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군세의 지휘자 리리스
* * *
"소피아 언니!"
길드 밖에서 잠시 리리시아스를 기다리고 있자, 리리시아스가 나를 부르며 뛰어 온다.
'정말 퇴근시간이었나 보네, 옷만 갈아입고 온걸 보면.'
"안에서 기다리시지 그러셨어요."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해서 나가 있던 거야."
"그럼 오늘은 실력 발휘하겠습니다!"
"고맙네, 리리."
살짝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전하자 리리시아스도 웃으며 대답해 준다.
"네! 히히."
☆☆☆
"접수원은 월급이 많나 봐? 집이 나름 좋네?"
"그런가요? 전 혼자 살기에는 적당하다 생각 하는데요."
'마당 딸린 2층집이?'
영지내의 번화가에 위치한 마당딸린 2층집을 바라본다.
'시골에서나 볼 법한 크기인데? 4인가족이 살기에도 적당하겠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리리시아스가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연다.
"어서오세요. 언니 집에 누굴 초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예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정중히 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간다.
☆☆☆
내부는 꽤 깔끔했다.
'아니 이건 깔끔하다기보다는...'
비어 있다.
'사람사는 느낌이 적어, 혼자라고 해도 조금 생필품이 적어.'
"언니~ 간단하게 차 한 잔 어떠신가요?"
"응, 마실게."
'본인 취향이니 내가 상관할 일 아니지, 이 도시는 정보만 얻고 금방 떠날 거고.'
리리시아스가 차를 내리는 걸 기다리면서 정보수집을 한다.
"리리."
"네?"
"내가 시골에서 살다가 오늘 상경해서 모르는 게 많이 있는데 이것저것 물어 봐도 될까?"
"네! 스튜가 끓기까지는 시간도 있고 제가 알고 있는 거는 말씀 드릴게요!"
"고마워,물어볼 건 인마대전 이후야, 그 뒤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로 용사파티와 각국 정세 같은 거."
"...인마대전 이후 말인가요?"
'뭐지? 순간 리리의 표정이 변했는데?'
인마대전에서 가족을 잃었나?
"마왕과 용사가 살해 당하고 나서 인족측은 평화로워졌죠, 전선은 휴전 상태이지만 언제 터질지도 몰라요. 물론 예전 만큼은 아니랍니다."
"마왕이 없는데도 와해되지 않았네?"
"그렇죠, 서로를 의지하며 버티는 중입니다. 마왕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네요."
"응, 그러면 용사파티는?"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해요, 왕녀 로젤리아는 차기 국왕으로 내정 되고, 기사 라인하르트는 왕국 제 1기사단장에 취임, 대마법사 앨리스는 마법국의 현자의 칭호를 얻었다고 합니다. 아직 대마법사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이 있지만요."
'기사단장과 현자인가?'
"그러면 그렇다면 6년 전보다 강해졌겠네?"
"그건 알 수 없어요. 그 둘을 상대하려면 간부정도는 대려와야하고 간부의 소식은 알 수 없습니다."
'그때 만전의 상태로 전투 해야 한다며 영웅급들이 스스로 미끼가 되었지.'
마왕군 간부와 전투를 했을 때 죽이지는 않았다.
'아니 죽이지 못했지 한 명 빼고는 전부 귀신 같이 내빼서.'
용왕 바실리스크,
거인 골리앗,
수인 미네르바,
악마 리리스.
네 명의 간부들은 여행 초반에는 힘겨웠지만, 성장하고 나서는 전부 같이 싸워도 단신으로도 상대가 가능했다.
'도마뱀은 용족의 긍지 어쩌고 하더니 나중에는 두고 보자며 도망치고, 덩치 큰애는 멍청이에 모지리 악마는 마법과 물량은 귀찮았지만 가장약했지.'
고양이는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박해받던 수인을 대표해서 싸우던 장한애 였는데 너무 괴롭혔던 거 같네.
'다음에 만나면 잘해 줘야지.'
"간부도 골리앗은 죽지 않았어?"
"네, 힘은 쎈데 무식하기만 해서 '나, 싸운다.' 하고
피하라고 지시해도 돌진하다가 죽었죠."
"그럼 얼마나 강해졌는 지 모르는 거네?"
"네, 용사파티 였다고 해도 이제 전투에는 안 나오니 알 수 없죠, 그리고 하이 엘프인 파니아는 처음부터 대 장로라는 높은 위치였고, 성자 마리아는 여신의 축복을 한 몸에 받았던 자 였어요."
"위치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는 소리?"
"그렇죠, 그리고 드워프인 프로그는2년 전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가 대단한 무기를 만들었다는 소식과 함께 지저국의 선임대장장이가 됬다고 해요."
'프로그가?'
대장장이보다는 전투쪽이 더 우수했던 프로그가 선임대장장이가 될 정도로 강력한 무기라면 주의해 나쁠거 없다.
'프로그의 위험도는 한단계 상승해야겠군.'
"여기까지가 제가 알고 있는 전부예요! 언니 스튜가 다 완성돼었겠어요!"
그 말을 한 뒤에 남은 차를 한번에 털어 넣고 주방으로 나선다.
