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에고소드
* * *
에고웨폰.
무기에 영혼이 깃들어 있어 사용자에게 조언, 전투적인 보조를 맡아주고 때때로는 친구가 되어주는 단순한 무기 이상의 존재이다.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마검이 되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고도 한다.
'검순이가 그런 거라 했지.'
업보검 카르마.
사용자가 악한 자면 검의 영혼이 타락하면서 사용자를 더욱 악한길로 이끄고,사용자가 선한 이면 더욱 선한길로 이끈다고 알려진 에고소드.
알려진 사용자는 역대 용사 두 명이 끝.
하지만 사용자가 사용자인 만큼 가장 유명한 에고웨폰이다.
'검순이 말고도 알려진게 4개였던가?'
세계수의 가지로 만들어진 지팡이. 세계수의 딸 스피어.
여신이 초대 성녀에게 하사했다고 알려진. 여신의 십자가 로자리아.
한 번 쏘면 별도 떨어뜨린다고 하는 신궁 루미너스
세상에 마수를 범람시켰던 초대마왕을 소재로 만들어진 검. 마검 디아블로
마검은 2대 째 마왕이 쓰기 시작해서 알려졌었다.
'그 외에도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있을 수도 있지, 소재가 알려진 것도 검순이와 마왕이 쓰던 검 말고는 없고.'
그래서 앨리스와 파니아가 그것들 찾으려고 눈에 불을 키고 다녔지, 마리아도 욕심을 안 내던것 보여도 여신의 성물이라며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언니? 목욕물이 준비 되었는데, 먼저 이용하시겠어요?"
"아니, 검순이 좀 깨우고."
"카르마인가요? 근대 이거 왜 이리 녹이 슬어 있어요?! 에고소드는 파괴불가 아니었나요?!"
"강한 무기라고 해도 결국에는 무기야. 부서지기는 해, 내재되어 있는 영혼덕에 복구는 되지만."
"카르마가 알려 줬나요?"
"아니. 궁금해서 온힘을 다해서 때리니까 금가더라."
"네?"
"그때 검순이한테 혼났지, 그렇게 화내는 건 처음 봤어."
"이 경우는 가사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아. 아마 나랑같이 시간축을 이동해버려서 그 충격으로 가사상태에 빠져 있는 거로 보이네."
"그럼 어떻게 깨우신다는 건가요?"
"충격요법."
"네???"
"충격요법. 내가 살던 곳에는 심장이 멈춘 사람한테 심장마사지나 전기충격으로 다시 심장을 뛰게 하는 응급처지가 있어, 그것과 비슷하게 검순이의 영혼에 강력한 마력을 흘려 보내려고."
"네???? 그거 또 혼나시는 게 아닌지...."
중얼거리는 리리스를 무시하고 최소한의 마나를 남기고서 모든 마나를 끌어올린다.
구구구구구구...
마력을 불어넣기 위해 끌어올린 순수한 마력 덩어리는 진동을 일으키며 오른손에 뭉쳐간다.
"마력차지!"
"어..언니?"
"슛!"
콰아아왕!!!!!!!
거대한 파괴음과 동시에 집이 흔들리고 벽에 금이 갔다.
<꺄아아아아아아아!/>
"오! 깼네."
비명 소리와 함께 금발에 벽안을 가진 소녀가 허공에 나타났다.
"어...언니, 이집... 제가 요새마법걸어 놔서 튼튼한 건데. 흔들리는 게 말이나 되나요! 금도 갔어!"
머리를 감싸며 바닥에 쪼그려 있던 리리스가 눈을 뜨고는 소리지르며 일어나 소녀를 바라본다.
"어? 언니 이 애는 누구인가요?"
열살 정도 되보이는 자그마한 소녀를 가르키며 물어보고 나는 거기에 대답한다.
"검순이, 얘 아직 정신 못 차리네..."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이 작고 귀여운 소녀가 업보검, 에고소드 카르마이다.
'정확히는 에고소드의 영혼이 실체화 한 거지.'
