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인 아카데미의 NTL 왕이 되다-97화 (97/102)

〈 97화 〉 96화. 버릇없는 개는 존나 처맞아야지.

* * *

이서린을 성공적으로 스카웃을 마친 난 곧장 몬스터의 아지트로 귀환했고, 아지트에 남아있던 녀석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제임스는 별다른 감정을 내비쳐 보이지 않으며, 그저 "수고했다."라는 말을 남긴 채 어디론가로 가버렸다.

확실히 의식을 하고 나니, 다른 녀석들이 6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게 확 느껴진다.

....동료애도 쥐뿔도 없는 새끼들이…. 그 와중에 편 가르기냐.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6팀이 어느 장소에 있으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피하는 녀석들이다.

아마, 녀석들 역시, 6팀의 인원들이 하나같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있는 모양이다.

그로 인해, 넓은 아지트의 홀에는 나와 6팀을 제외하고서 그 누구도 없었다.

때마침, 벽에 달리 거대한 스크린에서 우리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할 일이라고는 전혀 없던 6팀의 눈길을 잡아끌기엔 충분했다.

《속보입니다. 어젯밤, 홍콩 리펄스 베이 인근 작은 동네가 DMG나 BUG. 둘 중 하나의 세력에게 테러를 받은 것 같다는 정황이 포착되어 리펄스 베이를 찾은 관광객들을 삽시간에 공포로 밀어 넣었는데요. 현재 각국의 헌터협회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서 많은 말이 오가고 있습니다. 테러범들은 테러를 가한 장소의 주민들을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버린 사실에 더욱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무차별적인 살인 테러임을 봤을 때, DMG 보다는 BUG 가 일으킨 테러에 좀 더 가깝지 않냐는 의견이..."

뉴스 속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에 미켈이 "꺄하하핫!! 아주 화려한 데뷔무대였다구~!!" 를 외치며 기뻐한다.

곧 녀석들과 뉴스에서 관심을 끄고서, 발을 옮겨 나의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찰나.

이서린이 나의 옷 소매를 붙잡는다.

"...저,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조, 좋을까요…."

그녀의 손을 천천히 잡고서 슬쩍 떼어놓으며 말한다.

"..이제 이곳에선 너를 부정이니, 뭐니, 하면서 몰아세우는 사람은 없을 거야. 적어도 우리 팀원 중에서는."

"...그, 그치만...저는...."

여전히 비 맞은 강아지처럼, 몸을 오들오들 떨며 나를 올려다보는 이서린을 천천히 밀어낸다.

"우선, 이 녀석들과 친해지도록 노력해 봐. 뭐, 아무리 이상하다고 해도 결국 등 뒤를 맡길 녀석들이니까."

나의 말에 미켈과 이한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반항해 왔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이토록 불안에 떠는 이서린의 곁에 잠깐만이라도 머물러 있어 주고 싶었지만,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저, 저는...그, 그냥...."

무언가 말을 하려는 이서린을 두고서 나의 방으로 향한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란, 성장력을 올리는 일이었다.

사창가 즐비하던 뒷골목에서 보았던, 이한의 실력은 내 전신을 오싹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괜찮았다.

아니, 그것도 모든 힘을 다한 것이 아니라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로 훌륭한 물건이었다.

.....버릇없는 개를 교육하기 위해선, 절대 주인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지도 못할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계단을 향해 올라가는 지금도, 나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이한이었다.

방안에 도착한 난 간단하게 샤워를 하며 약간의 피곤함을 씻어내고는 샤워실을 빠져나와 방 한가운데에 가만히 서 있는다.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에서 물기가 뚝뚝 밑으로 흘러내렸지만, 순식간에 정신을 집중하며 육도의 힘에서도 가장 위험한 【인간도】의 힘을 끌어올린다.

【제 5도 인간도】 【삼라만상】【 사물】

그리고는 레드문 아카데미에서와 마찬가지로 게이트를 생각하며 힘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었던 탓인지, 처음과 같이 심력을 소모하며 몸이 늘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 후우우우웅...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빛을 내던 빛무리가 아주 강하게 한 번 반짝이고 나서 그 자취를 감춘다.

­ 씨익.

흡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지고, 내 눈앞에 생성된 게이트를 바라보다가 갑작스럽게 미켈의 얼굴이 떠올라, 방문을 확실하게 걸어 잠갔다.

