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준비
* * *
바람이 분다.
'바람?'
살며시 눈을 뜨자 열여 있는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비친다.
'아침인가? 리리스는?'
혼자만 있는 방안에서 리리스를 찾고 있자 방문이 열린다.
"어머, 언니 일어나셨나요?"
"응."
"아침준비는 다 되었어요. 식사하러 가시죠."
먼저 일어나 출근준비도 끝난 상태인지 말끔한 상태로 마중 나왔다.
"일찍 일어났나보네?"
"네, 잠입중이라고는 해도 길드원이니까요. 성실해야죠."
웃으며 전날에 당직근무에서 도망친 사실을 없던 일로 만들고 침대에 누워 있던 소피아를 일으켜 세운다.
"언니, 마력 고갈로 인한 피로가 생기셨나보네요."
"응, 아마 이틀은 나른할 거 같아."
기지게를 펴면서 말을 이어간다.
"[정신력]덕분인지 이럴 때는 나른한 수준으로 끝나네."
"...그렇군요, 보통은 최소한도로 남겼어도 일정량이 회복 될때까지는 일어나지도 못하는데요."
고유 능력 [정신력] 덕에 정신이 나가거나 기절할 수준까지 마력을 써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다.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는 나흘은 걸릴 것 같네."
"그럼 그때 우리의 땅으로 가시는 건가요?"
"응. 거기가 평균적인 마수등급도 높고 인족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예전의 힘을 빠르게 되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하루라도 빨리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그럼, 나흘전에 지금까지 모아온 정보를 정리해서 드릴게요. 더 필요하신 건 없나요?"
"음... 탐색의 구슬, 확실하게 고유 능력의 유무를 알고 싶거든."
"네, 오늘 길드에서 가져오겠습니다."
"응, 부탁할게."
그러고는 도로 침대에 다시 눕는다.
"언니! 아침은 드시고 주무세요."
"윽. 알았어..."
☆☆☆
"언니, 다녀오겠습니다."
"응, 다녀와."
"낯선사람이 와도 문열어 주거나 하면 안 되요?"
"응."
"아! 그리고 어제 마력진 때문에 병사나 영지의 기사들이 찾아올 수도 있어요. 그때는 그냥 제 애인이라고 전달해 주시면 저를 찾아올 거예요. 그때 제가 알아서 처리할 게요."
"? 그냥 다 죽이면 안 되? 어차피 언젠가는 죽일꺼 아니야?"
"언니? 나른한 상태라고 해도 정상적인 판단이 안 되면 어떡해요. 언니는 약체화 상태, 거기에 어젯밤 마력을 거의 다 쏟아부어서 몸도 평상시가 아니라구요. 아아아 무방한 언니도 매력적이야."
"히익! 알았어! 그래도 그냥 동생이라 전할게."
정신이 번쩍든다.
잘했어 [정신력].
"네, 항상 확실한 방법을 찾던 언니시니까 잘 아실거예요. 현 상태의 언니는 영웅급을 상대로 도망은 칠 수 있어도 어정쩡한 몸 상태로 하기에는 부담이 좀 되실거니까요."
기사단장이라는 영웅급기사.
영웅급 하나라면 문제는 안 된다.
이 몸 상태로 기사단 전체와 병사들 거기에 영웅급 기사까지 싸우면 부담된다.
'마력이 회복될 때까지, 적어도 마력 고갈의 여파가 끝나는 이틀 뒤까지는 사려야겠어.'
"알겠어."
"네, 그럼 있다가 저녁에 돌아오겠습니다."
"응."
리리스가 출근하고 뒤에서 대화를 지켜보던 카르마가 말을 꺼낸다.
<엄마와 딸이냐?=""/>
"시끄러워, 검순아, 그리고 나 이번 생에 엄마없어."
<엇! 아...="" 그...="" 미안...=""/>
시무룩해하며 사과하는 카르마를 내비두고 다시 침실로 향한다.
☆☆☆
해가 기울고 노을이 질 때 다시 눈을 떴다.
'음... 저녁 시간대인가? [정신력]이 이럴 때는 좋아 금세 멀쩡해지거든... 나른한 감각도 내일 저녁쯤이면 풀릴 거 같네.'
<소피아 일어났느냐?="" 본녀="" 심심했다.=""/>
"실체화 좀 풀어 놓고 있지. 그대로 있었어?"
<외모가 많이="" 바뀐="" 그대를="" 보면="" 아직="" 어색해서="" 말이다.="" 이렇게="" 쳐다="" 적응중="" 이었느니라.=""/>
"...아예 성별이 달라졌으니까."