'뭔가 이상한데? 아까부터 이 위화감의 정체는 뭘까?'
리리시아스의 대화에 뭔가 위화감이 있다.
마치 무언가를 놓친것처럼.
생각에 잠겨 있자, 잠시 후에 리리시아스가 주방에서 스튜를 들고 온다.
"언니! 스튜가 맛있게 됬어요! 빵도 마을에서 제일 맛있는데서 골라온 거라 맛은 보장해요! 헤헤."
아, 그렇군 알겠다.
이 위화감의 정체.
"리리스."
"네?... 어?"
"맞나 보네 혹시 했는데."
"어? 언니 지금 무슨?"
"말할 때 좀 이상했는데 인족측이 덩치한테 지시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어 그건 그렇다고 들었거든요!하하..."
"그런 것 치곤 너무 옆에서 본것처럼 말하던데? 심하게 멍청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이 있지 않거든."
"하하...하.... 아아아아 언니? 저 언니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이러시면 언니를 죽여야 하잖아요?"
리리시아스.
아니 악마 리리스의 몸이 변화하면서 악마족의 상징인 뿔이 나고 날개가 돋아난다.
'리리스의 고유 능력인 [변신]인가? 약하지만 인족측에 잠입할 때는 효과적이지.'
"언니?"
간부 시절에 쓰던 반가면을 가져가 얼굴에 쓴다.
"원래는 천천히 회유해서 마왕군으로 대려 가려고 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죽이기 전에 물어볼게요."
마왕군의 간부 리리스가 입을 열며 물어본다.
"저랑 같이 마왕군에 가지 않으실래요?"
"리리스."
"네? 언니?"
"너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예전?"
나는 마력과 투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강화마법과 가속마법,
그리고 방음마법을 건다.
"항상 살짝 모자르다?"
"무슨!"
쾅!
"크헉!"
리리스의 머리를 붙잡아 바닥에 내리찍었다.
"누가 누굴 죽인다는 거야? 사천왕 최약체."
"어떻게 마력과 투력이..!"
"같이 쓸 수 있는 게 용족 뿐이던가?"
"용족이셨나요?! 그럼 왜!"
"더 있잖아? 같이 쓸 수 있는 사람."
"!!!"
"'마왕' 하고 '용사'."
리리스를 짓누르며 말을 이어간다.
"리리스 대화의 처음부터 구멍 투성이였어, 나는 세간에 마왕 하고 전투 끝에 같이 죽은 거로 알려졌다고 하거든? 근대 너는 '살해당하고'라 말하고, 인족측은 평화로워졌다는 둥 넌 항상 이런 부분에서 모자르더라?"
"크윽... 설마 용사!"
"정답! 니가 덩치보단 머리가 좋네 개였으면 생긴 거 다르다고 '용사. 아니다. 용사. 남자다.'라고 말했을 텐데."
나는 죽인 간부의 성대모사를 하며 웃는다.
"용사 성재! 넌 그때 네 동료한테 살해당 했을 텐데!"
"응, 다시 살아났지! 니가 길드에서 말했던가? 만약을 생각하라고? 그래서 마왕과의 전투에서 만약을 대비했더니 어머 이게 뭐야! 얻어걸렸네?"
"다시 살아나고서도 우릴 노리는 것이냐? 성재!"
분노와 슬픔을 눈에 담고 리리스는 용사 성재, 소피아를 노려 보고 있다.
"응? 아니 딱히? 난 니들말고 딴애들 노리는데? 니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건 건방지게 나를 죽이네 마네 해서 그런 거고, 정말 이런점에서는 모자르단 말이야 이해력이 좀 부족해."
"무슨!"
"아직도 모르겠다는 표정인데, 그래서는 내가살던 곳에 가면 원하는 대학에 합격 못해요! 넌 내가 나를 뒤에서 찌른 애들을 위해 일할 거 같아?"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고 애써 말하는 것을 들으려 한다.
"..."
"난 그냥 개네들을 전부 죽여 버리고, 겸사겸사 내가 한 번 구한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거야."
조금씩 짓누르던 팔을 들어 올리면서 양팔을 벌려 이야기 한다.
"이름하여! 마왕생활!"
내가 활짝 웃으며 이야기하자, 리리스는 미친년을 본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어허! 어디서 건방지게 그런 표정으로 쳐다봐? 다시 짓눌릴래?"
"아... 아니요!"
허겁지겁 일어나서 대답한다.
"일단 밥부터 먹자 내가 어제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배가고프네?"
넘어진 의자를 세우고, 스튜가 담겨 있던냄비를 찾았더니 전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모지리."
"네...네!"
"이거 다시 끓여 와."
배고파.
☆☆☆
식사를 마치고 식탁에서 리리스가 내온 차를 마시며 아까의 이야기를 마저한다.
"그러니까, 성재님은..."
"소피아, 성재는 죽었고 지금은 소피아니까 소피아라 불러."
"네, 소피아언니는..."
언니는 왜 다시 붙이지?
"이건 용서해주세요, 정말로 언니가 제 취향이라..."
뭐야 정말이었어?