이네 정신을 차린 카르마는 눈을 치켜뜨며 소리지른다.
<그대들은 뭔가!="" 갑자기="" 이런="" 충격이라니!="" 본녀에게="" 무슨="" 억화심정이="" 있어="" 이러는="" 겐가?!=""/>
"안녕? 검순아 깼어?"
나는 웃으며 카르마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순간 카르마는 정신이 든 표정을 짓더니 다시 한 번 소리친다.
<큰일이다! 성재가="" 동료한테="" 공격당했다!="" 빨리="" 가지="" 않으면="" 위험하다!="" 그대들!="" 본녀가="" 임시="" 주인으로="" 허락해="" 줄="" 테니="" 마왕성으로...=""/>
나는 카르마의 말을 끊고 한 가지 진실을 전한다.
"그거 말인데 검순아. 용사는 그것들 한테 도구처럼 이용 당하고 죽었어."
<무..무슨... 성재가="" 죽었다는="" 것이냐?!="" 죽여도="" 안="" 죽을="" 거="" 같던="" 자가="" 왜!="" 그="" 자들="" 인="" 자들이="" 성재를="" 속이고="" 죽인=""/>
"응, 정답."
<어...어째서 성재가...=""/>
"저기..."
절망한 표정을 하고 있는 카르마를 뒤로하고 리리스가 대답한다.
"언니? 그런 식으로 설명하면 카르마님이 오해하지 않을까요?"
나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대답한다.
"왜? 맞잖아?"
"그... 맞기는 한데... 그냥 제가 설명 드릴게요. 카르마님?"
<그대는! 악마="" 리리스!="" 설마="" 그들이="" 마왕군과="" 내통했던="" 것이냐?!=""/>
리리스를 보더니 마왕과의 내통을 의심했지만 리리스의 설명을 듣던 카르마의 얼굴은 절망에서 희망찬 얼굴로 웃고 이내 분노로 바뀌면서 나를 쳐다본다.
'내 이야기를 들으면 분노 할 만하지.'
거기에 공감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카르마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분노한 채로.
'어?'
<성재. 거기="" 앉아보거라.=""/>
"아니 성재는 죽었다니까? 지금은 소피ㅇ..."
<앉아!/>
<보거라./>
어? 이거?
또 혼나는 건가?
☆☆☆
카르마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듣고 진정된 카르마를 앞에 두고 이야기 한다.
<그러니까, 성재.=""/>
"소피아."
<부르는 거에="" 상관없지="" 않나?="" 그대가="" 본녀를="" 검순이라="" 부르는="" 것처럼.=""/>
"아니, 상관있어. 성재는 그자식들한테 이용당하고 살해 당했어. 그러니 지금 소피아로서 전생의 성재에 대한 복수를 하는 거야. 성재를 받아들이면 복수의 강도가 줄어들거 같아서 안돼."
<...알았느니라, 소피아="" 그대는="" 마왕이="" 되겠다는="" 소리가="" 맞나?=""/>
"응, 맞아. 더 이상 동료도 필요 없어, 명령에 충실한 부하는 필요하지만, 부하가 내 뒤통수를 치려하면 자비 없이 죽일 거야."
그러고는 리리스를 보며 웃어 준다.
"리리스 너도 마찮가지야 명심해. 내가 자비롭다고 해서'친구'들과 같은 생각하면 용서는 없어?"
"네... 알겠습니다."
웃는 모습이지만 그 분위기는 마왕 그 자체였다.
<소피아 그대도="" 참으로...=""/>
"그럼! 검순이도 깨웠겠다. 씻고 자면서 마력회복 해야지!"
어두워진 분위기를 바꾸려 일부러 밝게 말하며 일어난다.
<잠깐! 소피아!="" 다시="" 앉아="" 보거라.=""/>
"? 아니 왜?"
<그런 정신="" 나간="" 방법으로="" 깨우는="" 자가="" 도대체="" 어디="" 있더냐?!=""/>
"아니 결국에는 깨어났고 결과만 보면 확실한 방법이..."