<그래도 보다보니="" 리리스의="" 마음도="" 이해가="" 되더구나,="" 자는=""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러웠어.=""/>
키득키득 웃고 있는 카르마를 보며 한숨을 쉰다.
철컥!
"언니~ 저 왔어요~"
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리리스가 돌아왔다.
<소피아, 리리스가="" 왔나보구나.="" 같이="" 내려가세나.=""/>
"응, 그러자."
☆☆☆
"언니, 여기 찾으셨던 탐색의 구슬이요!"
그렇게 말하면서 리리스는 품속에서 투명한 구슬을 꺼낸다.
"하나만 있다더니, 잘도 가져왔네?"
"네! 안빌려 주면 그냥 관두겠다고 하니까 빌려 주던데요?"
어... 그래도 돼?
"어차피 나흘 뒤에 언니랑 같이 저주받은 대지에 갈려고 했으니 상관없지만요."
"? 인족측 조사 중 아니였어?"
"할 수 있는 조사는 거의 끝났고 언니가 가시는데 제가 어떻게 여기에 남아 있나요?"
"아니, 딱히 안 그래도 되는데?"
"? 따라 갈 건데요?"
"어... 그래 알았어."
굳이 따라오겠다는 거를 말리고 싶지는 않다.
"그럼 확인해 봐요. 고유 능력!"
"응."
그렇게 말하고 나는 탐색의 구슬에 손을 올렸다.
[무기류의 달인][정신력][준비하는 자][xxxx x]
?
앞에 있는 세 개는 알겠다 전생의 고유 능력이었고 다행이 그대로 있어 주었다.
'세 개는 그대로 있어, 하지만 뒤에 저거는 뭐지?'
"어? 마지막에 저건 뭔가요? 저런 건 처음 보는데요?"
내 의문을 리리스가 대신 대답해주고 있다.
"리리스 너도? 음... 알 수 없으니 불안한데... 그렇다고 그냥 무시할 수도 없고..."
"알고 넘어가면 좋겠죠. 고유 능력이라고 해도 꼭 도움만 되는 건 아니니까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뭔가 걸리지만 효과는 지나다 보면 알 수 있겠지."
"네, 그럼 정보로 넘어가죠. 어떤것부터 듣고 싶으세요?"
"프로그, 지저국 언더그라운드 이 두 가지, 우선 거기부터 들을 게, 거기부터 부실거거든."
"프로그, 그 자가 만들었다는 무기, 검을 만들 었습니다. 그리고 그 검에는 효과가 부터있는 마법검이예요."
"효과?"
효과가 붙은 마법검은 흔치는 않지만 하나로 선임대장장이의 위치에 오를 정도는 아니다.
"네, 효과요. 그 효과는 검을 든 사용자가 처음 검을 든 사람도 검의 달인으로 만들어 주고 강한 정신력을 부여해 정신계 마법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줍니다.
"?그건..."
"네, 언니의 고유 능력과 유사해요. 문제는 그 검을 만드는데 사용한 재료입니다."
"재료?"
"언니의 몸, 정확히는 전생의 몸, 용사 이성재의 육체를 사용해서 만들어졌죠."
하!
"미친..."
이 말을 들으니 더욱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죽인 것도 모자라 죽인 시체를 써서 무기를 만들어? 프로그 이 미친 새끼가...'
"언니?"
"응? 아하하 그냥 생각 좀 했어. 어떻게 죽여야 더 고통스러울까 그런 생각."
"...용사의 육체를 사용해서, 누구나 영웅급으로 쉽고 오를 수 있는 검을 만들었으니 선임대장장이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조금 질렸어요. 알고 있는 자들은 지저국의 귀족, 용사파티, 각국의 수뇌부 정도 입니다. 저도 여기서 언니가 살해 당했다는 걸 알았어요."
"나를 다른 세계에서온 괴물, 마수의 소재 같은 거로 취급 했다는 거네?"
"...네, 맞습니다."
"하하하, 정말 알면 알수록 쓰레기들이야."
나는 웃으면서 '친구들'과 나를 죽이는데 가담한 자들에 대해 생각한다.
'역시 편히 죽이는 건 못하겠어.'
짝!
난 한 번 박수를 치면서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 한다.
"리리스 왜 이리 축 처져 있어? 난 더욱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을 거 같아서 좋은데? 자 다음다음!"
