 기본이며 연병장도 50바퀴씩 돌고 각종 근육 트레이닝, 유연성 훈련, 순발력 훈련 같은 거를 빼먹지 않고 했어. 그렇게 게을러서야 언제까지고 하급을 벗어나지 못하네 내 말 알겠는가?"
'꼬...꼰대!'
정신은 편하지 못하지만...
"그런대 남은 한 집이 어떻게 여성 혼자만 산다는 걸 아는가?"
'살았다!'
바론의 주제변경에 한 줄기 희망을 느끼며 곧바로 대답한다.
"그곳에 사는 여성분이 도시 최고의 미인으로 유명합니다. 모든이에게 존대를 해주고 상냥하게 보듬어 주기까지 하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입니다. 용병길드에서 접수원을 하고 있는데 가끔 농땡이피고 찾아가면 상냥하게 웃으면서 대응해 주시는 모습은 그야말로 누님! 아아아 리리시아스 누님"
"자네 농땡이피고 어딜가나 했는데 거기로 갔었나? 1천씩에 연병장 50바퀴까지 돌게나."
'에?'
털썩!
절망감에 무릎을 꿇고 세상 모든 것을 잃어버린 표정을 하게 된 프레디를 내비두고 바론은 유학간 아들을 생각하고 있다.
'그런 아가씨라면 내 아들을 소개해주고 싶군, 글리아스의 기사학교에서 수석졸업이 확정 되었다고 기뻐하며 내게 소식도 전해주었는데 졸업식에는 꼭 휴가를 내서 찾아가야겠어. 둘 째놈도 형이 자랑스럽다며 자기도 꼭 수석으로 졸업하겠다며 노래를 부르니 기특한 아들놈들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지. 그리고 아내가 곧 셋 째를 출산할 텐데 기특한 아들놈들도 좋지만 늦둥이는 딸이면 좋겠군'
팔불출이 긴생각을 하던 중에 어느새 마지막 집에 도착했다.
"프레디."
"예, 단장님."
"이 집이 마지막인 만큼 그 아가씨는 확실하게 조사해야 할 거야.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껄렁거리며 불만 가득하던 표정을 지우고 즉시 진지하게 변하여 본인도 명령에 충실한 기사라는 것을 보여 준다.
"리리시아스씨! 안에 계신가요! 리리시아스씨!"
대문을 열고 정문 앞에서 리리시아스를 찾는다.
"안에 계신 게 확실한가?"
"오늘 그러고 보니 출근날이십니다. 혹시 모르니 좀만 더 불러 보겠습니다."
'자네가 출근일을 어떻게 파악하는거지? 나중에 자네도 좀 조사해 봐야겠군.'
합리적인 의심을 하며 기다리를 잠시 후 문이 열린다.
"누구신가요?"
문을 열고 나온 것은 회색 머리의 소녀와 숙녀 중간에 있을 법한 여성이었다.
'확실히 미인이긴 하다만...'
조금 어려 보인다.
'프레디 이 친구 좀 굴려야겠군. 분위기는 누님이라고 허용해 줄 법도 하지만 스무살을 좀 넘어 보여.'
"어? 누구십니까?"
"저요? 언니 동생인데요? 언니집에 놀러 왔어요."
"아... 리리시아스씨의 동생 분이시구나, 아가씨 전 프레디라고 합니다. 기사 다이너령의 하급 기사 입니다. 옆에분은 기사단장님인 바론 니아스님이시구요."
순간 소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지만 금세 다시 무해하여 보이는 눈으로 돌아온다.
"그런 분들이 어쩐일로 찾아오셨나요?"
대화를 해 나가던 프레디보다 먼저 말을 건다.
"혹시, 요 며칠 이상한 일은 없었나?"
"이상한 일이요? 아니요 저는 언니한테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음... 그럼 근처에서 수상한 사람은 없었고? 아무래도 여성 두 명만 사는 집이라 걱정되어서 말일세."
"단장님? 여기는..."
"언니한테 들은 거여도 상관없네."
"아니요, 그것도 없어요."
계속해서 취조해나가던 바론은 고민한다.
'무언가 수상하다. 아까 아주 잠깐이여서 프레디는 눈치 못챈듯하지만 이 소녀의 눈빛이 바뀌는 걸 봤다.'
그것도 매우 섬뜩하게.
'마치 과거, 인마대전에 거인 골리앗과 우리군대가 대치했을 때를 떠올리게 하였어'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해가며 취조를 이어 나간다.
"음... 아가씨 일단 기사단으로 같이 가 줄 수 있겠나?"
"언니가 처음 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했어요."
"추가로 조사할 게 있어서 그러네 같이 가주게."
"싫은데요?"
"...일단 물러나겠네..."
소녀가 문을 닫고 마당을 나선다.
"단장님, 아직 어려 보이는 애인데 너무 몰아 넣으시는 거 아닙니까? 좀 겁먹은 거 같은데..."
"프레디."
"네?"
바론은 프레디에게 지시한다.