그리고는 게이트를 향해 몸을 밀어 넣었고, 곧 어디론가로 빨려드는 느낌과 함께 내가 만들어낸 거대한 탑으로 이루어진 게이트의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바닥에 설치된 붉은색의 포탈존위로 올라선다.

【몇 층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알림음에 한시아 일행들과 몬스터를 학살하다시피 했던 1층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1층은 작은 야수형의 몬스터들이 나오는 구역이었는데, 그곳에서 작은 경험치를 얻으며 시간을 보내는 건 낭비라고 생각이 되었다.

"2층. 2층으로 보내줘."

2층은 고블린과 코볼트따위의 소형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곳이었다.

환한 빛무리가 몸을 한 번 감싸고서 사라지자, 또다시 풍경이 변하며 2층에 도착했다.

이곳은 내가 만들어낸 게이트였기에, 오로지 실용성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 예로, 2층에 도착하자마자 내 눈앞에 촤르르륵 깔린 수많은 고블린들이 나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녀석들이 완벽하게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일미 녀석들이 모두 빠르게 쏘아져 나가며 가장 앞에 있는 네 마리 고블린의 머리를 콱 소리가 나게 물었다.

­ 퍽! 퍼퍼퍽!

그 치악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녀석들의 머리가 너무나도 손쉽게 터져 나가버렸고,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녀석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한다.

"이 힘은 처음 사용해보네.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일미 녀석들을 이용해 녀석들의 전진을 가로막고서, 15가 남은 육도력을 생각해낸다.

그리고는.

【제 3도 축생도】 【망자회귀】

내 눈앞에 존재하는 동물과 곤충들을 조종하는 힘이 아닌, 내가 죽였던 모든 동물과 곤충들을 소환해 다루는 힘이 내 손끝에서 펼쳐진다.

­ 바스락 바스락.

D­2 지역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게 하고, 소름을 쫘악 불러일으키던 그 얇은 날갯소리가 들려온다.

2M 정도 되는 크기를 가진 이족보행을 하는 바퀴벌레.

커스로치 500마리가 내 앞과 뒤, 천장, 벽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서 그 키틴질로 이루어진 날개를 바스락거리며 나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죽인 커스로치는 거의 9,000마리 이상이었지만, 육도력 10당 소환할 수 있는 최대 숫자는 500마리였다.

육도력이 15밖에 남지 않은 지금, 최대한 소환할 수 있는 만큼 소환한 커스로치들의 숫자는 500.

일미 녀석들의 비늘을 향해 조잡한 칼과 단검 따위를 휘두르던 녀석들이 어느 순간 모든 움직임을 멈추었다.

­ 덜덜덜덜...

­ 채채채챙.

격하게 떨리는 몸에 의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작은 단검들이 춤을 추자, 연발적인 금속음이 들려온다.

....공포스럽겠지. 나 또한 처음에 그랬으니까.

공포스럽고 역겨웠던 첫 만남과는 달리, 이제는 너무나도 든든해 보이는 커스로치들.

그런 커스로치들에게 그들의 여왕이 그러했듯, 명령을 내린다.

"전부 먹어 치워."

내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검은색의 파도를 만들어내며 빠르게 달려 나간다.

커스로치들은 마치, 잘 숙련된 암살자와 같이 아주 조용하게 움직였고, 곧 그 날렵한 움직임은 수많은 피를 이곳에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악!!!"

"키에에에엑!!!!"

커스로치와 고블린의 강함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커스로치의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난 앞다리가 허공을 가르면 고블린들의 가슴에서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고, 날카로운 턱으로 목을 물어뜯으면 그 즉시 목이 허공을 솟구쳐 날아올랐다.

"먹어 치워. 모조리 다. 한 놈도 빠짐없이."

나의 명령을 필사적으로 이행하며 무자비한 살육을 벌이는 커스로치들에 의해 고통과 공포에 가득 찬 고블린들의 비명이 이곳을 잠식해나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말 조금의 수면시간과 하루에 한 번 팀원들에게 얼굴을 비추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탑의 2층을 청소하는데 쏟아부었다.