<그대는 그게="" 문제다!="" 확실하다면서="" 요새에="" 잠입해="" 기둥을="" 부셔="" 요새를="" 무너뜨리지="" 않나,="" 멍청하다며="" 미끼를="" 써서="" 간부를="" 죽이지="" 않나!=""/>
"그렇지만 리리스는 은근히 모자라서 잠입에 대한 대책을 안했더라고, 그리고 덩치는 멍청한 게 맞잖아? 나도 물거 같아서 미끼를 던졌는데 진짜 돌진했을 때는 어이없었어..."
"그 요새, 지키는 인원만 1만 명이 넘었는데 어떻게 잠입하신 건가요..."
"하수도. 거기는 생각 못했는지 비어 있더라? 그래서 거기로 들어가 부셨지."
"..."
<소피아! 집중하거라!="" 아직="" 안="" 끝났다!=""/>
카르마에게 혼나는 소피아를 뒤로하고 리리스는 먼저 씻으러 들어갔다.
"언니, 저 먼저 씻을 게요."
'도망치지 마!'
눈으로 호소하지만 리리스는 못 본 척을 하며 도망친다.
<소피아!/>
나는 다시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카르마의 잔소리를 듣는다.
사...살려 줘!
☆☆☆
그 뒤로 한 시간가량을 더 혼나고 목욕을 마친 뒤 잠옷을 본다.
'옷가게에서 추천이라고 강매당한 게 비쳐보이는 거 말고는 없네.'
이걸 입고 자자니 리리스가 덮칠거 같고, 그렇다고 잘 때 입을 만한 건 이것들 말고는 없고.
'문단속 잘하고 자면 문제 없겠지...'
<음? 소피아,="" 그대="" 여성의="" 몸이="" 되더니="" 꽤="" 과감한="" 속옷을="" 샀구나,="" 누구보여="" 주려고="" 산것이냐?=""/>
매우 흥미로운 것을 보았다는 듯이 반짝이는 눈으로 카르마가 쳐다본다.
"아...아니야! 이건 옷가게 점원이 멋대로 준 거라고! 내가 이런 걸 왜 사!"
<흐흥~ 그렇구나.="" 그렇다고="" 치자꾸나.="" 소피아~=""/>
'뭘 그렇게 다 안다는 표정인데?! 진짜라고!'
"나... 나간다!"
그나마 노출이 적은 파자마를 입으며 빠르게 빠져나간다.
...비치는 건 똑같지만...
☆☆☆
"분명히 이 방이었지..."
나는 리리스가 알려 준 방의 문을 열었다.
...다시 닫았다.
헛걸 봤나?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YES가 적힌 베개와 면적이 적은 속옷만 입고 있는 리리스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언니! 들어오세요! 제가 따듯하게 덥혀 놨어요!"
"..."
YES가 내 쪽에 있네? 나보고 YES를 외치라는 건가?
죽은 듯한 눈으로 리리스를 바라보며 천천히 문을 닫는다.
쿠당탕탕!
"언니! 잠시만요!"
닫고 있던 문을 붙잡고 다급하게 외친다.
"오해예요 언니! 잠시만 제 말을 들어 주세요!"
"뭐가 오해라는 거야! 덮칠 생각 말고는 없잖아!"
"아니예요! 그냥 동침하고 싶어서! 그리고 언니도 파자마가 할 생각으로 넘쳐 나시는데요!"
"이...이건 점원한테 강매 당한 것뿐이야! 그나마 얌전한 거라고!"
"어쨌든요! 그리고 침대가 여기 하나 라구요! 같이 잠만 잔다니까요! 손만 잡고 잘게요!"
"손만잡고 잔다는 게 제일 불안한 말이야! 난 소파에서 자도 되니까 그냥 나갈게! 그리고 힘이 왜 이렇게 쎄?!"
최...최약체 아니었나???
"그럼 거짓말 안 하고 더듬기만 할 게요. 제발!!! 소파도 없어요! 사랑하는 여자는 강해지는 법이예요! 그리고 여성 경험 없는 거 티내지 마세요! 이런 거로 부끄러워 하시지마시죠!"