"책임은 내가 지겠네 당장 기사단으로 가서 전 기사를 소집해라. 거기에 병사들도 근무 중인 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모이라고 해."
알 수 없는 공포감을 지닌 채 지시한다.
"저 소녀에게 무언가 있다."
'골리앗과 대치했을대 이후로 처음이군.'
이런 압박은...
☆☆☆
정오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소녀가 있던 집의 포위가 완료되었다.
'병사는 150명 정도가 모인건가?'
"단장님, 지시하신대로 주민의 대피가 끝났습니다."
부기사단장이며 상급 기사인 슬라이가 바론에게 지시사항이 완료되었음을 알리고 질문을 한다.
"단장님, 저 집에 무엇이 있길래 이러시는 겁니까."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대답해준다.
"내가 오해한 거면 좋겠지만, 아마 아닐걸세."
"무슨?"
실수여야 한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공포가, 과거 전설 급 존재인 거인 골리앗과도 같았았다.
'아니, 어쩌면 더 할지도 모르겠군.'
미세하게 떨고 있던 손을 눈치채고 검자루를 강하게 부여잡는다.
'용병들과 지부장을 소집해야 할 수도 있겠어.'
과거 싸운 전장은 다르지만 같이 인마대전에 참전한 전우 알렉스 스왈트.
'다쳐서 쉬고 있는 그 친구에게는 미안 하지만 전설급 강자와 싸우고 살아남은자는 애석하게도 이 도시에 그 친구와 나뿐이다.'
'만약 내 짐작이 맞다면.'
오늘 이 도시는 괴멸 할 수도 있다.
쾅!
문이 부서지고 소녀가 걸어나온다.
"이거 그냥 대놓고 싸우자고 하는 거 잖아. 아침부터 계속 신경에 거슬리게 하네."
'왔다!'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소녀의 오른손에는 검이 들려 있다.
'저 검 예전에 봤던 기분이 드는데?'
"응? 검순아 이건 어쩔 수 없어. 아까부터 참는데 저것들이 시비걸잖아."
'혼자서 뭐라고 하는 거지?'
적어도 아까 느꼈던 것이 착각이 아니었다는 듯이 다른 기사와 병사들까지 굳은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킨다.
"단장님!"
태어나서 이런 감각을 처음느껴 보는 슬라이가 바론을 부른다.
"슬라이 여차하면 용병길드와 지부장을 소집하게, 잘못하면 이 도시가, 이 다이너 백작령이 사라질 수도 있겠어."
검을 보고 중얼거리는 소녀에게 검 끝을 향하고 물어 본다.
"소녀여! 아니 네년은 무엇인가?!"
"뭐? 음...응! 나? 마왕."
"!!!마왕을 참칭하는 자다! 전원 돌격해라!"
"""우오오오오오!"""
병사와 기사들이 공포를 이겨 내려는 듯이 소리치며 달려가지만 맨 앞에 있던 병사들이 파리 내쫒듯 휘두른 검에 잘려 나가자 달려가던 자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검순아 이거 저것들이 시비 건거다? 알았어. 적당히하다 사라질게 화내지마."
"아아악 내 팔이!"
"다...다리가!으아아악!"
"아...아파... 엄마 아파.."
운 좋게, 아니. 운 없이 즉사를 피한 몇 명의 병사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자 다른 병사들이 더욱 겁을 먹고 있다.
죽음.
그 공포가 눈앞에 다가와 실금 하는 자까지 나온다.
'내가 가야겠군...'
"슬라이!"
"예, 단장님...."
"당장 프레디를 시켜 용병길드와 알렉스에게 전해라."
"단장님!"
공포로 다리를 떨면서도 검자루만은 강하게 쥐고 있는 프레디가 소리지른다.
"저도 싸우겠습니다!"
"그리 겁을 먹어서는 어떻게 싸우겠다는 건가? 지금 상태로 덤볐다간 자네는 그냥 개죽음일세, 당장 길드로 가서 지원을 부르고 마왕을 참칭하는 자가 나타났다고 전하게."
"하지만!"
"그래, 단장님 말씀이 맞다. 지금은 지원군이 더 급해 보인다."
"부단장님!"
"그래 맞다! 프레디! 막내를 내버려 두고 우리가 내뺄 순 없지!"
"우리가 프레디 너보다 쎄다! 우리에게 맡겨라!"
"제일 약한애가 뭔 도움이 된다고. 가서 전하기나해!"
"막내는 뭐 빠지게 뛰어다녀야지!"
"선배님들... 큭!"
기사단의 동료들은 겁이 나면서도 단의 막내인 프레디만이라도 살려 보려고 용기를 내 웃으며 농담을 한다.
"음. 혹시 내가 죽거든 큰아들한테 졸업식 못 봐서 미안하다고 전해주게, 작은 아들에게는 항상 힘내고 응원하다고 그리고 아내에게는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전해 주게나 아! 깜빡할 뻔했는데 아이 이름은 딸이 태어나면 리나, 아들이면 토니로 하자고 전해주고."
