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승리와 기억
* * *
"소피아!!!!!!!"
"어머, 프라이드씨 소피아가 또 사라졌나요?"
"아 메니씨, 네 또 일은 안한하고 어디로 놀러 간 건지 나참."
"그냥 내비둬요, 세상이 불안했던 것도 벌써 6년 전이고."
"그리고, 이런 시골의 여관에 무슨 손님이 있다고 일을 시키나요?"
"아니, 손님이 없다니요! 있어요!"
"반년 전에요?"
"..."
"마물도 잘 안 나오고, 20살이면 한참 놀고 싶고 꾸미고 싶은 나이인데, 이럴 때는 좀 풀어 주는 게 좋아요."
"그래도 마을 안에서 놀면 걱정은 안하는데, 숲에 들어가서 걱정입니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시골중에 시골이라 산적도 없잖아요? 너무 보호하려 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도망치는 법이예요."
"후우, 알겠습니다. 그래도 어디로 간다고 말은 하고 갔으면 좋겠네요."
역시 메니 아주머니!
아들만 다섯이라 애들에 대해 잘아셔!
벽뒤에서 지켜보던 나는 메니 아주머니께 엄지를 치켜들고 자리를 뜬다.
'아빠도 아빠야, 이런 촌 동네에 손님이 어디 있다고 자꾸 일을 시키려고 해.'
나는 이제 20살, 메니 아주머니 한테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곧 이런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출 할 거다.
적어도, 볼거리라곤 이상하게 안정되는 호수 말곤 아무것도 없는 자급자족위주로 살아가는 시골 보단 할 게 있겠지.
다음에 행상인이 올 때 팔 약초들을 찾고 슬슬 돈도 모았으니, 행상인에게 나도 같이 대려 가 달라고 해 봐야지.
6년 전에는 이런 시골도 불안에 떨정도로 마족과의 싸움이 거칠 었다는데, 요즘은 다들 숨어 사는지 그런 소식은 없다.
"...이 근처가...확실.."
"확... 법사님의..."
'말소리? 거의 반년 만의 외부인 인가?'
"저기요!"
아빠가 봤으면 모르는 사람한테 함부로 말거는 거 아니라고 기겁했겠지만, 심심함을 달래줄 새로운 것이다, 참견을 안하는 게 더 힘들다.
말을 걸자 두 남자? 로브를 머리까지 눌러 써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목소리를 살짝 들었을 때는 남자 목소리였다.
두 사람을 부르니 이곳을 쳐다보았다.
"응? 아가씨 이런 곳에 왜 있지?"
"저는 이 근처의 마을에 살 거든요, 혹시 여행자 이신가요?"
"어떤 걸 찾고 있어서 이곳에 왔지."
이런 시골에 뭐 찾을 게 있다고 그럴까.
"그런가요! 그럼 혹시 며칠 머무르실 거면, 제 집이 여관을 하는데 머무르실 생각 있으신가요?"
'손님을 물고오면 아빠도 말없이 사라지는 것쯤은 용서해 주겠지. 히히'
"오래 머무를 건 아니네, 고맙지만 사양하지."
"그러신가요, 그래도 식당도 겸하고 있으니 드셔보시는 것도 괜찬아요."
"그래, 시간이 되면 한 번 찾아가지."
"네, 제 뒤쪽으로 쭉가면 마을이 나오고, 하나 있는 여관이니 아무한테나 물어 보면 알려줄 거예요."
"그래."
아싸 식당손님 구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아빠가 해 준 음식은 맛있다.
반년이나 일 년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칭찬 해 줬으니 꽤나 맛있겠지.
그렇게 남자와 대화하고 있자 다른 남자가 끼어든다.
"이보게 아가씨."
"네?"
"혹시, 이 근방에서 검을 본 적 없나?"
"검이요?"
약초말고는 없는 시골인데요?
"이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게."
"이지역 사람이니, 뭔가를 알 수도 있지 안습니까?"