"하아. 다음으로 지저국의 여기는 프로그를 중심으로 새로운 파벌이 생겼다는 거 말고는 딱히 소식이랄게 없습니다. 정치보다는 철을 두들기는 걸 좋아하는 자들이니... 기껏해야 대량의 철은 구매 했다는 정도? 아마 무기를 대량 생산 하려고 그랬겠지만 사용자를 달인으로 만들어 주는 무기가 그리 쉽게 나올 건 아니니까요."
"음... 철의 대량 구매라 이건 참고해 두면 좋겠어 나머지 정보는 작업에 들어가면 추려 내야지."
"네, 그럼 더 듣고 싶으신 건?"
"아직은, 나중에 궁금해 지면 물어볼게."
이야기를 끝내자 혼자서 리리스가 사 온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카르마가 이쪽으로 온다.
<두 사람="" 다="" 이야기는="" 끝냈는냐?="" 본녀는="" 혼자="" 노는="" 것보다="" 같이="" 게="" 더="" 재미있느니라.="" 놀아다오.=""/>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리리스가 이야기한다.
"후훗, 언니의 말씀대로 카르마님은 아이 같은 면이 있으시네요."
"그렇지? 장난감 사주면 하루 종일도 놀더라니까?"
<이익! 여태까지="" 사용자가="" 두="" 명="" 말고는="" 없어서="" 그러느니라!="" 없으면="" 실체화도="" 못하고="" 검상태로만="" 있는="" 게="" 얼마나="" 심심한="" 줄="" 아느냐!="" 대화할="" 사람도="" 없단말이다!=""/>
그렇게 아싸의 슬픈 외침을 듣던 중 리리스가 한 가지를 물어 왔다.
"그런대 언니는 어떻게 카르마님을 사용할 수 있으셨나요? 카르마님이 허가 해 주신 건가요?"
<아니다. 소피아가="" 싫다는="" 거="" 그냥="" 강제로="" 사용했다.=""/>
"...언니?"
"오해하지마. 처음 들었을 때는 에고소드인지 몰랐어, 근대 말걸 더라고 환청이 들리나 해서 무시했는데 나중에는 사용자로 선택하고 실체화해서 이렇게 잘지내잖아?"
아직 의심하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시선이 따가워!
"에고웨폰들은 무기의 허락 없이는 들지도 못하는 거 아닌가요?"
"[무기류의 달인]이 있어서 무기로 분류 된 것들은 다 들고 다룰 수 있잖아, 그 덕에 들어 지더라고."
"역시 강제로... 아무리 무기라지만 이렇게 어린애를..."
더욱이 의심에 찬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때는 실체화도 못했어! 사용자로 인정해야만 가능 한 거라고! 그 전까지는 그냥 튼튼한 검이네 하고 썻을 뿐이야!"
"어제 카르마님을 깨웠을 때는 바로 실체화 했잖아요?"
"그건 사용자는 영혼으로 묶어 놔서 그래 내가 사용자니까 내 마력으로 실체화 가능한 거고!"
<응? 아!="" 그건="" 소피아="" 말이="" 맞다.="" 그때는="" 소피아가="" 위험해="" 당황해서="" 눈치를="" 못="" 챘느니라.=""/>
카르마가 변호를 해주지만 아직까지 리리스의 눈빛이 따갑다.
"저기... 리리스?"
"네 언니?"
"그... 오늘도 같이 잘래?"
저 눈빛을 바꾸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주로 내 희생이.
"스킨쉽은 어디까지 허용해주시나요?"
'스킨쉽도?!'
"어...그... 귀를 무는 것까지 라면..."
"네! 언니! 같이 자요!"
즉시 해맑은 미소로 대답한다.
어... 뭔가 속은 기분인데?
'군세의 지휘자가 맞았던건가? 살짝 모자라 보였는데? 여기서 모자란건 나인가?'
<이게 어딜봐서="" 둘이="" 연인사이가="" 아니란="" 말이냐?=""/>
"카르마님?"
<왜 그러느냐?="" 리리스.=""/>
"혹시 음식도 드실 수 있나요?"
<가능은 하다="" 검이라="" 영양소를="" 흡수하는="" 건="" 아니지만="" 맛은="" 느낄="" 수="" 있느니라.=""/>
"나중에 단거 사드릴게요."
행복한 표정으로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을 뒤로 한채 나는 힘없이 리리스에게 끌려 가고 있다.
'역시 속은거 맞네, 점점 교육당하는 기분인데... 기분 탓이겠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