"단장님! 그런 말하면 꼭 죽는 거 아십니까?!"
"음, 그래 살아야지."
"...반드시 모두 살아 있으셔야 합니다. 꼭 남는 인원 없이 전부 끌고 올태니까!"
그렇게 말하고 전력으로 전장을 벗어나는 프레디를 보며 소녀가 말한다.
"거 너희끼리 잘 들 노는데..."
순간 서 있던 소녀의 모습이 사라진다.
"누가 도망치게 해준 데?"
빠른 속도로 프레디를 쫓아가지만, 그사이를 막고 있던 바론이 검을 휘두른다.
"이런, 안 맞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스치지도 못 했을 줄이야, 이거 자존심이 상하는군."
"잉? 스치기라도 하고 싶었으면 이 도시의 병력을 전부 끌고 왔어야지. 어디 이것만 끌고오고 스치길 바라는 거야?"
"맞는 말이군..."
바론은 검을 다시 바로 세우며 말을 한다.
"그래서 이 도시의 전 병력을 모으러 갔다."
최대한 빠르게 모아오거라. 프레디.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 있는 전원이 죽을 거다.
☆☆☆
용병길드 지부장실.
쾅!
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한 접수원이 다급해 보이는 모습으로 들어왔다.
"지부장님 큰일 났습니다!"
"아니 자네 노크 할 줄 모르나? 왜 다들 지부장실 문을 못 부셔서 안달이야?"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번화가에 마왕을 참칭하는 자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금 기사단장과 기사단이 교전 중이지만 위급한상황, 길드의 전 인원을 지원요청하고 있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문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당장 임무에 나간 길드원까지 모조리 소집해! 병사들한테도 전해서 도시 주민들의 피난하게 하고 피난을 돕는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무장한 상태로 번화가로 오라고 요청해! 거부하면 내가 이 자리를 걸고 요청하는 거라고 무조건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사단장께서 지부장님도 오셔서 응전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부상자의 손조차 필요한 상대란 말인가?
'마왕을 참칭하는 자가 얼마나 강하길래...'
"바로 가도록 하지."
☆☆☆
병력을 이끌고 온 알렉스가 마왕이 나타난 곳에 도착했다.
'임무를 수행하러 간 용병도 오고 있다지만, 이거는.'
심하다.
이미 죽어 바닥에 굴러다니는 병사의 시체만 수십구.
기사도 반은 사망한 거 같다.
'살아있는 자들도 멀쩡한 건 아니군, 어디 하나 잘려 있거나 죽어가고 있어.'
"바론!"
알렉스는 바론에게 달려가 그의 상태를 살핀다.
"알렉스, 자네 조금 늦었군"
숨을 헐떡이고 자잘한 생체기가 있지만, 다른 이에 비하면 멀쩡하다.
"저 소녀인가? 마왕을 참칭한다는 자가?"
시체가 낭자한 중심에 조금 피곤하다는 듯이 서 있는 소녀가 보인다.
"그러네, 저건 강하네 이 지경이 되어도 옷 좀 밴게 고작이야"
'이 인원과 영웅급 기사를 상대로도 옷을 스치게 한 게 고작이라니!'
초월급, 아니 그 이상의 전설 급 존재.
'그리 보이는군, 바론이 나를 부를 만해.'
"아 거참 때거지로 몰려오네. 이거면 귀찮고 리리스하고 약속한 것도 있으니 그냥 도망칠까?"
'리리스! 군세의 지휘자 리리스!'
자신의 팔과 다리를 빼았아간 원수.
'이곳에 있는 건가?'
"이보게 마왕, 우리가 그대를 도망치게 할 거 같은가? 여기서 놓치면 인족의 큰 위협이 될 거 같은 기분이 드네."
그렇게 말한 바론에게 알렉스가 마왕에 대해 물어 본다.
"마왕은 어떤힘을 가지고 있지?"
"검말고는 안 쓰고 있네, 이틀 전 이곳에서 마력진이 느껴졌던 걸 보면 악마 리리스 였을 지도 모르지만..."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과거의 마왕과 같이 마력도 사용할 가능성도 있지."
"투력만으로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건가? 검술은 어땠나?"
"검무."
검무.
용사가 검을 휘두르면 마치 그 검로가 춤사위 같다하여 불리는 이름.
"검무였다네, 인마대전에서 한 번보고 잊지 못한 그 검. 심지어 저 마왕은 우리랑 적당히 놀아주다 자네들이 오기 좀 전에 이 많은 인원을 죽였어"
있을 수 없다.
용사는 이미 죽었다.
누군가에게 검을 알려 준 적도 없다.
심지어 그 용사는.
"자네의 주군도 자네도 용사를 죽이는데 협력하지 않았나?"
오직 바론에게만 들리도록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였다.
순간 이쪽을 돌아보며 웃었다.
아름다우면서 매우 끔찍한 미소로.
"너도 였구나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