"그리고 여차하면."
둘이 속닥거리는 데 다 들려요, 여차하면 뭐요 먹튀하게요?
"검 같은 건 모르겠고, 근처에 있는 거라고는 호수 말곤 없어요."
"호수? 지도에는 없는데?"
"거 보시죠, 지역 사람한테 물어 보는 게 뭐라도 나옵니다."
"지도라고 해도 여기는 사람이 잘 안 오다 보니까, 오래 된 거 겠죠."
시골이니까요, 그리고 시골이여도 길은 있으니 거기로 오죠.
"음, 혹시 안내 해 줄 수 있나?
그 말에 나는 냉큼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손바닥을 흔든다.
"?"
"안내료는 10쿠퍼 되겠습니다, 고객님."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아저씨들.
☆☆☆
"그래, 소피아라 했나? 곧 도시로 떠나기 위해 돈을 모으는 중이라고?"
"네, 여기가 아무것도 없는 동네라, 도시로 떠나서 일을 하려구요."
요구한 건 10쿠퍼였는데 가진 건 금화 말고는 없다며, 금화 하나를 주신 오빠.
"에잉!, 뭐가 이리 오래 걸리냐!"
아까부터 어디 돈을 요구하냐는 둥 힘들다는 둥 징징대는 꼰대.
"운동부족이신가 보네요, 이 정도는 금방인데요?"
"자네가 운동부족은 맞지."
아까 전부터 대화로 알겠는데, 오빠쪽이 상관인듯싶다.
"저는 마법사입니다! 원래부터 다리로 이동하는 것보다 연구하고 마법을 쓰는 게 더 몸에 맞는 것뿐입니다!!"
마법사?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아저씨, 마법사였어요?! 저 한 번도 마법사란던지 마법이라던지 본 적 없는데 보여 주실 수 있나요?!"
"누가 아저씨라는 거냐! 그리고 그건 지금 마법사에게 굉장히 무례한 짓이다!"
"에이 궁금해서 그러죠, 오빠라 불러드릴게요. 네?"
그렇게 떠들면서 걷고 있던 중, 호수에 다오고 로브의 남자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확실히, 지도에는 안 나오는 곳이군."
"일단 탐색해 보겠습니다."
"그래 뭐라도 건지면 다행이겠군."
"오빠, 이 호수 뭔가 안정감 있지 않나요? 저는 자주 찾아오는 곳이거든요."
"이봐, 무례한 꼬맹이."
"왜요? 꼰대아저씨."
"이 꼬맹이가!"
다른 쪽 남자가 씩씩대며 화내길 잠시.
"후우, 내가 참아야지. 이봐 꼬맹이 아까 마법을 보고 싶다고 했지?"
"어 네... 그랬죠, 아까 마법사 한테 마법을 보여달라고 하는 거는 무례한 행위라고 하셨잖아요."
"축하한다. 지금 구경하겠군, 이게 탐색마법이라는 거다."
순간 마력이 일렁이더니 한 개의 마법진이 허공에 떠오른다.
찾는 것은 지혜,
범위는 호수 전체,
마력의 실을 가늘고 넒게 펴서마력도 적게 들이고 효율적으로 마법을 사용한다.
"저 아저씨 꽤나 고위의 마법사인가 보네요, 5위계 정도 될려나?"
"?! 그것을 어떻게 알지? 마법사는 오늘 처음 본 거 아니었나?"
순간 말투가 싸늘해지면서 물어온다.
"어? 그러게요? 어떻게 알지?"
"고위 마법사인걸 눈치챘다는 거는 둘 째치고, 보통은 상대의 위계등급 까지 알기 힘들지."
천천히 다가오면서 말을 걸고.
"너는 뭐냐?"
"네? 어... 그게..."
"찾았습니다, 호수 안에 검의 형태를 가진 것을 발견 했습니다."
꼬...꼰대 오빠 이 오빠가 좀 무서워!