"여자 좋아했었냐?"
살짝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앗! 도망치지 마세요 언니! 하지만 땀내만 나는 남자를 좋아하라니 생리적으로 무리예요!"
음... 그런 걸로 치자...
"아무튼 소피아언니는 인족측 세계를 부시기 위해 힘을 회복하려고 마족령에 가신다는 거죠?"
"응 맞아, 처음에는 다 부실까도 생각했는데 마족이 나한테 딱히 뭘 잘못 한 것도 없고, 전투 때는 서로 목숨을 노렸던 거 잖아? 거기는 하는 거 봐서 멸망 시키려고."
? 왜 저렇게 표정이 굳었지?
"아~ 그나저나, 차도 그렇고 밥도 그렇고. 요리 잘하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더 많이 있지?"
"네?"
"인족측 조사한 거 말이야, 아무리 최약체라고 해도 사천왕이 직접 조사하러 왔는데 그게 전부라고?"
그럴 리가 없지 몇 개만 이야기 한 걸 것이다. 그 중에 세간에 알려진 것만을 알려 줬겠지.
'분명히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최약체라니요. 언니, 그리고 사천왕이 아니라 간부입니다. 예전부터 그렇게 부르는 건 언니 뿐이었어요."
...음 내가 확실히 이름들을 멋대로 부르곤 했다.
'검순이도 검순이라 부르면 화냈지, 나중에는 포기한듯 했지만.'
분명 이름이 프리마였지... 아닌가? 크리마 였나? 큰일이다 기억이 안난다.
"언니는 저보고 뭐라고 하셨죠?모지리?최약체? 지금 생각하면 울 거 같아요."
"아하하하... 미안. 미안 앞으로 제대로 부를 게 리리스."
"...감사합니다."
"이렇게 된 거 이왕 여기서 며칠 머무르면서, 내 에고소드도 깨울라고 검순이가 아직도 자네."
"에고소드? 카르마요?! 찾으셨나요! 그거 저도 그렇고 앨리스도 그렇고 계속 찾아도 못 찾은 건데??"
나이스 어시스트 모지리!
카르마 였구나 이름이....
'그냥 검순이라 불러야지...'
"응, 내가 탈출마법을 미리 심어 놨거든, 내가 환생할 곳으로 이동하게 근대 환생자체가 랜덤이고 영혼으로 좌표를 찾다 보니 좀 어긋났어."
호수바닥에 쳐밖혀 있었으니까.
...미안하니 가끔은 본명으로 불러 주자.
"언니가 실수하기도 하네요? 고유 능력 때문에 항상 철저하게 준비하시는 분이."
"응 나도 처음 개발한 마법이고 [부활] 여신만 가능한 11, 12위계의 최종 위계의 마법이잖아?"
"네, [부활]이 11위계고 나머지도 5개인가요?"
"맞아, 마법특화 악마라 잘아네, 그리고 오직 한 가지만 있는 12위계는 [창조] 뿐이고, 아무리 인외의 영역이 가능한 용사도 거기까지는 무리였지."
"네, 마왕님 마찮가지였어요. 가능했으면 마왕군은 언니가 오기전에 이미 승리했겠죠."
"마왕도 나도 10위계가 한계야, 나는 뭐 이 세계 출신이 아니라 세계의 제약을 안 받았지."
'기껏해야 1만년을 넘게산 고룡이 되야 10위계의 제약을 풀지.'
죽음에 임박하였으니까 여신이 제약을 풀어 준 거다.
'마왕도 1만년 넘게산 고룡이었다는 소린데 더럽게도 강했던 이유가 있었네.'
세상을 어지럽히지 말라며 걸어둔 제약이다.
오랜기간 동안 살아온 노고를 치하하며 풀어 준 제약.
'박해받고 사냥당하던 종족들을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여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세상이 어지러워졌지.'
"그래서 [부활] 비틀어 10위계인 [환생]을 만들었는데, 이게 처음쓰는 거고 죽음을 트리거로 발동 되는 거라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했어."
"반이라도 성공한 게 대단한데요... 성공한 반은 환생일 거고, 실패한 반은 뭔가요?"
"'시간축' 원래는 트리거가 발동하면 가장 근시일에 사망한 사람의 몸을 빌려 환생 할 예정이었는 데, 내가 이 세계로 오기 6년 전에 사산한 아기의 몸을 빌려 환생하게 되었어. 그 탓에 그 당시에 있어서는 안 되는 영혼, 그리고 내가 이 세계에 온 뒤로는 한 세계에 같은 영혼이 두 개가 되버려서 기억이 봉인 되었지."
"어... 네?"
"그 여파로 검순이의 이동위치가 조금 어긋났어."
"네? 스케일이 너무 커서 이해가 잘 안되는 데요?"
"이해력 딸리면 대학 못 간다니까. 문제를 이해 못해서 수능이 망해요. 그러니 일단 잘 부탁해 리리스, 나 새로운 마왕,너 새로운 마왕의 부하 알았지?"
"적어도 연인으로 해주시겠어요. 언니?"
손을 내밀고 웃으며 악수한다.
새로운 마왕군이 결성 된 순간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