내 눈앞에서 수십 마리의 커스로치들에게 온 사지가 뜯겨나가며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코볼트 킹을 아무런 감흥이 없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커, 컥..!!" 하는 단말마의 소리만 남긴 채, 훌륭한 커스로치들의 영양분이 된 2층의 보스인 코볼트 킹이 죽음을 맞이했다.

【성장력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보너스 능력치가 5만큼 주어집니다.】

사실, 2층의 보스인 코볼트 킹을 죽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처음 코볼트 킹을 죽였을 때의 나의 성장력은 18이었고, 2층의 최대 적정 성장력인 20을 맞추기 위해서 녀석들이 리젠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는 남은 두 단계의 성장력을 올리기 위해서 다시 한번 코볼트 킹과 그 외에 몬스터들을 사냥한 것이다.

"....흐아암... 드디어 20을 찍었네."

상태창을 열어본 후, 요리조리 눈을 돌리며 능력치들을 확인하고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20의 성장력을 찍은 지금, 모아둔 보너스 능력치는 100이었고, 육도력은 80이 되었다.

또한, 육도력 옆에 자리하고 있던 죄악이란 수치가 1에서 5로 올라가 있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보너스 능력치가 100이나 있었기에, 이제는 어디에 투자할지를 정해야만 하는 시간이다.

꼬리를 이용한 전투를 자주 활용하는 나였기에, 꼬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능력치를 생각한 끝에 나는 힘에다가 50을 투자했다.

그러자..

몸 안에서 엄청난 힘이 솟아나는 것은 물론이고, 50E였던 힘이 100E로 바뀜과 동시에, 또 한 번 변화가 일어났다.

10D.

10D라는 문구로 변해버린 상황.

...으음? 각 랭크에서 능력치를 100까지 채우면 자동으로 다음 랭크로 넘어가게 되는 건가?

생각을 마친 난, 나머지 50의 보너스 능력치를 민첩에 투자하고선 그대로 상태창을 닫았다.

목표로 했던 성장력 20을 찍었기에, 이제 슬슬 버릇없는 개의 교육을 해줘야 할 시간이었다.

"귀환한...."

귀환이라는 말을 입에 담으며 돌아가려는 그 순간.

【수라의 육체를 부여 가능한 인원이 10만큼 늘어납니다.】

생각지도 못한 길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태창을 다시 열어 확인해보니, 정말로 (현재 부여 가능한 인원: 10) 이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흐음....늘어난 건 좋지만....아직은 녀석들에게 주기에는 그렇단 말이지..

물론, 같은 팀원이었지만, 아직 녀석들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지도 않았고, 관계가 그렇게 깊다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이서린은 괜찮을지도 모르겠어. 나에 대해 상당한 의존성을 보였으니까 말이야.

하루에 한 번씩 팀원들에게 얼굴을 비추기 위해 게이트를 빠져나갈 때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나에 소매를 붙잡던 이서린.

그녀가 나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나에 대한 호감이나, 호의 같은 게 아니라, 어린아이가 불안하면 부모를 찾는 것과 같은 비슷한 일이었다.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만끽하며 게이트를 빠져나온 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서 곧장 이한을 찾아다녔다.

이한은 6팀의 모든 인원들과 함께 아지트 근처의 바닷가에서 간단한 체력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나의 실루엣을 알아차리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앞으로 걸어 나온다.

녀석 역시, 이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꺄아아앗!! 드디어 하는 거야? 하는 거냐구!!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단 말이야!! 정말...!!"

아니,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많이 기다렸지?"

"좆까. 씨발!!"

"좆은 너나 까고..씨발아. 버릇없는 개새끼는 존나 처맞아야 정신을 차린단 말이야? 응?"

"병신! 좆까지 말고, 약속이나 해."

뜬금없는 약속 타령에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웠다.

"무슨 약속을 말하는 거지?"

"...내가 이기면, 이 팀은 내가 이끈다. 넌 내 발바닥이나 핥으면서 따까리 짓이나 하라고, 이 좆밥새끼야."

"좋아. 그럼 나도 조건을 걸어야겠지?"

"....."내가 이기면, 넌 나의 충실한 개가 되어줘야겠어. 짖으라면 짖고, 죽으라면 죽는. 알겠냐? 이 좆밥 찌그러기 같은 새끼야."

­ 히죽.

어쩌면, 【수라의 육체】를 이 녀석에게 사용할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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