"확인 하는 것은 나중에 하지, 일단 이 아이부터 추궁해 봐야겠어."
저기요?
"무슨 일 이십니까?"
"이 아이가 자네가 쓰는 마법을 보고 자네가 쓸 수 있는 위계등급까지 파악하더군."
"저...저도 그게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변명은 해 보지만 먹히지도 않는 거 같다.
"수상하군요. 그게 가능하려면 상대보다 위쪽 등급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신기하네요, 호...혹시 천재라거나?!"
"그것도 곧바로 알더군."
무시는 아니지 않나요? 천재였다거나 하면 하지도 않을 까요?!
"제가 쓸 수 있는 마법의 최고의 마법을 쓴 거도 아닌데, 그러려면 대마법사님 정도는 오셔야 가능합니다."
불가능하겠네요. 이거는, 하하...
"속박하고 추궁하면 무언가 말하겠지."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지만, 저쪽에서 걸어오는 게 더 빠르다.
지금 아빠가 모르는 사람한테 함부로 말거는 거 아니라고 했지 않았냐고 하는 거 같지만,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바로 뒤로 돌면서 전력으로 뛰었다.
"정말로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식으로 느껴졌단 말이예요!"
"속박해라."
"예."
순간 마법사가 대답하더니 영창을 하고, 4위계의 속박마법을 사용한다.
"원하는 것은 족쇄, 필요한 것은 속박, [SHACKLES]!"
'4위계 속박마법이면 디스펠이!!'
'아까도 뭔가 어떻게 안 건지도, 내가 저거를 디스펠하는 방법도 아는 게 신기하지만 지금은 도망이 우선이야!'
필요한 건 열쇠, 원하는 것은 해제, 말소시키는 것은[SHACKLES],
[CANCELATION]
4위계 주문이 사리지고, 더 내빼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무영창?!!!!"
"잡아야 한다!"
마법사가 아닌 다른 남자가 뛰기 시작한다.
'빠르잖아?!'
있는 힘껏 뛰지만, 이대로는 따라잡힐 것이다.
처음에는 추궁만 당했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잡히면 죽는다.
그런 위기감이 들자 평소에 없던 힘까지 나면서 도망치고 있다.
"조심 하십시요! 이미 시전된 마법을 무영창으로 디스펠한 자입니다!"
"그러지!"
남자가 칼을 빼 들었다.
"아니라니까요! 제발 믿어 주세요!"
솔직히 나여도 믿어 주지 안을 소리를 내 지르며 뛰었다.
곧 호수로 가로 막혀서 도망칠 길도 사라지고, 다리에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아니...아니예요, 저...저도 어떻게 된 건지 잘..."
"처음 마법을 알아 봤을 때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지만."
남자가 검을 겨누며 이야기한다.
"마법을 처음 봤다는 자가 배우지도 못 했을 4위계 마법을 디스펠한다라."
서서히 검이 내려 가고,
"그것도 무영창으로."
검이 내 몸을 사선으로 배었다.
"죽어라, 정체불명의 마법사."
풍덩!!!
☆☆☆
아프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아빠 말을 안 들어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서?
여관일이 싫어, 도시로 가출하려 해서?
무엇을 잘못 한 걸까?
어쩌면 전부일까?
알 수 없는 의문을 품고 있자 어느새 인가 호수 바닥에 다았다.
'여기 바닥 깊은 거로 아는데 죽어 가니 금방 도착했네.'
의미 없는 질문, 의미 없는 감상을 가지고 죽어 가는 중, 옆에 녹이 슨 검을 발견했다.
'검? 저 남자들이 찾던 게 이건가?'
흐릿해지는 시야와 몽롱해지는 정신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검에 손을 뻣고, 검을 만지자 순간 압도적인 물량의 기억이 흘러 들어온다.
'!!!!!'
아니.
기억이 흘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전부 생각 났다.'
'친구들아...'
'너희의 괴물이 금방 찾아갈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