아닌데???? 얘가 선넘네????
"아...아니 거든?! 동정 아니 거든?!"
"그런 게 티난다는 거예요! 아니면 같이 주무시던지요! 더듬는 거 이상은 진짜로 안 할게요!"
"본심이 너무 튀어나왔잖아! 그리고 같이 자는 거랑 동정이랑 뭔 상관인데?!"
"금방 침대도 하나 구해올게요! 오늘 하루 만! 하루면 되니까! 하루 만 껴안고 더듬으면서 잘게요!"
"하루 만 허락해주면 다음에도 또 이럴 거 잖아!"
"..."
"말해!"
그런 식으로 공방이 오가기를 한참이 지나 내가 기권을 들었다.
"...그럼 정말 안고 자는 거 이상으로는 안된다?"
이 말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표정을 리리스가 한 손으로 뺨을 만지며 이야기한다.
"네! 물론이죠 언니!"
하아 왜 이리 피곤한 거지? 뭔가 진 기분인데?
<둘이 재미있게도="" 노는="" 구나...=""/>
그렇게 말한 카르마는 질렸다는 눈으로 한 번 쳐다보고는 사라졌다.
실체화를 해제하고 도망친 건가?
'아니 그냥 질려서 사라진 거 겠지...'
"소피아 언니?"
뒤에서 살며시 안아오는 리리스.
"스으으으읍! 하아아."
"히약!"
내...냄새 맡았어!!
"이제 주무시러 가시죠? 오늘은 안고자기만 하자고 했으니 안고만 잘게요. 후후."
그렇게 말하고는 침대로 간다.
'오늘은? 아니겠지?'
"아아아아 언니? 귀만 살짝 물어보면 안 될까요?"
"하지마."
진짜로...
어제부터 기억이 돌아오고 전투를 하고 하루 밤나절을 달려 도시에 오고 리리스를 만나 카르마를 깨웠다.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이틀이었네, 이상하게 피곤하다만 잠부터 자야지.'
서서히 감기는 눈에 조용한 밤 소리라고는 등 뒤에 리리스의 숨소리만 들린다.
그렇게 기억을 되찾은 나의 첫 숙면이었다.
☆☆☆
"언니? 주무시나요?"
"하아. 소피아언니."
과거에는 우리를 막아선 가장 강대한 적, 인족은 용사.
현재는 저의 마음을 한 번에 뺏어간 저의 언니.
그리고 우리의 마왕.
"언니 그거 아시나요?"
'지금의 언니는 매우 위태로워 보여요.'
"금방이라도 무너지는 돌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과거의 자신들 처럼,
인족에게 사냥당하고 하염없이 세상을 원망하고 인족에게 분노하던 우리와 같이...
'저희에게는 마왕님이 나타나 저희를 구원해 주시고 이끌어 주셨죠.'
하지만 언니는 지금 아무도 없어요.
그리고 모든 것을 거부하죠.
친하게 대화하는 것 같지만 어디인가 거대한 벽을 두고 있는 것처럼.
"언니? 저는 그런 언니에게 다가가 마음을 열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다가가면 더욱 멀어지시겠지만...
'믿었던 자들의 배신이 그 만큼 상처가 되셨겠죠, 정말 인족은 쓰레기 같은 존재네요. 아니 쓰레기도 아까워요'
자신들의 도구로 이용하고 끝네 처참하게 배신하고 살해했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이기적인 종족들이예요. 언니에게 가담해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어 드리죠."
언니 저는 언니의 버팀목이 되고 싶어요.
얼마나 거부 하시더라도.
아무리 밀어 내시더라도.
"언제나 언니의 곁으로 다가갈게요."
저는 절대로 당신을 배신하지 않아요.
"저는 절대로 당신을 도구로 이용하지 않아요."
'항상 당신의 곁에 있을 게요.'
마왕님이 하셨던 것처럼.
"마왕님께 배운 것처럼."
사랑스럽고 지켜 주고 싶은 저의 언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